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는 대학교수
1
“우리 엄마는 교수가 될거래”
“교수?”
고급스러운 사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누운 소년이 한마디 툭 던졌다.
넓은 방 한 구석.
의자를 젖히고 누워 휴대용 게임기를 만지작거리는 아이.
그 말은, 빼곡이 책으로 도배된 책장들 앞에 서 있는 또 다른 아이에게 건넨 것.
“교수라고.. 그러면 지금은 뭐해 너네 엄마, 선생님?”
“선생님은 아니고.. 뭐랬지.. 무슨 강사 같은 거 하나봐”
“강사?”
깔끔하게 단장된 강인의 부모님 서재.
강인은 평소 규복에게 ‘우리 집에 오면 서재가 어휴~ 엄청나~’
이런 식으로 종종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곤 했다.
책을 좋아하는 규복의 취미를 알기 때문에 나온 대화였고,
규복도 그 핑계로 강인의 집에 놀러와 있는 중이다.
‘강사가 뭐하는 거지?
아..’
고개를 갸우뚱하는 규복.
뭐라 묻고 싶어 강인 쪽을 보지만, 강인은 그 몇마디 던져 놓고 다시 게임에 빠져 있다.
강인도 책을 좋아하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평상시 워낙 책을 많이 접하고, 많은 서적에 자주 노출되어 지내던 것에 익숙해서인지 지겨운 모양이다.
놀러온 손님 규복만,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거리며 책을 살필 뿐.
“강사면.. 사람들 가르치는 뭐 그런 거네?”
“어”
“웅.. 그럼 강인아.
교수가 되는 건 어려운 거야?”
“몰라~ 하하. 나도 잘 모르지..”
“움~ 그래.. 아무튼 여기 있는 책들은 엄마가 공부할 때 보시는 책이겠다“
“아냐, 아빠 책도 많이 있어”
특히 인문학 책이 많다.
좀처럼 보기 힘든 책들의 이름들에 신기해하며 보고 있는 규복과 달리,
강인은 친구가 성의껏 질문해도 무관심이다.
서재로 쓰는 방이 세로로 길다면
규복은 그 한켠의 끄트머리, 책장들 앞에 서 있고..
강인은 아예 그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뒹굴~ 뒹굴~ 의자를 흥에 겨워 돌려댄다.
그런 강인을 규복은 힐끗..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살피고
이내 전 연령대를 위한 책들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 이건 뭐지?”
“....”
“카드도 있고.. 명함이네?”
구석의 책장 한 가운데에 올려져 있는 물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잘한 몇가지의 카드 사이즈와 명함 비슷한 것들 일체.
그 중에서 하나를 집어들면서
규복은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다.
대부분의 빳빳한 재질의 명함과 종이들은 글씨만 적힌데 반해,
규복이 집어든 것은 예쁜 여성의 증명사진이 크게 박혀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
규복은 강인이 이쪽을 볼세라, 조그맣게 중얼~ 중얼거리며 사진을 빤히 들여다본다.
‘우와.....’
어린 규복이지만 대번에 그게 무언지 알 수 있었다.
주민센터, 혹은 공무원이나 연구원들이 가슴팍에 목걸이 형태로 패용하는 아이디 카드.
규복의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도 이런 식이어서 익숙했다.
조금 전에 들은 강인의 엄마를 상상하며,
사진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는 규복의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진다.
‘이 사람이 얘네 엄마? 맞겠지?..’
얌전하고 순한 인상의 강인이라, 엄마도 비슷할 거라 상상은 했다.
그런데 사진 속의 여성은 온순한 눈매와 반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당찬 이미지의 강한 인상이라 놀랍다.
정갈한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한 가운데,
도시적인 세련미가 잘 어우러진 미모.
저도 모르게 낯선 여인의 얼굴 사진을 보는 순간, 규복은 숨이 멎는다.
‘..... 와~ 와..
진짜.. 이쁘다..’
이제 갓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지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한창 왕성한 사춘기인 만큼
아름다운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니..
어린 규복은 본능적으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설렘을 느낀다.
“후아암~ 졸리다.. 야~ 규복이 너 배 안고파?”
“어.. 으, 응?
나 별로 안 고픈데..”
“뭘 그렇게 계속 보냐? 거기 있는 명함들 함부로 만지면 안돼~”
“어엇, 막 건들면 안되는 거야?”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우리 아빠 것도 있으니까..ㅎㅎ”
강인은 장난기가 가득한 눈으로 규복을 재밌다는 듯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팔을 위로 쭈욱 뻗어 기지개를 킨다.
“책 되게 좋아하나보네. 난 지겨워 죽겠는데, 하도 봐서..”
“하하.. 나는 처음 보니까..”
“그래, 아 맞다~
야, 우리 엄마 곧 온다니까 맛있는거 해달라 그러자~”
“.... 너네 엄마가.. 쫌 있으면 오셔?”
“어~ 너두 같이 뭐 먹어, 울 엄마 요리 잘해!”
“아니 나는.. 지금 별로 뭐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뭔 소리래. 너 나랑 떡볶이 먹은지 한참 됐자나~”
“아직 배부르거든, 헤헤..”
규복은 많은 책장의 숲을 등지고,
강인의 음성에 괜히 찔려 ‘샤샥~’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인은 시선만 주고는 빨리 나오라며 거실로 나가 버린다.
규복은 엉겁결에 손에 만지작, 만지작거리던 것을..
무의식적으로 청바지 뒷주머니에 구겨 넣은 채로
일단 강인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얼른 거실로 나왔다.
“야~~ 뭐해? 이리 와보라니까”
“어어, 미안해, 왔어.. 왜?”
“응 엄마, 친구 옆에 왔어.
(조용히 규복에게 손짓하며)
엄마가 너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ㅎ”
“어? 저기, 강인아..
나 사실은 엄마가 아까 전화 왔었어, 빨리 오라고”
“뭐야.. 지금?”
“어.. 엄마랑 어디 가기로 했는데 뭐하냐고~ 시간 없대”
“쳇, 학원 끝나고 오늘 놀아도 된다며”
“미안해, 미안, 지금 막 생각났어.. 다음에 또 올게!”
“야.. 잠깐만?”
뭘 그리 서두르는지, 규복은 조금 전까지 서재에 틀어박혀 있던 모습과 달리
거실의 강인이 그녀의 모친과 통화한다는 말을 듣자..
지레 겁을 먹고 ‘후다닥~’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왜 저래...
어, 아냐 엄마~ 규복이 집에 갔어.
그러게.. 진짜 혼났나봐, 하핫”
강인이 혼자 중얼거리는 사이.
작지 않은 강인의 집 정원을 가로질러 빠르게 골목까지 나온 규복.
고급 주택가가 밀집한 구역답게
깔끔하게 정돈된 집들을 양 옆으로 두고 있다.
한 가운데 검정색 아스팔트로 포장된 언덕길을
규복은 ‘다다다다~’ 총알처럼 뛰어 내려간다.
“하아, 하아... 끄읍..”
숨을 돌리며 골목 한 구석에 발걸음을 멈춘다.
두리번 두리번~
아마도 CCTV가 없는 곳을 한참 찾은 모양이다.
‘휴~ 아무도 없지..?’
땀에 젖은 손으로 아까 다급하게 바지 주머니에 넣은 것을 더듬어본다.
쑤욱~
역시나 꺼낸 것은.. 파란 목걸이가 달린 강인 어머니의 명찰.
처음부터 가져올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냥 생각보다 빼어난 미모의 친구 엄마 사진에 가슴이 뛰면서..
강인의 채근하는 말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나가버린 것.
그렇게 규복은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아이디 카드를 어루만진다.
‘왜 이걸 넣었지?
진짜 가지고 오다니..
놀래 가지고 주머니에 넣은 건데.. 이러면 완전 도둑질이 되잖아..’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절도’를 해버렸다.
규복의 손은 땀이 많아 플라스틱 카드의 표면이 미끌거린다.
난처한 시선을 명찰로 향하며 매만지는 규복.
두근 두근 설레는 눈으로 사진의 얼굴을 본다.
‘이름이 고선혜..
좋겠다... 강인이는 엄마가 이뻐서..’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눈으로 그 미모를 감상하고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 둘러본 후 주머니 속에 그것을 넣는다.
-
학교에서는 같은 반이지만 많이 친한 사이는 아니다.
우연히 방과 후 학원에서 같은 반으로 또 만나, 제법 가까워진 두 아이.
알고 보니 취미가 비슷해서 둘은 금방 친해졌고
만난지 6개월 정도 지나, 규복이 두 번째로 강인의 집에 놀러간 날이었다.
시내 중심가의 학원 밀집구역을 빠져나오면 두 아이는 집 방향이 다르다.
하지만 넉살 좋은 강인은 규복을 가끔씩 집에 가자고 끌어당기곤 한다.
어려운 형편의 규복네에 비해,
잘 사는 강인의 집은 자연스럽게 어린 두 아이의 좋은 놀이터가 되었다.
규복이 강인의 집에서 어색하게 나온 날 이후,
보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둘은 학원 중심가의 한 패스트 푸드에 앉아 있다.
학원이 끝난 후 맛나게 햄버거와 콜라를 먹던 중..
너겟을 머스타드 소스에 찍으면서, 강인이 말을 건넨다.
“너 우리 엄마 만난 적 있지?”
“.... 풉, 켁... 큽...
야, 내가 너네 엄마를 언제 만났어?”
“한번도 안봤어?”
“그래~ 니가 그 날.. 너네 엄마 계실때 집에 또 오라고 했지”
“아, 그랬나? ㅋ 기억이 헷갈려서, 헤헤”
“....”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규복은 지난번에 몰래 집어온 명찰이 생각나서, 강인의 얼굴을 안 보고 햄버거만 씹는다.
강인은 물끄러미~
규복의 무관심한 옆 얼굴을 보며 씨익~ 웃었다.
“우리 담주에 방학이잖아, 규복아”
“어..”
“나 방학하자마자 놀러가거든~”
“어디..로?”
“유럽 간다고 그러던데~ 유럽 어딘지는 아직 몰르고”
“아~ 그래?”
규복은 콜라를 빨며 강인의 말에 집중한다.
“응~ 아빠랑 엄마랑 같이.. 23일에 간대”
“와 좋겠다.. 디게 빠르네~ 놀러가는거”
“그치? 나보다 엄마랑 아빠가 더 놀러가고 싶은거 같더라고”
“하하하하”
“히히, 지금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고
유럽여행 다녀와서, 8월 말쯤에는 강원도에 또 놀러가거든”
“와..
많이 놀러가나봐 방학 동안에.. 부럽네”
“많이 가는건 아니야, 이번 방학때는 아빠가 바쁘다고 하셔서 조금 간대”
“웅..”
집이 가난한 형편의 규복은 강인이 늘어 놓는 이야기들을 부러움 섞인 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강인이 살짝 목소리 톤을 바꾸며 씨익 웃는다.
“그래서 말야.
너어~ 방학하면 특별히 할 일 없다고 그랬자나?”
“어?..
응, 그렇기는 한데..”
규복은 살짝 몸이 경직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설마...
“같이 가자.
너 나 알지?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평소에 니 얘기 많이 했어.
그랬더니 좋아하던데.. 괜찮다고~”
“.... 내가 왜 가냐?
니네 집 가족 여행이잖아..”
“하하, 신경 써주는거야?
괜찮거등~ 유럽은 여러명이 가기 힘들어도, 강원도는 국내라~
친구 데꼬가려면 그렇게 하라고 아빠가 하셨어”
“아.. 그래”
일단 솔직하게 굉장히 부러운 마음부터 든다.
여기저기 여행을 자주 다니는 걸로 예전에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같이 가자는 갑작스러운 제안은 놀랍다.
친구가 없어 외로운 규복은 강인의 제안에 고마우면서도, 떨떠름하다.
‘지랑 나랑 알게 된지 얼마 됐다고 선뜻..’
요런 생각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인이도 나처럼 친한 친구 별로 없고 외로우니까..’
두 가지 생각이 함께 맞물리면서
가능하면 함께 가고 싶다는 바람이 조금 생긴다.
“여행 자주 다니는구나..”
“응, 여름이니까.. 암튼, 같이 가자?”
“....”
“가~ 같이~ 우리 아빠도 니가 궁금하대”
“아..”
그런데 이미 반 정도 열린 마음과 다르게, 좀처럼 규복은 입을 열지 못한다.
지난번의 강인 어머니 사진 강탈 사건(?) 때문에
마음이 더 켕겨서 쉽게 답을 못하는 듯하다.
그런데..
바로 이어진 강인의 다음 행동이 더 가관이다.
“어? 엄마~
응, 응, 어, 안 그래도 방금 물어봤어.
응, 지금 옆에 같이 있거든”
규복은 강인이 통화하는 소리를 듣자 귀가 쫑긋..
살짝 오른쪽 귀를 강인의 수화기 쪽으로 들이댔다.
“다 먹었다니까..
온다고?
(규복을 쳐다본다)
움.. 알았어~”
“....”
“야, 우리 엄마 지금 온대”
“켁!”
“여기서 가깝다는데, 상관없지?”
“벌써?”
“어, 우리 엄마 이럴 때 한번 보고 가야지 ㅎㅎ~”
규복의 속 마음을 알리 없는 강인은, 그냥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다.
그 밝은 미소를 보자..
규복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여기~~”
“아~”
강인의 밝게 손 흔드는 모습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쪽을 발견한 여성이 웃는다.
‘헉..’
어쩌면 좋나..
공짜로 친구에게 얻어 먹은 햄버거가 급 체하게 생겼다.
규복은 ‘또각, 또각’ 걸어오는 걸음소리를 들으면서..
차마 얼굴 들 생각을 못하고 몸이 얼어서 바닥만 보고 있다.
“많이 기다렸니?”
“아냐, 엄마 금방 왔네~ 히히”
“응~ 여기 지나가던 중이었거든~
옆에는 친구?”
“어! 규복아, 우리 엄마~”
“아, 안녕..하세요, 이규복입니다..”
“후훗, 반가워, 규복이?
귀엽게 생겼다야~”
규복은 바짝 긴장한 채로, 최대한 태연하게 말하려 애쓴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톡, 톡-’ 떨어져 테이블을 적실 정도로..
극도로 경직된 모습의 규복.
그럴 만한 것이..
일찍이 사진으로 본 얼굴보다,
강인의 엄마 선혜의 미모는 한결 더 빛났기 때문이다.
‘키, 키가 뭐 저렇게 커..?’
대번에 보자마자 ‘크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강인의 모母 선혜는 한눈에 보기에도 170cm 정도는 가볍게 넘을 만큼 장신이었다.
등장만으로도 화려한 그녀의 포스에 규복은 초장부터 기가 눌려버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몰래 동경해오던 미모의 여성을 실제 눈 앞에서 바라봄은
순진한 어린 아이에게 실감조차 할 수 없는.. 대단한 감동이었다.
“고마워, 호호, 아~ 배고파서 혼났네~
얘 이거 맛있지 않니? 같이 먹자~ 아들~”
“먹었다니까.. 쳇, 할수 없지”
“우후후, 넌 말은 그렇게 하면서 주면 잘 받아먹잖아”
“헤헤”
경쾌하고 밝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
듣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청아함이 있었다.
약간의 허스키한 음색을 베이스로 깔고 있지만
거기에 살짝 꿀을 발랐다고 할까...
무척 정감있고 살가운 톤의 목소리다.
“.....”
“넌 왜 말을 안하냐”
“아, 아냐, 뭐 생각하느라..”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잘 샀어~”
바보같이 우두커니 있는 규복을 보며 강인은 어깨로 툭툭, 건드린다.
둘만 있을 때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다르니.. 답답할 만하다.
강인은 결구 넉살좋게 규복의 어깨에 손을 올려 끌어 당기며
엄마와의 대화에 끼어들도록 했다.
선혜는 검정색 뿔테 안경을 끼고 있다.
어쩌면 저렇게..
배고프다며 맛있게 햄버거를 우물 우물 먹는 모습조차도
품위 있고 아름다운지..
이미 눈에 콩깍지가 씌인 소년은 친구 엄마의 단아한 미모에
마음을 완전하게 빼앗겨 버린다.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었어?”
“응, 그냥 우리.. 이번에 춘천 가기로 한거, 얘한테도 같이 가자고”
“아~ 맞아, 내가 먼저 제안했던 거야, 강인이 너한테~ 기억 안나?”
“엄마가.. 먼저 그랬어? 난 아빠인줄”
“푸훗, 나였거든~”
밝은 눈웃음을 지으며 규복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선혜.
규복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몹시 부끄러워 빨개진다.
그러다가 다시 선혜가 아들 쪽으로 눈을 돌리자
휴~ 안도하며 선혜의 얼굴을 몰래 쳐다보았다.
어린 규복은 그녀의 느낌이 예상했던 것보다 쾌활하고 유머러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간접적으로 처음 봤을 때는 약간 지루하고 권위주의적일 것이라..
제 멋대로 상상했기 때문.
강인과 선혜는 익숙한 일상의 모습인 양, 위트 있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두 사람의 웃는 옆에서 규복만이..
물끄러미..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모자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음식을 다 먹고 몇마디 규복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던 선혜가,
갑자기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며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