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는 대학교수
17
“어쩌다니?
그럼 아줌마도 난처하잖아, 니가 잘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해..”
“예.. 졸지에 그렇게 됐어요, 저도 속상하고.. 너무 황당해요 지금”
“.....
뭐야~ 잘 좀 하지 어쩌다 이렇게 됐어~
... 아, 미안해.
널 탓하려던 건 아니고, 규복아”
선혜는 자기도 모르게 규복을 나무라는 말투가 나오자 도리어 놀란다.
급히 웃으며 규복의 팔을 붙잡아준다.
“아녜요.. 그런말 들어도 할 말 없어요, 저는,
이렇게 멍청해서야.. 혼나도 싸죠”
“뭘 자기 비하까지 하냐,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훗, 울지마, 얘~ 너도 참 너무 순수해서..”
규복은 눈물이 약간 고이는 척,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자기 눈가를 훔치기까지 한다.
이 부분에서는 규복도 마음이 켕겼다.
선혜의 ‘순수’라는 말이 가슴을 스친 탓이다.
‘어쩔 수 없어..’
그러면서 호흡을 차분히 가다듬은 후, 선혜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내민다.
“그래서 말인데요”
“응~ 뭔데?”
“여기에 보시면..”
“응..”
그런데 규복은
선혜에게 액정을 보이도록 들이밀면서 일부러 중심을 잃은 척,
선혜의 몸 쪽으로 깊숙이 체중을 기울였다.
“꺄악?!”하는 선혜의 짧은 외침이 터지고
그 다음 장면은..
선혜의 담요로 덮힌 다리가 규복의 두 허벅지 사이에 엇갈리게 파고든 채,
규복은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에 코를 박고 자빠진 모습이었다.
“흣.. 너, 너 괜찮니, 안 다쳤어?”
“아이고.. 얼굴이..”
“푸훗~ 얘가 왜 이래, 오늘따라..
봐봐, 어디 안 까졌어?”
“예, 예.. 다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좀 아프고 따가워요.
턱이랑.. 코가”
“키득~ 조심 좀 해..
니가 다치면 아줌마가 걱정되잖아~ 바보~
어디 함 봐봐..”
그렇게 말하며, 선혜는 규복의 얼굴이 자기 턱 밑에 아주 가까워진 것도 의식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가까이 보려 고개를 숙인다.
타이밍 좋게 넘어지는 연기도 훌륭했고
따로 연습을 해보지 않았으나, 무사히 가슴에 안착한 것 까지 좋았다.
‘어, 잠깐만?’
그런데 이 야릇한 분위기는..
작정하고 드러누운 규복이 오히려 놀랄 정도로
선혜가 빤히~ 그의 눈을 깊게 들여다본다.
선혜의 새까만 눈동자에, 뜨거운 애정이 담겨 있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소년을 바라보는 여인의 동공은 여느 때보다도 크게 일렁인다.
선혜의 눈동자는 살짝 위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그 눈꼬리는 아래를 향한다.
그윽한 눈매와 함께, 차분하게 내려앉은 그녀의 눈매가..
뭐라 말할 수 없이 신비로운 요염함을 느끼게 해준다.
꿀꺽...
뜻하지 않은 선혜의 강한 쏘아봄에,
눈싸움에서 밀린 규복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선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못 돌리도록, 규복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는다.
선혜에게 가까이 몸이 붙자, 은은하고 싱그러운 향기에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는 규복.
“여기 봐봐, 안 다쳤나 보고 있는데 피하면 어떡해”
“이, 이모님, 저 갑자기 안 아프고 멀쩡한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엔 따갑고 아프다고 엄살 피우던 애가~ 훗”
“.....”
초 근거리에서, 정갈한 눈동자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살피는 선혜.
규복의 가슴이 조마조마- 전에 없이 요동친다.
없는 죄까지 뚝딱 만들어서 고백해야할 것 같은 중압감..
“너 눈이 참 이뻐, 규복아”
“아핫, 그래요?
저 그런말 거의 못 들어봤는데”
“정말인데~? 왜 못들었을까..
이렇게 눈매가 곱고 잘 생겼는데..”
규복은 떨리는 시선과 가슴을 가라앉히려 안간힘을 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경하는 그녀가 진득하게 말해주는 멘트.
기분은 굉장히 좋지만, 아무 반응도 할 수 없다.
이어서 선혜가 훗..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진짜야, 나..
다른건 몰라도 적어도 사람 외모를 말할 땐 솔직하다구.
있는 그대로만 말하다보니 가끔 안 좋은 소릴 듣긴 하지만, 쿠쿠”
“아, 그러신 줄은 몰랐어요”
“근데 네 눈은.. 아줌마처럼 눈동자가 검지는 않아도
진한 천연색 느낌을 주는게.. 보고 있으니까 참 기분이 좋은걸”
점점 선혜가 규복이 생전 듣도보도 못한 멘트를 한다.
“예..?”
“수정 구슬처럼 예쁘고 빛나는 갈색이야, 눈 색깔도 근사하고, 부럽다..”
“..... 그런 말 처음 들어봤어요,
저야말로 아주머니 눈이 까매서 진짜 이쁘다고 생각하는데..”
“키득, 엎드려 절 받기네~ 에구.. 그만하자.
그나저나, 턱이 빨갛게 부어올랐잖아,
얼마나 세게 긁혔으면..”
선혜는 규복의 턱을 한 손으로 잡고, 골똘히 긁힌 부위를 말없이 살핀다.
그녀의 하얗고 따듯한 손의 감촉이 대단히 부드럽다.
두근 두근 떨리는 심장.
규복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선혜의 앵두처럼 붉은 입술.
순간 규복은, 흡사 차려놓은 밥상처럼..
선혜가 그의 얼굴을 코 앞에 두고 바라보는 모습에..
1초, 2초, 째각 째각,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진다.
이제 할 일은 용기를 내는 일 뿐이다.
저지르느냐, 가만히 있느냐?
“턱이 좀 찢어졌는데, 연고가 여기 안에 들었으니까..
찾아보.. 흡??!”
규복의 입이 선혜의 작은 입술을 덮쳤다.
?!!
말하다 말고 입이 틀어막힌 선혜는,
새까만 눈동자를 끝없이 일렁이며,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고, 몸을 가볍게 흐느끼듯 떨기만 한다.
.....
규복은 선혜의 매끄럽고 향긋한 입술을..
그저 말없이 “쪼옥, 쪼옥..”
힘주어 입술에 문지르며, 그 향과 맛을 음미한다.
더불어 선혜의 하얀 목덜미를 한 손으로 우직하게 끌어 당기기까지.
무척 당황하지만 빠져나갈 도리가 없었다.
선혜는 눈만 깜빡, 깜빡거릴뿐,
갑작스런 규복의 입맞춤에 발만 동동 구르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뜨거운 온기가 느껴지는 규복의 입술.
선혜도 그 입술의 따스함과 부드러운 감촉에 설레기는 매한가지.
게다가 규복의 벌어진 입술을 통해서
전신을 나릇하게 해주는..
선혜의 코를 향긋하게 일깨우는, 짙은 남자의 향취가 배어든다.
‘잠깐만~ 정신 좀 차려, 얘, 제발...’
선혜는 검은 동공을 반짝이며 규복에게 무언의 메시지로 호소한다.
이성을 찾고 물러나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그녀의 파르르.. 떨리는 손은, 규복의 어깨를 탁~ 탁~ 두드린다.
하지만 초반에만 애타게 안달했을 뿐,
점점 그 애타는 몸짓이 사그라든다.
어느새 선혜도, 규복의 부드러운 입술의 맛과 향에..
정신이 아늑해질 정도로 좋은 자극을 받으면서..
저항할 기색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규복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젊은 체취가, 그녀를 퍽 나른하게 한다.
그러니 무의식적으로 선혜는.. 규복의 입술을 조금씩 탐하기까지 하는데..
무미건조하게 가만히 있다가, 조금씩..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움직이는 선혜.
규복은 귀싸대기라도 안맞으면 천만다행이었는데,
그녀가 온순한 양처럼 가만히 있자.. 자신감이 생긴다.
그녀를 껴안은 팔에 힘이 더 불끈, 들어간다.
“흐흡.. 쭈즙.. 우으음...
쭙.. 쮸릅...”
소년은 일부러 우악스럽게 여인의 입술을 부비고 문지른다.
어서 치아를 열라고 외치듯이..
혀로 그녀의 붉은 입술 틈새를 끝없이 자극하고..
그러자 선혜의 깊은 눈동자가 한없이 꿈틀거린다.
사아아...
마침내 벌어지는 선혜의 입술.
그 은밀한 붉은색의 공간이 열리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규복의 넘실거리는 혀가 들어간다.
“흡.. 쭙.. 쭈줍..
우음.. 음.. 으흣..”
선혜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규복의 저돌적인 혀에 꼼짝없이 붙들려,
그의 혀와 자신의 혀를 뒤섞기 시작했다.
무척 끈끈하게 들러붙는 규복의 농염한 혀가..
마치 문어의 빨판처럼, 대단히 집요하게 그녀의 입을 옥죄어온다.
오랫동안 굶은 아이가 식사를 탐하듯
규복은 선혜의 붉은 혀와,
그 혀에 고여있는 침을 맛있게 “쭉쭉” 빨아들인다.
어찌나 그 흡착력이 강하고, 힘이 좋은지..
혀를 감미롭게 휘감아주며 달달하게 녹아내리는 감촉까지는 더 없이 좋았는데..
이제 여인의 혀가 뻐근해질 만큼 흡수까지 하니..
그 통증에는 선혜도 두 손 두 발 들어버렸다.
“읍읍.. 흡.. 푸하! 하아..
야~! 아휴..
적당히 해야지.. 콜록..
혀를 그렇게, 거칠게 당기면 아프잖아~”
“하아, 하, 죄송해요..”
두 사람이 오랜 입맞춤 끝에 주고 받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선혜는 규복에게 민망한 눈웃음을 흘리며, 잠시 쉬어가자는 눈치를 띄운다.
그녀의 얼굴이 후끈한 열기로 발갛게 물들어 있다.
잠깐 쉬나 했더니, 이야기가 끝나고 10초도 되지 않았는데,
규복은 다시 그녀의 젖은 몸을 ‘와락-’ 끌어 안는다.
입술과 입술의 강하게 밀착하며, 매끄러운 여인의 입술을 삼킨다.
“흡.. 흐붑..
쭙.. 쮸릅.. 우음..”
이 녀석이, 너 정말 적당히 해, 화낸다..
그런 시선으로 눈짓하며 말하는 선혜.
그러나 규복은 선혜의 쏘아보는 눈길을 거부한다.
오직 그녀의 달콤하고 맛 좋은 입술의 향을 만끽할 뿐이다.
처음 맛보는 혀의 싱그러운 맛, 그리고 좋은 향기.
어렵사리 혀와 혀의 끈끈한 밀착으로..
사르르..
산뜻한 입술과 혀의 농염함이 달콤하게 어우러져..
혀와 혀를 뒤섞는 두 남녀에게 한없는 기쁨을 선사한다.
“흐읏, 흡.. 우흐음..”
선혜의 입술 속은 대단히 뜨겁다.
끈적거리는 그녀의 붉은 빛 속살이
규복의 저돌적인 혀와 입술과 어울려, 반갑게 속삭여준다.
강한 열기 때문에
선혜와 규복은 추운 날씨임에도, 동시에 더위를 느끼고 있었다.
선혜의 달착지근한 혀는 마치 포도향 같은 은은함이 우러난다.
과즙미가 물씬 풍겨지는 그녀의 맛..
벌어진 붉은 입술 사이로
새하얗고 가지런한 치열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혜의 반듯하고 예쁜 치아도 규복에게 찬탄의 대상이다.
정신없이 혀와 혀를 섞고 그 아찔한 맛을 즐기다가도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규복은 그녀의 치열에까지 혀를 문지른다.
침으로 젖어서 미끌~거리는데도
어거지로 뽀득, 뽀득거릴 만큼, 혀 끝을 세워 눌러댄다.
농도 짙은 두 사람의 입맞춤.
아이같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소년의 키스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호흡도 일정해지고, 몸짓에도 여유가 생긴다.
어느새 선혜는 규복의 목덜미에
그녀의 두 팔을 휘감아 끌어 안으며
몹시 사랑하는 연인을 애타게 그리듯이,
그렇게 연상의 여인과 연하남은 달콤한 입맞춤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었다.
“쮸룹.. 쭙, 쫍.. 쮸줍..”
“우음.. 흐흡..
흡.. 쫍, 후아, 하아..
얘, 이제 잠깐만, 우리 좀.. 쉬자?”
“네.. 후~ 저도 좀.. 힘드네요..”
규복도 선혜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등을 다독여주자,
가쁜 호흡을 내쉬며 천천히 숨을 고른다.
헉, 헉, 거리는 거친 숨결에서
하아.. 휴.. 차분한 숨 고르기로..
두 남녀는 그렇게 말 없이, 서로의 눈만 응시하고 있다.
선혜는 규복에게 무언가 말하려다
우물쭈물거리는 그가 입을 열자 귀를 쫑긋 세운다.
“기분 좋았어요.. 아주..”
“쿠쿡, 그래, 그랬어..?”
“예.. 히히”
“후훗, 애 썼어.. 규복이”
선혜와 규복은 ‘키스의 느낌이 어땠다, 부드러웠다’
이런 구체적인 감상은 나누지 않았다.
단지 ‘기분 좋았다’는 짧은 평 뿐이지만,
묘하게 두 사람 모두 그 단어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저 있잖아요, 아주머니”
“응, 규복아”
“아주머니랑 키스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행복해요.
태어나서 정말 좋았다, 다행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
느닷없이 청순한 규복의 고백.
선혜는 그러냐고 대꾸하고 싶지만, 그냥 말하지 않는다.
짙은 검정빛 눈동자를 껌뻑이며
규복의 우수 짙은 갈색 눈동자에 빠져들 뿐이다.
선혜의 머릿속은 이 순간, 그 날로 되돌아간다.
지난 학기 종강일, 규복은 잠든 선혜의 입술을 몰래 탐했으나
끝내 혀는 공략하지 못했었다.
오늘에야말로 두 남녀는
온전히 하나 되는 달콤한 딥키스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사실.
‘정말로 해버렸구나, 나,
규복이랑 키스를..’
얼떨떨한 입맞춤의 여운에, 그녀는 하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만진다.
조금 식었지만 여전히 규복의 침과 그 열기가 남아 있다.
규복은 규복대로, 선혜의 몸짓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여인의 가느다란 손가락, 그 하얀 섬섬옥수에 마음을 빼앗긴다.
“아주머니”
“으, 응.. 그래, 규복아..”
“제 마음 아시죠?”
“뭘..?”
“좋아한다구요.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저는 미치도록 아주머니가 좋아요, 절대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고 있어요”
선혜의 깊은 눈꺼풀이 가볍게 흔들린다.
규복은 마음과 정성을 다한 고백을 천천히 하고 나서..
이제 ‘당신의 처분을 겸허히 기다리겠다’는 눈빛으로
말없이 그녀에게 배턴을 건네주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선혜는 깊고도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규복이 바라는 즉답을 피한 채, 뜻밖의 말을 한다.
“먼저.. 너 잘 곳부터 구하자, 그게 급선무야.
너 삼촌이랑 아예 연락이 안 되고 있잖니,
그럼.. 이 근처 여관 아니면 다른 모텔이라도 알아보아야해”
“....”
선혜는 ‘그 얘길 왜 지금 해요!’라고 힐난하듯
어처구니 없다고 바라보는, 규복의 뜨거운 눈을 외면한다.
말을 돌리려하니, 규복도 살짝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잠깐만요, 아주머니,
제 이야기에 어떤 식으로든지 반응을 해주셔야죠.
무슨 반응이..
왜 아무 대답이 없으신 거예요?
사람 무안하게”
“....”
“네?”
“으응, 알았어.. 대꾸할게.. 너무 다그치지마, 미안해”
규복이 짐짓 원망스러운 눈을 하고 선혜의 몸을 ‘와락’ 끌어안자,
선혜는 다시 코 앞으로 다가온 규복을 향해 애절한 한숨을 흩뿌린다.
살짝 몸이 떨어져있으면 정신을 차리겠는데
다시 다가와 찰싹 붙으니, 바짝 긴장된 호흡이다.
“꼭, 지금 바로, 네가 한 고백 이야기에.. 답을 해주길 바라는거야?”
“네.. 저는 듣고 싶어요”
“휴우..”
차마 열리지 않는 무거운 입술.
선혜는 ‘끙..’하고 신음을 흘리며,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눈을 지그시 감고 고민에 잠긴다.
30초 남짓 말 없는 사색에 빠진 그녀.
장고 끝에 결심한 얼굴로 눈을 뜬다.
그녀 스스로 다짐한다.
지금부터는 말에 어떤 거짓과 가식도 없어야겠다고.
“나도, 규복이 너 좋아해..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친 아들처럼 여기며 애지중지한다는 걸”
“....”
“나한테는 규복이 너만큼 아껴주고 싶고, 사랑하는 대상은 없어.
그런데.. 너를 내가, 부모와 자식 사이처럼 걱정하고 사랑하는 것같은..
그런 애정하는 마음은 틀림없이 있을지 몰라도..
너를 남자로써 크게 의식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아”
규복의 입이 살짝 벌어진다. 애타는 감정의 표현이다.
아마 예전 같으면, 평상시 학교와 일상적 환경에서 저런 말 들었으면
쉽게 좌절했을지 모를 규복이다.
하지만 지금은...
규복은 마음이 욱신거리지만, 곧 선혜의 말에 반박한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뭐..?”
“거짓말하지 말라구요, 남녀 사이에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들면 그것 뿐이지,
그걸로 족하고 서로 솔직하게 고백하면 되는 거지,
무슨.. 아주머니도 저 좋아하신대놓고,
그건 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에 불과하다고,
듣기 좋게 포장하려는 거예요?”
“너, 좀.. 말이 지나치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할말 해야겠네요.
아주머니가 그렇게 본인의 감정을 감추시는데, 저라도 솔직해야죠”
“....”
“딱 하나만 얘기할게요.
제가 방금전에 키스할 때, 아줌마도 제 목을 껴안으셨었죠?”
선혜는 규복의 당돌한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
“처음에야 그냥.. 마지 못해 응하셨겠지만..
나중에는.. 아주머니도 좋으시니까, 저를 안아주시면서..
더 뜨겁게, 저를 원하니까, 제가 진짜 좋으니까..
그렇게 더 적극적으로 저랑 키스하신 거 아니었나요?
이것만은.. 제발 솔직히 대답해주시면 좋겠어요”
“....”
선혜는 또 꿀먹은 벙어리다.
할말이 없어서 입을 열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규복의 차분한 어조에, 오히려 살짝 기가 눌렸다고 할까.
어이가 없어서 피식 쓴웃음도 나온다.
“어쩔 수 없는 아이네..
그렇게 완강한 거절을 했는데도..
너는.. 참.. 좋은 의미로, 보기와 다르게 의지가 강하구나”
“.....”
“그렇게 내 마음을 꺼내서, 지금,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거야?
나는 차라리 지금 말고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하고 싶은데..”
“나중이 어디 있어요?
당장 여기서 우리가 헤어지면, 어색해서 얼굴도 못 볼지 모르는데..
제가 아주머니를 찾아도 아주머니가 저를 보실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제 마음 전했는데,
아주머니가 거절하시면, 얼굴 볼 자신이 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 말은 규복이 의도적으로 약간 협박하듯이 뱉었다.
선혜도 애써 평온함을 가장하고 듣다가
규복의 ‘이제 안 보겠다’는 식의 떨리는 목소리에, 살짝 안색이 변한다.
“....
이제는 아주 요상한 협박까지 하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그래, 나도 너 좋아,
남자로써, 이렇게, 덥썩 받아들일 줄 알아?”
“....”
선혜가 약간 낯빛을 바꾸면서 말투에 힘이 실린다.
그러자 규복도 긴장하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선혜는 화가 조금 났음을 어필하는 표정으로
새초롬하게, 규복의 눈을 쏘아보다가 또 입을 연다.
“치사해..”
“예?”
“치사하다구, 너.. 그렇게 싫다고 하는 여자한테..
전혀 개의치도 않고, 또 여러번을 두들기듯이 때리면 어떻게 하니..”
“죄송해요..”
“훗, 죄송한 건 뭐야,
말 잘했어, 자기 감정에 충실한 건 비난 받을 일이 아냐.. 잘했어..”
“....”
“그래, 알았어, 인정할게, 나도 자꾸 내 솔직한 마음속에서 외치는 이야기를
회피하고 있었다는 걸..”
“.....
아주머니?”
심상치 않은 선혜의 마지막 멘트에 '응?' 놀라는 규복.
그녀의 안색을 살피는 눈동자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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