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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8 10. 반란 (38/57)

00038  10. 반란  =========================================================================

                                          

“진아!”

저 멀리서 지혜가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마치 애인을 부르는 것 처럼.

불쾌했지만 지금은 참아본다.

지혜는 나에게 오고 숨을 헉헉 거리고 있다.

“뭐하러 뛰어왔냐?”

“그야 진이 네가 있으니까.”

아주 잘도 말한다.

여러 가지로 소리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참는다.

“춥지? 들어가자.”

“응!”

지혜는 웃으며 대답을 했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고 적당히 음료를 주문을 하고 앉았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시간 없으니까 본론만 이야기 해줘.”

“...응 그 진아. 정시 어떻게됐어?”

“...대학?”

“응.”

갑자기 뜬금없이 대학을 이야기 하다니. 제 정신인가?

“야. 박지혜. 지금 그런 말이 나오냐?”

“미, 미안해. 실은 진이 네가 걱정이 되어서.”

“걱정?”

“응. 그때 이후로 너랑 연락도 못해서 괜찮은지 걱정이 돼서.”

동근이 녀석에게 다치고 병원에 실려간 그걸 이야기 하는 건가?

뭐 그때 수신 거부를 했으니...

“보시다시피 말짱해. 후유증도 없고.”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눈물을 흘리는 지혜.

거짓 눈물은 아닌거 같다. 진심으로 나를...

이제 와서...

“그래서 볼일은 그거 뿐이야? 그럼...”

“자, 잠깐만 진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보며 막는 지혜.

“또 뭔데?”

“그, 그게... 진아. 우리...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

..........

...............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지혜가 뭐라고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시작? 설마 그거?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으, 응. 진아. 나 아직 너 좋아해. 그러니까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전에도 말해놓고선 또... 또...

진짜 지겹다. 아니 역겹다. 왜 이제 와서...

“네가 동근이 녀석이랑 헤어진 건 이해해. 녀석의 행동 보니까 알겠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나에게 갈아타려는 거야?”

“아니야 진아. 나 너에게 진심이란 말이야.”

“진심? 그렇게 진심이면 왜 날 버린건데? 왜 버린 거냐고!”

“...”

내 말에 할 말이 없는 지혜.

나는 그동안 참고 있던 것을 참지 못하고 말을 해버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때 네가 나에게 헤어졌다고 했을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아주 죽는 줄 알았어.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릴 거 같았다고! 왜 헤어졌는지 이유도 모른채 비 맞으면서 거기 서 있었다고! 그리고 열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갔어. 겨우 나아서 학교에 가니 넌 그 녀석이랑 알콩달콩하게 있더라. 나보다 그 놈이 좋았아?”

“아, 아냐. 진아 난...”

“닥쳐! 그거 뿐인 줄 알아?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는 다시 만나자고? 그리고 그 놈이 나타나서 나병원에 실려 갔어. 너 때문에 이번 겨울에 2번이나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알기나 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괴로워야 하는건데!”

진짜 지긋지긋하다. 이 여자를 만나고 나서 좋은게 하나도 없다.

왜...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거야.

내 말에 지혜는 눈물을 보이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진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다 해결하는 줄 알아?”

“알아. 그러니까. 내가 다 보상할게. 그러니까 제발 나에게 기회를 줘.”

“기회? 뭐하러. 이제 너랑 나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냥 같은 반인 동창일 뿐이야.”

“진아...”

“그러니 두 번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마. 꼴보기 싫으니까.”

여자에게 심한 말을 했지만 이렇게라도 말을 해야 했다.

안그러면 다시 이 여자는 내 앞에 나타날 거니까.

“시간 다됐어. 이만 간다. 다시는 보지 않길 바라. 연락하지 말고 만나도 아는 척 하지마. 아예 아는 척 안 할거니까.”

약속한 30분이 다 되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이제 다시는 안 나타나겠지.

“진아. 혹시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

가려고 하자 지혜가 뒤에서 나를 보며 묻는다.

“...있어.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

“...그, 그래.”

살짝 뒤로 돌아보니 엄청 충격을 먹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 표정을 보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누, 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이야?”

“대답할 의무 없어.”

“그러지 말고. 가르쳐줘.”

“싫어. 간다.”

말을 하지 않고 집으로 간다.

집에가서 수정이를 안아야 겠다.

그래야 이 기분이 조금...

“...혹시 수정이야?”

순간 놀라 몸이 굳어졌다.

지금 뭐라고 한거야?

놀라 뒤를 돌아보니 지혜가 눈을 부릅 뜨고 나를 보고 있다.

“...수정이라니? 내 여동생?”

“...응.”

아니 그걸 어떻게.

지금까지 수정이와 사귀고 있는 사실은 정말 조용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저 여자가 어떻게.

지금은 아니라는 듯이 말을 해야 한다.

“너 미쳤냐? 수정이랑? 무슨 드라마 이야기 해?”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수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지?”

“진짜 이 여자가 미쳤나! 아니야! 누가 친 여동생이랑 사귀고 있겠어!”

소리를 지르며 부정을 한다.

그런데 오히려 소리를 질러서 신빙성이 없는 거 같다.

“...아니야?”

“그래. 제발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 내가 미쳤다고 수정이와 사귀겠어.”

부정을 하지만 사실은 수정이와 사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말하는 거지?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지금 내가 만나는 여자는 너랑 달라.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위해주는 여자야.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아. 절대로!”

그래. 수정이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생각해주는 여자다.

저기 남자를 질리면 버리는 여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왜 수정이가 아닌 저 여자를 먼저 만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인생 최대의 오점이다.

“그럼 이거 물어볼게. 전에 수정이가 너랑 나 헤어지라고 한거 기억나?”

“하?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야?”

진짜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수정이를 욕보이는 건가?

진짜 가지가지한다.

그때 저 여자와 사귈때 수정이는 나와 지혜를 응원했다.

그런 아이를...

“...기억 안나?”

“기억나고 자시고 그런 일 없었어.”

“그래? 알았어. 오늘 나와줘서 고마워 진아. 다음에... 봐.”

“말했을텐데. 다음에 보는 일 없자고. 이제 아는척 안할거야.”

“진아...”

“그렇게도 부르지마. 내 이름은 유진이야. 그럼.”

그렇게만 말하고 카페를 나왔다.

아주 X같다. 왜 이리 기분이 나쁜거야.

그냥 집에나 가자.

●●●

진이와 만나고 나는 계속 그 카페에 앉아 있는다.

진이는 음료를 사고 거의 마시지 않았다.

나는 진이의 음료를 손에 쥐었다.

“...따뜻해.”

따뜻했다.

따뜻한 음료니까 따뜻한게 당연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진이의 손길이 묻어 있어서 그런가?

그대로 계속 잡으며 진이의 손길을 느낀다.

“아까 진이 반응. 확실해.”

진이의 반응을 보고 확신을 느꼈다.

진이는 정말로 수정이와 그런 사이다.

어떻게 남매가... 남매가...

아니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진이가 수정이와 사귀고 있다는 건...

머리속에서 작은 조각들이 맞추어져 갔다.

진이가 여동생인 수정이와 정상적인 생각으로 사귀고 있을 리가 없다.

수정이가 진이에게 그런 마음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고 진이를 홀렸다면...

나와 진이가 사귀는 걸 알고 수정이는 헤어지게 하려고 했다.

나를 밀치고 다치게 하면서 까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진이는 나를 다치게 해서 수정이에게 실망을 했다.

아니 했었다. 

나를 밀친 일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진이는 전혀 없었던 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그건 ‘누군가’지운 것이다.

지운 사람은 그 기억이 자신에게 좋지 않은 것이기에.

그러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수정이다.

즉 수정이가 진이에게서 그때의 기억을 지운 것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기 위해.

그 이유는 없앤 상대에게서 좋지 않은 점을 기억하지 않게 위해.

그렇다는 건 바로...

“수정이가. 어플을 가지고 있어.”

‘최면의 시대’를 가지고 있다.

최면이 걸리지 않는 것과 함께 진이가 수정이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선 확실하다.

그걸 가지고 진이의 기억을 지웠다.

그거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까지 최면을 걸어 진이에게서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했다.

나와 진이를 떨어트리기 위한 수정이의 짓이다.

다행히 난 어플이 설치가 되어 풀렸지만 이미... 이미 진이는... 수정이에게 조종당하고 있다.

너무한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왜... 왜...

아무튼 이걸로 수정이가 어플을 가지고 있다는걸 확정 되었다.

그리고 진이는 수정이에게 조종당하고 있고.

“구해야 해... 구해야 해. 진이를 구해야 해.”

구해야 한다. 진이를 수정이에게서. 

진이는 속고 있는 거다. 그 여자에게서.

그러니 구해야 한다.

“진아 기다려. 내가...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

구해줄게. 그리고 모든 것을 되돌릴 것이다.

원래 있었던 그때로. 원래 대로 되돌리고 나와 진이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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