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11. 진실 =========================================================================
“맞아. 전부 수정이가 한 짓이야.”
믿기 힘들다. 지금까지 전부 수정이가 꾸민 짓이라니.
그럼 내가 수정이에게 고백을 하고 사귀게 된 것도 전부 수정이가 꾸민 건가. 나를 속이고...
“안도 안돼. 그런... 수정이가...”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야.”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도저히... 도저히 믿기 힘들다.
머리로는 거부를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어째서. 왜?”
“나랑 네가 해어지게 하고 자신이 네 연인이 되려고 한 거였어. 전부 꾸몄어. 너와 헤어지게 해서 그 아픔을 수정이가 보살피게 했어. 수정이가 널 그렇게 만들었는데. 아파하는 너에게 다가가 네 마음속 상처를 치료하는 척 하며 너에게 호감을 받으며 네 마음을 이용했어. 아픈 네 마음을 이용해서 너의 마음을 받게 한거야.”
지혜의 말에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믿기 힘들지만 이상하게 믿어진다.
“...증거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어느 날 나에게 이 어플이 와서 내 최면이 풀렸어. 최면이 풀리고 나에게 일어난 일을 전부 알아냈어.”
증거는 없고 심증 같은 것만 있는 건가.
하지만 거의 확실한 심증이다.
“그리고 수정이도 이미 말했어. 자신이 했다고.”
“...정말이야?”
“응. 들어볼래?”
지혜는 품에서 뭔가를 꺼낸다.
만년필인데 뚜껑 부위를 딱 하며 눌렀다.
[몰라서 물어? 너 때문에 오빠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몰라?]
그때 만년필에서 들려온 수정이의 목소리.
“이건?”
“전에 졸업식때 수정이와 대화한걸 녹음한거야. 이걸 들으면 수정이가 너와 나에게 한 짓을 전부 알게 될거야.”
그렇게 말을 하고 계속 녹음을 듣는다.
[알아. 잘 알아. 나와 헤어지고 진이가 아파했고 나로 인해 동근이가 진이에게 한 짓도.]
[그렇다면...]
[하지만 그건 전부 네가 꾸민 짓이잖니. 아니야?]
[...어머? 이미 아셨어요?]
[당연하지. 내가 모를 줄 알았니?]
[그렇죠. '그걸' 가져서 최면이 풀렸으니 언니라도 알아차렸겠죠.]
수정이의 말에 숨이 멎었다.
지금 그 말은 수정이가 정말로?
[...맞아. 나도 가지고 있어. '최면의 시대'.]
지혜는 수정이를 보며 자신도 어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역시나. 그걸 가지고 저희 엄마에게 최면 걸었죠? 그래서 제 핸드폰의 어플을 없앴죠? 잘도 그런 도둑 고양이 같은 짓을 했네요?]
[...너에게 듣고 싶지 않아.]
잠깐 뭐라고? 엄마에게 최면?
“지혜 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할게. 그리고 미안해.”
사과를 먼저 하는 지혜.
그리고 계속 듣는다.
[하지만 아쉽게 됐네요. 사실 저 핸드폰이 고장 나거나 바꿀 때를 대비해서 컴퓨터에 어플을 파일을 저장해 놨거든요.]
[그랬구나. 그래서 진이의 최면이 다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두 사람 대체 무슨 말 하는 거냐고?
[...그래도 진짜 너무하네. 엄마에게 최면 걸어서 그런 일을 시키다니. 거기다 엄마에게 너를 좋은 여자로 최면 걸었지? 진짜 나쁜 여자네.]
[아니야. 어머님이 나에게 호의를 보이시는 건 최면 탓이 아니야.]
[어머님? 누가 어머님이야! 그리고 그 말을 믿으라고? 그럼 엄마가 그냥 네가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거야?]
[...맞아.]
아까부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오빠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잘도 말하네.]
[그건 다 네가 한 짓이잖아! 네가... 네가. 나랑 동근이에게 최면을 걸어 그런... 사이가 되게 했잖아!]
지혜는 수정이에게 중요한 본론을 묻는다. 그리고 수정이는...
[...그래서?]
하지만 수정이는 아주 차갑게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이유가 뭐든 네가 오빠에게 상처준건 사실이야. 네가. 다름 아닌 네가!]
[닥쳐! 네가 그런거잖아!]
[그래. 알고 있어.]
[너...너.. 어떻게 그런 짓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니?]
[그럼 내가 뭐라고 해줄까? 잘못했다고? 최면을 걸어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줄까? 아니면 그 남자가 널 때리게 한거?]
[...수정아... 너... 정말...]
수정이는 지혜에게 잘못이 없다는 듯이 말한다.
거기다 이 수정이의 목소리와 말투.
전에 나에게 고백을 할때와 같다. 없어졌다 다시 찾은 기억 속의.
[어떻게.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어. 나에게서 진이를 빼앗아 갔잖아!]
[...빼앗아? 뭘? 내가. 오빠를? 말은 제대로 해야지. 빼앗은 게 아니야. 너에게서 오빠를 되찾은 거지?]
[...뭐?]
[오빠는 원래 내꺼였어. 너랑 만나기 전부터 내꺼였다고! 오빠의 얼굴. 입술. 눈빛. 전부 처음부터 내꺼였어. 그런데... 그런데 네가 나타나서 나에게서 오빠를 빼앗아 갔다고. 네가 알아? 아냐고! 소중한 것을 빼앗긴 그 고통!]
소름이 끼쳐온다. 저 말 분명 나에게 고백을 했을 때와 같다.
정말로 수정이는 나를...
[...그러니까 난 너에게서 오빠를 되찾은거야! 그리고 겨우 나와 오빠가 있어야할 자리로 왔다고! 그런데 또 방해하는 거야?]
그만. 수정아 그만해. 제발! 제발!
[미쳤어. 수정아. 너 미쳤다고.]
[그래. 미쳤어. 오빠의 사랑에. 난 오빠의 사랑만 있으면 엄청 행복해.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방해 하는건 전부 배제할거야!]
[수정아. 정신차려. 너랑 진이는 남매라고!]
[그래서 뭐? 상관없어. 나에게 오빠가 전부라고! 오빠도 날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있어. 그거면 되.]
[아니야. 그건 잘못 됐어. 지금이라도 진이의 최면을 풀고 진실을 밝혀. 그러면 진아도 분명 이해해줄거야.]
[닥치라고! 그러니까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마. 알았지? 그 남자가 너에게 한 짓은 사과 할게.]
드디어 녹음이 끝이났다.
지혜는 나를 멍하니 바라본다.
“...이제 믿겠어.”
“...응.”
지혜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정말로 수정이는 나와 지혜, 동근이를 조종해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거다.
“...나에게 어플을 준건 최면을 풀려고 한거야?”
“응.”
“엄마에게 최면을 건건 처음에 내 최면을 풀려고 한거고?”
“...맞아. 그래도 미안해. 그런 짓 해서.”
솔직히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전부 사실인거 같다.
이제 어떻게 해야...
“...일단 내 최면을 풀어준 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수정이 때문에...”
“아니야 나보다는 진이 네가 더...”
우리 둘다 수정이의 일로 인한 피해자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진아 혼란스러운 건 알지만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해. 바로 잡지 않으면 큰 일이나.”
“...그렇지. 바로 잡아야지.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조심히 지혜에게 묻는다.
내가 묻자 지혜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난... 진이 너와 다시 잘해보고 싶어.”
나와 인가... 그런가. 지혜도...
“...그건 지금으로선 힘들지 않아?”
“그렇네. 미안. 못들은 걸로 해줘.”
바로 사과하는 지혜.
“...일단 당분간 시간을 줘. 너무 혼란스러워.”
“응.”
“나 먼저 갈게. 잘 가.”
“잘 가 진아.”
나는 바로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와 근처 가로수에 몸을 기댔다.
갑자기 몰려오는 배신감.
지금까지 전부 수정이가 꾸민 짓이라니... 수정이가... 수정이가... 수정이 만큼은 믿었는데... 전부 수정이가 한 짓이라니...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