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20/71)

<-- 10 회: 최면, 그리고... -->

“당신은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어요...숨을 내쉴 때마다...조금씩...조금씩...온몸이 노곤해지는 기분이듭니다...점점...눈꺼풀이 무거워져요...하지만 걱정 말아요...이 졸음은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낮잠과 같은 거니까요...”

“스으으읍...하아아아...스으으읍...하아아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흔들리는 동전을 따라가던 혜림누나의 맑은 눈동자는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정말 졸음이 밀려오는 것처럼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게다가 나를 의식해서 자꾸 짧은 미니스커트를 매만지던 누나의 가녀린 두 손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즉, 점점 최면에 걸려든다는 소리였다. 나는 의외로 최면에 잘 걸려드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누나가 완전히 최면에 빠진 것이 아니기에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의 졸음이 밀려옵니다...너무나 달콤한 졸음이 천천히...아주 천천히 몰려와서 당신을 잠에 빠져들게 만들어요...당신은 그 노곤하고 달콤한 졸음에 너무나 행복하고 편안해져서 금방이라도 잠이 들것만 같아요...천천히 아주 조금씩...”

“........” 

내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의식적으로 내뱉었던 숨결이 고르게 변하며, 마치 정말 잠이 든 것처럼 사르르 눈꺼풀을 감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나는 입을 열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암시(暗示)’만이 남았다. 

“자아...이제 제가 셋을 세면 당신을 아주,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당신은 제가 ‘깨어나라’라고 외치면 언제든지 잠에서 깨어날 거에요...그리고 제 말은 ‘무엇이든 진실로’ 받아들이며, 오직 ‘진실’만을 대답하게 됩니다...하나...두울...셋...!”

“..........” 

내가 셋을 세기 무섭게 반쯤 감겨있던 혜림누나의 눈꺼풀이 완전히 내려앉는 것을 보고 나는 혜림누나의 눈앞에서 흔들거리던 동전을 치우고 잠시 혜림누나를 바라봤다.

 누나가 진짜로 최면에 걸린 건지 아닌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새애액...새애액...” 

‘지,진짜 최면이 걸린가...?’ 

하지만 이번이 처음인 내가 어찌 혜림누나의 외관만보고 어떻게 누나가 최면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알겠는가? 외적인 면에서 혜림누나가 최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나는 조금(?) 위험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진짜 누나가 최면에 걸렸다면 미안한 일이지만...장난을 치는 거라면 확실하게 깨어나겠지...!’ 

그것은 바로 혜림누나의 몸을 더듬는 것이었다. 그것도 평소라면 변태나 치한으로 몰릴 정도로 대담하게...! 

-사르륵...! 

혜림누나가 정말로 최면에 걸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확실한 방법으로 나는 혜림누나의 미니스커트 아래에 드러난 고혹적인 허벅지와 그 안쪽에 자리잡은 순결한 꽃잎을 어루만지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수컷이라서인지 그런 생각을 먹기 무섭게 제멋대로 혜림누나의 뽀얀 허벅지안쪽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혜림누나의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밀어올리고 꽃잎에 다가가는 손끝으로 혜림누나의 부드러운 살결과 연한 살색의 스타킹이 가져다주는 거칠면서도 자극적인 촉감에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혜림누나의 짧은 미니스커트 아래로 들어간 내 왼손이 누나의 미니스커트를 말아 올리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아찔한 자태의 골반과 욕정을 일으키게 만드는 사타구니가 연한 살색의 스타킹과 연한 하늘색의 성인여성의 팬티로 뒤덮여 드러나자 나는 나도 모르게 페니스가 불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화,확실히 여자가 맞구나...? 아차! 이게 아니지!?’ 

여성 특유의 그 부드러운 살결과 촉감을 만끽하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혜림누나를 바라보았다.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면 무슨 반응을 보여도 진작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혜림누나는 정말로 최면에 걸렸는지 여전히 아까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른 숨을 내뱉을 뿐이었다. 

‘저,정말 최면에 걸렸나보네...?!’ 

첫 최면이 이렇게 쉽게 성공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혜림누나를 바라봤다. 내심 적어도 대여섯 번은 최면시도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소질이 있는 거야...아니면 이 누나가 나를 너무 믿는 거야...?’ 

하지만 예상 밖으로 한 번의 시도로 최면에 성공했고, 그 증거로 혜림누나가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최면에 빠져 무방비로 누워있었다. 

내가 정말 최면 쪽에 소질이 있는 건지, 혜림누나가 나를 너무 믿어서 최면이 단번에 걸린 건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일단 혜림누나의 흐트러진 옷을 다시 원래대로 해놓고는 혜림누나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본격적인 최면치료와 최면술에 대한 실험을 할 생각으로 말이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윤혜림...” 

“나이는 몇 살이죠...?” 

“28살...”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부모님은 돌아가시고...언니와 여동생이 있어요...” 

“주민등록번호는요?” 

“111224-40*****...”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내 질문에 대답하는 혜림누나의 지갑을 꺼내 그 안의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한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실히 내가 암시를 걸어둔 대로 ’진실‘만 말하고 있구나...!’ 

누나가 내가 걸어둔 암시대로 나에게 진실만 말하고 있음을! 나는 그런 혜림누나의 모습에 씁쓸한 미로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혜림누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불면증에서 벗어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순진하고 착한 혜림누나에게 정말 못할 짓이지만 내가 앓고 있는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혜림누나를 나의 ‘실험대상’겸, '치료제'로 만들 생각인 것이다.

 ‘최면술’을 수련할 수 있는 수련대상으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더 이상의 수련이 필요 없다 싶을 때 누나와의 정사를 통해 내가 새롭게 만들어낸 ‘보음보양경’을 수련할 것이다.

 물론 애초에 혜림누나가 원했던 대로 누나의 콤플렉스인 빈약한 가슴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말이다. 즉...! 

‘아무리 불면증에서 벗어나고 싶다지만 이런 빈유(貧乳)의 여성이랑 섹스를 할 생각은 없다고...!’ 

혜림누나의 가슴을 자~알 키워서 잡아먹겠다는 소리! 일명 ‘키잡’을 생각하는 나다. 

‘어디보자...그럼 일단은...혜림누나의 가슴부터 해결해 볼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최면에 빠져버린 혜림누나를 바라보며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당신은 이제부터 제가 가슴을 만지면 가슴이 조금씩 커질 것입니다. 기초적인 신진대사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외한 모든 영양분으로 제가 당신의 가슴을 만지면 만질수록 가슴이 커지는 것입니다. 알겠나요...?”

“예....” 

이 암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안 먹힐지는 차후에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일단 이것으로 혜림누나의 치료는 끝났다. 뭐 일단 중요한건 혜림누나의 절벽가슴을 평균사이즈의 가슴으로 만드는 것이 시급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혜림누나의 치료를 끝마친 나는 씨익 웃으며 다시 한 번 입술을 달싹였다. 혜림누나를 치료해주는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나를 위한 안배’가 남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당신은 이제부터 저를 만날 때마다 욕정을 느끼게 됩니다. 저를 만날 때마다 아주 아주 음란하고 음탕한 망상을 하면서 끝없는 욕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저와 신체접촉을 할 때마다 당신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아주 아주 짜릿한 쾌감과 쾌락을...알겠나요?”

“예...” 

“마지막으로 제가 ‘나의 최면대상 1호 윤혜림’이라고 말하면 당신은 언제든지 지금과 같은 깊은 최면상태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 

깊은 최면에 빠져 고분고분하게 내말에 대답하는 혜림누나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혜림누나의 최면을 풀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들은 무의식의 저편에 숨겨 놓아 누나가 최면에서 깨어나더라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말이다.

“자아...이제까지의 제가 말한 모든 것들은 당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아주 아주 깊은 무의식 속에 잠겨듭니다. 당신은 최면에서 깨어나게 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아주 아주 달콤한 수면을 취했다는 것만을 기억할 것입니다. 아시겠죠...?”

“예에...” 

“자, 이제 제가 하나, 둘, 셋을 외치겠습니다. 하나, 둘, 셋...! ‘깨어나라’!” 

“.....” 

이로서 모든 최면이 끝났다. 조금 있으면 누나는 최면에서 깨어날 것이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체 단지 자신이 잠시 달콤한 잠을 즐겼다는 것만을 기억 할 것이다. 그리고...

“으윽...! 뭐,뭐지...? 이 통증은...?!” 

-털썩...! 

혜림누나가 최면에서 완전히 깨어난 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던 나는 갑작스러운 두통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평소에 느끼던 두통보다 수십 배는 더 강렬한 통증과 함께 마치 송곳으로 뇌를 찌르는 듯한 끔찍한 통증에 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머리를 감싸쥔 채 방바닥을 뒹굴 뿐이었다.

“으으윽...!” 

너무나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비명도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 

그 끔직한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찰나...! 

“하아암...! 어머!? 내가 잠깐 잠이 들었었나...?” 

“으윽...! 누,누나...!” 

“음...? 어,어머! 진우야! 너 왜 그래?! 어,어디 아파?!” 

혜림누나가 최면에서 깨어나 기분 좋은 기지개를 펴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누나를 부르는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나에게 다가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안전부절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혜림누나의 모습이 흐릿한 내 시야에 들어왔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심한 두통을 느꼈다. 그리고...

-주르륵...! 

“어,어머! 피! 피가...!” 

“끄으으...!” 

급기야 콧속에서 뜨거운 피가 인중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고, 그 모습을 발견한 혜림누나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더더욱 안절부절 했다. 

그렇게 혜림누나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계속 고통을 호소하는 나를 보고 급기야 눈물까지 글썽이는 상황까지 갔을 때. 서서히 두통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으으으...!” 

“지,진우야 정신차려봐! 응?! 정신차려...!” 

-흔들흔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혜림누나는 여전히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내 몸을 흔들어대면서 어쩔 줄 몰라 했고, 덕분에 나는 속이 미식거리기까지 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혜림누나의 이런 행동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애써 통증을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그,그만 흔들어요...우,울렁거린다고요...!” 

“아! 미,미안! 이,이제 괜찮은거야...?” 

“예...저,저 좀 일으켜주세요...” 

“그,그래...!” 

-스륵...털썩...! 

조금씩 사라지는 통증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혜림누나의 부축을 받아 소파에 앉은 나는 눈을 감고 통증이 거의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눈을 떴다.

“괘,괜찮아...?” 

“아,예...이제는 좀 괜찮아졌어요...” 

“다,다행이다...나,난 네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아직 두통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가벼운 통증이었기에 슬며시 눈을 떠서 혜림누나를 바라보자 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누나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 

“아,아...가끔씩 이래요...불면증 때문에...” 

“그,그러니...?” 

‘뭐 오늘은 그 강도가 수십 배는 세지만...’ 

굳이 그걸 혜림누나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혜림누나의 걱정 어린 시선 속에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나는 두통이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혜림누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 죄송한데 수건이나 휴지 같은 것 좀 가져다주실래요? 코피 때문에...” 

“아...! 나 손수건있어...! 여기!” 

“고마워요...” 

“으,응...” 

요즘 같은 시대의 여성답지 않게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혜림누나 덕에 오랜만에 손수건을 써본 나는 피가 묻은 손수건을 잘 챙겨서 주머니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손수건은 나중에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응, 알았어. 근데 정말 이젠 괜찮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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