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회: 재회, 그리고 첫 경험 -->
‘자! 그렇다면...!’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그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내 생각을 현실로 구현했다.
즉, ‘타인에게 요리를 해주고 그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 기쁨을 느끼게 된다.’는 사고와 자기도 모르게 모성애가 우러나와 ‘나에게 뭔가를 더 해주고 싶다.’는 무의식, 그리고 본인은 아직 모르는 것 같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느끼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용해 <혼자 외롭게 지내는 나에게 찾아온 진우군에게 뭔가를 해주면 해 줄수록 깊은 충족감과 만족감,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라는 암시를 만들어 송유라에게 걸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송유라에게 또 다른 암시를 걸어버린 후 테스트도 할 겸, 겸사겸사 그녀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죄송한데, 물 좀 주실래요?”
“으응? 물? 그,그래, 가져다줄게 잠깐만 기다려.”
[이런 바보! 진우군이 목마를 걸 생각을 못하다니! 실수야. 실수!]
-쪼르르륵!
-탁..!
“자, 마셔.”
[미리 신경 썼어야 했는데...! 아! 진우군이 화가 나서 가버리면 어쩌지?]
“감사합니다.”
“가,감사하긴...!”
[아,아..! 지,진우군이 내가 가져다 준 물을 마시고 고마워하고 있어..! 아아! 행복해, 너무 행복해!]
그러자 고작 물 한잔을 가져오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표정, 두려워하는 표정, 감격에 겨워 행복해하는 표정 등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송유라의 생각을 읽은 나는 미소 지었다.
나의 암시가 제대로 먹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다른 사고를 염사시키지 않고 실행한 암시이기에 더욱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좋아, 암시가 먹혀들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젠 테스트를 해봐야겠지?’
나의 암시에 걸린 송유라를 바라보며 염사술을 사용하지 않고 사고와 감정, 무의식을 이용해 건 암시가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 궁금해진 나는 테스트를 시작했다.
“잘 먹었습니다~!”
“으응? 진우군, 벌써 다 먹었어?”
[지,진우군을 위한 음식이 아직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
“예, 원래 소식하는 편이라...”
“그,그러지 말고 성의를 생각해서 조금만...조금만 더 먹어. 응? 진우군. 자, 아~!”
[나를 봐서라도 조금만 더 먹어줘. 제발!]
“아뇨, 괜찮아요. 배불러요.”
“아, 그,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하아...! 속상해, 진우군이 조금만 더 먹어주면 좋을 텐데...하지만 억지로 먹이면 실례니까, 참아야지.]
그리고 그 시작은 역시나 식사를 끝마치는 일이었다.
밥을 먹다가 딴 짓을 하기엔 좀 그랬기 때문이다.
뭐, 그 덕분에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내가 먹어주고 있다는 것에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던 송유라가 자기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주며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했지만 손사래를 치는 내 행동에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그것보다 내 실험이 먼저였던 나는...
“이런 벌써 10시가 다 되가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아주머니!”
“지,진우군 설마...집에 가려고...?”
[싫어...]
“예, 시간도 늦었고, 아무래도 이 시간까지 남의 집에 있는다는 건 좀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폐,폐라니! 난 괜찮으니까, 그냥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응? 진우군...!”
[싫어! 싫어! 혼자 있기 싫어! 외롭다고! 그러니까 가지 말아줘!]
<혼자 외롭게 지내는>이라는 암시를 걸어둔 송유라가 자신의 곁에서 떠난다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늦은 시간을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마치 날 혼자 두고 가려거든 죽이고 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절박하고,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내 팔을 잡고 늘어지는 송유라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난감한 척 하면서 거실에 걸린 시계를 자꾸 쳐다봤다.
집에 가려는 의사를 은연중에 표한 것이다.
그러자...
“그,그러지 말고, 차라도 한잔하고가. 아니면 디저트라도... 으응? 진우군!”
[그래, 차라던가 디저트라도 먹고 가. 제발 날...날 혼자 두지 말아줘...!]
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내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
그런 송유라의 모습에 내가 건 암시가 생각보다 강하게 걸렸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여기서 그녀에게 걸어 둔 암시 중에<혼자 외롭게 지내는>이라는 부분을 테스트 하는 것을 멈추고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그럼, 그것만 먹고 갈게요.”
“정말?”
“예.”
“알았어! 내가 얼른 준비할 테니까 저기 소파에 앉아서 TV라도 보고 있어. 진우군!”
[잘 선택했어. 진우군! 아차! 이럴게 아니라 진우군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준비해야지!]
“예, 아주머니.”
그렇게 그녀의 권유를 승낙하자 안도하는 표정을 지은 송유라가 내가 마음이 바뀔까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다가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나는 그녀가 말한대로 했다.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 TV를 켜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흐음...! 생각보다 암시가 강하게 걸린 것 같은데 이건 왜 그런 거지? 혹시 정말로 외로움을 타고 있었나?’
-달그락! 달그락!
그렇게 그녀의 말대로 소파에 앉은 나는 생각보다 강하게 걸린 듯한 암시에 대해 생각하며 찬장에서 찻잔을 꺼내고,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송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암시가 강하게 걸린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송유라에게 암시가 강하게 먹혀들어간 이유를 생각하고 있던 내게 송유라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달그락!
[잠깐만...! ‘그것만 먹고 갈께요’라는 말은 차랑 디저트만 먹으면 집에 가겠다는 말...이잖아?! 안돼! 그럴 수는 없어! 지,진우군을 그렇게 보낼 수 는 없어! 어,어떻게 해서든 진우군을 우리 집에 머물게 해야...아!]
‘응? 이건 뭐... 아! 반복되는 염사술과 암시, 그리고 지속적인 독심술 때문에 송유라의 생각이 이제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흘러들어오는 거구나!’
특별히 송유라의 생각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읽혀 들어오는 송유라의 마음에 깜짝 놀라, 이 현상에 대한 고민을 떠올리자 머릿속의 지식이 해답을 내놓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을 신기하게 여기는 한편,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느라 잠시 잊고 있던 지식에서 내 암시가 강하게 먹혀들어간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렇군, 상대의 사고와 감정, 그리고 무의식을 이용한 복합적인 암시는 그 다양성만큼 암시에 대한 사고를 해서 점차 강화되는거였구나!’
어째서 암시가 강하게 걸렸는지 알아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자신에게 걸린 암시를 떠올려 스스로 강화시킨다는 맥락이다.
그 덕분에 송유라가 저렇게 나를 집에 보내지 않으려는 것이고 말이다.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실험을 통해 내가 모르는 사실 하나하나를 알아가는 ‘앎’에 대한 충족감 때문이었다.
그런 충족감에 나는 송유라를 실험대상으로 삼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의 마루타가 되어준 그녀를 정감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그,그래! 진우군은 여자친구를 집으로 불러서 섹스를 할 정도로 혈기왕성한 나이 때니까, 내가 온 몸으로 유혹하면 넘어올 거야! 그렇게 진우군을 유혹한 다음에 내 매력에 빠지게 해서 진우군이 집에 가지 못하게 하면 돼!]
‘에엑?!’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송유라의 사고에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은 아주 잠시였다.
그런 송유라의 생각은 내가 염사한 생각도, 그렇다고 암시를 걸어둔 것도 아니었기에 지금의 상황에 흥미로움을 느낀 것이다.
‘아하! 그렇게 된 거였군!’
게다가 머릿속에 잠들어 있다가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싶다는 내 생각에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시작한 지식 덕분에 더욱더 흥미진진해졌다.
머릿속에 떠오른 지식을 빌어 설명을 하자면 일일이 감정이나 사고를 염사해서 대상의 사고를 바꿔놓지 않아도 여러 개의 사고를 동시에 염사하거나, 암시를 걸어두면 대상의 평소 가지고 있던 사고의 흐름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 때문에 송유라가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흐르는 강물에 커다란 장애물을 여러 개 비치하면 강줄기를 따라 잘 흐르던 물의 흐름이 변해 급류로 바뀌고, 기존의 강줄기를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이내 새로운 수로를 뚫으며 흐르는 것과 같다.
이것을 송유라에게 비유하자면, 계속되는 염사와 암시, 그리고 복합적인 암시 등으로 인해 급류로 변한 송유라의 사고의 흐름이 기존에 그녀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흐름을 급류가 흙이나 모래를 쓸어가 버리는 것처럼 풍화시켜버린 상황이란 소리다.
-사라락!
[이,이렇게 치마를 걷어 올리면 진우군이 내 엉덩이를 더 잘 볼 수 있겠지? 무,물론 보지까지...!]
그 덕분에 가뜩이나 짧은 자신의 주름치마를 허리춤까지 끌어 올인 송유라가 초미니 주름치마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지던 그 탱탱한 엉덩이의 아랫부분을 이제는 아예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처 정리를 못했는지 지저분해 보일정도로 웃자란 음모로 뒤덮여있는 그 음란한 둔덕을 아슬아슬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TV를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며 내 시선이 자신에게 돌려질 때마다...
“아이, 차암~! 내가 주전자를 어디에 뒀더라아~?”
[이,이렇게 주전자를 찾는 척하면서 허리를 굽히면 진우군이 내 엉덩이를 보겠지...? 아,아! 상상만으로도 흥분돼..!]
“...크,크흠!”
“앗! 찾았다♡!”
[아,아! 봤구나..! 진우군한테 보여진거야..!]
주전자를 찾는 척하며 상체를 숙여 치맛자락이 올라가게 만들어, 자신의 탱탱한 엉덩이와 그 아래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두툼한 둔덕, 그리고 살짝 벌어진 꽃잎사이로 애액이 흘러 번들거리는 소음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송유라였다.
덕분에 그녀의 앙큼한 생각을 읽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녀의 행동에 속아주던 나는 사타구니가 점점 크게 부풀어 이제는 바지위로도 발기한 것을 알아차릴 정도가 되어 버렸다.
물론...!
“녹차가 여기 어디쯤에 있었는데에...!”
[아,아직 부족해! 조금 더 제대로 유혹하지 않으면 진우군이 가버릴꺼야!]
그 사실을 모르는 송유라는 주방에서 차와 디저트를 준비하면서 스트립쇼나 다름없는 모습들을 나에게 보여줬지만 말이다.
그런 송유라 덕분에 눈이 호강하고, 여성이 저돌적으로 남성을 유혹할 때 보이는 몸짓을 보며 육욕이 들끓는 것을 느낀 나는 당장에라도 송유라를 덮쳐버리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아내며 그녀가 차와 디저트를 쟁반에 받쳐 들고 나에게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송유라,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나에게 충분한 섹스어필을 했다는 것을 인지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할 송유라의 사고와 몇가지 실험이 더 남아서서지.’
나는 그렇게 개미지옥에 개미가 빠지길 기다리는 개미귀신처럼 조용히 때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을까...
“자아~! 맛있는 디저트랑 차가 나왔어요~♡!”
마침내...
개미가 제 발로 개미지옥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