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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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으...”

“커헉, 어.. 어머니..”

“혜연아... 혜연아...”

숙소에서는 신음을 앓으면서 

서서히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울림이 들려오고 있었다.

명의 화타로 하여금 당장 해독제를 만들도록 지시했지만, 

이것은 독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웠기에, 

의술의 신으로 불리는 그녀라도 

쉽사리 고치긴 어려웠다.

단지 침으로 하여금 그 어두운 기운을 방출토록 하는 것 뿐...

어둠의 기운을 방출시키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은 회복되고 있었지만, 앓는 병사는 수만인데 

의원은 하나이니... 기다리다 지친 병사들은 

점점 하나 둘 재가 되어 바스라졌다.

“제기랄! 여포, 현재 아군의 희생은 얼마나 되지?”

“예, 선랑... 그게 전장에서 죽은 2만 2천여명을 제외하면 

8천명의 희생자가 나왔어요. 그리고 

지금도 그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제길! 카이사르 이 자식! 하지만...”

2만여명을 넘어서 3만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카이사르...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은 그녀지만

그래도 한가지 소득은 있었기에...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생많았어. 세이버...”

“아닙니다. 배..백호님...아?”

오랜만에 내 휘하의 여인에게 입맞춤을 한 나는 

이리저리 밧줄로 꽁꽁 묶인 길가매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3만의 병사를 잃었지만, 뭐 

로마의 최종병기를 손에 넣었으니...

그들도 저승에선 기뻐할 거야.”

“잡종, 행여나 짐이 고문 때문에 

기밀사항을 실토할 여인으로 보인다면, 

그건 짐에 대한 모독이다.”

“아아? 그건 상관없어. 고문을 할 건 맞는데... 

너한테 기밀사항 따위를 캐물을 정도로 

난 어리석지 않아서 말이야...”

“뭐..뭐라고?”

적장을 고문하는 데에는 방법도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적들의 규모 및, 전술파악을 위한다는 목적도 있다.

원래의 고문 취지에서 보게 된다면, 

지금 내가 발언한 것이 그녀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지금...그, 그러니깐 짐에게서 

캐물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했느냐?”

“물론, 네가 제법 고위 직책으로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마군의 전략 전술을 알리 없을테고, 

그걸 또 아니깐 카이사르가 함부로 

적의 후미나 공격하라는 명령을 줬을 거 아니냐... 

넌 단순히 로마군의 최종병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적군에서 그렇게 대우를 해줬으니, 

여기에서도 그렇게 대우를 해줘야겠지? 

너에게 물어볼 기밀사항 따위는 없다. 

하지만 3만명의 희생에 대한 고통과 수치는 

충분히 감내하도록!”

포박된 길가매쉬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고, 

게오바나 에아등을 쓰지 못하게 하는 혈

(천통에서는 일정 부분에 혈을 지속적으로 가하면 

장수의 능력치 반감과 동시에 

기술사용 불가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적장에서의 일기토에서도 그 혈에 

얼마만큼의 데미지를 입느냐에 따라 

크리티컬이 터지기도 하는 것이다.)에 금침을 박아넣고는, 

무력치가 높은 관우와 장비, 마초에 태무진등을 불러 

각종 고문을 시행하도록 하였다.

뭐 그 고문이라봐야...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나이기에... 

성적인 고문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정 안되면 한참 굶주린 병사들에게 

여흥거리(?)로 던져줄 요량이었다.

거듭되는 전투로 많이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10만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기에 

한 명의 여인이 감당할 양은 아닐 터였다.

그래도 장수의 예우를 갖춰서 여인들로만 

고문을 하게 하였지만 말이다.

‘어차피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연희씨니깐... 

길가매쉬가 병사들의 여흥거리로 전락한다 해서 

손해볼 이유는 없지. 이게 내 시나리오라면 

아무리 열받아도, 병사들의 사기충천에 

도움을 줄 생각은 없지만 말야...’

이것으로 사기 저하를 걱정할 이유는 없게 되었다.

정 안되면 병사들의 욕구를 풀어주는 것으로도 

사기는 다시금 오를 수 있고, 병사들의 욕구를 풀어줄 여인은 

우리 군의 장수가 아닌, 적군의 장수니까... 상관없다.

졸지에 로마 제일의 장수인 길가매쉬는 

적군의 노리개로 전락한 것이 되지만... 

내 휘하 장수로 끌어들일 수도 없는 그런 여인에게 

동정을 가질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최종병기를 버리면서까지 택한 것이...악마와의 동맹인가? 

마족이 최종병기보다도 더 가치가 있단 말이냐...’

아무리 생각해도 카이사르의 의중을 알 수 없었던 나였기에... 

이정도의 생각만 한 뒤 병사들의 앓는 소리를 들어가며 

무거운 잠을 청했다.

“길가매쉬를 버린 이유가 뭐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폼페이우스...”

한편 로마군 진영에서...

잠시 친구와의 담소를 나누고 있는 카이사르...

“그녀는 로마에 있어서 최후의 병기라 칭해지는 여인이야... 

그런 그녀를 그리 쉽게 적군에 넘겨줘야 했냐고 

물어보는 거네.”

폼페이우스 그녀는 항시 길가매쉬 혼자만을 내보내는 

카이사르의 전술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무리 최종병기이고, 그녀가 

적군에게 사로잡힐 확률이 제로에 가까웠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적군 역시 만만히 봐서는 안될 상대...

아니, 생전 처음으로 붙게 될 사활을 걸만한 상대인 만큼 

한 명 한 명의 인재도 소중히 여겨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자신의 친우는 그런 걸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최종병기 단독 투입에도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까이 두어서는 안될 인물입니다...”

장수의 중요성에 대해서 매번 열렬히 토론하는 

폼페이우스를 바라보며 카이사르는 

그냥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무슨 말이야? 믿어서는 안되는 인물이라니...”

병사와 장수를 누구보다도 잘 믿기로 유명한 

카이사르의 입에서 믿지 못할 장수라니... 

갈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그녀였다.

“그대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습니다... 

원래 그녀와 나는 계약관계로 맺어진 관계에요...”

그러면서 카이사르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폼페이우스...

“겨우 그런 이유로 그녀를 버린단 말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그녀의 콧대를 잠재울 수 있던 건 그것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그것마저 사라져버린 지금... 

그녀를 제어할 방도는 없어요.”

“그..그렇다고는 해도...”

“하지만 그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분들이 협력해주기로 했어요. 

자... 내가 친애하고 사랑하는 폼페이우스... 

인사하도록 해요.”

그리고 폼페이우스 그녀는...어둠을 보았다.

칠흑같은 어둠을...

“공명...조금만 기다려줘...”

한켠의 막사에서는 여인의 신음소리가 강하게 들려왔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아무래도 사마의까지 가세했으니...

항상 절대자로만 군림했던 길가매쉬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문이 되어있을 터였다.

그래도 그건 그녀의 몫...

포로로 잡힌 장수가 이 정도의 고문을 받을 각오 정도는 

항시 해야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로마의 선공으로 시작된 전쟁... 

‘로마’라는 이름을 단 것이라면 잡초 한 포기라도 

살려둘 생각이 없던 나였기에...

어차피 상관없으리란 생각에...계속해서 

고문을 당하는 길가매쉬는 뒤로 두고, 

차근차근 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약만 있으면 저번과 같은 역병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어제, 화타가 만들어낸 조그만 환약을 바라보며 

나는 약간의 미소를 흘렸다.

며칠 전 참사를 잊지 않고자... 화타로 하여금 

약을 만들도록 지시한 나는, 곧 

모든 병사들에게 비상약을 휴대하도록 하였다.

어떤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최소한 1주일은 버틸 수 있도록... 

화타만의 비전이 들어간 그 환약은... 

상대가 무슨 역병을 쓴다 하더라도 소용없을 터였다.

설령 불치의 병에 빠지더라도 

1주일동안은 정상인처럼 쌩쌩할 테니 말이다.

‘모든 병사들이 불치병에 걸린다 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주일.. 내가 모르는 사이 

마족이 잠입해서 병을 퍼뜨렸을 수도 있어... 

그러니, 그 안에 로마와 결판을 짓겠다.’

이미 이탈리아 전역은 수도 로마를 제외하고, 

전부 카르타고의 휘하로 편입되었다.

약간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명장 한니발...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우리 하렘군의 진압 덕분에 

군소리 못한 채 조용히 휘하로 들어왔다.

‘이제 남은 건 로마... 정찰병에 따르면 

그 곳에 대기하고 있는 로마의 군단병은 전부 7만 명... 

7만의 학살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다....’

며칠 뒤에... 한 나라의 수도가 멸망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에 대한 상상을 하면서... 

조용히 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는 나였다.WTVSUCCESS=TRUE&WTV5111627=1478/1494&WTV5131831=9&WTV5172239=4.21&WTV5192443=1988&WTV591322=08.12.07 14:47WTVSUCCESS=TRUE&WTV382229=1290948984&WTV1471013=252603358&WTV1392781=25493281&WTV1357910=255355&WTV1357911=2317462&WTV246810=109&WTV2571219=159&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2.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WTV9172643=부제 : 최후의 전투, 수도 로마 공략전!

“하렘%26카르타고 연합군이 

이 곳 수도 로마에서 3km 떨어진 지점에 

진을 건설하였다고 합니다.”

“수는 얼마나 되지요?”

“하렘군 10만, 그리고 카르타고에서 

새로이 편성된 5만 군사가 있습니다.”

“15만이라... 죽음을 각오로 싸워야 겠네... 

폼페이우스? 병사들의 상태는 어떤가요?”

“최고입니다. 15만 명이 전부 돌격한다고 쳐도, 

지금의 그들이라면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수고많았어요...자, 친애하는 원로원 의원 여러분... 

지금 로마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곳 수도 로마를 제외한 전 지역이 

카르타고의 손에 넘어갔고, 그 카르타고의 선봉에는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하렘제국의 병사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카이사르의 말이 시작되자마자 

순간 조용해진 원로원 회의장...

그녀가 하는 연설의 시작은 매우 암울하고 

미래가 없는 듯한 로마의 미래를 이야기 하는 것이었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몇몇 의원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래서는 우리 조상님들을 뵐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조상님들 앞에서 

과연 고개를 꼿꼿이 들 수 있으십니까? 

카르타고의 개가 돼서 구차하게 살다가 죽으면, 

조상님들께서 과연 여러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말은 틀렸습니다.

명예가 지켜지고 있을 때는 목숨이 가장 소중하겠지만, 

자신의 명예를 짓밟혔을 때는... 

그 무엇보다 쉽게 내던져야 하는 것 역시 목숨입니다.

지금 저 가증스러운 카르타고와 하렘 연합군은 

우리의 땅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가족, 우리의 동료, 우리의 명예... 

그 모든 것을 짓이기길 원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원로원 의원 여러분... 

우리는 엘리트입니다.

로마를 이끌어가는 최고의 인재들이고, 

로마가 위기에 빠지면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야 하는 최고의 엘리트입니다.

그런 우리가 저들에게 고개를 숙여서야 되겠습니까? 

칼을 드세요. 칼을 들 힘이 없는 분은 

깃펜이라도 들고 일어서서 싸우세요.

지금 우리 로마 군단병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포근한 잠자리와 따뜻한 식사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의 패기입니다!!!”

역시 타고난 연설가이기도 한 그녀여서인지... 

회의장 대부분의 의원들은 그녀의 말에 매료되어 

장식용으로 들고 다니던 검까지 

높게 쳐들어 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연합군에 항복을 하자고 말했던 몇몇 의원들은 

다른 의원들의 눈치까지 봐가면서 

이 공격적인 분위기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으로 우리 로마의 의지는 정해졌습니다... 

폼페이우스? 저들에게 최후의 결전 의사를 밝히고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독재관님...”

카이사르의 연설로 흥분된 분위기... 

그속에서 약간이나마 달라진 폼페이우스의 말투에 

신경쓰는 의원들은 하나도 없었다.

“이것이 우리 로마의 의지입니다.”

“그딴 의지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날짜와 장소를 정하려고 온 거겠지? 흐음.... 

성 안에서 조용히 쳐박혀 농성이나 할 줄 알았는데... 

이 당돌함만큼은 높이 사주겠어.”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흐음... 그러지.”

어차피 오래 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나는 서둘러 폼페이우스와 회전의 날짜, 

장소를 정하러 막사 안으로 들어갔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모든 사안이 결정되었다.

“참..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별로 알려주고 싶지는 않지만 

네 질문이 무엇이냐에 따라 대답해주도록 하겠다.”

“그녀.... 그녀는 잘 있나요?”

순간이나마 분위기가 달라진 폼페이우스...

어둠으로만 가득했던... 하지만 

안부를 물을 때만큼은 예전에 봤던 

그녀의 분위기 그대로...

“흐음... 장수들한테 묻는 편이 빠를거야. 

그쪽은 내 관할이 아니거든...”

“.......감사합니다.”

“무슨 말이지?”

“그래도 죽이지는 않으신 거 같아서 말이죠. 

일단 감사의 말씀 전하겠습니다.”

“감사? 크크... 그따위 것 받고 싶지 않다. 

어서 꺼져라.”

“알겠습니다. 그럼...”

내 말에 두말않고 사라지는 그녀...

왠지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적장에게까지 정을 가질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비정해지기로 마음먹었고, 

곧 최후의 결전을 알리는 서막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로마 시민들은 이제 전부 제 편이 되었습니다.”

“수고 많았다.”

“아, 아닙니다.”

한창 전쟁준비로 바쁜 로마군의 진영... 

그곳에서 가장 가운데에 자리잡은 

총사령관의 진지에는 지금 

독재관의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와 

정체모를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것으로 의식은 마쳤다고 봐도 좋겠군.”

“죽음의 왕이시여... 당신의 해안은 

제 능력으로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오늘따라 아부가 많군. 그쯤하도록.”

“죄...죄송합니다.”

한 나라의 절대자에게서 존대를 받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

이것은 곧 로마와 하렘군간의 세계대전에 

제3자가 끼어들었다는 가설이 성립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직 피라미들을 제거하는 데는 서툴구나...벤즈여...”

“그..그게 무슨...”

“후훗”

중년 남성의 비웃음이 나오자마자 

“커헉!”

모종의 이유로 밖에서 둘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던 한 명의 백인대장의 목이 꿰뚫렸다.

“원래대로라면 백대독형이라도 당해야 마땅하지만... 

뭐 이정도로 끝내준 것을 다행으로 여기거라...크크크크...”

“호, 죽음의 왕이시여...”

진득한 살기가 묻어오는 총사령관의 막사... 

막사에서 멀찌감치 서서 보초를 서는 병사들조차도 

살기에 눌려 오줌을 지리는 형국이었으니, 

독재관인 카이사르로서는 정말이지... 

죽음을 목전에 둔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왜 그렇게 겁을 먹고 있는가. 아... 그러고 보니 

피라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형벌을 내리도록 해야겠지?”

“그...그것은...꺄아아아!”

차마 말을 잇기도 전에 중년의 남자 손에서 나오는 

한 마리의 벌레...

대충 70cm는 되어보이는 길이에 두께 5cm...

하지만 몸에는 수많은 다리가 달려있는게 

왠지 지네를 닮기도 하였지만, 

그것의 머리로 보이는 것에는 3cm정도의 뿔이 달려있고, 

어떠한 것도 물어뜯을 수 있는 이빨이... 

있다는 점만 뺀다면 여느 지네와 같다고 말해도..

뭐 굳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다고 얘기해줄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던 대부분의 여자들이 

지네 종류의 벌레가 꿈틀대는 것에 기겁을 하지만, 

카이사르는 단지 그 징그러운 외형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 아니었다.

‘오..오..옵투비스... 명계에서 

수많은 악마들의 정신을 파헤쳐먹은.... 

혼돈의 씨앗... 왜..왜...’

“뭐, 피라미를 제거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건 

넘어가도록 하마. 하지만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이 녀석의 먹이가 될 줄 알아라.”

“아, 알겠습니다.”

“후후후... 비명도 제법 귀엽게 지르는구나... 

이번 일만 잘 끝나면 상을 내리도록 하마.”

“가..감사합니다!!”

벤즈... 그녀는 원래 서큐비스 출신의 마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상관 명령대로 

카이사르의 몸에 빙의되어 

로마를 지휘하는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내가 이 세계에 강림하게 되는 의식은 

끝난 모양이야... 안 그런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가가...”

그리고 중년의 남성 뒤에서 등장하는 한 명의 여인... 

그녀는 검은색 문사옷에 여느 여인들보다도 

뛰어난 미색을 겸비하였고, 

붉은색 부채를 손에 쥐고 있었다.WTVSUCCESS=TRUE&WTV382229=1290948985&WTV1471013=254922250&WTV1392781=25493435&WTV1357910=255355&WTV1357911=2317475&WTV246810=110&WTV2571219=159&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2.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WTV9172643=2부 최종화 : 추락하는 독수리, 새로운 여정!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선랑...”

“흐음... 애썼어. 그대의 공이 가장 크네. 장량...”

“과찬이십니다.”

“그나저나...공명은 잘 있을까?”

서서히 차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나는 공명을 생각하였다.

“그녀라면 틀림없이 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겠지?”

“물론입니다. 선랑...”

“장량...”

“선랑...”

나대신 죽어가고자 길을 나섰던 공명...

그리고 그녀의 스승으로써 하렘군의 총지휘를 맡은 장량...

현실에서는 여복이 없는 나지만...그래도 

게임속에서는 나름 행복한 여생을 누리는 듯하다.

“선랑이 힘들어하시면, 공명도 힘들어 할거에요. 

힘든일 끝내고 돌아온 그녀한테 

강한 모습 보여주셔야지요?”

“장량...쿡, 역시 그대는 천하제일의 책사다워.”

“우우! 그게 무슨 뜻이죠?”

“아무것도 아니야...”

“서..선랑...우음...”

실로 오래간만에 하는 키스였다.

‘공명...반드시 구해줄게. 너를...’

“이것으로 모든 안배는 끝났다.”

한편 로마에서는... 카이사르의 몸을 빌린 벤즈는 

자신의 군주가 이 세계에 강림하기 위한 

첫 싸움에 필살의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내가 죽는다.“

마계의 왕과 고관...그 다음으로 기피해야 되는 존재...

오직 왕만이 다룰 수 있고, 그 어떤 마족보다도 

군주의 말에 충심으로 답하는 마계의 수호룡... 

그것이 옵투비스일지니...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악마의 천적 천사들에게는 

암암리에도 널리 퍼져있었고, 명계에서도 

‘왕을 해하려는 자. 그분의 심판을 받기 전에 

그들의 방문을 허락하리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힘이 곧 법인 명계... 감히 왕에 대한 반역은 

꾀할 수도 없는 그것에서... 태어나면서부터 

그분에게 도전할 생각은 버렸던... 

정말로 미친 녀석이 아닌 다음에야 

왕에게 도전할 생각도 없는 그곳 명계...

물론 왕에게 도전하게 되면 

각종 고문에 시달리면서 처참하게 죽어가지만, 

그것보다도 마족들이 더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왕의 심판을 받기 전 찾아오는 방문객이다.

그들의 방문이 왕의 심판보다 

더 무섭다 느껴지는 마족인만큼... 

이번 임무에 대한 실패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삶 자체의 소멸과 함께... 천계, 지상계, 명계... 

이 세곳에서 최상위로 치는 고통까지 수반하니... 

벼랑 끝에 몰린 자의 심정도 

지금의 그녀보다는 못할 터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승리해야만 해... 

그러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하지만 그녀는 믿고 있었다.

자신 이외에도 다른 로마의 장수 

두명안에 빙의한 서큐비스들을...

“결전의 날이 드디어 밝았다. 제군들은 들으라.”

“와아아아!!!”

“저 악랄한 로마는 우리의 참모를 앗아간 것도 모자라서, 

우리에게 수치를 안겨주었다. 

항복한 척 하면서 뒤로 암습을 하여 

수많은 병사들이 재로 화하였다.

그대들은 로마를 용서할 수 있는가!“

“못합니다.”

“로마의 것이라면 전부다 살려둬서는 안됩니다.”

“싸우자!!!”

“와아아아!!!”

지난날 입었던 병사들의 희생... 

그것을 얘기하자마자 병사들 전원 

로마군을 사살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좋다. 이 투지만으로도 우리는 

로마에게 절대 무릎꿇지 않는다. 왜냐! 

우리는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영광스런 

하렘제국의 병사들이기 때문이다!”

“와아아아!!!”

“전투 전에 짐이 그대들에게 할 얘기는 단 세마디다. 

나가라! 싸워라! 그리고... 이겨라!”

“하렘제국 칸 만세!”

“만세!!”

“와아아아!!!”

이것으로 우리 군에 대한 사기증진연설은 막을 내렸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단 세 마디만 하겠습니다.”

웅성웅성...

평소에 장엄하면서도 

병사들의 가슴속을 파고드는 연설로 유명했던 카이사르가 

단상위에 서서 단 세마디만 말하겠다는 것...

그것은 병사들로 하여금 약간의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었지만 

백인대장들의 명령에 따라 곧 소리는 사그라들었고,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을때 

그녀는 이 세마디를 외쳤다.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그리고 카이사르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

순간 조용해진 병사들....하지만 

점점 하나둘씩 박수소리와 함께 함성이 늘어났고, 

곧 전 병사들에게 전염되고 있었다.

‘이것으로 모든 안배는 마쳤습니다. 

나머지는 그대들이 알아서 하시길...’

그러면서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와 

다른 한 명을 조용히 응시하였다.

“전군, 돌격 준비!”

“1군 방어태세! 궁수대 준비!”

로마의 최강주력 중무장 보병, 그리고 

우리 하렘군의 주력부대인 중보병과 흑풍대, 백마대... 

그리고 노병대...

이제 그 두 세력의 마지막 혈투가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돌겨어어억!!!!!!!”

“와아아아!!!!”

먼저 공격을 선언한 것은...로마였다.

그리고...

“아직이다...조금만 더...”

화살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도록... 

좀더 공격하기 쉬워보이도록 중보병을 전방배치한 장량은 

숨을 죽이면서, 철저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조금만...조금만...지금이다!!”

어느정도 로마의 중무장 보병들이 사정권에 들었을 때.. 

노병들의 화살세례가 그들을 반겼다.

그리고...

“전장에 검은 돌풍을 일으키자!”

“우리는 칸의 정예부대, 백마대의 위용을 널리 알리자!”

한 차례의 화살비가 내리고 난 뒤... 우리 군의 주력... 

흑풍대와 백마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겁먹지 마라. 저들의 주력이 나올 것은 이미 예상한 일... 

최대한 몸을 웅크리면서 기다리도록 해라. 

화살비보다도 더 무서운...황금의 비를...”

어느정도 기마대의 공격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하렘군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제 때가 되었소.’

로마의 총사령관 카이사르... 

그녀는 마지막 장군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바로...

“게이트 오브 바빌론.”

대외적으로 선보인 로마의 최종병기 길가매쉬...

“끄아아악!!!”

‘그녀의 안에도 동료가 빙의되어있다. 

크크크크...이제 너희들은 보구의 비로....아니?’

작전대로, 적의 포로가 되어 적진 깊숙한 곳에서 

병사들을 몰살시키는 역할을 맡은 길가매쉬... 

행여 그 오만한 성격탓에 일을 낼지 몰라, 

그녀의 몸에도 서큐비스를 빙의시킨 카이사르...

작전은 성공적이라고 자부했다.

그들은 아직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우리가 누군가의 몸에 빙의한다는 사실마저도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우리 군사들에게 보구의 비가 쏟아지는 거냐!!!”

그녀의 계산착오가 발생함으로 인해... 

기마병의 공격을 막고자 한곳에 모인 로마병사들은 

보구의 비로 인한 피의 제물이 되었다.

“참으로 대단하단 말이야... 화타, 

그대는 정말..못하는 것이 없어.”

“과찬이십니다. 백호님...호호호호!!”

화타는 미소짓고 있었고, 나 역시... 

적진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전황을 보며 

입안 가득히 미소를 머금었다.

‘이게 바로 전략이다. 이 형편없는 아낙네야...’

길가매쉬의 몸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결전의 날 며칠 전... 장노를 데려와 

주술로서 그것을 끄집어내어 가둔 상태... 

거기에 화타가 제조한 비약으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길가매쉬는 우리 하렘군의 편이 되었다.

‘그런것도 눈치를 못채다니... 

역시 전략전술은 중국인 한 수 위지.’

중원에서 허구헌날 전략전술로 골머리를 앓은 우리와 

단순히 몰아붙이기에 능사인 겔트인들, 

그리고 우리 군 책사에 버금가는 지략을 지닌 

카르타고 장군에게 농락이나 당하고 있던 로마와는... 

전략전술의 차가 가히 하늘과 땅 차이었다.

‘중국을 먼저 취하는 자가 세계를 제일 먼저 제패한다.’

오죽하면 천하통일 까페에서도 이런 말이 오고가겠는가...

로마, 중국, 카르타고, 그리스... 

여기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 중국이다.

19세기 서양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중국이지만, 

중세 이후... 그러니깐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동양이 서양보다 문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것들이 뛰어났다.

개개인의 능력은 KOREI사가 서양에게 

우위를 점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상 KOREI사도 아시아권에 속하는 일본의 소유...

이제는 일본이 바다속으로 가라앉아 

중국 대륙의 변방에 새로이 나라를 건설한 일본이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아시아인에 대한 자긍심이 있는지, 

전략전술에 능한 건 서양병사가 아닌 

동양병사들로 만든 듯 싶다.

‘뭐 이딴 설명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깐 넘어가고...

카이사르, 이것으로 너의 노림수는 사라졌다. 

이래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보구의 비로 인해 전력의 대부분이 전사한 로마군... 

덕분에 우리 흑풍대와 백마대는 거침없이 활보하며 

적을 하얀 가루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꾸르르릉...”

“이게 뭐지? 갑자기 하늘이 검게 바뀌었어.”

로마군을 학살한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종횡무진 적진을 활보하는 백마대와 흑풍대... 

그 위로 갑자기 검어진 구름이 드리웠고, 곧...

“콰쾅!!!!”

벼락이 그들의 몸을 덮쳤다.

“이..이런 일이....”

“끄아아악!!!!”

‘이것은...귀문! 그렇다는 얘기는...’

“가가의 적은 나의 적, 이제부터 

진정한 전략이 무엇인지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그와 동시에 전장의 한 가운데에 등장한 한 명의 여인...

검은 문사복에...붉은 부채를 쥔 그녀는 

나한테 그 부채를 들이밀면서 말을 이었다.

“명계로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인간들의 지도자 칸이여...”

‘뭐 이런 말도 안되는...갑자기 벼락이 떨어지더니, 

그 가운데에 한 명의 여인이...벼, 벼락? 

그럼...그렇다는 건...’

순간의 착시현상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옆에 있던 장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량의 눈을 바라보고는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고..고...공...”

“공명!!!!!!”

그렇다.

그녀는 공명...

나로 하여금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고,

이 전쟁에서 내가 무릎꿇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주었고,

나만을 사랑해주면서 가끔 토라지는....

하지만..하지만...

정말로 보고싶었던 여인...

그녀가 이 전장에서 나온 것이다.

“어디에 있던 거야...응? 놀랐자나.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말위에서 전황을 살폈던 나지만, 공명의 등장에... 

당장 말을 박차며 전장 한가운데로 향한 나였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거침없이 그녀를 끌어안은 나였다.

“정말로...정말로 보고싶었어. 공명...”

“............”

“이제...이제... 이것으로 되었어. 너만 있으면 된거야. 

너만 내 곁에 있어주면 된거야... 된거야...”

그리고 나는 공명의 손을 잡고 

우리 진영으로 돌아서려 했다.

“위험해요. 선랑!!!”

순간 들려오는 여포의 목소리...

“푸욱!”

갑자기 등뒤로... 차가운 칼날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저들도 곧 뒤따를 겁니다.”

“어...어떻게 네가...네가...”

“푸훗... 어리석은 사람같으니... 

적장에게 등을 보이면 안된다. 

병법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군요. 당신은...”

그리고...나는...점차 의식이 멀어져갔다.

“어서, 어서 백호님을 모시거라!!!”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우리 진영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챙」

전장에는 다시금 칼부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이대로 끝나는 건가? 공명...공명...’

점점 내 눈꺼풀은 아래로 아래로 감기고 있었고, 

곧 모든 것은 암흑이 되었다.

그리고...

‘가가!’

‘고..공명?’

‘가가! 가가! 정신을 차려보세요. 예? 흐흑...’

‘공명...’

‘가가...가가...흐흑...’

‘괜찮아. 난...난..괜찮아. 으응? 

그러니깐 울지 마 공명...’

‘가가...가가? 정말로 괜찮으신 거에요?’

‘그래...그보다도...어서 가자 공명... 

여기서 계속 민폐만 끼칠 수는 없잖아.’

‘저..전 갈 수 없어요. 가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전 지금 여기에 없어요. 가가께 갈 수가 없어요.’

‘무슨 말이야...지금 내 옆에 있는데... 

내가 손까지 잡고 있는데...’

‘그건 제가 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공명...공명?’

‘가가...보고싶었어요...’

‘공명!!!!!’

공명의 목소리가 멎는 순간...모든 암흑이 걷히고, 

나는 다시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이 드셨나요. 선랑?”

“자..장량...그보다 공명은?”

“죽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공명의 껍데기만 죽었다고 해야 옳은 거겟죠?”

“그게 무슨 말이야? 크윽...”

공명이 죽었다는 소리에 애써 몸을 일으키면서 

대답을 요구하는 나...

그런 내 앞에서 장량은 말을 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공명은 자신에게 칼을 꽂은 뒤에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독단을 깨물고 쓰러졌고, 

여포를 비롯한 수뇌부들이 나를 데려가는 동안, 

그 시체를 확인하려고 가까이 다가갔던 장량은... 

그것이 공명의 육신이 아닌... 

은회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포로들을 심문한 결과, 그것이 

로마의 원로원 의원인 카토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어찌 되었나....”

“그 카토라는 여인이 쓰러진 직후, 

로마군의 수뇌부들이 퇴각하였습니다. 얼마 안 남은 

흑풍대와 백마대를 이끌고 여포장군이 추격하였으니... 

곧 소식이 올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다시금 잠에 빠졌다.

왜 이렇게 내 등은 성할 날이 없는지를 생각하면서...

“이것으로 너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아..아...안됩니다. 제발 제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아니,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제..제발 자비를...”

“명계에 자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그 말을 마치고 검은 후드를 쓴 사내는 사라졌고, 

그의 등뒤에서 나온 명계의 수호룡 옵투비스는 

천천히 기어들어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머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의 머릿속에 숨은 서큐비스들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하였다.

“!!!!!!!!!!”

비명조차도 지를 수 없는 고통... 

그속에서 두 마리의 서큐비스는... 

칠흑같은 암흑을 보았다.

“공명...”

“감사했어요. 선우씨....”

“아, 아니에요. 연희씨... 

그럼 이제 전 돌아가 보겠습니다.”

“서..선우씨?”

“네? 으읍...”

“감사의 표시에요...”

최후의 결전을 치른 며칠 뒤...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원래의 스토리로 돌아가려는 나를 배웅하는 연희씨는...

작별의 입맞춤을 선사하였고, 주변의 장수들

(그래봐야 다 여자들)로부터 

야유가 섞인 환호를 받게 되었다.

‘하아...공명...’

어딘가에서 내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공명을 생각하며...

나는 다시금 새로운 여행을 하고자 길을 나섰다.

(2부 종료!!!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조금 어눌한 부분이 많았던 2부네요.

원래부터 의도했던 대로 2부와 3부, 

그리고 4부에 걸쳐 쓸 예정인 유럽편%26명계...

물론 그 사이에 무도회 내용이 들어갑니다.

흐음... 대충 50편에 달하는 2부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다음 10편은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외전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1부에서는 있던 인물설정... 여기서는 없습니다. 

그만큼... 외전이 5편에서 10편으로 늘어나니...

나름 괜찮긴 하겠지만요....후후...

그럼 여기서 이만 줄이도록 합지요.)WTVSUCCESS=TRUE&WTV382229=1290948985&WTV1471013=258262035&WTV1392781=25594756&WTV1357910=255355&WTV1357911=2326685&WTV246810=111&WTV2571219=159&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외전&WTV9172643=외전 : 그와 그녀... 새로운 시작

“후아아암... 이제 잠 좀 잘 수 있겠구나...”

천하제일 무도회 참가로 인해 

5일전부터 접속이 불가능해진 천하통일...

남은 5일을 천하통일에서 몸을 해방시킨다는 기분으로 

창문을 열어젖힌 나는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캡슐 속에서 일을 처리하고, 

밖에서 휴가를 즐기는 22세기...

모든 업무를 캡슐 안에서 보는 관계로, 

21세기의 지구에 비해 한층 깨끗해진 지금... 

지하자원이 전부 동이 났지만, 

대체 에너지인 태양열과 수력 등으로 

무리없이 살아갈 수 있는 22세기의 지금...

인류는 평화로웠고, 사람들은 여유로웠다.

‘한번쯤은...산책해보는 것도 좋겠지...’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아. 

당신만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조용히 기다리던 와중... 

드디어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아아, 안녕하세요. 선우씨...”

“후훗...말놓기로 하지 않았나?”

“아참...그, 그렇지...”

아직은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도 차차 나아지겠지...

그녀와 나는 편의점 알바를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갑자기 보자고 그런 이유가 뭐야?”

“보고싶어서...”

“우욱, 느끼해...”

“그래도 좋으면서...”

이런 관계가 되어버렸다.

“어때... 준비는 잘 되가?”

“우웅...너무 어려워... 카르타고는 일단 인물이 없으니깐... 

초반에 나라를 통일할 때는 가장 쉬운 나라인데... 

여긴 인물이 너무 없어.”

맞는 말이긴 하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장수는 한니발...

지력과 무력이 뛰어난 장수이기는 하지만, 

매력은 상급 정치 중급의 캐릭터인 이 장수만으로는... 

아무래도 많이 힘들었을 터였다.

‘이래서 중국이 최고라니깐...’

이제는 대부분이 알아차린 천하통일 설명서 속 숨겨진 쿠폰...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어디 시뮬레이션이 뛰어난 장수 7명 가지고 되는 것인가...

S급 장수 7명이 등용된다는 생각에 

거침없이 중국을 택한 이들은... 

대부분 쓴맛을 본 채 게임을 접거나 

공략이 비교적 쉬운, 카르타고를 선택하게 된다.

쿠폰은 일회성... 다음 스토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연희양도 중국에서 시작하였다가, 

오르지 않는 호감도(게임만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 플레이어들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관계를 갖지 않으면 상승하지 않으니...)로 인해 

다시금 카르타고를 골라서 지금의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래도 가끔 로마 장수들의 도움을 받으니깐...괜찮아.”

그녀의 스토리 상에서 실질적인 속국으로 전락한 로마... 

거기에서 카이사르와 다른 몇몇 장수들의 도움으로 

제법 실력을 쌓은 듯 했다.

“언제 한번 대련해볼래?”

“대련?”

“그래... 플레이어간의 대련까지 막은 것은 아니니깐... 

뭐 무력경험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전경험을 쌓는데는 대련만한 게 없지.”

“그래...”

하지만 꽤나 불안한 모양이다.

‘하긴, 그럴만도 하겠지...’

일단 대련을 시작하고 나면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니깐...나는...

“자자! 일단은 공원까지 걷기다.”

“치이...”

그러면서도 연희양께서는 

내 발걸음에 맞추려 애쓰면서 걸어주려고 하신다.

이렇게라도 움직여주지 않으면, 캡슐속의 생활에 익숙해져서는... 

몸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림과 동시에 

돼지가 되기 십상이니깐...

멋있는 몸매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서... 

좀더 많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공원으로 달린다.

“서..선우야!!!”

“흐음...너무 느려.”

“여자애한테 그렇게 전력질주해서 이기고 싶냐?”

“응!”

한바탕 신나게 땀을 흘린 뒤에 이어지는 이 정겨운(?)대화...

역시 운동 후에는 이런 대화가 오고가야 제 맛이다.

뭐 상대쪽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정복전쟁은 잘 되어가고 있어?”

앉자마자 천통 이야기에 이맛살을 찌푸리는 연희였지만, 

그래도 우리 둘을 이어준 

두 가지의 개체 중 하나였기에... 답변을 해주었다.

“흐음... 그때 말을 들을 걸 그랬나? 

로마 장수들과 연합해서 그리스 협공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수월하지가 않더라구...”

“그건 그래... 카르타고에는 인물이 별로 없으니깐... 

인재발굴에 힘써야지... 유럽대륙 잘 뒤져봐봐. 

괜찮은 애들이 나올거야.”

“그렇잖아도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전에도 인재수색을 통해서 나폴레옹을 얻었으니... 

굳이 내가 말해주지 않더라고 인재발굴에 힘쓸 그녀였다.

“호감도는 어때?”

“우우... 그 얘기는 왜 꺼내는 건데?”

“그게 네 가장 큰 약점이니깐...반란 같은 거 일어났을 때 

장수가 없으면 막을 수가 없자너.”

“그때는 뭐, 선우가 구하러 와주면 되지...”

“됐거든요? 나도 스토리 공략하기 바쁘단 말야. 

아시아도 다 평정 못했어. 그리스랑... 일본만 점령했지... 

로마나 다른 곳은 힘들었다구...”

“흐음... 정말로 나 힘들어져도 안 도우러 올꺼야?”

“물론...???”

대답하기 무섭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연희...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가까운 곳에서 

그녀는 다시 한 번 물어온다.

“정말로?”

“크으.... 누군가에게 기대기만 해서는 안좋아.”

“어쩔 수가 없는걸. 어디를 뒤져봐도 여자가 

천통을 클리어하려면 

남자친구의 손을 빌려야 된다..고...”

그리고서는 얼굴을 붉혀온다.

“남동생 있자...커헉!”

남동생 이야기를 하자마자 

배에 일격을 날려주시는 우리 연희양...

“걔한테 부끄러워서 어떻게 얘기를 해!!”

여자란 참 이상한 동물이다.

다른 사람한테는 쉽게 하는 소리도 

왜 가족한테는 못하는 걸까?

여자만 이런건지... 아니면 남자까지도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대놓고 야한 게임하니깐 

조금 도와달라 그러면 가족인데 안도와줄까...

하지만 연희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흐음... 이제 공원도 어느 정도 돌았겠다... 집에 갈까?”

“뭐?”

그와 동시에 치켜올라서는 눈꼬리... 그리고 돌아서는 연희...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

많이 힘드니깐 집에 가서 푹 쉬자는 그런 의미로 얘기한건데... 

왜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왜 그래?”

“...............”

말이 없다.

하아... 뭐가 문제인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

여전히 대답없는 연희...

“집에 가자!”

15분 정도...흐른 뒤, 툭 뱉어버린 연희의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투벅투벅 걸어가버린다.

“하아....내가 뭐 잘못한건가...”

원래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참, 연예라는 것이 어렵다.

“대회장에서 봐.”

닷새중에서 겨우 하루가 지났는데... 

큰 대회를 앞두고서는 심신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건데...

이래서야... 연희 생각에 예선탈락부터 해버릴 듯하다.

“연희야...”

“?”

아까 이후... 계속해서 무미건조한 대화만 한 우리... 

하지만 거기서 한 발자국 더 앞서야 된다는 생각에 

나는 준비한 것을 풀어놓기로 했다.

“전에 천통하면서 카이사르가 나한테 해준 말이 있었어.”

“하아...”

‘또 그놈의 천하통일 얘기... 

자기 여자보다도 게임이 그렇게 소중한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의도한 것이다.

“옛날에 어떤 마을에... 울지 않는 여인이 살고 있었대.”

“??”

이 남자가 미쳤는지...갑자기 옛날 얘기를 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한심한 듯, 하지만 꽤 진지한 눈치로 들어주었다.

“그 여자네 집은 무지 잘 살아서, 

주변에서 마을 청년들이 구애를 해왔지만...

그녀는 다 거절했지. 그녀에게는 

좋아하는 청년이 있었거든.”

“흐음...”

왠지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테지만, 

제법 괜찮은 전개였기에, 그녀는 계속해서 듣고만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청년은 바로 광대였어. 삐에로... 

가난하지만 매우 성실한 그를 그녀는 사랑했고... 

어느날 분장을 마친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청혼을 했고, 그녀는 받아들였지.”

“..........”

“그렇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던 어느날... 

요리를 하던 중에 여자가 칼에 손을 베였지. 

광대는 놀라서 여인을 걱정했는데... 

그 순간 여인은 눈물 한 방울을 떨구고, 

곧 그 눈물이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어.”

“거짓말!!”

“옛날 이야기잖아. 원래 사실성이 떨어져. 옛날이야기는...

흐음 그보다도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눈물을 보자마자 광대는, 

힘들게 일하지 않고 그 여인을 때려가면서 

흘린 눈물로 돈을 벌... 그런 싸가지없는 생각을 품게 되었어.”

“뭐 그런 자식이 다 있대...”

“그러게나 말이야... 여튼 

그 다음날부터 광대는 매일같이 아내를 때렸고, 

거기서 얻은 다이아몬드를 흥청망청 써버리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는 말했어.

‘돈? 걱정 마. 외상값 따위 내가 금방 갚겠어.’

동네 술집에서 전전긍긍하다가 술값을 받으러 집에 온 그는... 

아내의 손에 쥐어진 새빨간 다이아몬드를 보게 되었어.“

“그럼 그 여자는?”

“죽었지. 흐음... 어쨌든 삐에로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거야. 지가 얼마나 몹쓸 짓을 한건지... 

그리고는 빨간 다이아를 손에 꼭 쥔채 

한껏 미소지으며 죽은 아내를 바라보며 오열했지.”

“그래봐야 아내가 돌아오겠어?”

“후회는 항상 늦게 온다고 그러잖아. 어쨌든 광대는 

그 다음부터 공연을 할 때 자신의 뺨에 

그 새빨간 다이아를 그리고서 공연을 하게 된거야.”

“흐음...그렇구나.”

“그리고... 잠깐 눈 감아볼래?”

“왜 갑자기...”

그러면서도 그녀는 착실하게 눈을 감아주신다.

‘하아... 안녕, 나의 두 번째 여인이여...’

그러면서 나는... 그녀의 이마 위에 입을 맞춘 채 

그녀에게 말을 하였다.

“이제 눈 떠도 괜찮아.”

“뭐야. 그런거라면 굳이 눈감지 않아도...응?”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남자를 보며 실색한 그녀는 

곧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작지만 환하게 비추는 루비가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목걸이가 더 좋을 거 같아서... 반지는....흐음, 

나중에 돈 더 모아서 사줄게. 헤헤...”

“...............”

말이 없다.

‘제길...내가 또 뭘 잘못한 건가?’

그런데 이번에는 좀전과는 다른 침묵이었던거 같다.

왜냐하면...

“흑...흐흑...흑흑흑...”

그녀가 눈에서 다이아몬드보다 값진 눈물을 흘리면서 

와락 나를 끌어안아버렸기 때문에...

“내, 내가 뭐 또 잘못한 거야? 왜 갑자기 울고 그래...”

“그런거 아냐...그냥...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

“연희야...”

“하아.. 게임에만 미친 채로 살아왔던 나라서... 

남자친구만큼은 게임보다는 연예나 

다른 일에 신경써주는 사람이길 바랬는데...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런 의미심장한 말만 남긴 채...그녀는 

나의 가슴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하아...여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니까...”

결론, 여자는...그 어떤 

극악 난이도의 게임보다도 공략하기 어렵다.WTVSUCCESS=TRUE&WTV5111627=1646/1662&WTV5131831=8&WTV5172239=4.21&WTV5192443=1988&WTV591322=08.12.13 17:59WTVSUCCESS=TRUE&WTV382229=1290948985&WTV1471013=261027536&WTV1392781=25637865&WTV1357910=255355&WTV1357911=2330603&WTV246810=112&WTV2571219=159&WTV124816=game&WTV987904=1&WTV491322=외전&WTV9172643=외전 : 연희의 하루...

오늘은 그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그저께 그가 준 목걸이를 목에 걸고서...

처음에는 단지... 알바로 일하는 곳의 동료였는데, 

근데 어느샌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서는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있다.

게임...특히 미연시에 대해서는 뭐든 다 통달했으면서... 

여자의 마음에 대해서는 백치인 사람...

성적인 것을 무지 밝히는 사람이지만... 

마음만은 엄청 순수한 사람...

아무 여자한테나 찝적댈 거 같으면서도... 

한 여자에게 충실한 사람...

그게 바로 그다.

지난날... 이제는 사장되는 직종인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무진장 노력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만들게 해준 

‘스타크래프트’라는 

무진장 오래된 고전게임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망해서 희귀종이 되어버린 B사의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KOREI사의 삼국지 시리즈와 대항해시대 시리즈, 

그 외에도 각종 RPG와 격투, 액션, 스포츠, FPS... 

가리지 않고 전부다 시도해봤고, 정상에 서봤다.

여자로서는 될 수 없을 거라고 못을 박아버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거기에서 

지난 3년간 패배를 모르고 살아온 것이 나다.

하지만... 22세기로 넘어온 지금은 앞서 말했듯 

사양화가 되어버린 것이 게임산업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E-스포츠 산업이라 하는게 맞겠다.

기업후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캡슐로 모든 것이 구현화 되어가는 요즘, 

괜히 게임에만 몰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후원사들의 생각이었고, 그에 따라 나는 

프로게이머가 생긴 역사상 가장 힘든 

악조건속에서 게임을 해나갔다.

어떤 게임이든 이겨야 했다.

그래야만 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래야만 계속해서 내가 게임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게임에서 왕좌에 군림한 나로서도 

도전할 수 없었던 게임이 있었는데 그것이 

속칭 변태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미연시란 장르였다.

정말이지...여자를 성의 노예로만 생각하는 게임... 

그속에서 명작 못지않은 

스토리라인을 가진 게임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도 일부일 뿐... 그나마도 좋은 이야기를 

남자들의 성욕으로 더럽힌 게임이 꽤 많다.

하지만 모든 게임마스터를 꿈꾸는 나로서는... 

그런 게임이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물론...여자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위주로만...

촉수니 아니면, SM물이니... 

그런 것들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나부터가 여자인데... 치욕스러운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략해야만 성공이라니...그리고 

치욕을 당하면서도 성욕을 느낀다는 설정이라니...

그래서 되도록 무드가 있으면서 이야기가 

납득이 되는 위주의 게임을 공략하기로 했다.

나머지는...도저히 프로게이머 이전에 여자로서 

플레이할 만한 게임이 아니었기에...

그러던 중에 여성단체의 반발 속에서도 장르불문 

1위를 달리는 게임이 등장하게 되었다.

천하통일...

꽤나 고가의 타이틀로... 

세상의 모든 영웅들을 여성화시킨 이 게임은... 

꽤나 억측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게임으로서,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한 KOREI사의 회심작이기에...

프로게이머라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미연시라는 것이 걸리긴 하지만 

이 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늦게 이 타이틀을 구입할 수 있었다.

“시작할 곳은 중국...그리고 쿠폰사용!”

「어떤 장수를 등용하시겠습니까?」

“공명, 조운, 관우, 장비, 황충, 주유, 허저, 방통”

되도록 충성심이 높은 장수들 기준으로 장수를 등용했다.

미연시의 특성상 여성들에게 불리한 면이 엄청 많았기에... 

관계를 갖지 않아도 충성도를 올릴 수 있는...

그런 장수들로 시작해야 게임을 

효과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하북 제패를 위해 평원에서 플레이를 시작한 나는, 

거듭되는 원소군의 공격, 호시탐탐 하북진출의 교두보로 

평원을 노리는 조조, 그리고...그리고...

“조금 더 버텨주면 좀 좋아?”

간신히 10만병력을 양성했을 때... 

북쪽에서 급작스럽게 나타난 몽고군..그리고 태무진...

그녀의 총공세로...나는 결국 게임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인재수색을 해가면서, 

겨우겨우 부하로 만든 장수들의 배신도 덤으로 겪으면서...

처음 강제등용한 7명은 충심으로 나를 대해주었다.

하지만...그들도 그저 사무적으로 대해 주었을 뿐.. 

아무리 친해지려고 하여도... 군주와 가신 

이상의 선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게임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예...”

「시작할 곳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카르타고, 중국, 로마, 그리스가 있습니다.」

“카르타고”

그래서 고른 곳이 카르타고...

제법 커다란 땅덩어리임에도 인물이 없는 카르타고를 골라... 

주위의 야만인들을 공격해나가면서 

영토확장에 힘쓰기로 하였다.

원래부터가 단일국가였던 카르타고였기에... 

애써 다른 곳의 가신인 장수를 등용하려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아프리카를 

전부 손에 넣으니 전국통일이 되었고... 

곧 무대는 세계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인재가 없다는 것이 엄청난 약점으로 돌아왔다.

현재 유럽국가의 모태가 되는 로마...

북아프리카를 제패한 우리와 분명 군사의 수등은 비슷했다.

하지만 장수의 부족은...곧 한 나라의 파멸을 불러왔다.

북아프리카는 금세 로마의 손에 넘어갔고, 

마지막 남은 수도마저 풍전등화처럼 

언제 점령될지 모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말로 마스터하지 못하는 건가?’

그러던 중...머릿속에 한 명이 떠올랐다.

‘선우...’

그냥 왠지 모르게 떠올랐다.

단지 편의점에서 일하는 동료일뿐인데... 

그가 떠올랐다.

뭐라고 할 수 없는 느낌도 함께 왔다.

‘왜...왜 이러는 거지 나?’

처음 프로게이머의 꿈을 안고서 팀에 입단했을 때...

그때의 설레임이 갑작스럽게 나를 감쌌다.

‘하아..이상해. 갑자기 그를 만나고 싶어. 

왜 그러지 나?’

너무 이상했다.

내 몸이... 내 마음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럽게... 게임을 하면서 떠올린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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