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회: 만남, 그리고... -->
황당한 에피소드 끝에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나와 혜림이는 혜림이가 싸온 도시락을 들고 교내의 공원으로 가서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은.
“우응...! 일하기 싫다아...!”
“에이!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뭐가 싫다고 그러는 거야?”
“으읏! 그,그치만 그냥 멍 때리고 있는 거 은근히 힘들다고!”
“...나랑 섹스를 못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그건...!”
“으이그! 하여간에 음란하다니까, 우리 혜림이는...!”
“으응...♡!”
혜림이가 업무를 보는 창구에 나란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확실히 혜림이와 했던 연기가 제대로 먹혔는지 도서관내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을 뿐 아니라. 혜림이에게 작업할 목적으로 도서관에 들어오려는 남자들이 혜림이와 딱 붙어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니 발걸음을 되돌렸기에 이렇게 예전처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뭐, 물론 정말 도서관에 목적이 있어서 들어온 사람들 때문에 큰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예전으로, 아니 예전보다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되어 혜림이와 도서관에서 이러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했던 나는 내 말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당황하는 혜림이에게 입을 맞추며 그녀의 허벅지를 슬그머니 쓰다듬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 손이 더욱 은밀한 곳을 파고들 수 있게 다리를 벌리는 혜림이었으나.
“후훗! 안 돼. 이유는...알고 있지?”
나는 야릇한 신음소리를 나직하게 내며 다리를 벌리는 혜림이의 허벅지만을 쓰다듬을 뿐. 좀 더 안쪽까지 손을 대지 않았다. 아직 혜림이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나뿐만 아니라 혜림이도 알고 있기에 그렇게 말하자 혜림이가 볼을 부풀리며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치,치사해...!”
“치사해도 어쩔 수 없어. 괜히 상처가 덧나는 것보다 나으니까.”
“히이잉...!”
하지만 나는 여느때와 달리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혜림이를 생각해서였다.
그런 내 말에 내가 정말로 자신과 섹스를 안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혜림이가 이내 울상을 지었고, 나는 그런 혜림이의 표정에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무 그런 표정 짓 지마. 혜림이, 네가 참는 것 만큼 나도 참고 있으니까.”
“으응...?”
“자...”
“아...!”
그런 내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혜림이의 모습에 나는 혜림이의 손을 잡아 내 바지춤으로 이끌었다. 그러자 내 옆에 달라붙어 있다시피 한 혜림이의 커다란 가슴이 내 팔뚝에 비벼질 때마다, 살짝 풀어헤쳐진 블라우스 사이로 그 뽀얀 속살이 보일 때마다 불끈거리는 내 페니스를 느낀 혜림이가 나직한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푹 숙였다. 혜림이가 내 몸을 원하듯 내가 자신의 몸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워진 것이다.
“이제 알겠지?”
“으응...!”
“그러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우리. 혜림이가 다 나을 때까지만...”
“다 나으면...?”
“후훗! 알면서...”
“아이잉~♡!”
그 덕분에 더 이상 투정부리지 않고, 그저 가벼운 스킨십만으로 만족하게 된 혜림이는 사랑스럽게 얼굴을 붉히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 왔다. 그런 그녀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혜림이가 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지 퍼뜩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곤.
“아참! 그러고 보니 그 책은 어쨌어?”
“아,아...! 그거? 태워버렸지.”
“잘했네, 우리 진우...!”
“그래, 그렇긴 한데...”
“.......?”
‘이름 없는 고서’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왔다.
그런 혜림이의 모습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다가.
‘그러고 보니 혜림이는 책에 대해선 알지만 내가 최면술을 얻은 걸 모르는구나?’
문득 어젯밤 책을 불태우고 최면술을 얻었던 기억이 떠올라 살짝 고민했다.
그 사실을 혜림이에게 말하느냐 마느냐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혜림이가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최면술에 얽힌 대략적인 이야기를 알고 있을뿐더러 내가 불면증에 걸린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나를 깊게 사랑하기에 그것을 믿고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사실은 말이야...”
그 덕분에.
“하아...! 완전히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경우네...”
“뭐, 그렇지...”
“.......”
“.......”
나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혜림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불태움으로써 최면술과 채음진경에 대한 것들을 잊으려고 했는 아예 최면술이 내 머리에 박혀 버렸기 때문이다. 뭐, 최면술을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송유라를 실험대상으로 삼아버린 나는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혜림이는 아무래도 나쁜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얼마나 말 없이 있었을까.
“그래서...이제 어떻게 할 거야?”
“으응?”
혜림이가 진지한 얼굴로 물어왔다.
그 모습에 도대체 왜 이렇게 혜림이가 진지일색으로 나오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런 내 표정을 본 혜림이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진우, 네가 불면증을 벗어나려면 단순히 여자한테 최면을 거는 것뿐만 아니라, 상호간에 정신적 교류가 필요하다면서. 그걸 쉽게 말하면 네가 최면으로 이성으로 하여금 단순히 호감을 넘어선 애정이란 감정을 가져야한다는 말이잖아.”
“아...!”
내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을 지적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혜림이가 어째서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혜림이는 나의 연인으로서 나와의 관계가 소원해 질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혜림이의 말을 들은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혜림이 몰래 최면술을 실험한다는 명목으로 송유라를 안기도 했고, 채음진경을 익히지 않아도 불면증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자신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혜림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네가 겪고 있는 불면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기 때문에 네가 굳이 최면술을 써서 불면증을 벗어나야만 하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네가 최면술로 불면증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런 너의 행동으로 인해 너를 좋아하게 될 여자들 사이에서 내가 너에게 잊혀질까 두렵기도 하고.”
“........”
“하지만 너의 연인으로서,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여자로서 네가 힘들어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전에도 말했듯이 난 얼마든지 네 최면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어. 그리고 네가 날 끝까지 사랑하고, 버리지만 않는다면 네게 다른 여자가 생기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야.”
“.......”
한마디로 내가 최면술로 불면증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있지만 내가 원한다면 얼마든 내 뜻을 존중해 이해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런 혜림이의 말을 들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혜림이가 고맙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왔는데 굳이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까지 불면증을 벗어나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한번 그런 유혹을 떨쳐냈었던 내가 또 다시 이런 고민에 휩싸인게 한심하기도 했고.
생명의 위협이 없어지는 바람에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혜림이 네가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응...”
“나 단 한순간만이라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자고 싶어.”
“........”
이미 불면증을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이 가득한 상황.
나는 결국 최면술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런 내 말을 들은 혜림이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마음을 다잡았는지 올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 그렇다면...진우, 네 뜻을 존중해줄게.”
“이해해 줘서. 고마워, 혜림아...”
그것은 최면술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혜림이의 말을 들은 나는 혜림이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돼.”
“으응..?”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내 말에 반문하는 혜림이.
나는 그런 혜림이에게.
“항상 내 곁에서 내가 잘못된 곳을 향해 달려가지 않도록 지켜봐줘, 그리고 지금처럼 조언해줘.”
“진우야...”
진심을 담아 언제나 내 곁에 있어달라고 말했다.
그런 내 말에 혜림이는 조용히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춰왔다.
============================ 작품 후기 ============================
흐음 신고가 들어왔다는 군요.
내용을 수정하지 않으면 습작처리한다는데...
참...맥빠지네요. 근친 어쩌고 하는 양반들이 있을대 혹시나했는데 역시나군요.
뭐 어쩌겠습니까. 수정하던가 지우던가 해야죠.
일단 수정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