소설리스트

00038 아내의 타락 (38/53)

00038  아내의 타락  =========================================================================

뭐... 침대는 하나여도 상관없지. 처제는 침대에서 자는 거고. 나는 바닥에서 자면 되는 거고 했으니까. 그리고 모텔이 얼마인데? 그 돈이 아깝잖아. 어차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은이잖아. 처제인데 뭐 어때?

 내가 말했다. 내 말도 일리는 있었다. 모텔에서 잠만 잘 건데 뭐하러 방을 두개나 잡아야하는가? 그리고 여자랑 한 방에 들어갔다는 것이 의심을 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정은이는 나에게 처제다. 처제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고, 가족과 한 방에 들어간 건 죄가 아니다.

 그래?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정연이가 말했다.

 우리가 말 안 하면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그냥 그랬나보다 생각을 하겠지.

 내가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말이 맞는 말이었다. 내가 그 누구와 모텔에 가더라도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 뭐... 오빠 말이 맞네. 다른 사람들이 뭘 알겠어. 그래도 다음에는 좀 조심해.

 정연이가 말했다. 정연이는 내 말이 맞다고 인정을 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이 완전히 풀린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다니 알겠다 하는 정도였다. 나는 그런 정연이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정연이의 모습은 꽤나 보수적인 모습이었다. 지금 저정도면 나중에 내가 말을 했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할까?

 ***

 정은이에게도 이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괜히 정은이가 혼자서 독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그렇게 된다면 일이 전부 엉크러지는 거 아닌가? 준비를 해야지.

 정은아. 저번에 정연이랑 얘기를 해봤는데... 너랑 나랑 모텔에 간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한 것 같더라.

 내가 말했다.

 아... 그래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은이의 말에도 실말한 기운이 팍팍 느껴졌다. 정은이는 단순히 정연이가 그런 말을 한 거에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지.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연이에게 고백을 안 하겠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 생각도 맞는 말이다. 정연이에게 고백을 안 하겠다는 뜻이지. 하지만 내 말은 내가 선택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걸 뜻했다.

 이런 말이 너한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괜찮고... 나도 너를 좋아하는 것도 괜찮은 거잖아. 그렇지?

 내가 물었다.

 그렇죠...

 정은이는 무슨 말을 하려나 궁금해하면서도 힘이 없게 대답했다.

 그게 인정이 받아져야 된다는 건 정연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괜찮고, 내가 정연이를 좋아하는 것도 괜찮아야 된다는 거야. 우리는 보다 추가된 거니까 그 전에 것들을 없앨 수는 없는 거지. 그렇지?

 내가 또 다시 말했다. 정은이는 내 말 뜻이 뭔지 알아차렸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기존의 사랑을 파괴할 수는 없다는 거다... 뭐 그런 거잖아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래. 그렇다는 거야.

 내가 말했다.

 그럼 제가 조금 더 노력해볼게요.

 정은이가 말했다.

 노력? 어떤 노력을 한다는 거야?

 내가 말했다.

 여러 명을 좋아할 수 있다는 거? 한사람이? 아니더라도 언니가 나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정은이가 말했다.

 글쎄... 그게 말로는 쉬워도 가능할 지 모르겠다.

 내가 말했다.

 오빠... 저 이번에 정말 최선을 다할건데 도와주실 수 있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도와줘?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데?

 내가 물었다.

 왜 어렸을 때 엄마가 맨날 그러잖아요. 요리 같은 거 할때나 청소 같으 거 할때. 뭐 도와줄 거 없냐고 물으면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거다. 그렇게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럼 나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내가 물었다.

 사실... 가만히 있는게 어려울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응?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말했다.

 저는 언니를 싹 바꿔버릴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어떻게?

 내가 물었다.

 지금 언니는 약간 보수적인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해야하는 거고, 한 여자는 한 남자를 사랑해야하는. 하지만 그런 사고를 다 바꿔버릴거에요. 어찌보면 타락시킨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정은이가 말했다. 타락이라... 정연이를 타락시킬 수 있을까? 정연이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처녀였다. 지금은 섹스에 있어서 잘 맞춰주고 있고, 코스프레 같은 것도 해주긴 하지만 원래부터 그런 애는 아니었고 그렇게 까지 만드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정은이가 정연이를 타락시킬 수 있을까?

 어찌보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정연이를 알아왔던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은 정은이는 정연이를 알았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정연이는 어쨌든 나에게 처녀성을 주었고, 지금은 코스프레도 해주고 섹스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렇게까지 됐다는 건 그 다음도 가능하다는 뜻 아닐까?

 하지만 내가 그걸 참을 수 있을까? 내 아내가... 어떻게 변하든 상관이 없다는 건가? 만약에 정연이가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해야한다면... 그걸 내가 참을 수 있을까? 다른 남자의 물건에 박혀서 신음하고 있는 아내를 생각해보자...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은 상상하는 것도 별로인데...

 그... 어떻게? 아니... 어떻게 타락을 시킬 건지는 묻지 않을게. 그거야 뭐... 정은이가 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거는... 이거는 그래도 내가 남편인 입장에서 알아야 되겠어. 어느 정도까지 타락을 시키려고 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글쎄요... 어느 정도까지일지는 생각을 아직 확실히 안 해봤어요. 저 역시 지금은 꽤나 추상적인 입장이니까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저와 오빠와의 관계를 인정해줄 수 있는 범위까지는 타락을 시켜야겠죠?

 정은이가 말했다. 그제야 나는 지금 나와 정은이가 만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타락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관계를 인정할 정도라면 엄청난 죄를 저질러야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