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39)

친구 엄마는 대학교수

 7

 선혜는 규복의 대답이 맘에 든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웃으며 서진에게 ‘어때, 괜찮은 애지?’라는 식으로 규복을 띄워준다.

 각자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선혜는 오후 두시부터 강의가, 규복은 이 시간 이후 수업이 없으니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덕분에 세 사람은 편한 마음으로 식후의 담소를 즐기기로 한다.

 선혜가 커피와 쿠키를 권하며, 일어나 오디오를 켰다.

 냇 킹 콜의 ‘fascination’이 흘러나온다.

 잔잔한 멜로디가 좋다고 규복이 말하자 선혜는 좋아하는 가수라며 웃었다.

 대체로 대화를 주도하는 쪽은 선혜고 규복도 간간이 쑥스러워하며 대꾸한다.

 서진만 방관자로서 가끔 맞장구 치고 웃기만 할뿐,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동참할 기색이 없다.

 ‘햐, 목소리.. 이쁘다..’

 좀체 말을 하지 않던 서진, 오랜만에 입을 열어 이야기할 기회가 왔다.

 규복은 그녀의 가늘고 고운 음색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인다.

 선혜가 중저음에 듣는 사람을 편안히 가라앉혀주는 달란트가 있는 반면

 서진의 목소리는 미성이면서

 규복의 표현을 빌리면 ‘촉촉하게 젖어 있는 음색’으로 선혜와는 또 다르게 설레는 감흥을 준다.

 ‘차갑긴 해도 이쁘기도 하고.. 시크한 분위기가 멋진 사람이네..‘

 너무 침묵만 지키니까 보다못한 선혜가 장난끼 넘치는 얼굴로

 서진을 부추겨 자기 소개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나이는 올해 스물 여섯,

 22세에 2년제 항공서비스학과가 있는 학교를 졸업했고

 스튜어디스를 지망했으나 관련직종의 높은 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좌절.

 졸업 후 호텔에서 본인의 전공을 살린 직종을 드문드문 해왔단다.

 ‘어쩐지, 옷 입는 스타일이나 분위기 같은게 다르더니..

 얘길 들으니까 진짜 스튜어디스 느낌이 나는데~’

 규복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일하다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재수학원에서 학습에 매달렸고

 작년에 입학해서 현재 영문과 2학년으로 규복보다 한 학년 선배란다.

 내내 차분한 어조로 이력을 읊던 그녀가 선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살며시 하얀 뺨을 물들이는 모습.

 그러더니 1학년 때 선혜의 수업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를 꾸준하게 존경해왔음을 토로한다.

 선혜도 성실하고 침착한 이미지의 서진을 눈여겨보았고, 결국 지난 학기부터 조교로 함께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듣는 내내 웃으며 쑥스러워하는 선혜.

 내심 기분은 좋으면서도

 서진이 힘주어 ‘교수님을 계속 좋아해서 존경했고, 꼭 닮고 싶은 롤모델이라고 여겼다’는 표현에서는.. 규복의 눈을 바라보며 어쩔줄을 모른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 규복,

 슬쩍 웃음 섞인 말투로 말해준다.

 (규) “하핫, 교수님~ 조교 누나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교수님께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정말 좋으신 건 틀림없는 얘기네요”

 (선) “어..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 “저 거짓말 안해요~

 고선혜 교수님이 저를 좋게 봐주시고 선택해주셔서 이렇게 기쁜 일도 맡게 됐구..

 이게 저한테 얼마나 큰 영광이고, 또 감동을 받았는지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선혜의 매끈한 뺨이 수줍음으로 물든다.

 (선) “아공,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그만 좀..

 난 누가 나 이렇게 칭찬하는거..

 듣고 있기 민망해서.. 힘들단 말야”

 훈훈하게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가 오가는 걸 보고

 규복은 두 사람의 외모 뿐만 아니라 내면도 아름답다고 느낀다.

 선혜는 일어나서 비워버린 커피를 한잔 더 따랐다.

 옆방 연구실에 들리지 않도록 오디오의 볼륨을 살짝 줄인다.

 브리츠 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냇킹콜의 unforgettable이 흘러나왔다.

 (선) “자~ 그럼~ 이제 시간이 다 됐네.

 오늘 못다한 이야기는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을테니까 차차 나누기로 하고~

 서진이가 막판에 덧붙여준 사항들, 규복이도 잘 기억해줬으면 좋겠고..”

 (규) “녜.. 잊지않고 주의하고 있을게요. 교수님”

 (선) “그래, 고마워.. 훗”

 2시가 되기 전 이른 시간,

 규복은 서진 조교의 권유대로 먼저 연구실에서 나왔다.

 사람들 이목도 많으니 선혜보다는 일찍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말.

 규복은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서진과 선혜와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캠퍼스 내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 그 형이다. 25살이라던 사람’

 광활한 운동장에 보기 좋게 깔려 있는 녹색 잔디.

 규복은 축구를 하고 있는 무리 가운데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남자.

 검정색 머리를 단정하게 헤어젤로 굳힌 스타일.

 그는 막 코너킥을 차기 위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골대 쪽을 노려보고 있다.

 ‘이태곤 닮은 형~~ 흐흣.

 유니폼 저런건 비싸지 않나?’

 이번 화요일, 학생회관에서 규복 혼자 점심을 먹을 때 반갑다며 말을 걸어준 사람.

 규복은 보자마자 모 탤런트를 닮았다고 느꼈다.

 호남형의 잘생긴 그는 규복과 같은 신방과 3학년이라 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지 몰랐다고 규복이 고개를 숙이자

 괜찮다고 웃으며 앞으로 친해지자고 챙겨준 사람이다.

 고마움과 반가운 마음에 규복은 운동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아예 하얀색 펜스가 쳐져 있는 주황색 스탠드에 앉아서 좀 보기로 했다.

 전반전이 끝난 후,

 운동장 관객석에 앉아 있는 규복에게 그가 다가온다.

 “하~ 아.. 덥네.. 푹푹 찐다..

 언제 왔니? 쭉 보고 있었어?”

 “안녕하세요~ 저도 온지 얼마 안됐어요, 헤헤”

 “그래~?

 참, 나 말 아예 편하게 해두 되지?”

 “그럼요~~ 식당에서도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래, 고맙다, 요즘은 하두 이상한 애덜이 많아서~

 말 놓는 것 가지고 나중에 꼬투리 잡히기도 한단 말야~

 후~ 너도 음료수 하나 마실래?”

 그러더니 대답을 듣지도 않고, 운동복에 땀이젖은 채로 성큼 성큼..

 운동장 옆 주차장의 자판기를 향해 걸어간다.

 규복에게 ‘휙~’ 던져준 것은 푸른색의 마운틴 블러스트.

 “너 이름이, 규복이라고 그랬지?”

 “네~”

 “귀엽네~ 입에 감기는 어감이 ㅋㅋ”

 “헤헷,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오래전 기억이 난다.

 틀림없이 선혜도 처음 만났을 때 ‘이름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을 때 어렵다고 한 사람은 있어도 귀엽다는 이는 드물었는데..

 덕분에 규복은 선배의 말을 들으며

 입이 헤벌쭉~ 벌어진 채 선혜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내 이름은 기억하고?”

 “예, 박진우 선배님이라고.. 기억하고 있어요”

 “맞아~ 기특하다~ 한번에 바로 외웠네?”

 “예, 헤헷, 저 사람 이름 잘 외워요..”

 “그래, 규복이 너는 오늘 수업 다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니?”

 “예~ 금요일은 오전만 수업이 있어요.

 그리고 도서관 들렀다가 이제 가려구요”

 “하하, 야~ 무슨 1학년이 벌써부터 도서관을 다니냐?

 것두 1학기에.. 마~ 그렇게 팍팍하게 학교 생활하면 지루해~~”

 “헤헷”

 “여기 저기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응? 소개팅 같은 여유도 가져야지~”

 진우는 털털한 성격에 말투도 거침이 없다.

 이제 막 알게된 지 얼마 안된 사이임에도 스스럼없이 규복을 대하며

 빠르게 친해질 수 있도록, 편하게 그를 배려해준다.

그 후로 2주가 빠르게 지났다.

 금요일 오후.

 여느 때와 같이 바쁜 선혜는 연구실에 없었고, 규복은 서진을 도와주고 나온다.

 규복은 드물긴 해도 지난 주를 기점으로,

 확실히 그 전에 비해 선혜를 향한 '끙끙 앓는' 마음의 고질병이 대폭 치유되었음을 체험하는 중이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이따금씩 얼굴 몇번 보고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다니..

 날씨가 워낙 좋아서 캠퍼스 바깥을 나서기 아쉬워, 교정의 검정빛 벤치에 앉은 규복.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가는 공원처럼 알록달록한 꽃과 가로수 길로 가꾸어져 있다.

 시험삼아 조교를 보조해보라며 지시를 내린 선혜.

 덕분에 규복은 지난주와 바로 오늘까지 금요일만 2주 연속으로

 고 교수의 연구실에서 서진 조교의 업무를 돕고 막 나온 참이었다.

 쿨하다 못해 차가운 냉미녀의 포스에 압도되긴 하지만

 이따금씩 따듯한 목소리의 서진을 바라볼 때면 규복의 마음도 설렌다.

 저 누나는 스튜디어스를 하고 싶은 열망이 아직 남아있는 걸까..

 응큼한 상상하려니 조교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서진의 가지런하게 뻗은 종아리와 유려한 허벅지의 굴곡을 떠올린다.

 각선미가 아주 끝내줬지..

 벤치에 앉아 머리 뒤로 손깍지를 끼고 하늘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에 잠겨본다.

 선배 진우와 며칠전 화요일, 교육관 복도에 앉아 시시덕거리던 대화를 기억한다.

 맘에 드는 여학생 없냐며 장난치는 진우에게

 규복도 너스레를 떨며 형님은요~ 하고 맞장구를 치다 나온 이야기.

 ‘진짜 신기하단 말이지.. 하필이면 저 누나를..?’

 진우는 당연히 규복이 모를 것이라 단정짓고,

 최근에 보고 한눈에 뿅 갔다며 모 학과 여자 조교의 이야기에 잔뜩 흥분해있었다.

 놀랍게도 대상은 규복과 일면식이 있는 바로 그녀, 선혜의 연구실을 지키는 김서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웃음을 참아야했다.

 그런데 진우는..

 한참 상기된 얼굴로 지껄이더니, 주위를 마구 살피며 진땀을 흘리는 게 아닌가.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그 뭐더라..

 어쨌든, 야야 규복아, 이거 절대 비밀이다~ 알지?

 - 밤에는 쥔데요, 큭큭, 근데 왜 그러세요,

 너무 많이 말하시고 나니까 막상 걱정이 돼요?

 - 그, 그르치.. 에헷, 여기 사람 아무도 없으니 망정이다 야~ 흐흐..

 신나서 떠들다 보니 아찔하네.

 흠.. 누가 들었을 리는 없겠지.. 야, 암튼 너만 알고 있는 거야, 웅?

 라고 신신당부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진지한 표정을 상상하니 함박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 이튿날인 토요일 오후.

 규복은 다음주에 다가올 기말 시험 공부에 열공모드다.

 더워서 방에 선풍기를 회전시켜 놓고, 책상에 바짝 붙어 앉아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고개를 쳐박고 공부만 하다보니 허리와 목에 통증이 오는 거였다.

 잠깐 쉬고 싶어, 책상에서 의자를 ‘드르륵’ 밀어내며 기지개를 켠다.

 “후~ 몇시야?

 벌써 다섯시 삼십분.. 음~ 음~ 좋았어~

 밥 먹고 나서 한번도 안쉬고 했구나..”

 ‘내가 집중력 하나는 끝내주지’라고 자화자찬하며 웃는다.

 잠깐만 쉬려고 침대에 풀썩, 누웠다.

 배가 좀 출출하군.

 규복은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주방에 뭐가 없나 둘러본다.

 어머니는 토요일 늦은 시간임에도 일하느라 집에 없는 타이밍.

 거실을 두리번거리다가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이면서 과자를 뜯어 몇점 집어 먹는다.

 부글 부글.. 끓는 물소리.

 “후릅~”

 막간을 이용해서 맛보는 휴식이 꿀맛이다.

 머리에 쥐가 나지 않도록 적절하게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규복은 생각한다.

 거실에 놓여 있는 소파에 몸을 묻었다.

 이것은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아끼던 가구로

 다소 초라한 호박 색을 띄는 느낌의 오래전 물건이다.

 “... 그래도 이만큼 편한게 없어요~ 옛날게 좋아.. 좋지..

 엄마는 오늘도 좀 늦나봐~

 밥은 뭐에다 먹으면 좋을까”

 누가 듣지도 않는데 중얼 중얼거린다.

 규복은 어릴 적부터 늘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이런 버릇을 지녔다.

 외동아들로서 외로움에 길들여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과의 대화 혹은 사색의 시간이 길어지는 듯하다.

 계절이 바뀐지도 오래인데..

 바닥에 깔려 있는 겨울 카페트는 그대로다.

 그래도 약간 얇은 재질에 또 아무 것도 없으면 바닥이 너무 차가워서

 규복은 그 양탄자 위로 발을 쭉 뻗으며 개기적대는걸 좋아한다.

 커피로 연이어 빈 속을 달래며, 늘 생각하는 주제로 머릿속을 채운다.

 언제나처럼, 규복의 관심사는 선혜에 관한 테마 뿐이다.

 진우와 주고 받았던 선혜의 소소한 정보들을 끄집어낸다.

 미처 몰랐다.

 자신이 동경하는 그녀가, 상당수의 학생들에게 대단히 큰 신뢰와 지지 및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강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학생들을 한결같이 차별하지 않고 균등하게 배려해주는 그녀의 인품에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선호한다는 말이었다.

 그렇구나.. 역시..

 규복은 아름다운 선혜의 갸름한 얼굴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는다.

 작은 쿠션을 끌어다 머리 밑에 깔고 몸을 뒤집었다.

 “핫.. 근데 진우 형 선혜 아주머니 말 꺼낼 때 진짜 좋아하더라.

 다른 사람이 내가 아줌마 얘기할 때 그런 얼굴로 본다고 생각하면..

 흐헤헤.. 나도 모르게 똑같은 표정을 짓겠지?”

 선혜의 푸근한 미소를 상상해본다.

 그러고보니.. 2주 전에 아주머니와 식사를 같이 한 뒤로는...

 오늘이 되도록 선혜와 간단하게 두 번인가 카톡을 주고 받았을 뿐이지

 따로 연락을 하지도 않은 듯하다.

 시험이 코앞이라 그럴 마음의 여유가 덜했을 것이리라.

 그런 생각은 들지만

 저 스스로도 선혜가 엄청 보고 싶으면서도,

 연락을 않고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흐.. 한번 생각하니까.. 괜히 했어..

 보고 싶어 죽겠다.. 쩝~~

 아~ 선혜 아줌마랑~~ 찐하게 키스하고 싶다..’

 난데없이 키스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몰려온다.

 사실 매일 저녁마다 공부하는 도중에는 더 심한(?) 상상도 많이 하지만..

 이 순간은 오로지 그녀와의 입맞춤에만 몰입하기로 했다.

 선혜와 다시 소통하게 된 뒤부터는 그녀에게 당당하고 싶어,

 여간하면 그녀와의 음란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게 통제가 안된다.

 시시각각 몰려오는 정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선혜의 적당히 도톰하고 예쁜 입술.

 그녀의 달달하니 귀엽게 생긴 앵두빛 입술은..

 선혜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할 때마다 규복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마음 같아서는 있는 힘껏 입 안에 담고 미친 듯이 빨아들이고 싶다.

 그런가 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는 치아.

 보석처럼 빛나는 선혜의 하얀 치아와,

 유혹하듯 넘실거리는 붉은 입술의 조화.

 그 자극적인 색상의 대비만으로도

 규복은 짜릿, 달콤한 입맞춤에 이어 상상력이 진화한다.

 눈을 감고 한개짜리 소파에 몸을 묻으면서,

 자연스럽게 규복은 선혜의 근사한 몸매를 떠올리며

 그녀의 입은 옷을 한꺼풀씩 벗기고 있다.

 ‘아줌마.. 죄송해요.. 나 또 이러네.. 제기럴

 눈만 감으면 아주 자동으로 떠올라, 인제는’

 반바지 속의 육봉을 쪼물락 쪼물락 거리다가 마구 흔들어댄다.

 얼굴을 보고 지내서인지,

 예전보다 선혜의 사랑스러운 자태를 떠올리면

 아주 생생하게 잘 몰입이 돼서, 실감나게 즐길 수 있었다.

 “으...”

 몇 번 흔들지도 않았는데 진득한 정액이 분수처럼 튀어나온다.

 미리 곁에 크x넥스 티슈를 갖다 놓고 치지 않았으면 다 묻어버렸을 것이다.

 짧았지만 진했던 그녀와의 가상 섹스.

 가쁜 호흡을 몰아쉬는 규복은 자위 후의 그 짙은 여운을 음미하였다.

 “많이도 나왔네, 오래 참아서 그런가, 오늘..

 두루마리로 해야하는데, 티슈도 아깝고, 쯧”

 혼잣말을 하며, 조금 전까지 붙잡고 문지르던 핸드폰의 액정을 본다.

 이제까지 그가 상상만 하며 괴롭혔던..

 선혜와 단 둘만 찍었던 어릴 적의 사진과는 다른 새 것이다.

 규복의 핸드폰은 오래된 구형이라

 선혜가 자기 폰으로 서진, 규복과 같이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두 장 모두 같은 구도이지만..

 둘 다 선혜는 밝게 웃고 있는 얼굴인 반면

 서진은 어색해서 어쩔줄 모르는 얼굴, 규복은 한 장만 웃는 모습이다.

 “하하.. 이 누나는 사진 찍을 때도 꼭 이래야 돼..

 웃는걸 극도로 꺼리나봐~”

 새삼스럽게 그 멋진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선혜의 단정한 패션과 눈부시게 예쁜 얼굴도 그렇지만,

 서진 또한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정도에..

 어쩌면 드러내놓지 않을 뿐이지,

 저 빼어난 미모 이면에는 은근한 색기(色氣)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고.

 사진을 찍힐 때 매우 수줍어하는 기색의 그녀를 보며

 규복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킨다.

 “하~ 안돼, 안돼, 이 미친 놈아..

 아줌마야 그렇다 치고, 서진이 누나까지 얼굴을 어떻게 볼라 그래..”

 선혜는 고등학교 2학년때 우연히 정보를 접하고 났을 때부터

 육봉에 씨가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쾌락의 대상으로 삼았으니..

 ‘그나마’ 좀 덜 미안한 감정이 있는데,

 이제 처음 만난 서진에게까지 그래서는 안된다는 무의식이다.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다가 자기 이마를 손바닥으로 “딱!” 쳤다.

 그런데.. 기특한 머리와 별개로, 손은 그런 서진을 보며 또 흔들고 있다.

 숨을 가쁘게 쉬며 그 포즈 그대로, 2차전을 벌이려 하던 규복.

 갑자기 그때 핸드폰 벨이 울린다.

 “어? 뭣...

 아줌마..??”

 진짜 놀랐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동공이 커진 규복은

 액정에 뜨고 있는 “고선혜 교수님”을 보며 어쩔줄을 모른다.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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