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6 다른 남자가 궁금해 =========================================================================
물론 나는 그게 그렇게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연이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나는 확신을 내릴 수도 있다. 정연이는 분명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번에 그렇게 오랄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이번에 바뀜으로 인해서 나를 잃거나 할 수 있다면 절대로 바뀌지 않을 그런 아이였다.
네가... 변화시킬 수 있겠어?
내가 물었다.
음... 오빠... 오빠는 그걸 원해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은이가 원하는게 그런 거 아니었나? 그래야 우리 사이가 이어질 수 있으니까.
내가 말했다.
저야... 사실 언니가 어떻게 되건 상관없죠. 만약에 언니가 창녀가 된다고 해도 저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죠. 그게 과한 비유일 수도 있으나 저는 언니가 성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좋아할 거에요. 하지만 남편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잖아요.
정은이가 말했다.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 정연이의 행동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는 해. 정연이가 과연 바뀔까? 뭐 그런 생각도 있고 말이야. 이거는 내가 너무 변태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것 같아. 누구나 생각하는 부분... 그렇지 않나? 남자라면 말이야.
내가 말했다.
그럼... 제가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사실 최대한 노력한다고 결과가 최대치로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본다고 해도 수능만점은 커녕 전교1등을 하기도 어려우니까요. 뭐든 열심히 하다보면 그 근처의 결과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정은이가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있어서는 조금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이번 일은 훨씬 쉬워보였다. 이번에는 수백명 중에서 1등을 가리는 게 아니었다. 그냥 한 학생을 시험에 통과시키는 일이었다. 그 학생도 열심히 공부를 해보려고 하는 그런 상황이었고.
그래... 한번 해봐...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도 옛날 정은이 같다.
내가 말했다.
옛날에 저요? 옛날에 제가 어땠는데요?
정은이가 말했다.
왜? 기억 안 나? 전에 정은이 네가 나한테 했던 말.
내가 말했다.
응? 뭔데요?
정은이는 정말로 기억이 안난다는 듯이 물었다.
가만히 있는게 가장 무섭다며. 그게 제일 싫다며. 뭐라도 노력을 해야한다고.
내가 말했다.
아... 그랬었지. 맞다...
정은이는 내가 꺼낸 말이 약간 창피했는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왜? 창피해?
내가 말했다.
에이, 그런 건 그냥 못본체 하고 넘어가줘요.
정은이가 말했다.
왜? 나는 네 말이 맞는 말 같은데?
내가 말했다.
그래도 조금은 창피하네요. 그때는 뭐랄까... 감성이 너무 앞선 시기라고 할까요?
정은이가 말했다.
감성이 앞섰다는 게 나로서는 좋은 일 같은데?
내가 말했다.
응? 그게 왜 좋은데요?
정은이가 말했다.
감성이 앞섰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 이성을 차릴 수 없었다는 뜻이잖아. 내가 그렇게 좋았다는 뜻이니까.
내가 말했다.
그럼 지금은 그때만큼 안 좋아하나? 지금은 훨씬 더 이성적인데요?
정은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웃어보였다.
지금은 그래야 되는 시기니까.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정은이도 보였던 웃음기를 다시금 집어넣었다.
그렇다. 지금은 이성적이어야 하는 시기다. 단순히 감성... 감정에만 앞서면 안 된다. 만약에 우리가 그냥 단순한 사이였다면 그렇게 했어도 됐을 거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 따위는 그냥 뒷전으로 해놓고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했어도 됐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 우리는 일반적인 사이가 아니다.
나는 정은이의 형부고, 정은이는 내 처제였다. 지금 우리의 사이에서는... 이런 비이성적인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이성적... 이어야 해요. 우리는. 그렇게 언니를 바꿔놓을게요. 언니만 바뀌면 우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도대체 정은이는 정연이를 어떻게 바꾸려는 것일까?
***
얘! 너는 요즘 남자친구랑 잘 돼가니?
정연이가 정은이에게 물었다. 나는 그런 물음이 조금은 의아스러웠다. 물론 언니가 동생에게 그 정도 물어보는 일이야 큰 일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저번에 말을 해주기를 정은이가 남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볼 수야 있지.
응? 나야 뭐 그냥 그렇지.
정은이가 말했다.
우리야 연애 처음 하면서 그냥 그대로 결혼했지만 그거야 굉장히 드문 케이스지. 다 여러번 연애하고 그러는 거야.
나는 약간 정은이의 편을 들며 말했다.
에이, 내가 뭐라고 했어?
정연이가 말했다.
그냥 만나면 만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걸로 살래. 형부 말처럼 난 언니처럼 살기 싫어!
정은이가 말했다.
뭐? 나처럼 살기 싫다고?
정연이가 말했다. 약간 의아하다는 듯 싶으면서도 살짝은 화도 나있는 모양이었다. 뭐든지 당신처럼 살기 싫다는 말이 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지.
내가 언니처럼 살면 평생 궁금할 것 같아.
정은이가 말했다.
응? 내가 뭐가 궁금한데?
정연이가 물었다.
다른 남자는 어떨까 하고 말이야. 다른 사람을 한명도 안 만나봤으니까 모르잖아. 그러니까 시야가 좁다고 해야하나? 만약에 남편한테 마음에 안 드는게 있더라도 여러 남자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모든 남자가 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언니는 안 그럴 거 아니야. 그냥 남편이 잘못 됐다고만 생각하고 그렇지.
정은이가 말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지금 형부도 있는데...
정연이는 조금 당황하면서 말했다.
에이... 뭐 어때? 그냥 해도 되는 말이구만.
나는 정연이의 편을 들어주는 편이 아니라 정은이의 편을 들어주는 편이었다. 정연이를 설득시켜야하는 입장이니까.
그래? 그럼 나는 이제 다른 남자들 궁금해하면 되는 거야?
정연이는 나에게 반격을 했다.
어? 아니...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나는 갑작스런 반격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00047 스스로 타락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