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23화 : 왜 날 그냥 뒀어요 (1)♠♠
최상병은 희숙이가 지껄이는 말을 도통 알아들 을 수가 없었다. 만난지 는 대 여섯 시간 된다
지만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줄 곧 그녀는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에서 자기를 그냥 두었으니 너무 하다고 원망하 는 그 저의를 알수가 없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알몸을 보여 줬을 때 어떤 생 각이 드는지 아세요?"
어럽쇼, 열녀 춘향이가 신촌에도 있었네?
최상병은 고개를 흔들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희숙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
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 러나 그 잘못된 그 무엇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내가 오죽 못 났으면......흑흑."
희숙이의 눈자위에서 눈물이 그렁하게 솟아오 르는가 했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육군 상병 최상병 참말로 미치고 팔딱 띄겠데 이.....도대체 낼 잡아 묵자는 건가 뭐꼬?
"이봐요. 희숙씨요? 희숙씨의 몸매는 참말로 끝내 준다 안합니꺼. 내 말 참말로 몬 믿겠으면
오늘 집에 가는 즉시 어무이 한태 물어 보이소.
최상병은 신경질이 나서 소주를 절반이나 마셔 버렸다.
"우리 엄마야 물론 잘 생겼다고 하겠지요. 중 요한 건 남자의 시선이라구요. 흑흑... 지금 제
심정이 얼마나 참담한 줄 알기나 하세요. 꼭......"
희숙이는 술 탓인지 모르지만 엎드려서 오열을 하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하긴..피자 먹고 보리 방귀 낀 기분이겠지. 자 기 자신이 오죽 못났으면 털 다 뽑아 놓고
자...묵어라! 라고, 내 맡겨도 먼 산 쳐다보고 담배만 피우고 있는 꼴이니.
최상병은 조금씩 희숙이의 기분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천지신명의 뜻을 받
들어 그녀의 망가진 기분을 꾀매 줄 차례가 된 셈이었다.
"좋심더! 희숙씨의 말을 이해 하겠심더. 그 카 면 내가 우째 해 주면 좋겠심꺼?"
최상병은 침대에 걸터앉아 말을 내려 깔며 어 깨를 들먹이는 희숙이의 등을 살짝 누르고 조용
히 흔들었다.
"죄송해요. 안 울려고 했는데 슬퍼서 자꾸 눈 물이 나네요."
"그카모 안 슬픈데도 눈물이 나는 사람도 있습 니꺼?"
"아뇨."
"그카모 눈물 뚝 하이소!"
"네."
희숙이는 눈물을 닦으며 부끄럽게 웃었다.
"내가 우째 해 주면 덜 참담해 지는데 일조를 할 수 있겠습니꺼?"
"죄송하지만 절 안아 주세요. 제가 못 생기지 않았다는 증거가 바로 그거잖아요."
제기랄 이었다. 하느님 이건 제기랄 입니더. 최 상병은 천장을 쳐다보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나
서 희숙이를 내려다보았다. 어휴 죄가 있다면 여자의 눈물에 약한 내가 죄 아니겠나. 우선 불
을 껐다. 그리고 옷을 홀라당 벗어버리고 침대 시트 속으로 들어갔다.
"됐습니꺼?"
희숙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거렸다. 어느 틈에 창밖에는 어둠의 장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최상병은 가슴으로 희숙이의 뛰는 심장 소리가 무리 없이 전해져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머
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저 안 밉죠?"
희숙이가 최상병의 손을 잡아 자기 볼을 쓰다 듬으며 속삭였다.
"응. 이쁘다!"
"얼만큼 요?"
"음......최진실 만큼이야 안 이쁘겠노?"
"거짓말."
"그래 거짓말이다. 카지만 이쁜 건 사실이데
이."
최상병은 희숙이의 코며 얼굴, 귀를 쓰다듬으 며 지금 내가 이천 이년 월드컵 축구를 앞두고
이러고 있어도 되는가 모르겠데이, 하는 한심한 생각에 기가 막힌걸 을 참느라 건성으로 말대꾸
를 했다.
"하지만 좋아요. 절 이렇게 안아 주시니까?"
"근데 니 바보 멍청이 아이가?"
최상병이 희숙이의 젖꼭지를 배배 틀다가 원위 치 시키면서 뜬금 없이 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보가 아닌 이상, 처음 만난 남자에게 안 아 주지 않는다고 시집간지 한 달만에 친정 어
머니의 부음을 받고 통곡을 하는 새 색시 같지 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네. 바보예요."
"맞다. 니는 바본갑다....바보가 아닌 이상 그 칼수는 없지."
최상병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재수 옴 붙었네. 하필이면 많고 많은 여자 중에 바보와. .라고
생각하다가 엥! 하며 깜짝 놀라 다시 입을 열었 다.
"우와! 니 참말로 바보란 말 이가?"
오일병 니는 귀대하는 즉시 내 손에 죽었다고 복창하레이. 육군상병 최상병을 우째 봤길래.이
런 바보 문디이 같은 가스나를 소개팅 시켜 주 노. 최상병은 울고 싶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
었다.
"네. 최상병님 앞에서는 바보가 되고 싶어요. 솔직히 전 지금까지 세상에 있는 모든 남자들은
늑대라고 생각했거든요. 세 살 박이 조카까지 말이에요. 하지만 최상병님은 절 지켜 주셨잖아
요. 더구나 제 알몸을 보고 나서도 말예요...."
희숙이는 고개를 가슴에 파묻으며 더 이상 말을 못했다.그러던 순간이었다. 최상병의 심벌이 그
녀의 꽃잎 언저리에 충동 사고를 일으키는 순간 이었다. 희숙이가 최상병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
을 딱 벌렸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데이."
최상병은 희숙이가 바보가 아니다는 점에 하느 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다가 고개를 설래설래 흔
들었다.
"그럼 왜 여기가 갑자기 열이 나고 딱딱해 졌어 요."
희숙이가 최상병의 심벌을 잡고 흔들며 걱정 어 린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이 가스나 참말로 바보 아니가?
최상병은 여자가 자신의 심벌을 흔들어 주는데 서 비롯되는 쾌감 같은 것은 느낄 겨를이 없었
다. 이번에는 그가 입을 딱 벌리고 두 눈까지 동그랗게 뜬 체 희숙이의 얼굴을 기가 막히다
는 표정으로 노려봤다.
"어머머, 여기 털도 났네요. 난 여자들만 이런 줄 알았는데?"
우와! 이 가스나 참말로 오리지널 바본갑다!
최상병은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고, 희숙이는 다시 핵폭탄 같은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 뱉었
다.
"어머머 제것도 이상해 졌어요. 전에는 이런 적 이 없었는데 비눗물 같은 게 나오는 거 같아
요."
"니 참말로 남자 꺼 한번도 안 봤나?"
최상병은 혼란스러웠다. 순진한 건지 바보라서 그러는 건지 도통 분간을 할 수 없어서 였다.
그러나 분명 한 것은 검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까 적어도 바보는 아닌 것 같다는 거 였다.
지능이 평균 이하인 저능아라면 눈동자부터 풀 어졌을 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것이 오히려
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요즘이 조선왕조 오백년 도 아니고, 사이버 스타가 판치는 20세
기 말엽이기 때문이다.
"볼 이유가 없잖아요. 남녀 혼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세요?"
"아니데이. 내가 잘못했데이."
최상병은 희숙이한테 뭘 잘못 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일단 그렇게 말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 아서 였다.
"절 좀 더 꼭 껴 않아 주세요.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요.막 떨리기도 하고. 정말 이런 기분 처
음이에요."
최상병은 또 한번 만루 홈런을 맞은 투수가 되어 버린 심정이었다. 남녀가 알몸으로 껴 않으
면 그야 말로 볼장 다 본 거나 마찬가지 였다.
따라서 스스로 껴 않아 달라면 빨리 해 달라는것과 똑 같았다. 그럼에도 선뜻 희숙이를 껴 않
을 수 없는 것은, 만에 하나 희숙이가 정말 바보면 그 뒷감당은 어떡케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니 참말로 처음 이가?"
최상병은 계속 희숙이 옆에 누워 있다가는 봉변을 당하고 말것 같은 불길한 기분을 짓누르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의 심벌은 주인의 이 답답하고 터져 나갈 듯한 기분에 아랑곳없이 여자
맛을 봤다고 기세 등등한 자세로 서 있는 체 였다.
"뭐가요?"
희숙이가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내 말은 남자하고 이케 누워 있는 기 처음 이가, 아니모 두 번짼가 하고 묻는 말이데이."
"처음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예요. 그럼 저 어떡하죠.진짜로 처음 인
데........"
"그카모 니 학교 어디 나왔노?"
"서일 여고 나왔는데요. 어머머! 근데 남자하고 잘려면 학교도 중요한 거예요?"
희숙이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이 토라진 얼굴로 반문했다. 최상병은 그녀가 김일병의 입을
통해 자신은 대학 재학 중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슬며시 그 말은 취소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말은 니가 너무 쑥맥이니까, 이 숨가쁜 상황에서 학교 야그까지 나온다 안하나. 니 정말
바보는 아니제?"
최상병이 생각해도 웃기는 질문이었다. 바보한테 너 바보냐고 묻는 다면 나 바본데 왜 물어,
라고 대답할 바보는 없으리라는 생각에서 였다.
"어머머, 두고 보자니까.정말 너무 심한 거 아 니에요. 학교는 어디 나왔냐고 묻질 않나. 멀쩡
한 사람을 갖고 바보냐고 묻질 않나. 최상병님 이야 말로 바보 아닌가요?"
희숙이가 이불을 목까지 끌어 당긴 체 화가 난 다는 표정으로 뾰로통하게 반문했다.
"내 말이가?"
이런 경우를 혹 떼러 같다가 혹 붙이고 온다고 하는가. 최상병은 졸지에 역습을 당하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네. 최상병님이야 말로 바보가 아닌 이상 멀쩡 한 사람을 바보 취급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가? 내가 바보가?"
최상병은 길지 않은 밤송이 머리를 죄다 쥐어뜯 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콱콱 막혀 오는
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까 희숙이는 남자의 육 체 구조에 대해서만 맹탕이지, 그 밖의 모든 것
은 정상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