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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8 사이트 (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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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요. 자기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듯이 들어가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정은이가 말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정은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가 물었다.

 잠깐만요. 이 사이트를 한번 보세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은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사이트로 들어갔는데 거기는 평범한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응? 이게 뭐야? 그냥 유머 같은 거 있고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말했다.

 에이, 그런 말씀 하시면 섭섭하죠.

 정은이가 말했다.

 응? 그럼 뭔데? 이게 뭐길래 그러는 거야?

 내가 말했다.

 아까 오빠가 말한 것처럼 유머 같은 것도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 거죠. 그러니까 더 다가가기가 쉽다는 거에요. 여기는 여자들이 전용으로 들락날락 거리는 사이트거든요. 물론 여기도 유머 같은게 있지만 여기는 단순히 그런 것만 있는게 아니에요. 잠깐만요. 여기를 한번 볼래요?

 정은이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글 하나를 클릭했다.

 제목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랑 자봤어?

 충격이었다. 세상에 이런 게 존재한다니. 아니, 이런게 존재할 수도 있다. 존재야 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존재할 줄은 몰랐다. 여기는 남자들의 공간이 아니었다. 여자들만 있는 공간인데 이런 글이 올라온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이 하나같이 더 충격적이었다.

 나는 인도, 브라질, 러시아 사람이랑 자봤어. 물론 한국 사람이랑도 자봤지.

 핀란드, 중국, 일본.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이랑 자봤어. 다 남미 사람들이랑 자봤네? 이것도 페티쉬인가?

 미국! 근데 미국 흑인. 역시 흑인은 다르더라. 야동에서나 보던 그 큰 물건을 진짜로 보다니.

 프랑스 독일 혼혈이랑 해봤어.

 이런 글들이 쭈르륵 계속 이어져나갔다. 그런데 그들은 창피하거나 이런게 없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보였다. 하긴 여기는 인터넷이다. 익명성이 보장된 곳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잠깐만? 그러면 얘네들이 여자가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여기는 아까 내가 말을 했듯이 익명성이 있는 공간이고, 이름도 모르는데 성을 알리가 있나? 성이 사람 이름에 붙어있는 성도 아니고 남자냐 여자냐를 따지는 성별의 문제인데 그걸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

 정은아. 근데 이 사람들 여자 맞아?

 내가 물었다.

 응? 왜요?

 정은이가 왜 그러냐는 듯이 물었다.

 아니, 내가 생각하기에는 좀 이상한게 있어. 생각해봐. 여기 이런 글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올라온다는 것 자체가 여기가 익명이기 때문일거 아니야. 그런데 익명이면 성별을 어떻게 알겠냐고.

 내가 말했다.

 아,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정은이가 말했다.

 응? 그러니까 왜?

 내가 다시 물었다.

 여기 가입하려면 주민등록증이랑 자기 얼굴이랑 다 올려야되거든요.

 정은이가 말했다.

 뭐? 그게 말이나 돼?

 내가 말했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요즘은 어디 사이트를 가입하더라도 주민번호도 안 친다. 그런데 여기에는 주민등록증을 올리고, 그게 정말 맞는지 사진까지 올려야 된다고? 그런데도 여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해서 있는 거에요.

 정은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 그래? 그럼 너도 그렇게 올린 거야?

 내가 말했다.

 뭐... 저도 그렇죠.

 정은이가 말했다.

 오... 그래? 그러면 우리 정은이 사진이랑 주민등록증 좀 볼까?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아무나 볼 수 있으면 여기가 이렇게 돌아가겠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래? 그럼 못 봐?

 내가 물었다.

 그럼요. 당연히 못 보죠.

 정은이가 말했다.

 음... 근데 못 보면 어떻게 알고서 가입 받아줘?

 내가 말했다.

 그 운영자 같은 사람은 보는 거죠.

 정은이가 말했다.

 운영자? 근데 그 사람도 그냥 평범한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아무나 보는 거지.

 내가 말했다.

 어... 어찌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어쨌거나 여기는 그런 곳이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좀 이상한 곳이네.

 내가 말했다. 나는 이 이상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정은이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좋은 이야기를 한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내가 할 이야기는 대부분 정은이가 싫어할만한 이야기였으니까. 여기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했겠지.

 이상한 곳이라는 건 저도 인정해요. 그러니까 제대로 찾아온 거죠. 저희는 언니를 조금 이상하게 만들어야하잖아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래... 그건 그렇지.

 내가 말했다.

 그럼 어떤 걸 원하세요?

 정은이가 물었다.

 응? 원하다니 뭘?

 내가 물었다.

 아무거나 말해도 돼요. 그냥 성적인 걸로 한번 말해보실래요?

 정은이가 말했다. 뭐를 해야하나?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무거나 말할 수는 없지.

 음... 그럼 이런 거... SM? 이런거 어때?

 내가 말했다.

 오! SM이요? 그런 것도 또 금방 나오죠.

 정은이가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핸드폰을 보여줬다. 그 핸드폰에는 역시나 하나의 게시물이 클릭해져 있었다.

 제목은 여기 SM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그리고 그 아래에는 역시나 아까처럼 댓글이 좌르륵 달려있었다.

 내 남친은 약간 변태끼가 있나봐.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는 양초 들고 오더라.

 이런 말 하면 변태로 보이려나? 나는 남자가 때려주면 좋던데?

 여기 S는 없어? 나는 섹스할 때 마다 남자친구한테 욕해. 그런데 더 대박은 남자친구가 그러면 더 좋아한다는 거야.

 우와... 정말 없는게 없구만.

 내가 말했다.

 어때요? 이거면 언니를 타락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정은이가 말했다.

 음... 그래. 이것만 보면 충분히 타락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래도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게 있어.

 내가 말했다.

 응? 어떤게 걱정된다는 거에요? 여기에 접하기만 하면 다 이렇게 되는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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