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회: 채음지체...? -->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혹적인 혜영누나의 모습을 떨쳐버리기 위해 거실에 나와 운동을 하는 사이 어느새 날이 밝았다. 가톨릭 대학의 하나인 산크리아트대학 병원에서 간호 팀장이라는 직책을 맞고 있는 혜영누나는 언제나 5시30분에 기상을 한다. 나야 뭐 잠을 아예 자지 않기에 그것이 빠른 것인지 느린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빠른 편이란다.
-삐삐삐삣! 삐삐삐삣! 삐삐삐삣! 삐삐삐...!
방안에서 들려오는 알람시계의 알람이 꺼지는 것으로 봐선 혜영누나가 깨어난 듯 싶다. 나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혜영누나를 생각하며 피식 웃고는 운동으로 인해 흘린 땀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잠시후 샤워를 마친 나는 평소와는 달리 조용한 집안을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누나가 아직도 자나...?”
나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혜영누나다 보니 언제나 일에 치여 살기에 가끔은 이렇게 늦잠을 자는 혜영누나를 깨워 줘야한다. 특히나 오늘처럼 늦잠을 자버리는 날에는 투정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어린애 달래듯이 어르고 달래서 잠을 깨워줘야한다는 나쁜점도 있지만...혜영누나의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두 나 때문이기에 그 정도 수고로움은 내 쪽에서 감수해야지 뭐...
“에휴, 역시나네...!”
-새근...새근...
역시 방에 들어와 보니 혜영누나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지금 시간이 대략 5시 50분이니 조금만 더 늦으면 100%지각이다. 그런고로...
-쿡! 쿡!
“누나! 누나! 일어나! 5시 50분이야! 이러다가 또 지각한다고!”
“우우웅~! 조금만 더 잘래...!”
“아, 글쎄 조금만 더자면 지각이라니까...!”
“히이잉...! 싫어...더 잘거야아...!”
간지럼을 심하게 타는 혜영누나의 최대 약점인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소리치자 혜영누나는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더 자겠다고 땡깡(?)을 부리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손이 많이가는 여자라니까...! 이럴때는 화난 듯이 소리치면...!
“아나, 이 아줌마가...우,우왓!”
-풀썩!
“에헤헤...! 그러지말고 진우도 좀만 더자...이 누님이랑 같이 자자. 응? 자...음냐음냐...!”
‘이,이 여자가 남의 속도 모르고!’
정말이지 남의 속도 모르고 이렇게 자극적인 스킨쉽과 함께 응석을 부리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왈칵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결국...
“좀 적당히 해둬, 누나! 도대체가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당장 안일어나?!”
“아,알았어...미,미안해 진우야...나,나는 그저...!”
“아, 됐어! 빨리 나와서 씻고 밥이나 먹어!”
-쾅!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혜영누나에게 큰소리를 치고만 나는 방문을 거칠게 닫고는 문에 기대서 쓰린 가슴을 움켜잡았다.
‘미안해, 누나...하지만 이렇게 하지않으면...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
이렇게라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려서라도 내 가슴 속에 자리한 누나, 아니 ‘이혜영'이라는 여자를 지우고 거리를 벌려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드니까...
그리고 잠시후 내가 기대있는 문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나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차리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렇게 혜영누나를 상대로 ‘정 떼기’를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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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흐으응...? 이상하다? 진우야~! 진우야, 혹시 내 스타킹 못 봤니?”
“하아아...아까 식탁위에 올려두고 화장실로 갔잖아...!”
“에에? 그랬었나?”
언제나그랬듯 평화로운 아침 대신, 덜렁거리는 혜영누나 때문에 시끌벅적한 아침을 맞게 된 집안은 혜영누나가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하느라 거의 초토화되어있었다.
그래도 아침밥은 꼭 챙겨 먹이는(?) 터라, 거의 아침밥을 들이킨 혜영누나는 집안을 헤집으며 스타킹을 찾아다녔고, 나는 여느때나 다름없이 깊은 한숨과 함께 혜영누나가 앉았던 식탁쪽 의자에 걸린 스타킹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 정말이네? 에헷!”
“그 덜렁거리는 버릇 좀 고쳐!”
“미안, 미안 그래도 나는 이게 천성이라서 말이지...”
식탁의자에 턱하니 걸쳐있는 스타킹을 발견하고는 혀를 내밀고 귀엽게 웃는 혜영누나를 보며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사락...! 사라락...!
“잘하는 짓이다... 남자 앞에서 팬티를 훤히 보이면서 스탕킹이나 신고...!”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이야! 도대체가 창피함을 몰라요 창피함을!”
밥 먹는 내 앞에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한쪽다리를 의자위에 올려놓고는 예의 그 고혹적이면서도 선정적인 자태를 뽐내며 검은 스타킹을 신으며 언뜻언뜻 보랏빛 레이스에 꽤나 야한 디자인의 팬티를 내비치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애써 다독이며 소리쳤다.
“에이...! 뭐 어때? 한 식구...인데...!"
“나는 남자도 아니라는거냐?!”
“...응!”
-스르륵!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스르륵...!
기어이 아들이 버젓이 보고 있는 앞에서 스커트를 걷어올리고는 가터벨트에 스타킹까지 고정시켜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리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몰래 쓰린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래...나는 누나한테 식구니까...남자가 아니라...’
그렇게 아무 거리낌도 없이 내 앞에서 스타킹을 신고, 스커트를 걷어올려 속옷을 보이며 가터벨트를 스타킹에 고정시킨 혜영누나가 흐트러진 복장을 바로하고 핸드백을 들고 거실에 있는 전신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세심하고 확인한 후에 활짝 웃었다.
“헤헷, 준비 끝! 그럼, 갔다 올게!”
“아,아 가던지 말던지...”
“우리 진우...이 누님이 방학인데 같이 못 있어줘서 삐졌구나?”
“내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앤가? 나도 나름 바쁜 몸입니다요.”
“흐으응...그래? 뭐 아무튼 난 일 다녀올테니까 너무 책만보지 말고 바깥 바람 좀 쐬고 그래, 알았지?”
“아,아...”
-쪽!
“그럼, 간다~”
-끼이익...철컹!
“......”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직장으로 향하는 혜영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혜영누나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은 뺨을 어루만졌다.
“공허하구나...누나가 없는 집은...”
비록 정 떼기를 하는 중이지만...아직은...그래, 아직은 내게 있어 혜영누나는 너무나 큰 존재였다.
-짝!
“또, 또 그런다. 이제는 포기하기로 했잖아 강진우! 정신차리자 정신차려!”
나도 모르게 혜영누나를 여자로 생각하며 또다시 못 이룰 사랑을 시작하려는 가슴을 뺨을 쳐서 잠재운 나는 혜영누나가 초토화시킨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혜영누나가 워낙 덜렁대는 성격에다가 정리하는 습관이 없어서 이렇게 내가 치워주지 않으면 금새 집안이 쓰레기장으로 변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대청소 아닌 대청소를 매일같이 하자 이것도 어느새 이골이 나서 왠만한 대청소는 30분안에 끝마칠 수 있었다.
화장실, 거실, 드레스 룸, 화장대, 안방, 주방 등등을 말이다.
“이제 좀 쉬어볼까나?”
덕분에 여느 집안의 아줌마들처럼 남편, 아니 혜영누나를 출근시키고 나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는게 아침일과가 되버렸지만 뭐, 이건 이것 나름대로 즐거운 거니까...
-팟!
[오늘의 날씨는...]
[서해안에서 올라온 싱싱한 생태가...]
[아니, 누가 그런 말을 했어요?!....]
게다가 이렇게 커피한잔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며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전부 학교를 가지않는 방학이나 공휴일 때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침 TV프로그램은 21세의 대학생이 볼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게 문제다.
“하아아...역시 아침에는 뭐 볼만한게 없구나...아침드라마는 너무 막장이고, ‘아침마당’같은걸 보면 완전 아줌마가 된거 같아서 싫고...뭐 재미난 거 없나...?”
시간은 철철 넘치는데 할게 없는 난감함!
그 난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하아앙~! 조,좋아...! 조,조금더...조금더 격렬하게...! 히아아아앙~!!)
-위이잉...위이잉...
“...저 아줌마 또 시작이네”
불면증에 걸려 남들보다 민감하게 되버린 청각 때문에 듣지 않아도 될 수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옆집에 사는 젊은 새댁이 내는 달뜬 신음소리였다.
옆집 내외가 이사온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지만 저 소리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도대체 남편이 뭐 하길래 매일 시간만 나면 저렇게 자위를 해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옆집에 사는 젊은 부인은 저렇게 남편이 없을 때면 거의 하루 종일 자위를 하곤한다.
덕분에 그런 옆집 아줌마가 내지르는 음탕하면서도 색기어린 신음소리를 들어야 하는 나는 언제나 난감하다.
“하아아...옆집 아줌마가 그렇게 못생긴 것도 아닌데...그리고 나이 많지 않고...”
1년 반이나 같은 아파트의 같은 층에서 살았으니 얼굴을 못봤을 리가 만무했다.
옆집의 아줌마는 저렇게 매일 자위를 하는 여성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숙하고 현숙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게다가 내 기억으로는 꽤나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 그리고 젊어 보이기까지 했었다.
“에효...혼자 이런 생각해봐야 뭐 달라질 거라도 있나...”
달라질 건 없었다.
옆집의 젊은 부인은 계속 자위를 하면서 신음소리를 낼테고 나는 그것 때문에 신경쓰여서 집에 제대로 있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도서관이나 나가자...”
결국 본의 아니게 집에서 내쫓기게 된 나는 내가 다니는 ‘성 미카엘 시립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