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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9 남자와 여자의 차이 (49/53)

00049  남자와 여자의 차이  =========================================================================

                                                      

응? 어떤게 걱정된다는 거에요? 여기에 접하기만 하면 다 이렇게 되는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모르겠어. 그렇게 따지면 너 역시도 마찬가지여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사이트에 가입해서 자주 접하다보니까 타락한다. 뭐 타락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들린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변한다는 거 아니야.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너도 이 사이트 회원이잖아.

 내가 말했다.

 오빠, 아니 오빠라고 안 할게요. 형부. 형부. 형부죠? 오빠는 제 형부죠?

 정은이가 말했다. 다른 설명은 필요가 없었다.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나? 그거면 충분이 아니라 넘쳤다. 어쩌면 정은이가 여기에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타락했을 수도 있다. SM... 뭐 이런 건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지. 그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니까. 아까 말한 여러 국적의 남자들을 만나는 것도 개인의 자유다. 문제가 될 게 없다. 뭐... 굳이 지금의 성윤리를 따지느니 어쩌느니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21세기고 모두가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문제가 될 게 없지.

 하지만 정은이의 상태는 달랐다. 정은이는 유부남을 좋아하고 있다. 그 유부남이 또 어떤 사람이냐? 자기의 형부라는 말이지. 그러니까 이런 면에서는 내가 정은이에게 뭐라고 할 수 없다. 이상한 사이트에 와서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라면 너는 왜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 이 물음에 자기는 형부를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답한 거니까.

 정연이가 좋아할까?

 내가 말했다.

 좋아할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내가 물었다.

 저 정연이 언니 동생이거든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남편이야.

 내가 말했다.

 우리는 차이가 있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뭐? 피가 안 섞였다는 거?

 내가 말했다.

 아니요. 나는 이 사이트를 잘 알고 있고, 오빠는 모르죠.

 정은이가 말했다.

 그... 그래? 그런가?

 나는 확신이 없이 말했다.

 그래요. 이 사이트는 겉으로 드러나기로는 유머에요. 언니는 이런 거 좋아한다고요. 여기만큼 재미있는 사이트도 없어요. 그냥 뭐라고 할까? 천천히 잠식되어 간다고 할까요? 왜 옛날에 그런 거 있었다면서요. 영화를 틀어주면서 그러니까 영화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빠른 속도로 사진을 넘겨서 그런 거잖아요. 1초에 24장인가의 필름을 넘겨서 움직이는 것처럼 만드는 거죠. 그때 한장 정도 영화에 상관없는 걸 집어넣는 거에요. 콜라나 팝콘이나 그런거요. 그럼 사람들 머리에 그게 들어오는 거죠. 그렇게 약간 세뇌라고 해야하나? 그런 걸 시키는 거에요. 그럼 그 사람은 다음에 영화보러 와서는 팝콘과 콜라를 사먹는 거고요. 이것도 그런 것과 비슷해요. 유머를 겉으로 내놓고 다른 것들을 종종 보게될거니까요. 그러면 언니는 변할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은이는 아주 열심히 설명을 해줬다. 나는 확신이 여전히 생기지 않았으나 그렇게까지 열심히 말을 하는 정은이를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한번 해보자. 어차피 손해볼 거 없잖아.

 내가 말했다.

 그렇죠. 언니가 이 사이트를 혹시나 싫어한다고 해도 약점 잡힐 거 없죠. 그냥 유머사이트를 소개해줬다고 말하면 그만이니까요.

 정은이가 말했다.

 응.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네.

 내가 말했다.

 ***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정은이가 말을 해줬다. 언니에게 이 사이트를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정연이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물론 정은이가 정연이에게 보여준 것은 야한 이야기나 성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저 유머글들. 나는 정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 올라온 유머글이 어느 수준인지 한번 봤다. 물론 여기는 내가 가입을 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그래도 정은이의 아이디를 빌려서 쉽게 둘러볼 수는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꽤 괜찮은 유머사이트였다. 이건 나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약간은 이상한 말투를 쓰기는 했지만 그건 이 사이트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원래 사이트마다 말투가 조금씩 다르다. 나도 운동관련된 사이트를 하나 자주 이용하는데 그 사이트도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 거기는 무조건 존댓말을 하게하고 예의를 차리게 하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말투가 이상해졌다. 평소에는 무식하고 그런 놈들이 인터넷에 와서 예의를 차리고 해야하니까 홧병이라도 걸린 걸까? 존댓말인 대신에 비꼬는 말들이 유독 많은 그런 사이트였다. 그런 사이트도 특유의 말투가 있는데 이런 사이트라고 없을까... 뭐 그런 것들을 제외하면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는 남자들이 많이 쓰는 곳이고 여기는 여자들이 많이 쓰는 곳이라는 점? 이거 말고 차이점이 많이 있겠으나 그런 모든 것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여기는 여자들이 쓰는 곳이었으니까 전형적인 여자의 심리가 많이 반영되어 있었지.

 내가 가는 사이트는 여자 연예인 올라오면 예쁘다고 한다. 그 사이트는 괜히 선비질을 하는 사이트였기 때문에, 그리고 여자 연예인들은 그저 헤헤 웃어주고 어느 정도 벗어주고 그러지 시비를 걸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 아래에는 예쁘다는 둥 좋다는 둥 칭찬의 글 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달랐다. 그저 예쁜 여자면 물어뜯기에 바빴다. 그리고 남자연예인들은 빨아제끼고. 그런데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인정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었다. 남자나 여자나 다 그런 면이 있을 수 밖에 없지. 남자는 여자 좋아하는 게 당연한 거고, 여자는 남자 좋아하는 게 당연한 거고.

 정연이가 진짜 좋아해?

 나는 정은이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예, 정말이라니까요.

 정은이는 확신을 하며 말했다.

 음... 그런데 있잖아. 그럼 아무래도 정연이에게 더 자유를 줘야할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자유요? 어떤 자유요?

 정은이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말했다.

 지금 정연이가 네 아이디로 쓰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러면 댓글이나 글 같은 걸 못 남길 거 아니야? 그러니까 직접 가입을 할 수 있게 해야지.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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