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클럽 3
프롤로그
“자네, 언제 시간 좀 내 줄 수 있나?”
여느 밤처럼 ‘클럽 모나코’에서 공연을 끝내고 퇴근 준비를 하던 마술사는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반백에
편안한 미소가 보기 좋은 중년 남자가 서있었다.
“저야 늘 넘치는 게 시간이죠. 근데 무슨 일이시죠? 공연료는 연휴 끝나고 주셔도 괜찮은 데요.”
“아, 그게 아닐세. 실은 부탁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
그 남자는 바로 마술사가 매번 공연을 펼치는 ‘클럽 모나코’의 주인이었다.
”웬일이세요? 제게 부탁을 다 하시다니."
"뭐 그리 어려운 건 아냐. 그냥 내 친구를 한 번 만나주었으면 하네. 그 친구가 최근에 문제가 하나 있는데, 나보단 자네가 더
도움이 될 듯해서 말이야.”
“뭐 그거야 어렵진 않죠. 근데 무슨 문제랍니까?"
“가서 들어보면 알거야. 그 친구가 외부로 소문나는 걸 원체 싫어해서 자세히 말해줄 순 없고, 아무튼 부탁 좀 하겠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부탁인데 기꺼이 해야죠.”
“정말 괜찮겠나?”
“그럼요. 왠지 사장님 덕분에 연휴 전 깜짝 보너스 두둑이 챙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설 연휴 전날.
“생각보다 꽤 젊군.”
풍채 좋은 중년 남자가 마술사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남자는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 같은 ‘모나코’ 사장과는 대조적으로 큰 덩치에 우아한 고급 맞춤 정장과 멋스러운 헤어스타일,
그리고 듣기 좋은 중후한 저음의 목소리가 더해져 상당히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단호한 태도나 말투, 부리부리한 눈빛 그리고 나이도 잊은 듯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에 마술사는
이 남자가 단순한 회사원이나 자영업자가 아닌 상당한 사회적 성공과 부를 쌓아 올린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읽을 수가
있었다.
“아, 물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전 능력과 나이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님께서 굳이
이런 시간에 저와 만나고자 하실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마술사의 말에 남자는 한 방 먹은듯한 표정이었다. 잠시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히 마술사를 쳐다보던 남자는 곧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경계를 풀었다.
“하하하, 자네 말이 맞아. 내가 경솔했네. 사과하지. 하지만 이해해주게. 이 일은 워낙 개인적인 일이라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하는 일이 거의 다 그러니까요. 일에 대한 비밀 보장은 100%라 생각하셔도 됩니다.”
“음, 알겠네. 그럼 자네만 믿고 다 털어놓지. 지금부터 내 상황을 설명해 주겠네.”
자신을 ‘백동욱’이라고 밝힌 남자는 생각에 잠기는 듯 잠시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난 사회적으로 그래도 꽤 성공했다는 축에 든다네. 물론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지. 내 청춘과 시간을 다 여기에 쏟아 붓다시피 했으니까. 하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무렵, 전처가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날 떠났네. 내가 가정을 내팽개치고 일에만 매달리는 꼴은 더 이상 못 참겠다면서 말이야. 뭐, 가족들을 남부럽지 않게
호강시켜주고 싶었던 내 딴엔 좀 억울했지만, 어쩌겠나. 다 사람 마음인데. 그 뒤로도 난 묵묵히 사업에만 매진했네. 나중에라도
딸에게 부끄러운 애비가 되기 싫었거든. 덕분에 회사는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며 성장해올 수 있었지.”
잠시 말을 멈춘 동욱은 목이 마른 듯, 주문한 음료를 한 잔 들이켰다.
“근데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어떤 모임에서 아는 사람의 소개로 한 여자를 알게 되었네. 바로 지금의 아내야.
처음 봤을 땐, 딱 이 여자다 싶더군. 나이 차가 좀 나긴 했지만, 처음부터 홀아비 신세인 나에게 관심을 보이더니, 본격적으로
사귄 뒤론 나 없으면 못살겠다는 듯이 딱 붙어서 사근사근 잘 대해주었으니까. 물론 그쯤엔 나도 혼자 사는 것에 이골 난데다가,
사업적으로도 모양새가 빠지고, 흠, 그리고 좀 여유가 있어지니 내심 점점 여자의 살 냄새가 그리워줬던 모양이야. 그 때문인지
몰라도 난 젊고 예쁜 아내한테 바보같이 홀딱 빠져버렸다네. 애교도 많고 직업도 운동강사여서 그런지 몸매도 좋고 침대에서도
끝내줬거든.
한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까 눈앞에 현실이 딱하니 다가오더군. 첫 달부터 날아오는 카드 값에 환장을 하겠더라고. 게다가 집안
꼴은 엉망인데다가 돌볼 생각조차 않고 말이야. 물론 이런 건 다 참을 수 있었어. 어린 아내의 철없는 행동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거든. 한데 말이야.......“
동욱은 갑자기 한 숨을 내쉬더니 다시 목을 축이고는 말을 이었다.
“거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지 않나. 아무리 예쁜 아내라도 계속해서 그러고 있으면 오만정이 다 떨어지게 마련이야.
아무리 말해도 내 말을 귀담아듣지도 조금이라도 생활을 바꿔보려는 생각도 없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집에 들어가기조차
싫어지더군.”
"뭐 그런 거야 나이 차도 있고, 결혼생활 하다보면 서로 부딪힐 수 있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좋은 때도 있고, 나쁜 때도 있고.
원래 부부사이에 문제없는 집은 드물다고 하던데요.”
"아니, 내 문제는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네."
동욱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마술사에게 보여줬다. 그건 사진이었다. 각 사진에는 모델같이 키가 크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자기만큼이나 젊고 잘생긴 남자와 모텔에서 차를 타고 나오거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장면들이 찍혀있었다.
“실은 그동안 나 몰래 이런 발칙한 짓을 하고 다녔더라고. 알아보니 이놈과 놀아난 건 벌써 1년이 넘었어.”
“미행을 붙이신 겁니까?”
“그게 요즘 들어 행동이 영 수상해서 말이야. 외출도 잦고, 또 말할 때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데 의심 안할 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막상 조사를 시켜보니까 기가 차더구먼. 이런 새파란 애송이와 바람을 피는 건 새발에 피야. 그 바닥에선 나랑 결혼하기
전에도 여러 남자 홀려 대면서 돈을 뜯어내는 걸로 유명했더라고.
더 황당한 건 말이지. 이런 아내가 내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는 거야. 이혼에 필요한 건수를 찾기 위해서 말이야. 근데 하필 맡긴
곳이 내 쪽과 형님동생 하는 사이라서 바로 알 수 있었던 게 천운이었어. 아니면 완전히 뒤통수 크게 한방 맞았을 거야.”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분이 합의하에 갈라서시면 될 것 같은데요.”
“난 그러고 싶지 않네.”
동욱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만약 이혼하게 된다면 내가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의 절반을 아내가 원하는 데로 떡하니 공짜로 떼어주게 되는데 그건 싫네.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그럼 소송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재판은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런 걸로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해드리길 바라십니까?”
“흠, 실은 이제 나도 나이도 있고 해서, 이젠 차츰 일을 줄이고 시간이 나면 고향에서 텃밭이나 일구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은 게
내 계획이었다네. 한데 지금은 다 틀어져 버렸지. 여편네가 죽어도 땡볕 아래 땀 흘리면서 흙 만지는 건 싫다고 하거든. 하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식이라도 그걸 살려봤으면 하는 데 말이야.”
동욱은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내 덕분에 편하게 먹고 살았으니, 그만큼 은혜를 보답하는 게 '도리' 아니겠나?”
며칠 뒤.
“흐으으응……..”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달콤한 낮잠을 방해받은 지영은 감미로운 콧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피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는 옆에서 계속 울리고 있는 전화기를 집어 들어 누구인지 확인하더니, 곧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야? 또 그 꼰대야?”
지영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진 속 그 남자였다. 남자는 자신의 조각 같이 잘 다듬어진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 몸을 일으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윗몸을 이불 밖으로 훤히 드러내더니, 역시 알몸으로 전화기를 확인하고
있는 지영을 뒤에서 안고는 손으로 지영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뻔하지 뭐. 이 노땅은 분위기 조지는 데 정말 뭔가 있다니까.”
그러면서도 지영은 잠시 목을 가다듬고는 곧 애교가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동욱과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지영을
쳐다보다가 지영이 전화를 끊자 물었다.
“뭐래?”
“오늘 저녁 약속 중요하니까 늦지 말래. 뭐 이딴 걸 가지고 다 전화하고 난리야.”
지영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바로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침대에서 일어서더니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그런 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핀잔 섞인 말투로 말했다.
“뭐야. 그래도 노인네 말은 곧이곧대로 참 잘 듣잖아.”
잠시 후, 샤워를 마친 지영은 몸에 타월을 두른 채로 거울 앞에 앉아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꼭 가야돼? 오늘은 그냥 나랑 여기서 있는 게 더 좋지 않아?”
“아직 안 돼. 일이 다 끝날 때까진 착하고 성실한 아내 역할에 충실해야 해. 그래야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불쌍한 피해자처럼
보일 거 아냐.”
“뭘 그런 걸 다 신경 쓰고 있어? 우리 그냥 좀 편하게 살자.”
“이런 사소한 게 다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거야. 그 잘생긴 얼굴만 자랑하지 말고 그 안에 든 머리 좀 굴려봐.”
“쳇. 어째 내가 그 늙은이보다 못하다는 것처럼 들려.”
“유치하게 굴지 마. 우리가 지금 이러는 것도 사실 엄청 위험한 거 알잖아. 잘못하면 발목 잡힐 수도 있다고.”
그렇게 남자와 떠드는 동안 머리와 몸의 물기를 모두 말린 지영은 좀 전의 격렬한 행사를 보여주듯 현관부터 침대에 걸쳐
사방에 어지럽게 흩어진 옷가지들 중 자신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찾아 걸치고 방 한편에 있는 전신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몸을 이쪽저쪽 돌려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운동 덕분에 이제 곧 30 중반으로 들어서는 지영의 몸매는 웬만한 20대들보다도 훌륭했다. 아직도
23인치를 유지하고 있는 지영의 허리는 군살하나 없이 날씬한 곡선미를 뽐내고 있었고, 평평한 아랫배와 골반부터 탱탱한
허벅지를 거처 길고 늘씬한 다리로 이어지는 라인은 건강하면서도 육감적인 섹시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위를 향해 착 치켜 올라간 엉덩이는 잘 익은 복숭아 마냥 탐스럽고 우아한 곡선을 그리면서 아직까지 그 탱글탱글 함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건 위쪽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의학의 힘을 조금 빌렸다지만 강남 한복판에서도 주위의 시선을 확 끌어모을 듯한 균형 잡힌
이목구비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얼굴 아래로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하고 가느다란 목을 거쳐 아름답게 양 옆으로 뻗어있는
쇄골을 지나면, 언뜻 길고 가늘게 보이지만 그 안으론 탄탄한 근육이 붙어있는 팔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그 양 팔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두 매력적인 살덩이들이었다. 마치 생크림처럼 새하얀
우윳빛을 자랑하는 젖가슴은 마치 그것들이 자리 잡은 곳이 비좁다는 듯이 앞을 향해 툭 튀어나와선 그 우람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C컵이라는 남들과 비교해도 결코 꿇리지 않는 크기를 자랑하는 지영의 젖가슴은 마치 나이를 잊은 것처럼
그 탄력감이 발군이었다. 지영이 조금만 몸을 움직이더라도 그 반동에 마치 고무공처럼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출렁출렁
부드럽게 흔들리는 그 모습은 10대들도 마냥 부러워할만한 정도였다.
이 몸매는 지영에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큰 자랑이었다. 원래 전도유망한 발레리나였던 지영은 고등학교 때 급격히 찾아온
남다른 발육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 꿈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갑자기 커진 몸으론 전처럼 가볍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170cm이 훌쩍 넘는 발레리나를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남자 무용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당시 지영은 이런 자신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나이 들어서도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는 자신의 외모 덕에 지영의 주변에는 언제나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들은 지영을 차지하지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갖다 바치곤 했다. 지금의 남편도 그 중 하나였고, 그 덕분에 지영은 지금까지 아무런 어려움 없이 호위호식하며
편안한 삶을 즐길 수가 있었다.
“조금만 참아. 저 노땅하고의 일만 잘 정리되면, 우리 매일 같이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아니, 아예 집을
하나 살까? 아니, 우선 기념도 할 겸, 유럽으로 해외여행은 어때?”
“좋아. 그럼 그 때까지 기다리지. 하지만 너무 시간 끌진 마. 난 참을성 많이 없다고.”
“뭐야? 어린애같이.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음~.”
지영은 그 말과 함께 등 뒤로 다가온 남자의 목을 두 팔로 감싸고는 진한 키스를 건넸다.
그날 저녁.
“자, 여긴 내가 일전에 말했지? 한때 신세 많이 진 친군데 당신이 내가 만나본 최고의 미인이라고 하니까 어찌나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말씀대로 아름다우시군요. 만나 뵙게 되서 정말 반갑습니다.”
“아, 저도 반가워요.”
남편의 소개에 지영은 형식적인 미소를 입가에 띠우고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마술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지영은 호텔 방 안에서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두 팔꿈치와 두 무릎을 맞대고 바닥에 엎드린 채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 마냥 혀를 내밀어 날름날름 동욱의 발을 정성스레 핥고 있었다.
이러한 자세 덕에 지영의 큰 젖가슴은 지영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맞닿은 상태로 출렁이며 앞뒤로 쓸리고 있었고, 그 자극에
흥분되어 바짝 일어선 두 탐스러운 젖꼭지는 바닥과 젖살 사이에 눌린 모습으로 바쁘게 바닥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 위를 향해 쭉 치켜 올려진 지영의 엉덩이는 그 사이 잘 익은 석류마냥 붉은빛을 자랑하는 통통한 보지 구멍 안에 동욱이
내민 손가락들을 잔뜩 머금고선 손가락들이 움직일 때마다 거기에 맞춰 연신 사방으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런 지영의 음란한
모습은 아까 전까지의 콧대 높고 허영심 강한 지영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럼 여기서 더 추가할 게 있습니까?”
마술사의 말에 동욱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니, 지금은 충분한 것 같군. 나머진 계획대로 잘 되는지 지켜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1주일 뒤.
동욱의 친구라는 사람을 만난 뒤에도 지영의 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친한 친구들이랑 고급 카페에서 우아하게
브런치와 커피를 들고, 강남 미용실이나 네일아트샵에서 마음껏 수다를 떤 뒤, 백화점 명품관을 돌며 그날그날의 최신 유행
아이템들을 확인해보곤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마사지샵이나 골프연습장, 혹은 헬스클럽에 들려 잠시 땀을 뺀 뒤 집에
돌아오는 일과였다. 물론 모든 결제는 당연히 남편 명의의 신용카드였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일상 속에도 지영에겐 두 가지 작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최근 구입하는 물건들이었다. 쇼핑을 마치고 집에 들어올 때마다 지영의 짐 속에는 종종 본인이 생각지도 않았던
물건들이 들어있을 때가 있었다. 어느 날은 남성 잡지에서나 나올법한 아주 섹시한 속옷이라든지, 다른 날은 몸에 착 달라붙어
지영의 아름다운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스판 재질의 운동복이나 걷기도 힘들 정도로 굽이 높은 하이힐 부츠 등이 이었다.
그런 건 모두 다 지영의 취양도 아닐뿐더러, 대체 언제 자기가 이런 것들을 구입했는지도 잘 기억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지영은 그런 물건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방 한쪽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곤 곧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또 다른 변화는,
“정말 그 애랑 헤어진 거야?"
"응, 얼마 전에 정리했어."
“우와~, 말도 안 돼. 걔가 찬 게 아니고, 언니가 찬 거야? 그만한 킹카를?”
“그렇게 됐어.”
"아니 갑자기 왜? 걔라면 죽고 못 살았잖아. 이유가 뭔데?“
“그게 막상 지내다 보니까 이건 완전 빛 좋은 개살구야. 돈도 없어, 성실하지도 않지, 책임감도 없는데다가 진짜 겉만 멀쩡하지
정작 그건 별 볼일도 없어.”
“와, 그 정도야?”
“그럼. 반대로 남편은 나이가 있지만, 아직도 힘이 철철 흘러넘치거든. 특히 침대에선 얼마나 과격한지 짐승이 따로 없어.”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그걸 묘사하듯 움직이는 지영의 손놀림에 친구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터뜨리기 바빴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지영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도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아무튼 구관이 명관이라고,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애한테 비위 맞추고 돈 펴줘 가며 붙들고 있는 것보다 부자 남편 곁에서 그냥
맘 편하게 지내는 게 더 좋을 것 같더라.”
“근데 그래도 괜찮겠어? 누가 그러던데 걔 뒷소문이 꽤 안 좋다던데?”
“그래? 나한텐 아직 별다른 짓 한건 없던데?”
“그래도 당분간 조심해.”
“걱정 마. 내 몸에 손가락 하나 까딱대면 걔도 그날로 끝장이니까.”
얼마 뒤, 친구들과 헤어지고 레스토랑을 나선 지영은 지하로 내려와 주차된 차로 향했다. 한데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끄으으응.......”
지영은 엉덩이에서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찌릿함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다행히 그 순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뻔 했었다. 지영은 자신도 모르게 몰려드는 민망함에 서둘러
차를 빼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 뒤로도 지영은 운전 중에 수시로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좌석 위치를 바꾸곤 했다. 왜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
부터 뒷구멍이 자꾸 아프고 욱신거렸기 때문이었다. 특히 어디에 앉으면서 그 표면에 엉덩이 살이 맞닿을 경우, 뒷구멍에서 퍼져
나오는 아픔과 짜릿함에 저절로 몸이 움찔거릴 정도였다. 때문에 요즘 지영은 의식, 또는 무의적으로 엉덩이에 체중이 실리는
다리를 꼬거나 의자에 비스듬히 앉는 자세는 애써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지영은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 같은 건 금세
잊어버리고 곧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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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동욱 또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서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밤풍경을
바라보는 동욱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아주 즐겁고 편안해보였다. 사실 동욱 주변에선 다들 이런 동욱의 모습을 신기해하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늘 저기압에 땅을 파고 들어갈 것처럼 한숨만 내쉬던 동욱이 지금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애마냥 하루 종일 싱글벙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동욱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동욱은 운전기사를 돌려보내고 곧장 집으로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자 벌써 지영이 돌아와 있는지 익숙한
향수내음과 함께 집안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예상대로 지영은 드레스룸에서 오늘 쇼핑한 옷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는 중
이었다.
세상에서 신상을 감상하고 정리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지영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흥겹게 몸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새로
장만한 옷들을 하나하나 옷걸이에 끼워 옷장에 걸고 있었다. 동욱은 문가에 기댄 채, 그런 지영을 조용히 바라다보았다.
사실 동욱이 지영을 그렇게 쳐다볼 만도 했다. 사방을 꽉 채운 수많은 옷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영이 정작 자기 몸엔 딸랑 비키니
한 장만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앞에서 보면 단지 젖꼭지와 가랑이를 간신히 가릴 만큼의 작고 길쭉한 파란색 천조각
들이 단지 가느다란 끈으로 V자처럼 연결되어 있고, 그 끈들은 가슴가리개 아래에서 방향을 반대로 꺾어 허리를 감고 뒤쪽으로
내려와 가랑이 천 뒤쪽에 끈 팬티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가슴가리개 위로 올라온 끈들은 목 뒤에서 매듭으로 옷 전체를 지탱
하고 있는 초 마이크로 형태로,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걸치고 있을 뿐이란 표현이 딱 맞을 정도였다.
물론 그것만으론 좀 심심했는지 지영은 거기에 수영복과 어울리는 굽 높은 하얀 뮬(Mule:슬리퍼 형태의 구두)을 신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차림 덕분에 정작 이어폰과 연결된 핸드폰을 넣을 곳이 마땅히 없었는지, 지영은 그나마 면적이 있는 수영복
가랑이 부분 안에 그걸 쑤셔 넣고 있었다. 동욱은 수영복의 얇디얇은 재질을 통해 그 핸드폰이 지영의 보지에 딱 붙어있는 것을
똑똑히 확인할 수가 있었다.
지영은 그런 야시시한 차림새에도 정작 본인은 그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동욱 존재 자체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덕분에 동욱은 손가락 하나 데지
않고도 지영의 커다란 젖가슴과 풍만한 엉덩이가 자신을 유혹하는 듯이 출렁출렁 대는 모습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이제 충분히 감상을 마친 동욱이 자신의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자 곧 ‘우웅, 우웅’하는 진동소리와 함께
지영이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펄쩍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깜짝 놀란 가슴을 가라앉힌 지영은 그제야 동욱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어머, 오빠 언제 왔어? 왔으면 얘길 하지. 애 떨어질 뻔 했잖아.”
“애는 무슨. 한 참 바쁜 것 같아서 그냥 보고 있었어.”
“으이그, 이 장난꾸러기. 언제나 날 놀래 킬 궁리만 하고 말이야.”
지영은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정작 얼굴엔 환한 미소를 띠며 동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두 팔로 동욱의 목을 감은 뒤,
천천히 부드러운 키스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동욱은 그런 지영의 부드러운 입술과 혀를 즐기면서도 동시에 지영의 푹신푹신한
젖가슴이 자신의 가슴에 딱 달라붙어 눌리는 느낌에 절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지금 지영의 이런 모습이나 행동은 당연 모두 최면 덕분이었다. 지영이 본인이 아닌 동욱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들을 열심히
사 모으거나, 집에 단 둘이 있을 땐 언제나 야하고 자극적인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 또 방금처럼 동욱이 말할 때까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모두 지영이 최면상태일 때 동욱이 지시한대로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지영은 자신의 복장이나 행동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이런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욱이 이런 상황을 마냥 즐기기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우선 지영의 상태를 지영과 본인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
받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계획에 따라 동욱은 언제 어디서든 지영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종할 수 있도록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지영에게 최면연습을 해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동욱은 드디어 칼을 들어 지영에게 과도한 놀자판 스케줄을 남들이 눈치 못 채게 조금씩 줄이고, 눈엣가시
같았던 애인은 단칼에 정리하게 했다. 예상대로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녀석은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없던 것 같았지만,
동욱 또한 큰 사업을 이끌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사람이었다. 불륜 사진을 제공한 사무실을 통해 그놈이 다시 주변에 얼씬
거리지도 못하도록 조취를 취한 뒤로는 모든 게 만사형통이었다.
“아, 오빠 소포 왔던데. 봤어?”
지영은 커피와 과일이 든 쟁반을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동욱 앞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현관에 작은 상자가
놓여있던 것이 기억난 동욱은 바로 거기로 달려가 겉에 적힌 발신처를 확인하고는 귀에 입이 걸린 모습으로 거실로 돌아왔다.
지영은 방금 전 자기가 앉았던 소파에 양반다리 자세로 편하게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게 뭐야?”
“글쎄. 열어봐야 알 것 같은데?”
동욱은 모르는 척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물건들을 탁자 위에 하나씩 올려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호기심에 그것들
을 바라보던 지영의 얼굴은 곧 황당함과 수치심, 짜증으로 물들었다.
“오빠! 이게 다 뭐야? 뭐 때문에 이런 걸 주문한 거야?”
“뭐긴 뭐야. 왠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오빠, 미쳤어? 제정신이야? 이걸 도대체 어디에다 쓰려고?”
“그야 당연히 난 아니니까 남은 사람이 누구겠어?”
“그럼 내가 이런 걸 좋다고 입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난 절대 못해!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워!”
“자, 너무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내가 다 설명할게.”
“지금 진정하게 됐어? 도대체 날 뭐로 보고 이런 것들을 들이대? 내가 그렇게 싸구려 창녀처럼 보였어? 오빠가 이런 줄 알았으면.......”
“알았어. 알았다니까. 자,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자, 나를 보고. 착하지. 우리 아기.
자, 그리고 ‘충직한 젖소’.”
“‘충직한 젖소’.”
동욱의 그 한마디에 방금 전까지 신나게 공중을 휘졌던 지영의 팔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지영은 방금 전 잔뜩 화가
나있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조용히 서있었다.
“자, 너는 누구지?”
“제 이름은 함지영,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좋아. 그럼 하는 일은?”
“주인님의 말씀에 절대 복종하고, 주인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합니다.”
“왜 그렇지?”
“저는 제 분수도 모르고 지금 주인님의 돈을 마구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주인님을 배신하고 주인님 몰래 바람까지 피웠던
천하의 암캐, 화냥년입니다. 하지만 주인님은 이런 저를 기꺼이 용서하고 받아주셨기에 그런 주인님께 평생 제 몸과 영혼을
받혀 복종하고 또한 주인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조금이라도 주인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제 죄를 뉘우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좋아. 자신의 역할을 아주 잘 알고 있군.”
“감사합니다. 주인님.”
“근데 넌 이 물건들이 어디에 쓰는 건진 알고 있어?”
“예. 주인님.”
“이런 것들을 좋아해?”
“아니요.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럼 직접 몸에 착용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그리....... 좋을 것 같진 않습니다.”
“왜 그렇지?”
“우선 노출이 너무 심하고......., 왠지 아프고 불편할 것 같습니다.”
지금 마이크로 비키니로 주요 부위만 간신히 가리고 있는 지영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동욱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좋아. 그럼 내가 네가 이것들을 입는 것을 원한다면?”
“주인님이 원하시면 당연히 착용해야 합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명심한다. 첫째, 방금 전에 네가 이것들을 보고 화낸 것은 모두 다 깨끗이 잊는다.
둘째, 난 네가 이것들을 착용한 모습을 즐기고 싶다. 그렇기에 넌 이것들을 보거나 만질 때마다 이것들에 대한 거부감대신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기꺼이 입고 싶어진다. 셋째, 그 때마다 너는 이것들을 입는 상상만으로도 점점 흥분되면서 다음에
벌어지는 모든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즐기게 된다. 알겠나.”
“예. 주인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동욱은 그 뒤로 몇 번이나 지영에게 자신의 지시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외우도록 하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자
최면을 깨웠다. 눈을 깜빡이며 정신이 돌아온 지영은 곧 주위를 둘러보더니 좀 전과는 달리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동욱 옆에
앉아 테이블 위를 가리키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