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는 대학교수
11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밤 시간.
저녁 10시를 전후해서 방문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서진은 제단 뒤 접객실에서 자고 있다.
진우는 그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조문객들을 맞이한다.
오직 규복과 선혜만이 우두커니 영정 앞에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오늘 간략한 인사만 하고서 거의 말을 주고 받지 않았다.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선혜는 규복의 비참한 심경을 알았기에, 한편 규복도 지난해의 어떤 일이 있은 후라 그녀의 얼굴을 보고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이어진 긴 침묵을 깨고
안부를 건넨 사람은 선혜였다.
“저녁 먹고 와, 규복아..
너 오늘 하루 아무 것도 먹지 못했잖니”
“.... 고마워요, 아주머니.
저 별로,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
그래도 뭐라도 배를 채워야 견딜 수 있을 거야.
아줌마는 네 건강이 나빠질까봐 걱정이 돼..”
“저 괜찮아요. 아주머니 드시고 오세요.
저랑 똑같이 식사 안하셨잖아요”
“같이 가자.. 이제 누구 오는 사람 없을거야”
“안돼요, 자리 비울 수 없어요”
규복의 얼굴에는 전반적으로 짙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비참한 감정에 휩싸여 있거나, 우울한 그림자들로 덮여 있지는 않다.
아마 그 속은 썩을 대로 썩어 있을지 모르나
비교적 차분하게 평온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선혜는 규복의 담담한 권유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식사를 하고 오겠다며 식당으로 향한다.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녹초가 된 진우.
선혜가 나오는 걸 보자, 규복의 외가 식구에게 접객을 부탁하고
조용히 그녀를 따라와 곁에 앉는다.
“피곤하시죠, 교수님”
“아냐, 멀쩡해 지금.. 졸리지도 않고~ 괜찮아”
“그래요..”
“진우 너야말로 얼굴이 퀭한데, 어서 같이 먹자”
선혜는 말과 다르게 얼굴이 핼쓱해 보인다.
비록 한나절만 상주로 서 있었을 뿐이지만
그 이상의 정신적 피로감 탓에 얼굴이 수척해진 느낌.
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쓰러운 눈길로 선혜를 챙겼다.
규복이 선혜의 연구실에서 반 조교나 다름없이 일하는 것,
또 선혜와 오래전부터 구면이라는 사실은 그도 안다.
그러나..
규복이 선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다.
그저 퍽 사이가 좋은, 조카와 이모 사이 정도로 유추할 뿐.
선혜가 음식을 먹으면서 얼굴색이 눈에 띌 정도로 조금 밝아진다.
진우는 그녀의 옆얼굴을 기쁜 얼굴로 보며, 부지런히 수저를 떴다.
쇠약해진 체력을 겨우 보충한 두 사람.
진우가 음료 캔 몇 개와 물, 그리고 커피를 가져온다.
“드세요”
“고마워..”
“커피 드시면 잠 못자니까 이거.. 뭐더라..
도라지 차 드시든지요”
“후훗, 알아서 마실게, 아무거나 줘~”
선혜가 비로소 밝게 웃었다.
그 인자한 미소를 보니, 막혔던 진우의 가슴도 뻥 뚫리는 것 같다.
사실 진우는 규복만큼 선혜와 친한 사이가 못된다.
여전히 그녀를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아직 어렵고, 존경하고는 있지만, 그걸 표현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리고 선혜 역시도 진우와 아직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걸 알기에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 사이,
한 마디라도 챙겨주며 조금씩 친밀감을 쌓고자 애쓴다.
“오늘 몇시에 왔니?”
“저 오전부터 와 있었죠.. 규복이랑 거의 동시예요”
“그랬어? 대단하구나..
규복이가 말은 안해도,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을거야..”
“예.. 감사합니다..”
규복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숙연해지는 두 사람.
분위기가 쳐지지 않도록 애써 밝은 화제를 돌린다.
어느 정도 둘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실컷 자고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난 서진이 나왔다.
규복이 혼자 계속 서있다는 말을 듣고 놀란다.
상주는 내가 하겠다고, 규복을 막무가내로 식당으로 들이민다.
“어서 가~”
“괜찮은데...”
“요즘 계속 말을 안 듣네?”
“... 알았어요, 고마워요, 누나..”
“아, 규복이 왔다”
“어서와.. 이쪽에 앉을래?”
규복은 여전히 얼굴이 무겁지만 선혜와 진우가 그를 따스하게 맞아주고, 사랑으로 챙겨주자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자 혈색도 나아졌다.
“맛있다..”
“후후, 사골곰탕 괜찮지?”
선혜는 규복이 겨우 맛있다는 표현을 했을 뿐인데도
가슴이 뭉클해서 찔끔~ 나오는 눈물을 몰래 닦아야 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11시경, 선혜는 서진을 차에 태우고 귀가한다.
진우는 규복과 함께 식장의 상주실과 침실에서 잠이 들었다.
이튿날 오전 일찍 선혜와 서진이 방문했고,
입관을 드리는 내내 진우를 포함한 셋은 자리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두 여성은 장지까지 따라가지 못함을 미안해했지만 규복은 손사레를 친다.
진우만이 규복의 친지들과 발인의 모든 과정에 동행하며 끝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상주인 규복과 3일간의 모든 장례 일정을 함께 해준 진우의 의리.
덕분에 규복이 진우에게 느낀 마음의 감사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
무사히 모친의 장례를 마친 후.
오랫동안 규복은 그 마음의 고통을 다스릴 수 없어,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선혜도 나름대로 그런 규복을 배려해 쉽게 연락을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마음이 회복되면 꼭 연락해줘’라는 말과 함께..
규복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그 누구도 함께 질 수 없는 아픔의 무게.
방구석에 틀어박혀 쓰라린 눈물을 삼키며 아파하기를..
그렇게 한달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1월의 마지막 주, 어느 저녁.
울다 지쳐 힘없이 침대에 몸을 누인 규복.
눈물 고인 눈으로 휴대폰 액정을 본다.
틀림없이 선혜와 규복은 서로 간에 못다한 말이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의 끝물에 있던 어느 사건 이후.
장소와 시간이 여의치 않아, 두 사람은 서로 간에 풀어야할 과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뒤척거리며 침대에 누워 카톡을 점검한다.
선혜가 3일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카톡에 답장을 못했다.
가만히 보고 있더니 통화를 누른다.
신호가 가고..
선혜는 전화를 받자마자 끊은 후,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했다.
“집이니?”
“예..”
“좀 나아진거야?”
“아뇨..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 그래, 어쨌든 전화해줘서 고맙다”
어렵게 입을 열며 장례식 이후의 안부를 나누는 두 사람.
선혜의 남편은 대구에서 단신 부임중이라 이 부부는 보통 주말에 만난다.
남편이 올라오지 않는 주간은 선혜가 내려가는 편.
여튼 대부분 초저녁 시간대의 선혜는 혼자 있다.
“아, 밖에 눈이 오고 있어”
“지금요?”
“어서 봐봐, 호호, 거기도 오지 않을까?”
규복은 선혜의 말에 창문 밖을 보았다.
작은 눈송이가 고요히 흩날린다.
눈이 오는 줄도 몰랐는데..
이번 겨울은 눈이 너무나 귀해서, 다섯 손가락 내로 꼽을만큼 적었다.
때문에 규복도 수화기 건너편의 선혜 만큼이나 눈이 반갑다.
“있잖아?
이렇게 통화를 하고 있으니까, 꼭 첫눈이 오는 날 같은 기분야”
“그러네요..
저도 아주머니처럼 꼭 첫눈 보는거 같아요”
“호호, 그치~?”
선혜는 규복과 통화하면서, 지난해의 '그 대화'가 생각난다.
하지만 차마 전화상으로는 꺼내기 어려운 내용.
그녀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우물거리는데..
“아주머니.. 아니, 이모”
“으.. 응?”
“지금, 괜찮아요?”
“뭐가..”
“지금요, 얼굴 보고 싶어요”
“....”
선혜는 ‘올 것이 왔구나’ 싶어 꿀꺽, 마른 침을 삼킨다.
후흡~
10초 가까이 뜸 들이며 호흡을 고르다가 어렵게 입을 연다.
“알겠어, 나 화장 조금 전에 지웠는데.. 바로 갈게”
말 그대로 그녀는 귀가 후 세안을 마친 참이다.
그러나 한쪽이라도 마음이 동했을 때 보는게 옳다는 것이 선혜의 지론.
엷은 그레이의 재킷에, 그 안에는 더 짙은 회색의 스웨터.
그리고 약간 펑퍼짐한 청바지를 입고 검정색 나x키 운동화를 신는다.
규복은 선혜와 약속한 집 근처 공터에 서 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송이.
아까보다 꽤 커진 눈의 결정체를 보며 규복은..
장례식장의 그날,
선혜가 쉬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옆자리를 지켜주던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연락 이제 영영 안 할 줄 알았지 뭐야~ 후훗”
“에이 설마요~ 제가 어떻게 감히 아주머니한테...”
“농담, 웃자고 한 말이야~
저녁 안 먹었지?“
언제나 소년을 향해 변함 없이 웃어주는, 따듯한 그 미소.
어째서일까.
규복은 선혜의 잔잔한 웃음이야말로,
자신의 시름에 잠긴 마음을 구원해주는 유일한 안식이라 느낀다.
이미 그에게는
선혜를 보며 얻는 평안만이.. 단 하나뿐인 삶의 의미가 되었는지도.
선혜는 규복의 몸이 쇠약해졌음을 알고 근사한 한식집에 데려가 배불리 먹인다.
그리고 찻집을 찾을까 하다가, 그냥 차 안에 있기로 한다.
규복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두잔을 컵홀더에 담아왔다.
....
규복은 선혜의 얼굴을 못 보고 커피만 홀짝이다, 불쑥 입을 연다.
대뜸 못하던 말을 터놓고 싶었다.
“저, 이제야 하는 말인데요, 이모..
그 날은 많이 죄송했어요, 종강하는 날요..”
“..... 응.. 괜찮아..”
선혜도 규복이 작년 그 날을 들추자 쑥스럽게 말을 받았다.
말하는 규복의 떨리는 목소리보다
선혜 본인의 담담한 척 받아들이는 톤이 더 진동하는 것 같다.
일부러 커피를 크게 들이키며 감정의 동요를 감추려 한다.
“......
그날 많이 아팠지? 때려서 미안해”
“헷, 아니에요.. 제가.. 충분히 맞을 짓을 했죠..”
“아냐..
내가 너무 나답지 못했어, 칠칠치 못하게..”
그날 규복은..
술에 취해 잠든 선혜를 깨지 않도록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아 그녀에게 안전띠를 매주며, 한참동안 출발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짝사랑하는 여성의 잠든 모습마저도 대단히 사랑스럽다.
새액- 새액-
얕은 숨결을 흩뿌리며 요동치는 선혜의 몸.
꿀꺽..
규복은 “하지마, 이러면 안돼”라고 되뇌이며
선혜에게 음탕한 짓을 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참으려 수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반복하고 있었다.
과일주를 마셔서 그럴까.
취기가 가볍게 도는 그녀의 은은한 체취가 평소보다도 더 매혹적으로, 달콤하게 여겨진다.
참을 수 없는 달달한 그 살 내음은 마치 자석의 n과 s극처럼,
규복을 저절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규복은..
‘조금만, 조금만, 살살..’
계속 중얼거린다.
선혜의 하얀 가디건 아래로 보이는 핑크색 셔츠.
그리고 아까 엉겁결에 대충 덮어둔 셔츠의 벌어진 틈새.
옅은 푸른빛 브래지어 사이로, 여인의 깊은 가슴골이 드러나 있다.
보고 있는 소년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진다.
조금만, 진짜 살짝만..
초조함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두근 두근..
기어이 선혜의 예쁜 브래지어를 들추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하얀 가슴에 혀를 대었다.
츄릅~
차가울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주 따듯하다.
혀에 처음으로 닿는 그녀의 속살은 대단히 감미로웠다.
규복은 선혜의 옷섶을 약간 더 들추면서
한편으로는 그녀가 깰까봐 두려움 담긴 눈으로 올려다본다.
동시에 선혜의 풍만한 젖가슴을 한움큼, 입으로 좀 더 베어 물었다.
뭉클거리는 감촉이 굉장히 촉촉하고 달다.
머쉬멜로우처럼 쫀득거리는 맛.
분명 유방을 삼키는 쪽은 규복인데
도리어 그의 젖은 혀를 사방에서 감싸주는 쪽은 선혜의 속살 같다.
차압... 차압..
규복은 겁도 없이, 조금씩 선혜의 젖가슴을 그렇게 빨고 있었다.
놀랍게도 선혜의 유두는 선홍빛이다.
야동을 통해서 봤던 여성들의 유두는 대개 갈색이거나 간혹 검정빛이던데..
흡사 만화에서 보듯이 잘 실감이 안 나는 예쁜 빛깔.
그녀의 근사한 유두를 뭐에 홀린듯 바라보던 규복,
불끈- 육봉이 발기해버린다.
아름다운 예술품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감상하고 싶지만
언제 깰지 모르는 위험한 타이밍이다.
예쁘게 채색된 듯한 선혜의 젖꼭지 위로 한숨을 '후~' 흘리며,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꼬옥’ 소중히 움켜 쥔다.
이미 규복의 혀는 선혜의 붉은 유두와
그 사이로 형성된 젖무덤 사이 사이,
그리고 근사하게 솟아오른 가슴 주위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이토록 따스하고 부드러우며, 쫄깃거리는 맛이 있다니..
반 미친놈처럼 잠든 여인의 가슴에 탐닉해간다.
“쮸웁... 쮸룹.. 챱, 쨔릅..”
마음 같아서는 더 세게 살결을 들이키고, 세게 짓누르고 비틀고 싶지만..
격하게 차오르는 격정을 간신히, 정말 어렵게 참으면서..
규복은 꿈에도 염원하던, 선혜의 가슴으로부터 입을 뗀다.
참으로 달착지근하며.. 시원한 감촉과 맛이..
마치 잘 익은 복숭아를 연상케 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자기 입가에 묻은 침을 손등으로 닦는 규복.
아쉬움이 남은 눈빛이지만 너무 일을 그르치면 위험하다.
힘껏 쪽쪽, 소리 내며 빨아들인 선혜의 하얀 두 유방.
그렇게 핥았는데도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아름다운 총 천연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차창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받아, 젖어서 더 영롱한 빛을 띈다.
‘키스하고 싶다....’
이 얼마나 간절하게 고대하던 순간이었는가.
삽입하고 싶은 강렬한 유혹 못지 않게,
규복이 그간 꿈꿔왔던 선혜와의 입맞춤.
고지가 눈 앞에 보인다는 아련함에 소년 규복의 눈은 정염 불꽃을 발한다.
도저히 못 참겠다..
선혜의 흐트러진 앞섬을 그런대로 잘 정리해준 뒤,
규복은 앵두빛을 띄며 반짝이는 입술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너무 목이 탔다.
기어의 옆에 있는 물병을 ‘툭’ 타서 꼴꼴꼴~ 마셨다.
갈증을 해소한 뒤
잠든 여인의 볼륨감 넘치는 상체를 조심스레, 온 팔과 어깨로 휘감는다.
뭉클~
선혜의 보드라운 살결이 규복의 몸을 적셨다.
‘화.. 엄청 부드러.. 끝내줘..’
행복을 만끽하며, 절로 눈이 감기는 규복.
복에 겨운 나머지 발그스레한 그의 뺨은 가실 줄을 모르고..
이게 정말 실감인가 싶어 그 진한 전율에 빠져든다.
반 미친 것 같다고 생각은 한다.
무의식중이라 그런지, 별 생각 없이 지 꼴리는대로 저지르는 것인지..
‘깨면 큰 일이다’라고 조금전까지 그렇게 신중하던 소년.
잘 익은 여인의 풍만한 몸을 으스러지도록 꽈악- 있는 힘껏,
품 안에 쓸어담으며 거칠게 껴안는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경.
규복은 정신줄을 약간 놓았다.
선혜의 입술에서 우러나오는 달콤한 딸기향과
절묘하게 뒤섞여 다가오는 알콜의 알싸한 맛까지..
그 향기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규복이 선혜의 붉은 입술에, 그의 입술을 비비면서 파고들었다.
“쮸쫍.. 쫍.. 쫍, 츄쭙, 쮸쫍..”
찐득거리는 흡착음이 굳게 닫힌 차내에 울려퍼질 정도로
규복은 선혜의 넘실거리는 살결을 품 안 가득 끌어 안고,
농도 짙은 입맞춤을 즐기기 시작했다.
굳게 다물어져 있던 선혜의 입술은 규복의 강한 입술의 짓누름에
조금씩 사아아..
벌어지며 낯선 이의 침입을 허용할 기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거기까지.
가볍게 깨작 깨작, 선혜의 미끌거리는 앵두빛 입술을 이빨 끝으로 누르는 규복.
어떻게든 그녀의 달고 맛있는 입술 속, 하얀 치열을 맛 보고 싶은데..
생각보다 굳게 닫힌 입술이 도무지 열릴 줄을 모른다.
무의식중에 선혜가 걸어 잠그기라도 하는 걸까?
아쉬운대로 선혜의 달착지근하고 향긋한 내음이 우러나오는 딸기향 입술을
규복은 잘근 잘근, 정성들여 맛보고 즐긴다.
엄청 매끄럽고 부비기만 해도.. 상큼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입술이다.
촉촉하니 감도가 끝내준다.
얼마든지 맛보고 깨물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누리고 싶던 자유를 만끽하는 들쥐처럼..
소년은 성숙한 여인의 볼륨을 만끽하면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우음... 흠..”
!!
이런..
선혜가 정신을 차렸다.
부스스한 눈으로 여전히 잠기운이 그득하나,
익숙치 않은 이물감을 느끼고
잘 떨어지지 않는 눈꺼풀을 치켜 세운다.
.....?
형체가 모호한 무언가가 시야에 조금씩 잡히고
순간,
그녀의 몸에 질척하게 들러붙어 있던 소년의 눈에
강렬한 스파크가 ‘번쩍!’ 불을 튀겼다.
“아흑...”
“다, 당신, 누구얏?!”
냅다 후려친 선혜의 강 스파이크에 왼쪽 뺨을 맞은 규복.
얼마나 그 손이 매운지,
맞은 뺨이 얼얼하니 문자 그대로 별이 보인다.
차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규복은 잔뜩 겁 먹은 채, 그녀에게서 ‘샤샥’ 물러났다.
“.... 잠깐... 너..?”
꿈쩍도 않고 숨죽이는 규복을 향해,
선혜는 그녀를 급습한 치한의 정체를 보려고 다가온다.
쿵... 쿵..
규복의 심장은 미치도록 뛰는데..
아!
외마디 강한 탄성을 터뜨리며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확인한 후, 선혜는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가린다.
“너... 너?”
“예, 저.. 저예요, 규복이에요..”
“규, 규복이야?”
“예....”
선혜는 소스라치게 놀라 말을 잇지 못하였다.
큰 망치로 뒷통수를 두들겨 맞은 얼굴과 손놀림.
얼어붙은 그대로..
그녀는 규복의 난감해하는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가운데,
그 당혹스러움의 시간은 대단히 길게 느껴졌다.
“......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아주머니..”
“너, 너..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니?”
“.....”
눈 앞이 새하얗다.
시야가 온통 탁하다 못해 뿌옇게 흐려져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뭐라 변명해야 좋을지, 어떤 말도 생각나질 않았다.
선혜의 눈을 쳐다도 못보는 규복.
최대한 빨리 머리를 굴리며 무슨 말을 내뱉을까 애를 쓴다.
‘좋아한다,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그 말을 내뱉기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무겁고 힘겹기만 하다.
하~
규복은 눈 딱감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지만
용기를 내어 선혜에게 고백을 했다.
.....
그런데 선혜는 규복의 고백을 듣고 아무 말이 없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것인지,
생각지도 못한 강렬한 배신감에 말문이 막힌 것인지..
30초가 넘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선혜도 규복도, 서로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침묵만 지킨다.
...
이게 벌써 지난 연말의 이야기.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사연인 만큼, 규복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선혜의 착잡함에 사로잡힌 얼굴.
어떤 어조와 눈빛으로 말을 꺼낼지 고민하는 표정.
때때로 적당한 비장함과 후회, 애처로운 안색이 교차하는 모습.
규복은 몇 번이나 입을 열어 먼저 말을 건넬까 했지만
선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녀가 말하기만 기다린다.
선혜도 그녀 나름대로
차를 몰고 규복에게 달려오기 전까지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되새겼지만
그를 마주하고 입을 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즉 두 사람은 서로 눈치만 봐가며 ‘어서 말해줬으면..’하는 눈빛.
마지못해, 식은 땀을 흘리며 규복이 입을 연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했어요, 아주머니..”
“왜.. 왜..”
“네?”
“미안하다는 말만 자꾸 하냐고..
그럼 네가 그날, 나한테 한 이야기들은 죄다 거짓말이었니?”
“예..?
“... 아냐, 미안해”
선혜 스스로도 말 해놓고
‘내가 무슨 말하는거람?’하는 얼떨떨한 표정.
말이 헛나올까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런데 규복은, 선혜의 예상 밖 이야기에 놀라 눈을 꿈뻑인다.
썩 부정적인 반응 같지는 않은데..
“아뇨,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아니, 모르겠다는 말은요!
거짓말로, 그냥, 그냥, 그게 순간만 넘기고 싶어서 막 던졌다는..
그런 말이, 나쁜 어떤, 그 뜻이 아니고요.. 아.. 그러니까 말이죠?..”
애써 평정을 가장하던 규복은 지가 무슨 말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이다..
얼굴은 완전히 새빨갛게 물든 상태.
“(꿀꺽) 조, 좋아.. 좋아한다구요, 이모를!”
“....”
“거짓말하지 않아요, 그때 했던 고백 아닌 고백도.. 정말이었구요!
저, 진짜예욧.. 어, 어릴 때부터..
아주머니를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
선혜는 규복이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하자,
슬픔이 그득한 눈길로 그를 바라본다.
차 내부는 히터를 약하게 틀었지만 후끈하다.
또 다시 이어지는 긴 침묵.
규복과 선혜는 이제까지 두 사람이 미처 다다르지 못했던
매우 생경하고, 또 동시에 이질감이 듬뿍 느껴지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규복이 선혜를 향해 무언가 내민다.
그걸 받아보는 선혜의 눈이 의아함으로 반짝 빛났다.
“이건.. 뭐야?”
“모르시겠어요? 눈에 익숙한 물건 아닌가요?
오래 전에 이모... 네 집에서 우연히 주운 거예요..”
“우연히.. 주웠다구?
어~ 잠깐? 아~ 이거~!”
미심쩍은 눈초리로 규복이 건넨 파란 줄과 플라스틱을 보던 선혜.
추리하는 탐정처럼 눈을 빛내더니, 눈동자가 갑자기 커진다.
규복만 지은 죄가 있는 지라..
감탄하는 선혜의 반응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머, 왠일이니.. 옛날에 내가 했던 명찰이야, 맞아!
야.. 세상에??
하하..
너, 근데, 이걸 어떻게 갖고 있었니?”
“그게요.. 저.. 강인이랑..”
규복은 쭈뼛쭈뼛, 잔뜩 쫄아서 말을 잇지 못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좋은 모범답안이 떠오르질 않았다.
“아, 그렇구나.. 어떻게 된건지 알겠어,
내가 영 칠칠맞거든, 후후...”
“예..?”
그러더니, 아까까지 수세에 몰려 할 말을 잃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 선혜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말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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