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는 대학교수
3
‘아줌마가 이렇게 짧은 핫팬츠를..
손하고 발에 같은색 매니큐어도 바르고.. 어쩐지 진짜 섹시하다..’
넋을 잃고 그 사진을 뚫어져라 보는 규복.
사진 속의 선혜는 아들 친구와 함께 찍는 사진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 표정이었다.
모르겠다.
그것은 규복의 애욕어린 시선으로, 제 멋대로 해석하려 했기 때문일 수도..
여튼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금색의 낮은 샌들을 발에 신었는데, 이게 속칭 ‘쪼리’라서
선혜의 매혹적인 발은 발등 위의 줄 몇 개를 빼면 하얀 속살을 그대로 노출했다.
손톱과 발톱에 동일하게 칠한 퍼플 네일.
아주 짙은 자주색이 아닌 옅은 톤의 매니큐어다.
그 위로 근사하게 쭉~~ 뻗어 있는..
감탄을 부르는.. 길고 멋진 다리.
하얗고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맨살을 바라보는 규복의 가슴이..
터질 것처럼 설레며 쿵쾅쿵쾅...거린다.
짧은 하얀색 핫팬츠,
그 위로 돋보이는, 동그랗고 탐스럽게 솟아오른 둔부의 언덕.
이어서..
선혜는 옅은 오렌지색의 오프 숄더 크롭티를 입은 채 예쁜 배와 배꼽을 드러내고 있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는 규복의 동공이 좀 더 확장된다.
(오프숄더 크롭티 : 어깨가 드러난 배꼽티)
선혜가 새삼스럽게 핫한 글래머라는 것을 시원한 여름 옷차림을 보고서야 깨달은 것.
대체로 몸을 꽁꽁 싸매는 타입이라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놀러간 여행지에서, 그 근사한 볼륨감이 여과없이 오픈된 것이다.
헤어스타일도 오렌지 파스텔 톤의 크롭티와 아주 잘 어울린다.
금빛에 가까운 흐릿한 브라운 컬러..
찰랑거리는 긴 머릿결을
더운 여름이라 파란색 꽃무늬 밴드로 단정하게 묶어 놓았다.
그런데도 긴 머리카락은 선혜의 등 뒤 중간까지 내려온다.
저도 모르게 충혈된 눈으로, 입맛을 다시며 선혜의 꽃같은 자태를 보는 규복.
어느새 사타구니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팽팽하게 발기되어 있다.
바지를 뚫을 정도로 사납게 솟아오른 페니스.
걸리적거리는 츄리닝 바지를 ’확-‘ 끌어내리는 손,
우악스럽게 규복은 자신의 뜨거운 분신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아줌마..”
규복은 선혜의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우윳빛 각선미에 침을 흘린다.
뽀샵이라도 한 것처럼 예쁘고 가지런하다.
빠른 눈으로 흥분하며 선혜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는 규복.
잘록한 허리, 늘씬한 키에 비해 풍만한 가슴...
두근거리는 하얀 살결을 감상하며
규복은 미친 듯이 육봉을 흔들어댄다.
“흡! 으아아아...”
진하고 뜨거운 정액이 분수처럼 튀어올랐다.
몇 번이나 사정하는지.. 10대 고교생의 힘차게 뿜어져 나온 우윳물은
규복의 한 구석 방바닥을 금방 뒤덮어버린다.
그나마.. 미친 듯이 흥분했지만
사정하는 순간 재빠르게 귀두 쪽을 옆으로 틀어 분출하면서
‘소중한 사진들’에는 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아.... 아, 끝내준다, 선혜 아줌마..
이렇게 섹시하고 흥분되다니..
야, 엄청 나왔네..
그때는 왜 이걸 몰랐을까..”
이걸 몰랐다는 의미는.. 그 어린 나이때는 그저 이쁘고 친절한 친구 엄마가
곁에 붙어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몹시 좋았다는 말이다.
성(性)적인 눈길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지금처럼 야릇한 감정을 당연히 느끼지 않았을 터.
거친 숨결을 토하고 뜨거운 땀을 휴지로 닦으면서
규복은 자신과 선혜가 찍은 둘만의 사진과,
그녀와 아들간에 찍은 사진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선혜가 아들은 스스럼없이 그 바로 뒤에서 끌어안으며 찍힌 반면,
규복과의 사진은 ‘쑥스럽다는’ 이유로 목덜미에만 한 손으로 감싸며
뒤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비껴나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규복의 눈으로 볼때는 소장가치가 뛰어난 컷이 되었다.
강인의 몸 뒤로 가려진 사진에 비해, 선혜가 규복의 옆으로 비스듬이 선 사진은..
그녀의 몸 전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
덕분에 멋진 각선미와 잘록한 허리가 잘 보인다.
“치마를 입었으면 더 좋았겠다.. 헤헤..
흰 핫팬츠도 마니 꼴리지만..
아.. 아줌마 다리.. 진짜 이뻐..”
눈을 즐겁게 해주는 친구 어머니의 자태를 보며,
오랜만에 발견한 소중한 보물을 가슴팍에 묻고
규복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연하게 그리운 선혜의 흔적을 발견한 날 이후로,
한창 성욕이 타오를 나이의 규복은..
여자의 속살이 눈 앞에 떠오를 때면, 자연스럽게 동경하는 그녀를 떠올렸다.
순수하고 착한 성격의 아이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정욕에는 그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규복은 조숙한 또래 아이들에 비해선 늦은, 중학교 3학년 때 자위를 시작했다.
성욕이 스스로 강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자위 행위도 어쩌다 한번씩 너무 괴로울 때 하는 일 외에 흔하진 않았다.
그러던 중에, 윗 이야기처럼 고교 2학년 봄에 선혜의 근황과 흔적을 접하고
어릴 때부터 동경하고 좋아했던 마음을 담아..
그날부터 규복의 주된 ‘가상 섹스 파트너’는 선혜가 되어 버렸다.
처음 몇 번은 하면서도
‘정말 이래도 괜찮나’하는 죄의식으로 내적인 갈등을 빚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일말의 양심은 쉽게 무너져 버렸다.
점점 더 규복은 마약에 홀리기라도 한 듯
학교가 끝나고 바로, 아니면 학원에 다녀오고 집에만 오면
‘선혜와 단 둘이 찍은 사진’을 보며 거의 매일 같이 자위를 해댔다.
상상력이 점점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 멋대로 머릿속으로 온갖 음란한 망상의 꽃을 피우기까지 한다.
선혜를 다양한 옷차림으로..
때로는 정숙하고 정상적인 옷차림을 입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관능적으로, 야시시한 옷을 입히며 탐하곤 했다.
자극적인 체위 등으로..
자신의 몸에 매달려 울부짖는 선혜를 상상했던 것이다.
“하아, 하아.. 진짜 이러다 잘못하면 죽겠다...”
평소처럼 선혜의 사진으로 열정을 불태우던 밤,
축 늘어진 페니스와 함께, 손에 구겨진 휴지 덩어리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중얼거린다.
선혜의 사진은 규복이 한 장, 한 장, 모두 앨범에 스크랩하든가
아니면 특히 소중한 몇장은 ‘코팅’까지 해서 보관하고 있다.
지금도 선혜와 같이 찍은 사진을 책받침처럼 코팅한 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며 바라본다.
‘이제 적당히 하자.. 이런다고 아줌마랑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모습을 알면 엄청 혐오하겠지.
아니 혐오고 뭐고를 떠나..
거기에 못 붙으면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 거야..’
대략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직접 만나지도 못하는 주제에..
온갖 음탕하고 지저분한 망상만 해대면서
끝없는 상상에 빠진 채 자위에 중독되는 스스로가 아주 한심하게 여겨졌다.
몸은 몸대로 축나고
하루에 평균 세네번은 꾸준히 쾌락을 분출하니..
2학년 여름방학 때는 몸이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자신에 대한 짙은 혐오감은 점점 더해진다.
이런 지금의 모습을, 행여라도 나중에 선혜를 직접 만나게 되면..
얼마나 그녀를 추한 정욕의 도구로 즐겼음을 알고, 혐오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정죄까지 하고 있었다.
착하고 온순한 성격인 만큼
규복은 융통성이 조금 모자란 구석도 틀림없이 지니고 있다.
한번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자의식이 들고 나자..
음란한 망상 및 그녀를 노리개처럼 다뤘던 자위 행위도 줄이자고 마음 먹는다.
당연히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규복의 목표는 선혜가 있다는 명문 J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
우스갯소리로, 옛 어른들 말처럼 대학만 입학하면 멋진 여자친구가 생긴다~
가 아닌, 멋진 연상녀와의 ’해후‘가 있으리라는..
특이한 규복만의 타켓이 확고해진 것.
‘미친 개짓 고만하고 공부만 하자, 공부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아버지가 일찍이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몸이 편치 않아 잔병치레에 시달리며..
나날이 살림이 어려워지던 규복의 가정이었다.
집안 형편에 생각이 미치니,
더더욱이 자신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성공과 출세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고등학교 2학년의 ‘음란한 질풍노도’를 어렵게 잘 버티고
3학년때도 집과 독서실만 오가는 성실한 생활을 거듭하여
마침내 규복은 원하던 1차 결과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으~ 으후훗!... 흐아... 하아..”
합격을 확인하고, 일하고 있던 어머니에게도 소식을 알린 그날 저녁,
오래간만에 규복은 소중한 그 사진을 꺼내 책상에 올려 놓고
온 힘을 다해, 진한 엑기스를 시원하게 쏟아낸 참이다.
공부하라고 어머니가 사주신 등받이 의자에.. 쭈욱~ 몸을 기대고 뒤로 뻗는다.
자기 나름의 만족스러운 여운을 즐기며..
사무용 의자를 한껏 뒤로 젖히고 누워, 선혜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다.
그러자 또 가슴이 두근, 두근- 떨려온다.
-
생각에 한참 잠겨 있던 규복의 의식은
다시 캠퍼스 내의 현실로 돌아왔다.
‘하, 깜빡 잠까지 들었네.
지금이 몇시냐...
아.. 눈부셔’
밝은 교정 내에 여기 저기 놓여있는 갈색 벤치들.
그 가까이에 질서정연하게 가꾸어진 예쁜 꽃밭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에 깜빡 든 규복..
혼자만의 시간 여행에서 빠져 나와,
입가에 약간 묻은 침을 닦는다.
쏟아지는 환한 햇살을 맞으며
자그마해진 실눈을 크게 뜨려 애쓴다.
기분 좋게 온 몸을 적셔주는 따듯한 봄의 기운..
한참을 그렇게 멋진 봄날의 정경을 감상하고 있다.
문득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자랑스럽게 이 학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셨더라면..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주변 친척들에게 아직 전하지 않아서 그들의 반응은 알길이 없지만,
어렵게 어머니와 사는 모자 가정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규복은 알고 있다.
대놓고 깔보지만 않을 뿐이지..
명절 모임 때마다 은근하게 멸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친척들.
그네들의 아들, 딸도 지원했다가 떨어졌다던 이곳을 내가 붙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썩은 표정들을 지을까..?
그런 변변찮은 자부심도 규복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요인이었다.
-
드디어 다가온 입학 시즌.
누구나 대학 입학 후 겪게 되는 첫 수강신청.
규복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소위 ‘인기 강좌 ’가 매진될 줄은 몰랐다.
주워 들은대로.. 꼼짝도 안하고 앉아서 부지런히 클릭질만 해댔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규복이 1순위로 신청했던..
고선혜 교수의 교양강좌는 대단한 인기였다.
‘어째서 전공 과목이랑 교양을 같은 날 신청하게 해놓은 거야?
타 전공자는 아예 들을 수도 없게..’
쓰라린 마음에 뻘개진 눈으로 분노의 클릭만 해대는 손.
규복의 생각대로 영문과 전공은 타 전공자에게 수강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략의 결론은 나왔다.
규복은 이로써 고대하던 선혜의 얼굴을, 최소한 정당한 루트로는 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뭐 그렇다 해서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머리를 싸매고 좋은 수가 없을까 고민한다.
일단은 릴랙스하기로..
흥분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니, 침착하게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한다.
그래!
전임이랬으니까 틀림없이 전용 연구실도 있을 거야.
규복의 머릿속이 금방 환하게 밝아졌다.
5월이 갓 시작될 무렵의 어느 날.
규복은 강의가 다 끝난 후, 문헌정보실에서 과제를 하고 있었다.
아직 기간이 충분하지만 ‘성실한 규복답게’ 할 일도 없어 미리 하던 참이다.
좋아, 이만큼 했으면~~ 가자.
도서관 건물을 나서며 심호흡을 한다.
푸근한 봄내음이 너무나 기분 좋다.
쭈욱~~~
있는 힘껏 해맑은 기지개를 키며, 회색빛 촘촘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간다.
‘오늘도 도전이야, 까짓거 가보는거야...’
금방 입학한지 2개월이 지났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면 여러 가지 행사와 모임으로 시간이 빨리 갈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얼떨떨한 가운데 소중한 1학기의 시간은 번개같이 지나간다.
정신을 ‘아차..’ 차리고 보니, 5월이 되버렸다.
성격이 유들유들한 편도 못 되어서
이제까지 인사한 사람 숫자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2개월간 나름 알찼다.
등교 -> 강의실 -> 식당 -> 도서관 -> 집..
과 같은 지루한 캠퍼스 생활의 반복.
그러다가 정말 이대로는 안되겠다, 하고 주먹을 불끈 쥔 날부터
어제까지, 규복은 무려 정확히 2주일 동안 허탕을 쳤다.
용케 친한 동기 몇몇과 선배들에게 물어 물어, 영문과 강의가 있는 건물까지는 조사를 했는데..
도통 해당 강의실을 찾을래야 찾기가 너무나 힘들다.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기는 하다.
각 강의실마다, 문 옆에 커리큘럼이 붙어 있기 때문.
그런데 강의실이 한두개도 아니고..
15층짜리 단과대 건물 중에서 고선혜 교수의 강의실을 찾는다는 것은..
조금 과장을 더하면 해변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었다.
그 정도로 우직한 규복이 느끼는 체감은 더뎠다.
“아~ 그런건 그 전공 과사무실가서 물어보면 말해줘”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던 남자 선배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이것도 숫기가 없는 규복이 간신히 물어본 결과물이었다.
‘x발... 멀리서 두번 보긴 했는데.. 오늘은.. 아, 제발...’
입학식 때 아주 멀~~리서 한번 보았고,
먼 발치에서 또 한번 본 것이 바로 어제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냥 과사에 가서 물어보면 될 것을.. 그만한 용기도 없는 규복.
.....
어쩔 수 없이 씩-씩- 거친 숨을 토하며..
전날에 이어, 5층에서 6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아!’
꽤 먼 거리지만,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다.
틀림없이... 그녀다.
고선혜..
규복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계단을 뛰쳐 올라, 인파를 마구 헤집었다.
웅성 웅성-
불쾌해하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외침 가운데..
또 놓칠 수 없다는 필사적인 오기가 그의 발에 부스터를 단다.
“하, 하아.. 하악..
어..?”
조금 전까지 많은 학생들 가운데 둘러싸여..
여기 있었는데..
규복은 우두커니, 멍청한 얼굴로, 드넓은 홀 중앙에 혼자 서 있다.
정중앙에 거대한 원통형의 하얀 기둥이 장대하게 서 있고,
그 앞으로 대리석 바닥이 쾌적하게 펼쳐져 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양 옆으로 보이는 단 두 개의 금빛 엘리베이터와..
그리고 드문 드문 보이는 자판기 몇 개, 단정하게 닫혀 있는 창문들.
오로지 규복만의 애타는 심경을 비웃기라도 하듯..
학생들이 빠져나간 빈 건물의 휑함이~ 더 가슴을 후벼판다.
“이상하다, 분명.. 1분도 안 됐는데..
다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꺼번에 사라진거야?”
서글픈 감정을 억누르며, 눈물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이렇게 고생했는데 또 눈 앞에서 놓치다니..
미련하기 짝이 없는 자신이 미워질 지경이다.
‘과사에 가서 물어보면 되는 건 나도 알아,
근데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차마 그렇게 못한다고..
그 정도 용기가 있으면 진작에 했지, 제기럴’
앞이 캄캄하니, 이마에 맺힌 땀과 열기를 식히며
규복은 ‘그러면 그렇지, 내 인생..’이라며 신세 한탄까지 한다.
육체적으로 크게 기력을 소모한 사람처럼
다시 내려가기 전에 지쳐, 로비 구석의 의자에 앉아 멍을 때린다.
창문 밖 허공을 바라본지 5분 정도.. 지났을까?
굳게 닫혀 있던 엘리베이터 하나가- “띵~”하는 소리를 내며 열린다.
썩은 동태 같은 눈길로 바라보는 규복.
어?
.....
우르르~ 엘리베이터 열리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학생들 사이로,
규복이 애타게 찾던 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아.. 아줌..”
쿵-쿵-쿵-쿵- 떨리는 심장.
후들거리는 다리로 서서 다가가려다, 학생들의 인파에 떠 밀린다.
이런 열여덟스러운 인간들..
때마침 옆의 엘리베이터까지 도착하며 학생들이 순식간에 그 큰 로비를 메웠다.
‘아....
오늘도 나가리인가’
눈에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신기루.
바로 눈 앞에 고지가 있는데 닿을 수 없는..
이건 니미럴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다고,
희한한 욕설을 만들어내며 분을 삭히지 못한다.
수업이 시작하기 무섭게 학생들은 또 사라지고 없다.
‘내일 또 오자...’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낙담한 채 등을 돌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 때였다.
“저기..”
“?!?”
“저어, 잠깐만요?”
“아..!!”
실제인가?
규복은 따스한 목소리의 정체가 눈 앞에 드러나는 순간,
휘청~
몸이 급격하게 기울어져 자빠질 뻔하다가, 잽싸게 몸을 추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