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회: 재회, 그리고 첫 경험 -->
결론부터 말하자면 혜영누나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미나의 뒷풀이에 끌려가는 바람에 아무래도 집에 늦게 들어올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그 메시지를 나는 집으로 가던 도중에 마트에 들러 불고기용 고기를 사다가 받았다.
그 덕분에 집안이 난장판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이내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하아..! 혼자 밥 먹기는 좀 그런데..!"
혜영누나와 함께 오붓하게 불고기를 먹으며 캔 맥주라도 마시려고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맥이 빠진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혼자 쓸쓸하게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힘이 빠졌다.
하지만 이제 와서 누굴 초대할 입장도 아니고, 혜림이를 불러내자니 그건 좀 아니다 싶었던 나는 결국 오늘은 하는 수없이 혼자 밥을 먹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불고기용 고기를 사들고 추욱 처진 어깨를 하고서 터벅터벅 걸어 집에 도착했다.
"어디보자...열쇠가...!"
꽤나 늦은 시간이라 습관적으로 벨을 누르려던 나는 이내 혜영누나가 집에 아직 안 들어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아차!하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리곤 호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로 현관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갔을 것이다.
“지,진우군! 자,잠깐 아줌마 좀 도와줄래?"
"응...?"
나를 불러 세우는 목소리만 없었다면.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척 보기에도 무거워보이는 시장바구니와 생필품이 잔뜩 담긴 비닐봉지를 양손 가득 들고 낑낑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는 옆집 아줌마가 보였다.
"아, 예!"
"고,고마워."
"에이, 뭘요. 서로 돕고 살아야죠."
아무래도 마트에서 집까지 이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온 듯 꽤나 선선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옆집아줌마의 모습에 나는 얼른 다가가 그녀의 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이제 살았다!'라는 표정으로 고맙다고 말을 하는 옆집 아줌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줌마를 쳐다봤으나, 이내 고개를 잽싸게 돌려야만 했다.
'뭐,뭐야 이 아줌마는...?! 부끄럽지도 않나 이런 차림을 하고서 장을 봐온 거야?'
시장을 보고 온 옆집아줌마의 복장상태가 문제였다.
정확히는 집안에서 잠옷 대용으로 입음직한 헐렁하고 짧은 나시티에 겨우 엉덩이나 가리면 다행이다 싶은 초미니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헐렁한 나시티 속은 노브라 차림이었다.
그 덕분에 무거운 짐 때문에 상체가 저절로 숙여지자 헐렁한 나시티가 흘러내려 옆집아줌마의 그 뽀얀 속살과 풍만한 가슴의 형태, 그리고 그위에 아찔한 자태로 우뚝 솥은 유두와 유륜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
그 자극적인 모습에 화들짝 놀라 얼른 고개를 돌리자 갑자기 자신한테서 고개를 돌려버리는 내 행동에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이내 내가 자신의 속살을 보고 그러는 것임을 깨달은 듯 나직한 탄성을 터뜨리는 옆집 아줌마다.
그런 아줌마의 반응에 괜히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움찔한 나는 최대한 아줌마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옆집아줌마의 손에서 짐 보따리를 낚아채듯 빼앗아들었다.
“이,이거 댁까지 옮겨드리면 되죠?”
“으응...! 그,그래.”
“웃차! 이거 꽤나 무겁네요.”
“그,그냥 생각 없이 사다보니 많아져서 그래, 아참! 내가 얼른 가서 문 열어줄께!”
-타다닥!
내가 자신의 속살을 봤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생각 없이 저런 차림으로 나돌아 다녔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을 붉히고 있는 옆집아줌마에게서 짐을 빼앗아들고 성큼성큼 걸어가자 옆집 아줌마가 문을 열어두겠다며 얼른 뛰어갔다.
나는 그런 옆집 아줌마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자기가 무슨 치마를 입고 있는지 자각을 못하는 거 아냐? 저렇게 뛰어가면 치마가 펄럭여서 속이 다 보이잖...’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자기가 간신히 엉덩이 아래까지만 가리는 초미니 주름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집을 향해 뛰어가는 옆집 아줌마의 조신하지 못한 행동 때문이었다.
게다가...
‘헉?! 뭐,뭐야 노브라에...노팬티야?!’
그런 아줌마의 행동에 펄럭이던 치맛자락이 끝내 그 속을 내비쳤고, 그 안에 자리하고 있어야할 팬티대신 탱탱한 엉덩이와 하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무리 근처 마트에 가는 거라지만 저런 차림새에 노브라도 모자라 노팬티 차림으로 나온 아줌마의 저의가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거지? 설마...일부러?’
왠지 저런 차림새와 허점투성이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의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왠지 천성인 듯한 모습이 나를 긴가민가하게 만들었고, 평소 시도 때도 없이 음탕한 신음소리를 흘려대면서 자위를 해대는 옆집아줌마의 행실을 생각하면 고의적으로 그런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 미치겠네! 옆집 아줌마한테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거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천성인지 고의적인 행동인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혀 인상을 찌푸린 채 옆집 아줌마를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피잉!
[이,이 정도면 나한테 베란다에서 생포르노를 보여준 답례는 충분히 한 거겠지...? 아아...! 정말 굉장했는데...! 꼬챙이에 밑에서부터 꿰뚫리듯이 자지에 꿰뚫려서는 그런 칠칠맞은 표정을 하고...! 아앗! 또 생각해버렸네!? 이,이러면 안돼. 또 몸이 뜨거워 진다고! 정신차려! 송유라! 아,아무리 욕구불만이라지만 옆집에 사는 아이를 유혹하면 안돼! 으, 그치만 마냥 어리게만 보던 진우군이 그렇게 크고 늠름한 자지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여자친구를 집에 불러서 즐길 정도로 섹스에 능숙한 것 같았는데...! 아아! 또 떠올려 버렸네, 하아! 정말 낮에 봤던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아서 큰일이야. 정말...!]
‘윽? 뭐,뭐지?!’
가느다란 파공성과 함께 마치 누군가가 귓가에 대고 조잘거리는 듯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서없이 계속되는 그 조잘거림에 나는 현기증을 느끼며 잠시 비틀거렸으나, 이내 그 조잘거림은 내게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게...독심술인가?’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이 현상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렇다. 이것은 이름 없는 고서의 저자가 남긴 안배를 통해 강화된 송과선이 옆집 아줌마, 송유라의 마음을 알아보고자하는 내 ‘염원’에 반응하여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염파를 읽어낸 것이었다.
'아,아 그렇게 된 거였군...그러니까 이게 독심술로 파악한 옆집아줌마의 속마음이라는 거지? 흐음...!'
두서없이 나열된 생각이었지만 정리하자면 낮에 헤림누나와 내가 베란다에서 격렬한 섹스를 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런 이벤트를 벌였다는 옆집아줌마, 아니 송유라의 마음을 읽고 나는 고민에 잠겼다.
얼떨결에 펼친 독심술에 대한 정보가 한번 머릿속에 떠오르자 그와 과년된 지식마저 줄줄이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이왕 이렇게 도니 것 저 아줌마를 실험대상으로 삼을까...?'
허둥지둥 제 집 현관문을 열면서, 머릿속으로는 낮에 몰래 훔쳐보았던 혜림이와 나의 섹스를 떠올리고, 마음속으로는 자신도 그렇게 격렬하게 범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품는 옆집 아줌마, 아니 송유라를 새로 얻은 최면술의 실험대상으로 사용할까 하는 생각이 품었다는 소리다.
'뭐 저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을 외모에, 몸매도 끝내주니까 딱이긴한데..!"
아직 젊어서 그런지, 아니면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헐렁한 나시티를 가슴부분만 팽팽하게 당겨질 정도로 풍만한 가슴을 가진데다가 그 밑으로 드러나는 매끈한 허리와 웬만큼 운동해선 만들기 힘들다는 11자 복근, 그리고 짧은 주름치마의 치맛단을 더욱 짧게 만들고 있는 탱탱한 엉덩이와 군살하나 없이 매끈한 각선미를 뽐내는 다리가 마음에 드는 여자다.
또한 밤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어깨 밑에서 커트시켜 활달하고, 생기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한편, 그 아래로 곧게 뻗어있는 초승달 같은 눈썹과 숨겨진 욕망이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고, 계란형의 작은 얼굴에 오똑한 코와 립밤을 발라 유난히 반짝이는 듯한 입술, 그리고 상기된 두 볼이 오밀조밀하게 자리해 송유라라는 여인이 활달하고, 생기 넘치며, 적극적인 미인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성적으로는 외간남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나를 유혹해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송유라의 심리상태가 마음에 쏙 들었다. 게다가 남편에 대한 믿음과 정조관념, 그리고 섹스리스로써 느끼는 욕구불만과 욕정 그 모든 것이 혼재되어 갈팡질팡하는 송유라는 염파를 이용한 최면술이 처음인 나에게 딱 알 맞는 실험대상으로 보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마침 혜영누나도 술자리가 있어 늦게 들어올 것 같고 말이지...'
그리고 때마침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마냥 챙겨줘야 하는 혜영누나도 밤늦게 들어오는 날 아닌가!
-찰칵!
-스르륵...!
"이,일단 들어와. 진우군."
"아, 예."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자기 집 현관문을 연 송유라아줌마가 제 짐을 대신 들어주고 있는 나를 집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하아...! 힘들어..! 남편이 출장간걸 깜빡하고, 남편이랑 장보던 것처럼 한 달 동안 쓸 생필품을 사버리는 바람에 큰일 날 뻔했네. 그나마 옆집에 사는 진우군이 도와줘서 망정이지 으으!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역시 남편이 없을 때 생필품을 사오는 건 무리야, 무리. 그냥 다음부터는 급한 것만 사서 쓰고, 남편이 올 때까지 버텨야지...!]
자기 딴에는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 움직이려고 한 행동이지만 그 행동의 저변에 깔린 송유라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안녕, 나의 사랑스러운 마루타? 크큭!'
그녀를 나의 실험대상으로 삼기로 결정했다는 소리다.
너무나 고맙게도 집안에 남편의 출장사실을 알려주는 송유라 덕분이다.
'자아..! 그럼, 간단하게...!'
옆집에 사는 송유라를 나의 마루타로 삼기로 결정한 그 순간.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그녀에게 염파를 쏘아 간단한 최면을 걸었다.
"짐은 여기다 놓을께요. 아줌마."
"으응? 응! 그래, 거기다가 놔둬. 아! 그리고...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식사...하고 가지않을래..?"
"예...?"
"아,아니 그게...도와준 것도 고마워서."
그것은 바로 송유라가 가진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준 진우군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겠다'라는 사고를 살짝 꼬아서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준 진우군에세 고마움의 표시로 식사대접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시다면 뭐...그럴게요. 어차피 저도 지금 혼자라서 혼자 밥먹기가 좀 그랬거든요."
"어머?! 그러니? 그것 참 잘됐네! 그럼, 그렇게 서있지 말고 들어와."
"예, 아주머니..!"
'흐음! 내 생각을 타인에게 주입시키는 게 염사술이군. 강력한 최면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를 상대에게 염사 할 수 있어..! 생각, 사고, 감정, 촉감 같은 것 말이야. 그래, 암시가 유동적인 타인의 사고를 강제로 정형화시켜서 각인시키는 거라면 이건 타인의 사고를 계속 주물러 다른 형태로 나아가게 만드는 거구나!'
그 덕분에 아무런 저항 없이 송유라의 집에 들어온 머릿속에만 있던 염사술을 실제로 사용하고, 또 그 과정을 지켜보며 확실히 이해한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집안을 쓰윽 훑어보았다.
송유라가 옆집으로 이사 온지 근 2년이 다되어 가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본격적인 최면을 걸기 전에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흐음, 역시 결혼 한지 얼마 안 된건가? 웨딩사진이 걸려있군. 게다가 살림살이도 꽤나 고가에 별로 쓴 흔적이 없어, 그리고... 빨래바구니에 남자 옷은 아예 보이질 않는 군...'
그렇게 송유라의 집안을 훑어본 결과 나는 그녀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녀의 남편이 꽤나 능력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