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32 9. 또다른 어플 소유자 (32/57)

00032  9. 또다른 어플 소유자  =========================================================================

                                          

새해.

신년이 되었다.

새로운 해가 찾아왔고 나는 오랜만에 학교를 찾아왔고. 정시 원서를 넣기 위해 선생님과 상담을 하기 위해 온것이다.

"유진 네 실력이면 일단 서울권은 가능하겠구나."

선생님은 내 수능 성적을 보시며 긍정적인 말씀을 하신다.

뭐 내가 봐도 이번 수능은 잘보긴 잘 봤지.

"하지만 의대나 이런건 어림도 없겠네. 지방은... 기대할 수 있지만."

"그, 그런가요..."

역시나 의대같은건 힘든건가.

뭐 알긴 하지만 이왕이면 좋은 과를 섣택해서 가고 싶은데.

"음.. 전문직을 할거면 설계사 같은건 어떠니?"

"설계사요? 그 건물 설계하거나 하는 사람요?"

"그래. 너 수학은 잘하잖니. 그래서 말하는 건데. 어때?"

설계사라... 뭐 딱히 싫지는 않지만... 갑자기 말해도...

"일단 생각은 해볼개요."

"그래. 부디 좋은 대학 좋은 과 선택하길 바란다."

"네."

그렇게 선생님과의 짧은 상담을 끝내고 상담실을 나왔다.

그리고 나는 잠시 학교를 둘러본다.

약 3년동안 함께한 이 학교도 이제 안녕이네.

이제 졸업을 한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여러모로 심난하댜.

여기서 좋은 추억 좋지 않은 추억을 전부 새겼는데...

이제 새로운 곳으로 발을 내미는 건가?

"일단 집에 돌아가서 좀더 생각해보자."

집에 들어가서 어디를 갈지 좀더 찾아보기로 한다.

일단 이과쪽의 과를 선택해야 겠지?

그런데 대학생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곧 시작할 캠퍼스 생활에 나는 두근두근 거린다.

캠퍼스를 가면 교복을 입지 않고 사복으로...

술도 마시고 성인 답게 놀고 여자와 미팅... 이라니. 이미 연인 있는 내가 무슨.

수정이가 알면 큰일날 생각을 해버렸다.

수정이가 있는데 딴 맘 먹을 샹각하려 하다니...

뭐 다른 사람들에게 수정이를 나와 사귀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남매니까.

하지만 남매면 어떤가. 우리둘의 마음이 더 중요한데.

나와 수정이는 진심으로 서로를 아낀다.

서로 힘내면...

"...진아?"

그때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로 나를 애칭으로 부르는게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몸이 굳어졌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데...

뒤에 그녀가 있었다.

"...지혜야."

지혜였다.

내 첫사랑. 처음으로 나와 연인이 되었고 그 녀석을 선택해 나를 버린...

쟤도 상담으로 여기 온건가?

지혜는 천천히 나에게 오는데...

"저기 잘 지냈어?"

"응. 뭐 그럭저럭."

"다행이다. 그동안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네가 왜 궁금한데? 나 버리고 잘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심술궃게 말을 했다.

이러고 싶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본심이...

"... 그래. 그렇네. 내가 이럴 자격... 없지."

내 말에 지혜는 고개를 숙이며 우울하게 말을 한다.

내가 말이 심했나라고 생각하지만 이정도는...

"난 먼저 간다. 그럼."

"아... 자, 잠깐만."

집에 가려고하자 나를 불러 세우는 지혜.

나는 뒤돌아보며 "뭔데?"하고 그녀를 보았다.

내가 보자 지혜는 나를 보며 뭔가 말을 하는데...

"잠깐 좀더 이야기 할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너랑 할 이야기 없어."

"그러지 말고. 잠깐만이면 되니까. 응?"

거절을 하지만 계속해서 시간을 내달라는 지혜.

솔직히 성가시고 귀찮다. 내가 왜 이 여자랑...

더 이상 말도 섞고 싶지 않다.

그냥 집에 갈까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양심이 찔리는 것 같았고...

에라 모르겠다.

"알았어. 잠깐이야."

"고마워. 진아."

지혜는 엄청 기뻐하는데...

왜 이리 기뻐하는지.

일단 우리는 학교를 나와 근처 카페로 갔다.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음료를 주문을 하고 그 커피로 몸을 따뜻하게 했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뭔데?"

"응? 아... 그게.. 요즘 진이 너가 뭐하고 지냈는지 궁금해서."

"...별걸다 걱정한다."

"그렇네. 내가 이걸 물은 자격 안되...는데."

"잘 알면서 왜 묻는데?"

"궁금해서."

엄청 순진한 얼굴을 하며 말한다.

저런 표정 보는것 부터가 열불이 날거 같다.

저런 표정으로 잘도 날 배신해서...

아니 이제 신경도 쓰지 말자. 이제 나랑 관련 없는 남이니까. 그래 남이다.

"별거 없었어. 그냥 집에서 적당히 지냈어."

"그래? 그렇구나."

"그럼 넌? 그 녀석이랑은 잘 하냐? 크리스마스때도 둘이 지냈을거 아냐."

"...동근이 말이지?"

지혜의 입에서 그 놈의 이름이 올라왔다.

순간 열이 올라올거 같다.

날 배신한 또 친구...

그날 나는 친구와 연인을 잃었었지.

"그래. 그놈이랑은 만날 약속 안했어? 나랑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야?"

"...동근이랑은 해어졌어."

지혜의 말에 나는 순간 놀라버렸다.

지금 뭐라고 했는지 순간 멍해졌는데...

"헤어졌다고?"

"응. 크리스마스때 헤어졌어."

그 말에 기가 막혀왔다.

박지혜 너. 진짜 대단하다...

나를 버리고 그놈이랑 만난지 얼마 되었다고 또 남자를 차? 보기와 달리 남자를 가지고 노는구나.

생긴건 남자를 잘 모르는 얼굴이면서 남자를 그렇게 쉽게 차다니... 아주 못된 여자구만.

"그래서 그런걸 나에게 이야기 하려고 나랑 이야기 하려고 온거야? 나 남자 바꿔사는 여자라고?"

"아, 아니야. 진아 그런게..."

"됐어. 너에게 실망할건 없지만 진짜 실망했다. 날 버리고 또 남자를 차다니. 아주 남자를 가지고 노는데 맛 들였네. 맛 들였어."

"진아... 잠깐만 내 이야기를..."

"됐어. 난 간다. 다음에 볼 생각마."

"지, 진아..."

나는 바로 카페를 나왔다.

저 여자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성을 잃을거 같아서...

카페를 나온 나는 그대로 달려 카페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가로수 밑으로 가서 몸을 기댔다.

"박지혜... 내가 그런 여자였다니... 아하하... 아하하..."

내 첫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알게 되자 엄청난 충격이었다.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진실이 너무 잔혹하다.

그 여자에게 있어 나는 그냥 가지고 노는 남자였을 뿐이다.

그런 여자를 난.... 난...

"...수정아."

수정이가 보고 싶다.

아무 조건 없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수정이가.

나는 핸드폰을 꺼내고 수저이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음이 얼마가지 않아 바로 수정이에게 젆하가 걸렸다.

'오빠. 무슨일이야? 왜 정화를.'

"그냥. 우리 이쁜이 목소리 듣고 싶어서."

'오, 오빠도 참. 에헤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수정이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 안정이 되었다.

너무나 좋았다.

그래. 수정이가 있어주면 된다. 수정이만...

"저기 수정아 밖에 안올래?"

'밖? 왜?'

"너랑 데이트 하고 싶어서?"

'데이트?'

"응. 싫어?"

'아니야. 바로 나갈게. 지금 당장.'

"천천히 나와. 학교 근처 교회 알지? 그쪽으로 와."

'응. 알았어. 오빠.'

수정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하고 나는 통화를 끝냈다.

수정이와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다.

모든 좋지 않은 감정이 정화되는거 같았다.

나는 수정이를 기다렸고 수정이를 만나 데이트를 한다.

●●●

오늘 학교에 가서 진이와 우연히 만났다.

진이는 대학 선택을 위해 상담을 받으러 온건데...

진이를 본 나는 너무 기뻤다.

그토록 보고 싶던 그 사람이 내 앞에 있어서.

기쁜 마음에 그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가 나를 보는 시선은 너무나 차가웠다.

마치 나를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알고 있다. 진이가 나를 보는 시선이 왜 그런지.

알고는 있지만 그 시선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진이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했고 가려 하자 나는 그를 불러 세워 이야기를 해달라 부탁을 했고 그는 내 말을 받아주며 겨우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다.

그와 학교 근처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한다.

진이와 단둘이 카페에 오자 난 진이와 대이트를 하는거 같아 조금 기뻤다.

진이에게 요잠 뭐 하며 지내는지 묻는데 진이의 대답은 여전히 차가웠다.

나는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하다 동근이와 헤어진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말하자 진이의 얼굴을 엄청 험악해졌다.

나를 마치 벌레라도 되는 듯이 혐오하는 눈으로 보는데...

그는 나를 남자를 질리면 버리는 여자로 보는거 같았다.

이해는 한다. 그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그것마저 얼마 안가 헤어졌으니까.

그가 나를 그렇게 봐도 나는 할말은 없다.

그래도 그에게 그런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

그런게 아닌데 그런게.. 절대 아닌데...

진이는 나를 놔두고 카페를 나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린다.

"진아... 미안해... 미안해..."

그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사과를 해서 그가 용서 해주지 않을지 몰라도 난 그에게 사과를 하고 혹시라도.. 혹시라도 나를 용서해주고 예전처럼 다시 연인이 되지 않을까 하고 바라왔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나를 혐오하듯이 본다.

난 진이 뿐인데... 진이를... 아직...

"...돌아가고 싶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예전에 내가 그와 연인으로 지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와 헤어진 사실이 전혀 없는 그때로.

그와 헤어진 사실이 아예 없던 사실이 되었으면...

"...헤어진 사실을 없던 걸로?"

그 말을 중얼거리고 나는 핸드폰을 본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진이의 기억을... 나와 헤어진 기억을 없애서 헤어졌다는 사실을 없다면?

그렇게 생각을 하고 핸드폰을 본다.

정말 그렇게만 되면 난 진이와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진이와 다시...

하지만 그럴수 없다. 이게 진짜 인지도 모르는데 그런...

무엇보다 너무 이기적이었다.

이기적으로 그에게 그럴수는...

그래도 난...

"어떻게 해... 나 어떻게 해야 되. 진아... 진..아."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로... 그때 진이의 여자였던 그때...로. 흑...

돌이킬 수 없는 사실에 나는 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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