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누나
동명이를 남겨두고 왔기 때문에 혹시 이상하게 생각할 지 몰라서 일찍 나왔
다. 벌써 두시간이나 동명이네 집에서 보냈기 때문에 무슨 핑계를 대야 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돌아가서 부딪쳐 보는 편이 났다는 생각이었다. 동명이 엄
마는 오늘도 자기 품안에서 자고 가길 바랐지만 학생 주제에 매일처럼 그럴
수는 없었다. 사실 그녀의 젖을 물고 자는 건 내 오랜 소원중의 하나였고 엊
그제에야 간신히 이루었지만 일년 삼백육십오일 모조리 그러고 자라고 해도
매일처럼 행복하겠지만... 동명이네 동네의 골목을 막 빠져 나왔을 때 하필
동명이 누나인 동진이와 따악 마주쳤다.
"안녕! 우리 집에 왔다 가는 거니?"
"어..누나. 아냐. 누나네 말고...."
"응? 너 이 동네에 친구가 또 있었니? 동명이는 이 동네에 친구가 없던데
..."
"응. 동명이 모르는 친구가 있어. 근데 왜 이렇게 일찍 와? 누나도 독서실
끝나면 우리랑 비슷하게 오잖아?"
"몸이 좀 안좋아서 일찍 들어왔어. 동명인 집에 있니?"
"아니. 아직 독서실에 있을 거야. 나만 먼저 나왔거든."
"흠 수상한데...단짝 친구를 버려두고 먼저 나오질 않나. 동명이도 모르는
친구라면...너 여자친구가 생긴 거구나. 그렇지?"
동명이 누나는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미인이었다. 슈퍼모델이 꿈이라는
말마따나 키도 딥따 커서 벌써 나보다도 반 뼘은 더 컸고 몸매도 옷이 터지
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부풀어 있었다. 그렇다고 홍 누구처럼 키만 멀쩡 큰
데다가 골반만 쩍 벌어진 말라깽이는 아니다. 재보진 않았지만 아마 23이나
24쯤 되지 않을까 싶은 잘룩한 허리에 풍만하게 탱글거리는 엉덩이, 묵직한
볼륨이 일품인 젖가슴에다 하체의 길이가 상체의 두배쯤 되지 않을까 싶게
롱다리였다.
'흠 역시 대단하군. 역시 아줌마 작품은 대단해. 근데 왜 동명이만 그리 작
다나?'
"호홋 아무 말도 못 하는 걸 보니 역시 그런가 보구나. 실망인걸! 내 후배중
에 예쁜 아이를 소개시켜 줄까 했더니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벌써 올라가
셨네."
"나 여자 친구 없어. 괜히 넘겨 짚지 말라구요. 누나 후배면 역시 쭉쭈기겠
네. 소개 시켜 줘요."
"그냥 맨 입으론 안 돼지. 그리고 이 동네 친구에 대해서도 해명을 해야 되
고..."
"그냥 학교 친구일 뿐이야.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아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만약 누나같이 근사한 여학생이라면 한달 용돈을 다 깨쳐서 스테이크로 모실
께요."
"흠 스테이크라면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이긴 하지만 거기다가 피자 하나 더
얹으면 생각해 보지."
"엣.. 그건 무린데...좋아. 그냥도 사드릴 수 있는데 까짓거..."
"호호..화끈한데...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자."
"근데 동명이도 여자친구 소개시켜 줄 거야?"
"글세..그건 엄마한테 허락받고 나서.."
"그..그럼 내 얘기도 할 거예요?"
"해야겠지.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네 얘길 빼면 엄마가 믿어 주겠니?"
"그래도..내 얘긴 안 했으면 좋겠는데..."
"왜? 창피해서 그래? 니들 나이가 열 일곱인데 여자친구 있는 건 당연한데
뭐 어때서 그래."
'바보야. 창피해서 그러는 게 아니고 네 엄마가 알면 질투할까 봐서 그런다
.'
학원 앞 피자헛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서 내 방에 올라오
자 마자 동명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녀석은 요새 내가 저를 빼 놓고 혼자 다
니는 것에 심통이 나서 화를 냈다. 요즘 동명이 엄마한테 신경쓰느라 소홀히
한 공부를 보충하려고 책상앞에 앉았지만 웬일인지 동진이 누나가 신경 쓰여
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그녀의 얼굴이 눈앞을 어른거렸
고, 누나가 소개시켜 준다던 여학생에 대한 기대감도 자꾸만 공부를 방해했
다.
열두시가 넘어가자 도저히 더 이상 할 마음이 안 들어서 그만 포기하고 자기
로 했다. 하지만 이불속에 들어가서도 동진이의 얼굴이 떠오르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동안 꿈에서도 그리던 동명이 엄마를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그녀
의 딸인 동진이 차례가 온 것인가 보다. 아무튼 내 앞길도 그리 순탄하지만
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남들은 생각하는 것만도 꺼리는 친구의 엄
마를 쓱싹 해치운 데 이어서 그녀의 딸이자 친구누나인 동진이까지 어떻게
할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