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우선 알아두실 게, 이건 비록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은 간단한 암시일 뿐입니다. 피대상자에 따라 암시에 빠지는 정도가
다 다르니까 제 암시에 안 걸리신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예.”
“그럼 우선 자세를 편안하게 하시고요. 제 눈을 가만히 바라보세요. 눈을 깜빡이거나 옆으로 돌리셔도 안 됩니다. 예. 그렇게요.
제 눈을 똑바로 봐주세요.”
수진은 자세를 바로하고는 마술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수진씨, 이제부터 수진씨께 암시를 걸도록 하겠습니다.”
“예. 이거 왠지 긴장 되네요.”
“자, 불필요한 말은 줄여주시고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이제부터 제 말에 따라 제 눈을 바라봅니다. 예, 그렇게요. 가만히 제 눈을
바라만 봐 주시면 됩니다.”
마술사의 지시대로 수진은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마술사의 눈을 쳐다보았다. 마술사는 그런 수진에게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잘 하고 계십니다. 이제 그 상태에서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수진씨, 제 눈 안에 검은 눈동자가 보이시나요?”
“예.”
“당신이 이 눈동자를 바라볼 때마다 당신은 점점 그 검은 어둠 속으로 자신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겁니다. 자, 느낌이
오십니까?”
“예.”
“좋습니다. 잘 따라오고 계세요. 하지만 그 느낌은 단순히 어두운 것만은 아닙니다. 당신은 그 어둠을 바라볼수록 그리고 그 속에
빠져들수록 점점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건 평소 수진씨가 바쁘게 생활하시느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아이
시절의 편안함과 즐거움, 포근함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요. 당신은 제 눈동자를 보면 볼수록 점점 더 그 어둠에 매혹되고,
그 속으로 들어오고 싶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당신은 길잡이인 제가 하는 말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제부터
열을 셀 겁니다. 제가 숫자를 세는 동안 수진씨는 점점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끝나게 되면, 당신의 몸은 내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나, 둘, 셋, 넷......”
마술사가 세는 숫자가 점점 늘어날수록, 곁에서 지켜보는 준혁의 마음은 그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양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자신의 소망이 실현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준혁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마술사가 숫자를
셀 동안 마술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수진은 마술사가 열을 다 세자, 더욱 말똥말똥해진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두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런 수진의 반응에 준혁 또한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게 끝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요?"
"꼭 그렇지만은 않죠."
수진은 마술사의 말에 어이없어 하면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수진의 생각과는 달리 수진의 몸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진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 보다가 다시 마술사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수진의 목소리는 평소답지 않게 살짝 떨리고 있었다. 마술사는 그런 수진을 다독이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걱정 마세요. 수진씨의 몸은 제 암시 때문에 잠시 움직이지 않는 것뿐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들어갔군요.
아마 수진씨는 암시에 잘 걸리는 체질인 듯합니다."
"정말요? 언제 이렇게......."
“방금 전에 모두 다 보여드렸잖습니까?"
"그러 지금 제가 정말 암시에 걸린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수진씨의 몸은 제가 하는 대로 똑같이 움직일 겁니다. 이러게 말이죠."
그 말과 함께 마술사는 오른손을 탁자 위로 올렸다. 그러자 수진도 맞은편에서 자동으로 오른손을 탁자 위에 올렸다. 그 상태에서
마술사가 손가락을 번갈아가며 탁자를 두드리자, 수진의 손도 똑같이 그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마술사가 손을
들어 공중에서 원을 그린 뒤 손바닥을 수진에게 내밀자, 수진도 똑같이 손을 움직여 마치 두 사람이 하이파이브 하듯이 서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수진은 그렇게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술사를 따라하는 자기 몸의 움직임에 살짝 겁을 먹었지만, 동시에 그 놀랍고도 신기한
체험을 크게 즐기고 있었다.
“이거 놀랍군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수진이가 이렇게 간단히 최면에 걸리다니, 과연 대단하십니다.”
준혁도 마술사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옆으론 자신의 말에 발끈해 '나중에 두고 보자'며 톡 쏘아 보내는
수진의 따가운 눈빛 또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수진은 이내 표정을 바꾸더니 마술사를 보면서 물었다.
“근데 제가 암시에 걸렸다면, 어떻게 이렇게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거죠?”
“그건 제가 하는 행동만 따라하게 암시를 건 거니까요. 대화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습니다.”
“정말 신기해요.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하다는 게요.”
“아닙니다. 이런 간단한 마술에 두 분께서 너무 즐거워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간단하다니요. 바로 눈앞에서 아무런 속임수나 도구도 없이 한 번에 척 암시를 건다는 게 초보인 제가 봐도 정말 놀라운
마술인데요."
"과찬이십니다."
"아니에요. 제가 볼 땐 마술사님 정도의 실력이시라면 큰 무대에서 많은 관객들을 상대로 공연하셔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실 것 같아요."
"하하하, 부창부수라고 수진씨도 남편 분과 똑같은 얘길 하시는 군요. 하지만 사실 이건 복잡한 최면도 아니고 기본 암시
정도라서 어디 가서 내세우기에도 쑥스러울 정도입니다."
"세상에 이 정도가 기본이라면, 진짜 최면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거죠?"
"제대로 최면을 건다면야 소금을 설탕처럼 달게 느껴지게 하는 감각왜곡이나 그 사람의 모든 생각이나 행동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그리고 아마도 아까 수진씨가 말씀하신대로 전생체험도 가능하겠지요.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문제들을 찾아내 심리치료도 가능할 거고요. 물론 제가 심리치료사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준혁의 질문에 상세히 대답한 마술사는 의자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어 탁자에 놓인 커피 잔을 들고는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수진도 마술사와 똑같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커피 잔을 들었다. 순간 마술사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수진 또한 그런
자신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런, 제가 대화에 빠져 암시를 푼다는 걸 깜빡했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금방 풀어드리겠습니다."
"아, 예. 부탁드릴게요. 집에 갈 때까지 이럴 수는 없으니까요."
"자, 그럼 이제 제 눈을 다시 똑바로 바라봐 주세요. 제 눈동자가 보이십니까?"
"예."
"좋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제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주세요. 수진씨, 지금부터 제 행동을 따라하는 건 그만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 수진씨는 제 말에 따라 아까 전과 같은 편안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제가 다시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면 수진씨는 점점 더 깊은 편안함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거기서는 아무 것도 생각하거나 느낄 필요조차 없습니다.
필요한 건 오직 제가 이끄는 데로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것 뿐 입니다. 아시겠지요? 그럼 이제 제가 숫자를 세겠습니다. 자,
저를 따라 수진씨 마음속의 가장 편안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1, 2, 3…….”
그렇게 마술사가 하나하나 숫자를 세는 동안, 수진은 전과는 다르게 뭐에 홀린 듯이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마술사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리고 10.”
마술사가 10을 세는 동시에 수진의 앞에서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그러자 좀 전까지 활달하게 웃고 떠들던 수진은 조용히
앉아서 멍한 표정으로 마술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임이 너무 없어서 마치 예쁜 마네킹을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그런 수진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전에 마술사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수진의 어깨를 가볍게 잡고는 말했다.
“이런, 수진씨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 군요. 어디 편안한 곳에서 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맞아. 너 지금 많이 피곤해 보인다. 잠시 어디 가서 쉬는 게 좋겠어.”
마술사의 눈짓에 준혁도 맞장구치면서 수진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여전히 멍한 눈으로 자신들을 쳐다보는
수진의 어깨를 감싸 안고는 마술사와 함께 레스토랑을 나선 뒤 곧장 근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 길로 곧장 호텔 최상층으로 올라간 세 사람은 준혁의 안내에 따라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 미리 예약해 둔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키 카드로 문을 열고 일행과 함께 방으로 들어온 준혁은 다시 한 번 복도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는 문을 닫은 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제 살겠군요.”
“휴, 이제 살겠군요.”
“많이 긴장하셨나 보군요.”
“어찌나 떨리던지 명줄이 다 줄어드는 것 같던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게 다 계획대로니까요.”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누가 보거나 혹 지나치기라도 하면 어떠하나 걱정이 돼서요.”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의심 살만한 말이나 행동을 한 건 없잖습니까?”
“그, 그러겠죠?”
준혁은 긴장을 풀려는 듯이 다시 큰 숨을 쉬고는 수진을 쳐다보았다. 수진은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조각상처럼
두 사람 옆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준혁은 그런 멍한 눈으로 무표정하게 서있는 수진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이게 정말 먹히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수진이가 진짜 최면에 빠진 게 맞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은 가벼운 암시 수준입니다. 이제부터가 본 작업이죠.”
“그래도 전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최면술의 달인이시라고 해도, 그렇게 간단한 말 몇 마디로 수진이를
이런 상태로 만든다는 게요.”
“물론 겉보기엔 쉽게 보이지만, 실은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죠. 그냥 저만의 비법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그럼 아까 암시를 거실 때, 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쓰신 겁니까?”
“별다른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음,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아까처럼 그런 순간암시를 걸 땐, 시술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아주
중요하지요. 예를 들면, 같은 말을 하더라도 특정 단어를 강조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대의 생각을 움직이거나, 그와
별개로 표정과 복화술로 상대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공략한다던가, 스킨십으로 긴장을 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이런 기술들이 모두 당시 상황에 맞춰 그 순간 정확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와, 그렇군요. 과연 제 스승님이십니다. 한데, 그럼 왜 굳이 남들이 다 보는 곳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신 거죠?
번거로웠을 것 같은데요. 여기에서 바로 최면을 거는 게 훨씬 더 편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하면 바로 수진씨의 의심을 샀겠지요. 여성분 입장에선 아무리 서로 소개받은 사이고, 또한 남편이 같이 있다고 해도
낮선 남자와 함께 호텔방에 들어간다는 게 자연스러운 건 아니지 않습니까? 맘이 편할 리도 없을 거구요. 그런 의심과 불편함이
혹 수진씨 마음속의 방어본능을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 결과 제 암시가 이렇게 잘 먹혀들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럼 좀 전까지 하신 게 수진이의 마음 속 장벽을 낮추는 작업이었단 거군요.”
“그런 셈이죠. 게다가 수진씨 같은 성격은 예초에 바닥을 잘 다져둬야 그 뒤 작업이 편하니까요.”
“예? 이런 열혈 단순 공주님이요?”
“준혁씨가 알고 있는 모습은 사실 수진씨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대게 사람들은 다들 한 가지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그건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성향 중 하나가 어떤 상황 속에서 두드러져 보일 뿐이지요. 준혁씨는 사실 수진씨가
업무 볼 때나 밖에서의 모습에 대해선 거의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때는 그 상대의 본질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지요. 수진씨 같은 경우엔 준혁씨가 보내주신 자료만 보더라도 겉보기엔 다혈질에 고집 세고
단순해 보이지만, 서류작업이나 업무진행을 보면 실은 굉장히 냉정하고, 논리적이며, 꼼꼼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안이 집안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영향이 큰 게 아닌가 합니다만.”
“그럼 바닥을 다진다는 게.......”
“이렇게 논리적인 성향과 자기믿음이 강한 분들을 깊은 최면에 빠지게 하기 위해선 그런 논리적인 부분들을 한 번 완전하게
깨주는 게 필요하지요. 그렇게 되면 이런 분들은 대개 껍질 깨진 달걀처럼 외부의 간섭에 쉽게 노출되고 또한 거기에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자기가 굳게 믿고 있던 자신만의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아까 레스토랑에서 그런 쇼를 한 것은 모두 수진씨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동시에, 제가 그렇게 열린 장소에서 암시를
검으로써 제 암시의 힘이 자기 의지보다 훨씬 강하고 또한 제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암시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제가 원하는 데로 따라오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마술사는 자신의 설명에 감탄하고 있는 준혁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자, 이런 지루한 설명은 이제 그만 줄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죠. 우선 저쪽부터 커튼을 쳐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준혁은 마술사와 함께 거실을 빙 둘러있는 아름다운 경치가 내다보이는 창문들을 모두 커튼으로 가리고는
마술사가 지시하는 대로 수진을 데리고 거실 가운데 있는 소파로 향했다.
“그럼 이제 뭘 하면 됩니까?”
수진을 테이블 옆에 세운 뒤, 그대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던지는 준혁의 질문에 맞은편에 앉은 마술사는 품에서 서류를
꺼내 준혁에게 내밀었다.
“우선 간단한 서류작업입니다. 먼저 이걸 확인한 후 작성해주시죠.”
“이건 뭡니까?”
“전에 말씀드렸던 계약서 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런 일은 상방간의 비밀유지와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준혁은 마술사가 건네 준 계약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일반적인 물품거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거래대상이 자기 부인인 수진이라는 것과 부가항목에 특이한 내용이 많은 편이었다. 예를 들면,
1. 소유주는 소유물에 대한 모든 사항에 대해 비밀을 엄수한다.
2. 소유주는 소유물이 항시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관심을 갖는다.
3. 소유주는 소유물에게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거나 항구적인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다.
4. 소유주는 소유물에 대한 소유권에 대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즉시 최면술사에게 상의해야 한다.
5. 소유주는 소유물을 이용한 플레이에서 어떠한 사회적인 물의나 풍기위반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6. 소유주는 소유물에게 문신이나 피어싱 등 영구적인 장식을 하고 싶을 때는 우선 최면술사와 상의한다.
7. 소유주는 최면술사에게 소유물에 대한 3번 이상의 추가 주문이나 변경을 주문 할 시엔 부가 비용을 부담한다.
등등 이었다.
“와~,이거 장난이 아니군요. 근데 굳이 이런 것들이 다 필요할 까요?”
“이런 항목들은 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겁니다. 읽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이 항목들 대부분은 소유주 분들께
주인로써 소유물에 대한 책임감을 전적으로 명확하게 요구하는 겁니다. 이런 일엔 그만큼 소유주 분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다들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문제가 생기면 안 되잖습니까.”
“과연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과연 이걸 일일이 지키는 손님들이 있을까요?”
“이건 거래에서 최소한의 안전핀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는 준혁씨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저는 이 항목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소유물에 대한 최면이 자동으로 풀리도록 설정하고 있습니다.”
“휴~. 그 말은 좀 무시무시하군요. 잘 알겠습니다. 저도 선생님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죠.”
준혁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는 마술사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바로 옆에서 살아있는 인형같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수진을 흘낏 쳐다보았다. 수진은 여전히 자신이 암시 상태에 빠져있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그저 멍하니
텅 빈 앞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문뜩, 준혁은 만약 수진이 지금 자신이 본인을 앞에 놓고 이런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진 안 봐도 뻔했기에 준혁은 애써 머리를 흔들면서 그런 자신의 망상을 떨쳐버리고
계속해서 마술사와 계약 잔금까지 모든 거래정리를 마무리 지었다.
모든 서류작업을 다시 꼼꼼히 확인한 마술사는 그제야 비로써 오늘의 거래대상인 수진에게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술사는 수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 수진씨. 제 말이 들리십니까?”
“예.”
수진의 입에선 감정 없이 차분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흘러나왔다.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편안합니까?”
“예. 편안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세요. 우선 저를 바라보고 똑바로 서주세요.”
마술사의 말에 수진은 비로써 반응을 보이면서 마술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잘 했습니다. 그럼 이제 이걸 봐주세요.”
마술사는 어느 틈에 꺼냈는지 긴 초를 탁자에 올려놓고는 거기에 불을 붙였다. 곧 부드러운 불빛이 그 주변을 밝혔다.
이어서 마술사는 준혁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실내의 모든 불을 꺼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안 있어 전기불이 모두 꺼지자, 커튼이 쳐진 방안은 한밤중처럼 어두컴컴해졌다. 오직 탁자의 촛불만이 그 넓은 공간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수진씨. 어떻습니까? 이렇게 하니 더 촛불이 잘 보이지요? 자, 지금부터 수진씨는 이 촛불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촛불을
가만히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수진씨는 아주 편안한 기분과 함께 수진씨가 그동안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복잡했던 머릿속
또한 흰 도화지 마냥 아주 깨끗이 비워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자,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것이 느껴지십니까?"
"예."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딴 건 다 필요 없습니다. 지금부터 수진씨는 오직 제 목소리만 들리고, 제 말만
듣게 됩니다. 알겠습니까?”
“예.”
“좋아요. 이제 당신은 제 말에 따라 이 촛불에 집중하고 집중할수록 지금보다 더욱 더 편안해 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까 전까진 어린아이처럼 편안한 상태였다면, 지금은 마치 요람에서 아무걱정 없이 푹 자는 아기와 같이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지요. 어때요? 이 편안함이 느껴지십니까?”
“예.”
수진은 이젠 마치 잠이 든 것처럼 아주 가볍고 편안하게 대답했다.
“자, 그럼 지금 그 상태에서 제가 말하는 걸 가만히 머리에 떠올려 보세요. 아까 전에 제 말에 따라 수진씨 몸이 그대로 움직인 것
기억하시죠? 그 정도로 제 힘은 강력합니다. 때문에 수진씨는 제가 하는 어떤 말이라도 감히 거역하지 못합니다. 아니 거역할
생각조차 못합니다. 제 힘은 너무나도 강력하기에 수진씨의 힘으론 감히 반항할 수도 없을 뿐더러, 혹 그런 생각을 떠올린다고
해도 그 순간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과 두려움이 수진씨를 집어삼켜선 영원히 얼음처럼 차가운 공포 속에서 고통 받을 뿐
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진씨는 물론 이것에 대해 어떠한 걱정이나 의심을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세상만물이 자신보다 더 강한 것에
따르는 것은 당연한 거니까요. 오히려 수진씨가 제 말에 절대 복종하고 적극적으로 따르면 따를수록 수진씨는 전에 없는
행복함과 안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이제 수진씨 본인이 동의했으므로, 지금부터 수진씨는 제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됩니다. 자, 그럼 복종의 표시로 지금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주세요.”
마술사의 명령에 수진은 천천히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런 수진의 처음 보는 모습에 준혁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쾌재를 불렀다. 그 사이에도 마술사는 이젠 무릎을 꿇은 수진에게 계속해서 다음 지시를 내렸다.
“잘 하셨습니다. 수진씨. 아주 좋습니다. 제 맘에 꼭 드는 군요. 그럼 지금부턴 제가 묻는 것에 조금도 숨김없이 대답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아까 레스토랑에서 보니 수진씨 표정이 별로 밝아 보이지 않으시더군요.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별 다른 일은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남편 분과도 원활하신 겁니까?”
“.......”
“수진씨, 괜찮습니다. 수진씨는 지금 제 말에 복종하는 것뿐이니까 크게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자신의 고민을 나눠보겠습니까? 누가 압니까? 여기서 아주 좋은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르지요.
자, 제게 숨김없이 사실을 털어놓아 보세요.”
마술사의 명령에 여전히 멍하니 촛불만 쳐다보던 수진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그게....... 오빠하고 저하고는 지금 권태기인 것 같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그럼 두 분이 지금 많이 힘드신 건가요?”
“예.......”
“왜 그런 진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건 아마도 저희가 너무 일찍 결혼해서 아닌가 합니다. 부모님 소개로 만나서 오빠와 전 연애를 오래 한 것도 아니었고,
바로 결혼하는 바람에 서로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도 처음부터 두 분이 이러시진 않으셨을 텐데요?”
“예.”
“그럼 그 때는 어땠나요?”
“처음엔 모든 게 마냥 좋고 행복했습니다. 서로 바라만 봐도 충분했으니까요.”
“근데요?”
“보통 부부사이 열정은 3년이면 식는다고 하는데, 우린 그게 남들보다 빨리 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우리 나이에 애를
갖기에도 그렇고. 각자 일도 바쁘니까요.”
“그럼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드신가요?”
“.......우선 성격이나 생활습관 맞추기가 힘듭니다. 그동안 너무 다른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서로의 생활방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치약 짜는 것부터 잠자는 습관까지 모든 것에 일일이 다 부딪치니까요.”
비록 최면에 빠져 목소리엔 감정 하나 섞이지 않았지만, 수진이 자기 부부간의 문제를 마술사에게 하나하나 숨김없이 털어놓는
모습에 준혁은 자신도 알고 있음에도 남에게 치부를 들킨 것처럼 민망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술사는 그런 준혁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이런 상황을 해결해 보려고 노력은 해보셨습니까? 제가 알기엔 준혁씨가 수진씨를 위해 각종 선물이나 정성어린 이벤트
같은 것도 많이 준비하셨던 데요. 저한테도 열성적으로 마술을 배우실 정도로요.”
“저도 나름 노력은 해보고 있습니다. 남편이 좋아할만한 옷을 챙겨 입는다던가. 맛있는 곳으로 외식하러 간다던가 같은.......”
“그래도 답은 안 나오던가요?”
“예. 아직 가지는요.”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수진씨는 남편 분을 어떻게 생각하시고 있죠? 아직도 사랑하고 계십니까?”
“예.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서 시작했고, 처음엔 많이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절 사랑해주고 언제나 든든한 제
편입니다. 조금은 미련하고 유유부단해도 지금까지 제 맘속의 남자는 오빠뿐이에요.”
“음, 비록 힘든 시기이긴 하지만, 두 분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까지도 그대로이시군요. 참, 감동적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두 분을 위해 권태기 해결법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
“제 방법을 따라하시면 틀림없이 큰 효과를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잘 들어보세요.”
마술사는 수진의 주의를 집중시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엔 지금까지 문제는 수진씨가 준혁씨의 노력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었던 게 아닌가 싶군요. 때문에 수진씨가
이번 기회에 먼저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한번 확 바꿔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진씨가 그동안 준혁씨에게 보여 왔던
자신의 모습들을 180도 바꿔 준혁씨가 좋아할만한 여자로써의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는 겁니다. 가령.......”
마술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말을 멈추고는 수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중요하다는 듯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강조하면서 이야기했다.
“남자들은 백이면 백 ‘섹시’한 여성을 아주 좋아하죠.”
마술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말을 멈추고는 수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중요하다는 듯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강조하면서 이야기했다.
“남자들은 백이면 백 ‘섹시’한 여성을 아주 좋아하죠.”
“.......”
“수진씨는 ‘섹시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아십니까?”
“그건 보통 여성으로써 매력 있다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 관념으로 봐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근본적인 뜻을 보자면, ‘섹시하다’는 말은
‘섹스하고 싶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맞습니까?”
“예.......”
“예. 좋습니다. 수진씨가 흔쾌히 동의하셨으니, 이제 수진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진씨 본인을 바꿔보도록 합시다.
자, 자리에서 일어서주세요.”
수진은 마술사의 명령에 따라 허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습니다. 이제 수진씨의 섹시함을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자, 음악에 맞춰 섹시하게 춤을 춰 보세요.”
마술사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음악을 틀었다. 그러자 곧 클럽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느린 템포의 댄스 음악이 방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술사는 손짓으로 준혁에게 다시 거실의 불을 켜게 했다. 마치 무대조명처럼 다시 환해진 불빛 아래서
수진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처럼 팔을 위로 살짝 들고 리듬에 맞춰 부드럽게 좌우로 스텝을 밟으면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오, 보기보다 잘하시는 군요. 하지만 아직 섹시함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좀 더 분발해 주세요.”
마술사의 부추김에 곧 수진의 춤동작이 좀 더 커지고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리듬에 맞춰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서
골반을 원을 그리듯이 좌우로 돌린다던가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는 허리에 웨이브를 주면서 아랫배를 앞뒤로 흔드는 등
클럽에서 유행하는 섹시한 스타일의 춤동작이 더해졌다.
“아직 부족합니다. 그 정도로 남편 분을 만족시키겠습니까? 수진씨는 이미 성인이고 알건 다 아는 나이입니다.
자, 남편분이 좋아할 수 있도록 보다 끈적이고 섹시하게 노력해 보세요.”
그러자 수진은 이내 두 손으로 웨이브를 타고 있는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더듬고 쓰다듬기 시작했다. 우선 양 손으로 가슴을
모으듯이 젖가슴 양 옆을 가볍게 누르고는 비벼대다가 곧 두 손을 아래로 내려 가슴 아래를 받히듯 잡더니 결국엔 양 가슴
전체를 감싸 쥐고는 주물러댔다. 계속해서 수진은 한 손은 가슴에 두고 다른 한 손은 허리와 배를 쓸면서 아래로 내리더니
아랫배에 대고 골반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그런 수진의 동작은 어디서 보았던 걸 그룹의 섹시한 춤동작이나 야한 동영상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정도여서 마치
이런 일은 처음해보는 것처럼 왠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하기야 준혁에겐 이런 수진의 행동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만끽하며 지내온 준혁과는 대조적으로
보수적이고 엄한 처갓집 분위기에서 자란 수진은 그 영향 탓인지 활달해 보이는 겉모습이나 사회생활 동안 짬짬이 접해 본
클럽이나 잦은 회식 같은 다양한 경험들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까지 남자랑 제대로 된 키스도 한 번 못해 봤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이건 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평소 자위는커녕, 아직까지 예고 없는 준혁의 스킨십을 어색해 할 정도였다. 때문에 원래
과격한 방식을 좋아하는 준혁으로썬 수진과 영화처럼 함께 목욕하면서 섹스를 한다거나 같은 평소와는 다른 자세나 방식을
시도해 본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뿐더러, 자기 아내 임에도 자기 맘대로 다루거나 제대로 건드려 보지도 못하는 상황에 점점
진절머리가 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준혁은 수진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에 아주 흐뭇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술사는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아직 많이 아쉽군요. 보다 섹시함을 추가해야겠습니다. 자, 춤을 추면서 옷을 하나씩 벗어보세요. 여자의 속살만큼
남자에게 섹스어필하는 건 없으니까요. 자, 실시!”
마술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진은 계속해서 춤을 추면서도 명령에 따라 지체 없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술사는 수진이 보여주는 여전히 어설픈 몸짓들이 맘에 안 들었는지 수진에게 어떻게 할지를 하나하나 지시하기
시작했다.
우선 수진은 두 손을 십자로 교차해서 각각 롱스웨터 반대쪽 밑단을 잡더니 스웨터를 천천히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안에서 리듬에 맞춰 좌우로 물결치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고탄력 레깅스에 싸인 골반이 나타났다. 곧이어 그 위로
정교하게 조각한 듯이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하는 잘록한 허리라인과 매끄러운 배근육, 그리고 반투명 검정 브래지어에 감싸있는
아담한 젖가슴들이 하나하나 드러났다. 수진은 계속해서 스웨터를 더욱 위로 끌어올려 한꺼번에 머리 위로 빼내서는 그대로
옆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스웨터를 벗어버리고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어깨 뒤로 쓸어 넘긴 수진은 계속해서 준혁과 마술사가 앉은 소파 사이에
있는 탁자 앞으로 우아하게 걸어와서는 남자들의 바로 눈앞에서 한쪽 다리를 탁자 위로 올렸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숙여
두 팔로 다리를 감싸듯이 부츠에 싸인 발부터 시작해 종아리까지 천천히 쓰다듬다가 곧 부츠 옆에 있는 지퍼를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사이로 수진의 날씬한 다리가 그 아름다운 각선미를 드러냈다. 수진은 그 자세에서 그대로 부츠를 다리에서
벗긴 다음 계속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쪽 부츠마저 벗어버렸다.
부츠를 모두 벗은 수진은 계속해서 다시 뒤로 물러나 남자들에게서 떨어진 뒤, 살짝 리듬을 타며 브래지어의 어깨끈을 하나씩
양쪽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 슬며시 뒤로 돌아서는 뒤에 있는 브래지어 훅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래지어를
붙들고 있던 마지막 훅을 푼 수진은 두 팔로 브래지어 앞을 잡고 다시 남자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잠시 그 상태로 몸을
흔들다가 잡고 있던 팔을 놓자 브래지어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처럼 천천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브래지어를 벗어버린 수진은 두 팔을 위를 향해 번쩍 들고는 골반을 리드미컬하게 양 옆으로 흔들면서 다시 뒤로 돌았다.
그리고 잠시 엉덩이를 내밀고 빙글 돌리면서 남자들을 유혹하다가 곧 두 손으로 타이즈와 팬티 양 옆을 한꺼번에 잡고는 천천히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그 속에서 검정 타이즈와 대비되는 우유같이 새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앙증맞은 엉덩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수진이 허리를 숙이면서 타이즈들을 아래로 내리자 자연스럽게 수진의 다리사이 감춰져있던
은밀한 부분들이 숨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잘 익은 복숭아 모양의 엉덩이와 그 아래로 매끈하게 쫙 빠진 두 다리 사이로 작은
분홍색 국화무늬 구멍과 그 아래로 가운데 도끼자국이 선명한 탱글탱글한 조갯살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복슬복슬한 보짓털이 그런 수진의 은밀한 부분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맞보기처럼 그렇게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들을 살짝 드러내며 마침내 아래로 끌어내린 팬티와 타이즈를 마지막으로 몸에 걸친
모든 옷을 다 벗은 수진은 다시 남자들을 향해 돌아서서는 지시에 따라 두 팔을 머리 뒤로 올리고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린 채
천천히 골반을 좌우로 흔들면서 남자들에게 자신의 알몸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전시하기 시작했다.
수진의 몸매는 글래머인 윤차장과 비교해 가녀린 편이었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몸에 군살하나 없이 전체적으로
날씬했지만, 그냥 마르기만 한 건 또 아니어서 한 마리 두루미처럼 가늘고 긴 팔다리와 더불어 알맞게 균형 잡힌 몸매는 흡사
프로모델들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또한 그 속에서 그녀가 걸쳤던 명품 가방과 옷가지들처럼 자연스런 우아함을
풍기고 있었다. 특히 허리서부터 허벅지로 연결되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과 그 가운데에서 가랑이와 양쪽 허벅지가 모여
만드는 작은 삼각형의 빈 공간, 그리고 치골 아래로 쫙 빠지며 각선미를 자랑하는 두 다리로 연결되는 골반의 아름다움은 보는
남자들이 절로 감탄하게 만들 정도였다. 거기에 상아처럼 새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는 20대의 젊음을 과시하듯이 팽팽하고 윤기가
넘치고 있어서 그 아름다움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굳이 흠을 잡자면, 한 손바닥에 잡힐 정도로 아담한 젖가슴이 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수진의 전체적인
몸매를 봤을 때는 딱 적당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쳐지지도 않고 어느 각도, 어느 자세에서도 밥공기를 엎어놓은 듯이 봉긋한
모양을 유지하는 탄력 있는 수진의 젖가슴은 오히려 그 앙증맞은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물론 그 끝에서 둥근 마시멜로우
모양으로 또렷하고 귀엽게 튀어나와있는 두 분홍빛 젖꼭지는 그 매력에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그렇게 수진의 아름다운 나신을 감상하던 마술사는 만족하다는 듯이 말했다.
“좋습니다, 수진씨. 이제 춤을 멈추셔도 됩니다.”
마술사의 말에 수진은 팔을 내리더니 다시 차렷 자세와 멍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은 마치 전원을 끈 인형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최면상태에 빠져있더라도 몸은 역시 힘들었는지 수진은 두 앙증맞은 젖가슴을 위아래로 가쁘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잘하셨습니다. 수진씨가 많이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래도 왠지 부족하단 느낌은 지울 수가
없군요. 수진씨에겐 보다 섹시함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술사는 계속해서 수진씨를 향해 태연하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자, 그럼 지금부터 그 자리에서 자위를 시작해 보죠. 수진씨가 스스로 자기 몸을 흥분시키는 모습을 아무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섹시함을 최대한으로 호소하는 겁니다. 남자란 동물은 원래 시각적인 자극에 약한 편이니까요.
자, 그럼 시작해 주세요.”
물론 이번에도 수진은 마술사의 명령에 따라 곧바로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쪽으론 자신의
새하얀 속살만큼이나 깨끗한 편이었던 수진은 어찌할지를 모르고 그저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대며 우물쭈물 대고 있을
뿐이었다. 보다 못한 마술사는 이번에도 하나하나 자세하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수진은 각각 양 검지와 중지를 모아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내민 혀에 갖다 대고 침을 충분히 묻히고는 그대로 두 젖꼭지에
대고 문질러 댔다. 그러자 잠시 후 수진의 분홍빛 작은 두 돌기는 손가락 사이에서 굴러다니면서 그 자극에 더욱 단단해지면서
점점 앞을 향해 일어서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수진은 이번에는 손바닥 전체로 자신의 두 아담한 젖가슴을 잡고 그 끝 쪽으로 밀듯이 가볍게 쥐어짜다가 젖꽃판
부터는 엄지와 검지로 마치 젖을 짜는 것처럼 강하게 집고 비틀었다. 그렇게 몇 번에 걸쳐 가슴을 자극하는 동안, 이 동작이 꽤
자극적이었는지 수진의 양 젖꼭지는 이제 붉은 빛으로 완전히 충혈 되고 엄지손톱만한 크기로 부풀어 올라서는 가슴에서
튕겨나갈 것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거기에 맞춰 수진의 숨소리도 동시에 조금씩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두 젖꼭지가 완전히 일어설 때까지 가슴을 만지던 수진은 왼손으론 계속해서 가슴을 애무하는 동시에 오른손을 아래로
가져가더니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보지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깥의 두툼한 보짓살을 살살 문지르다가
곧 그 가운데 자리한 도끼자국 사이로 가운데 손가락을 살짝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가볍게 몇 번 손가락을 앞뒤로
밀어 넣었다 뺐다하던 수진은 이내 그 골짜기 끝에 숨어있던 작은 콩알을 찾아서는 거기에 손가락 끝을 맞추고 그 작은 돌기를
천천히 문지르면서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수진의 얼굴은 두 뺨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채 상기된 표정으로 벌어진 입술 사이에선 가녀린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수진의 손가락이 점점 빨리 움직일수록 수진의 숨소리와 신음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런 수진의 모습은 수진이 본격적으로 흥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어느새 이러한 자신의 행동에 익숙해졌는지 방금 전까지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이 수진의 손동작이 훨씬 더
과감하고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그럼 계속해서 그 상태에서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지금 수진씨의 모습은 굉장히
섹시함을 풍기고 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남자들을 무엇보다 자극시키는 것은
수진씨 같이 아주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이 지금 저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자신을 주인으로 모시고 노예처럼 절대복종하는
겁니다. 그보다 더 남자를 만족시키는 건 세상에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그런 의미에서 수진씨는 사랑하는 남편인 준혁씨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준혁씨를 수진씨의 주인으로 모시고
주인님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노예가 됩니다. 이건 당연한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수진씨가 기꺼이 동의하셨으니, 그럼 수진씨는 이제 준혁씨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노예입니다.”
“예.”
“아, 물론 그렇다고 수진씨가 노예가 된다고 수진씨가 일방적으로 희생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진씨가 주인인 준혁씨에게
복종하면 복종할수록 수진씨 자신도 그 행동 하나하나에서 직접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단지 수진씨의
마음뿐만이 아닙니다. 수진씨 지금 자신의 몸이 어떤지 느낄 수가 있나요?”
“예.”
“어떻습니까?”
“뭔가 흥분되고 뜨겁고 황홀한 느낌입니다.”
“예, 맞습니다. 수진씨는 주인님께 절대 복종할수록 수진씨의 몸도 지금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느낌은
수진씨가 노예로써 최선을 다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수진씨를 즐겁게 만듭니다. 하지만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수진씨는 결코 자기 혼자 멋대로 절정에 도달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수진씨가 육체적으로 가장 행복해하는 그 모습은 그만큼
주인님에게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수진씨는 절정에 맛보기 위해선 반드시 주인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 수진씨는 주인님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예로써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시겠죠?”
“예.”
“아, 한데 여기 문제가 있군요. 그건 바로 수진씨가 아직 절대복종 노예로써 그에 어울리는 몸가짐과 규칙을 교육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부터 제가 직접 수진씨를 조교시켜드리겠습니다. 자,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토씨하나
빠트리지 말고 하나하나 정확히 듣고 명심해 주세요. 이건 절대복종 노예로써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과 태도에 관한 것들입니다.
수진씨는 모든 일에 정확하고 똑똑한 분이시니 제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복종할 거라 기대하겠습니다. 우선 첫째,.......”
그 뒤로 마술사의 설명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물론 주된 내용은 자신의 소유주이자 주인님께 복종하는 노예로써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복종의 범위와 한계, 여러 상황에서 따라야 할 여러 행동수칙 등등 소유물로써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상식들
이었다.
마술사는 각 항목을 말할 때마다 매 번 수진에게 그것을 따라하게 하고는, 나중에는 전체 내용을 몇 번이나 반복하게 했다.
"좋습니다. 우선은 이게 전부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나중에 다시 추가하도록 하죠. 자, 그럼 다시 여기를 봐 주세요."
마술사는 그 말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초를 다시 켜고는 손짓으로 준혁에게 아까처럼 거실 불을 다 내리기를 부탁했다.
그렇게 어두워진 거실에서 마술사는 다시 수진을 향해 말했다.
"자, 어떻습니까? 다시 수진씨는 아까 전의 편안한 분위기로 돌아왔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수진씨는 아주 편안한 기분으로
이 촛불에 집중하면서 제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방금 전 제가 가르쳐 드렸던 사항들을 수진씨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시킬 수
있도록 각 항목을 하나하나 몇 번이고 곱씹으며 반복해 외워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험공부 하듯이 마냥 외우기만 하면
심심하실 테니까 지금처럼 계속해서 자위를 하면서 그 느낌도 즐겨주세요. 아, 물론 그사이 주인님의 허락 없이 혼자 몰래
절정을 즐기시면 안 됩니다. 준혁씨가 허락할 때까지 수진씨는 절정에 도달 할 것 같으면 알아서 손을 멈춰주시고 흥분이
가라앉으면 다시 시작해 주세요. 자, 그럼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