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3화 : 과외 선생 1♠♠
수빈이는 김상병이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뒷걸음치 고 나가서,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고 나
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왠지 김상병의 숨소리가 들리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슬며
시 돌아누우며 실눈을 떴다. 침대 옆에 있어야 할 김상병은 그림자도 보이 지 않았다. 창문 쪽
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쪽에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문을 쳐다보고 나서야 얼른 일어나 앉았 다.
휴!.......
수빈이는 김상병과 또 다른 한숨을 내 쉬었다. 숨 죽이고 내 쉬는 김상병의 한숨이 안도의
한숨이었다
면, 마음놓고 이불자락이 펄럭이도록 한숨을 내쉰 수빈이는 무언가 허전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었다.
"어머머!"
수빈이는 탈진한 사람처럼 벽을 기대고 한참 동안 맥없이 앉아 있었다. 무언가 미진한 것
같으면서도, 엄청난 경험을 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서 였 다. 그러다 슬며시 란제리를
끌어올리고 나서 브래 지어를 치켜올렸다. 젖꼭지가 오똑 서 있는 게 보 였다. 그 젖꼭지를
김상병이 만졌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쾌감이 우리하게 밀려오는 것 같아서 소스
라치게 놀랐다.
설마!
그녀는 김상병이 젖꼭지를 만칠 때 숨이 멎는 듯한 긴장을 느꼈으면서 그게 꿈처럼 느껴졌
다. 꿈속에 서 김상병이 아랫배를 쓰다듬다가 브래지어를 벗기 고 젖가슴을 주무르는가 하면
입으로 빨아 준 것 같 은 생각이 들면서 얼른 브래지어를 내렸다.
아니야!
그녀는 심장이 겉잡을 수 없이 뛰는 것을 느끼며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도리질을 쳤다. 이제
겨우 열 여섯 살 먹은 고등학교 일 학년이 그렇게 엄청난 상 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김상병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잠을 자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겁쟁이처럼 그냥
물러난 것 이 야속하기 도 했기 때문이다.
오대령의 운전병 최상병은 평소 때와 다름없이 관사 앞에서 차를 세웠다. 그는 다른 날과 다
르게 차에서 내려 초인종을 눌렀다. 오대령이 동승했을 때는 차 에서 내리지 않고 가볍게 경
적을 누르면 동기생이자 당번병인 김상병이 총알처럼 튀어나오게 되어 있었 다. 그러나 오늘
은 혼자 왔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연대장 님은?"
김상병이 대문 앞에서 문 열어 주기를 기다리는 최 상병에게 물었다.
"사단장님 관사에서 오늘 회식 있다, 안 하나."
최상병은 김상병이 대문을 열고 있을 때는 이미 연대장 전용 지프 일호 차에 탑승하기 위
해 돌아섰 을 때 였다. 그는 등뒤로 대답을 던지며 일호 차에 올라탔다.
"몇 시쯤 오신 다냐?"
김상병은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일호 차가 정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지켜봤다. 일호 차
는 서서히 대문 안 문턱을 넘어 정원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연대장이 오늘 늦게 돌아온다는 말을 듣는 순간 왠 지 안심이 되는 듯한 기분 속에 창문 옆으
로 가서 다 시 물었다.
"내는 모른다. 끝나면 전화 한다 캤으니께."
최상병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일호 차가 정위치에 정차했는가
확인을 했 다. 일호 차를 세워 두는 위치는 항상 대문과 오십 센치 간격을 두고, 앞으로는 삽
십 년생 회양목 두 그루가 있는 화단 앞이었고, 그 옆에는 오대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쥐
색 소나타가 정차 해 있었다.
"별 일 없지?"
김상병은 최상병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지켜 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등을 툭 치며 싱겁
게 웃었다.
부대 내에서 별다른 일이야 있을 수 없지만, 비상 사 태라도 발생하는 날이면 부대로 임시 복
귀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별일 있었으몬, 연대장님이 사단장님 관사에서 술 마시러 가실 턱이 있나, 꼼짝없이 영내에
서 대기해 야 할거 아이가."
최상병은 군복의 먼지를 톡톡 털며 별 싱거운 소리 다 묻는 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비상사
태가 발생하 면 내무반 생활을 해야 하는 건 김상병 뿐이 아니었 다. 최상병 역시 내무반에서
대기를 해야 할 처지 였 다. 그렇다고 그들이 평상시에는 사병의 신분으로 영외에서 근무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영외, 즉 부대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오대령의
재량권에 위한 조치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니 어디 아프나?"
최상병이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왜 아픈 사람처럼 보이냐?"
김상병은 순간 가슴이 뜨금 했다. 마치 니 수빈이 하고 머 했노? 라고 묻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였 다. 어색하게 웃으며 자기 얼굴을 문질러 보았다.
"안 아프면 괘 않고, 내는 니 얼굴이 병든 달구 새 끼 마냥 누렇게 떠서 안 물었나. 그 카고
아픈 사 람이란 말이 뭐꼬? 아무리 영외 생활 한닥카지만 우 린 군인 아니가. 그카믄 아픈
군인 안 같나, 이케 물어야지."
최상병은 김상병보다 덩치가 훨씬 컷다. 덩치만 큰게 아니고 목소리도 걸걸했다. 상대적으
로 김상병 은 적당한 몸짓에 갸름한 입술하며 맑은 눈을 소유 한 화이트칼라다운 용모를 소유
하고 있었다.
"대장님은?"
최상병과 김상병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실로 들어 섰을 때 안방 문이 열리며 추여사가 물었
다. 그녀는 남편인 오대령이 퇴근할 때 나와 보는 법이 없었다.
김상병이 들어와서 연대장님 퇴근하셨다는 말을 전해 줄 때야 주방이나, 안방에서 거실로 나왔
다.
"대장님은 열 한 시쯤에 나 돌아오실 껍니더. 사단 장님 관사에 계시거든 예."
최상병은 김상병에게 말 할 때 와 다르게 부드러 운 목소리로 대답은 했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장 롱 앞에 서 있는 추여사는 이제 막 외출복을 갈아입 고 있는 중이고, 최상병의 눈
에는 단추를 채우고 있는 블라우스 사이로 젖가슴을 반쯤 가리고 있는 검은 색 브래지어가 시
야에 사로 잡혔기 때문이다.
"또, 고주망태가 되서 들어오겠군."
추여사는 코웃음을 치며 방문을 닫았다. 방문이 닫히자 마자 최상병이 김상병을 이끌고
건너방으로 들어갔다.
"니 봤제?"
최상병은 삼십대 후반으로 볼수 없는 추여사의 우 윳빛 속살이 눈 앞에 아른 거리고 있는
것을 느끼며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뭘?"
김상병은 수빈에게 했던 짓 때문에 추여사의 얼굴을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상병처럼 추여사의 풍만한 젖가슴을 보지 못했다.
"와! 우리 사모님 이거 굉장하데이, 완전히 글래 머다 아이가, 마 수빈이 만한 딸이 있다
카믄 믿 는 사람 없을 끼다. 참말로 끝내 준다 안하나....."
최상병은 손으로 자기 가슴을 부풀리는 흉내를 내 보이며 입을 딱 벌렸다.
"치.....난 또 뭐라고......"
김상병은 코웃음을 치며 책상 앞에 앉았다. 저녁을 먹고 수빈이 에게 지도 할 참고서를 챙기
며 추여사가 옷 갈아입는 모습을 떠 올렸다. 검은 색 팬티와, 같 은 색의 브래지어를 걸친 체 허
리를 굽히고 바지 가 랑이에 발을 집어넣는 광경이었다. 그녀의 허벅지 며, 탄탄해 보이는 아
랫배, 그 위에 있는 탐스러운 젖무덤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픽 웃었다. 겨우 젖 가슴만 훔쳐
보고 나서도 그렇게 놀랄 정도이니, 반 나체를 봤다면 까물어 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서 였다.
"니는 못봤제? 참말로 굉장하다 안 카나, 비디오 에서 나오는 가스나 들은 쪽도 못춘데
이....... 킬 킬......"
최상병의 성격이 단순하고 직설적이라면, 김상병은 신중한 가 하면,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내 보이지 않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김상병은 최상병의 말을 못 들은 체 하고 수학 참고서를
펼쳤다.
오늘은 집합과 원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도해 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수빈이의 아담한
젖가슴이 떠올랐다.
젖꼭지만 만져 보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 서도, 이왕이면 팬티 안에까지 손을 넣어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그 정도에서 끝 낸 것이 역시 잘 했다는 것이었
다.
자칫 수빈이가 잠이라도 깼으면 심각한 문제로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귀대 조치는
물론이고, 전방으로 쫓겨 갈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칸데 있지? 수빈이 그 가시나는 얼굴은 갸름한 게 영- 판, 지 엄마를 빼다 박았으면서 젖가
슴은 와 그 렇게 빈대떡 이노. 이왕이면 곱단 치마 라꼬, 수빈 이 그 가시나도 지 엄마 반 만
닮았어도 영 보기 좋 을 낀데, 그 가시나는 완전히 파이 아이가."
최상병은 군복을 벗고 집에서 입기 편한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으면서도 추여사의 풍만한
젖가슴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좀처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러다 화재가 추여사의 얼굴을 많이 닮은 수빈이에 게 옮겨지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김상
병의 등을 툭툭 쳤다.
"아...아직 어....어리잖아. 수빈이는."
김상병은 최상병의 말에 더듬거리며 대꾸했다. 그 렇지 않아도 수빈이의 아담한 젖가슴을
떠올리고 있 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 놈아, 이거 오늘 와카나, 니 정말 괘 않은 기 가?"
최상병은 김상병이 당황해 하는 뒷모습을 쳐다보며 별일도 다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 보다 말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 이야기를 할 때 는 곧장 장단을 맞춰 주던 김상
병이었기 때문이다.
"어! 니 어데가노?"
김상병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최상병이 다시 물었다. 김상병은 역
시 더듬거리 는 목소리로 담배를 사러 간다며 문을 닫았다.
햐! 저놈아 오늘 참 희한하데이, 꼭 주인 딸 건들 은 머슴 새끼 같데이, 가만!.... 하모......수
빈이 그 가시나가 여자가 아직 얼나지.....
최상병은 제 멋대로 상상하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싱글벙글 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소파에
걸터앉으며 텔레비전 리모콘을 들었다. 오늘은 오대령도 없겠 다. 오대령이 올 때까지 마음놓
고 텔레비전이나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일과는 끝이었고 취침하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
다. 그러나 담배를 산다면 밖으 로 나간 김상병은 밤늦게 까지 수빈이 과외를 해야 하는 일
이 남아 있었다.
"최상병!"
최상병이 빈 거실에서 리모콘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추여사가 안방에서 나왔
다. 최상병은 추여사가 나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소파에서 일어섰 다.
"오늘 사단장님 댁에서 회식 있는 거 정말 맞어?"
추여사는 발끝까지 내려오는 홈드레스를 입고 있었 다. 재질이 실크 인 까닭에 그녀가 움
직일 때마다 옷자락이 그녀의 봉긋하게 튀어나온 아랫배며, 풍만 한 젖가슴에 착착 휘감겼다. 그
녀는 옷을 갈아입으면 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단장은 요즘 위장이 좋지 않아 금주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 주일 전에도 위장에 좋다는 야생 칡뿌리로 갈아 만 든 칡차
한 박스를 갖다 준 적이 있었다.
"마....맞습니더. 연대 참모님 들하고 하고예, 부 관님 계시는 거 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
했다 안 합니꺼."
최상병은 연대장이 시킨 대로 거짓말을 했다. 오늘 따라 추여사의 몸매가 다른 날 보다 훨씬
섹시해 보 였다. 자신도 모르게 추여사의 몸 전체를 타는 듯 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면서 지 금쯤, 카페 탱고의 미스 박과 술을 마시고 있을 연 대장이 부러워 졌다.
이처럼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있으면서 무엇이 부족해 카페 종업원에게 푹 빠져 있 는 것일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
추여사는 최상병의 타오르는 눈빛을 발견하고 싱 긋이 웃으며 자기 몸을 슬쩍 쳐다보았다.
아직도 젊 은 사병의 눈을 사로잡을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덕분 에 사단장 집의 회식을 핑계로 딴 짓을 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남편에
대한 의심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 버렸다.
추여사는 식탁에 저녁을 차려 놓고 이층으로 올라가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소파에 앉아 텔레
비전을 보고 있는 최상병을 잠깐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남편이 이상했다. 요즘 들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자의 직감이라고
할까, 남편에게서 언뜻언뜻 다른 여자의 체취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뿐인가, 요즘 들어서는
섹스가 거의 형식적인 의무 방어전에 불과 했 다. 남편의 말로는 연대장이 되고 부터 부쩍
신경 쓸 일이 많아서라고 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한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 최상병을 회유
해서 꼭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며 수빈이 방문을 불쑥 열었다.
"수빈아!'
추여사는 남편을 생각하느라 노크하는 것을 잊 어버리고 수빈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빈이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며 일어나는 게 보였다.
"엄마!"
수빈이는 침대에 지금까지 김상병 때문에 혼란 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이 열리는
기척에 김상병 인줄 알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순간 문을 연 사람이 어머니라는 것을 확인하 는 순간 짜증이 나서 신경질 적으로 소리 쳤다.
"왜, 노크 안 했다고 그러는 거니? 알았다.
엄마가 잠깐 딴 생각하느라 깜박 했다. 다음부 터는 잊지 않고 노크할 테니 어서 저녁 먹으로
가자."
추여사는 여느 어머니처럼 침대 시트를 정리 해 주고 나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늘 따라 딸의 모든 것이 부쩍 성숙해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았어......근데 엄마, 나 오늘 저녁에 과외 안하면 안돼?"
수빈이는 추여사를 밉다는 얼굴로 노려보던 표정을 바꾸며 응석을 부리듯 물었다. 낮에 그
런 일이 있고 나서 왠지 김상병의 얼굴을 제대 로 쳐다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
다.
"왜? 어디 아프니?"
"아니, 그런 건 없지만 오늘은 쉬고 싶어."
"그럼 두 시간만 하고 일찍 쉬도록 해. 공부 란 게 매일 해야 늘지 하고 싶을 때하고, 하
기 싫다고 안하면 실력이 늘지 않잖아."
"그래두 오늘 딱 하루만 쉬고 싶어 응? 엄마 아....."
수빈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추여사의 품에 안겨들 듯한 몸짓으로 응석을 부렸다.
"안돼, 아빠가 알게 되면 엄마 만 꾸중듣잖 아.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요즘 당번병 들을
모두 부대로 복귀시키라는 지시가 자주 떨어지 는 모양인데, 아빠가 그 위험을 감수하고 김상
병을 집에 두고 있는 걸 생각해 봐. 그러니까, 정 피곤하면 두 시간 정도만 하고 일찍 잠자리
에 들어. 알았지?"
추여사는 수빈이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부드 럽게 타일렀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부내
내에 있는관사가 아니고는, 영외 관사에 사병을 파견하는 것은 군법에 저촉되는 행위였다. 그
러나 명문대 학생을 돈 한푼 안들이고 과외 선 생으로 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위험을 감수
하고 비밀리에 파견 근무를 시키는 중이었다.
"알았어......"
수빈이는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 다. 오대령은 추여사와 다르게 엄격하다는 것
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모처 럼 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추여사가 야속
하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었다.
수빈은 맞은편 식탁에서 저녁을 먹는 김상병 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밥을 먹는 둥 마
는 둥 먹는 흉내만 내고 몸이 피곤하다는 걸 핑계로 이층 방으로 올라갔다. 침대에 번 듯
이 누워 김상병의 얼굴을어떻게 보나 하며, 가 슴 조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오....오빠!"
수빈은 얼른 일어나서 거울 앞에 섰다. 머리 카락이흩트러 졌는지 확인하고 옷매무새를 다듬
었다. 가슴이 쿵쿵 뛰는 것 같은 긴장감 속에 가슴 라인이 깊게 파인 배꼽 티가 왠지 어색
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때서야 떨리는 목소리로 반응
을 보였다.
"많이 아프니?"
김상병은 평소 때처럼 부드럽게 물으며 방으 로 들어왔다. 그러나 청바지에 몸에 배꼽 티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수빈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다시 그녀의 젖가슴이 생각났다. 왠지 어
색한 긴장이 방안에 고여 있다는 것을 느끼며 소리나게 잔기침을 하고 나서 그녀 옆에 있는
빈 의자를 끌어내 앉았다.
"아니......."
수빈은 김상병의 얼굴을 바라 볼 수가 없어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책장을 펼쳤
다. 평소 같았으면 가능한 공부 시간을 줄이려 고 미주알, 고주알 수다를 떨며 삼십 분 정도
는 그냥 흘려 보내기 일쑤 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 풍부한 수다꺼리가 한 가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대신 김상병의 시선이 자기 젖가슴 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아 어깨를 움츠렸다.
"오....오늘은 왜....웬일이냐?"
김상병은 그렇지 않아도 저녁을 먹고 이층으 로 올라오면서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
녀의 젖가슴을 더듬었던 일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