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39)

친구 엄마는 대학교수

 18

“알았어, 말할게.

 나도 규복이 너를.. 좋아해.

 아들로써 챙겨주는 것 못지않게 남자로써도..

 많이 좋아한다고..”

 “아!...”

 선혜가 입을 열고야 말았다.

 규복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마침내 터져나온 그녀의 육성에 대단히 감격한다.

 그리고 꽈아악,

 갑작스럽게 규복이 선혜의 상체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선혜는 움찔, 놀란다.

 그러나 곧 옅은 한숨을 쉬며 규복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아리송한 선혜의 표정.

 규복의 듬직한 왼쪽 어깨 너머로 고개를 얹고, 보이지 않도록 얕은 한숨을 쉰다.

 그녀로서도 어떻게든 숨기려 했던 속마음을 마지못해 토해냈다는

 일말의 후련함이 묻어나오는 얼굴이었다.

 “고마워요, 아줌마! 그렇게 말해주셔서..”

 “....”

 “저를 좋아하신다는 그 말, 남자로써 좋아한다는 말은

 진짜 아줌마 속마음이 맞죠?

 그냥 저 기분 좋으라고 하는 거짓말, 아닌 거죠?”

 “풋, 의젓하다가 이럴 땐 어린 티를 내는구나,

 내가 여지껏 실없이.. 너한테 불필요한 거짓말하는 적 있었니?”

 “우와~!!”

 규복은 눈물을 왈칵 터뜨렸다.

 선혜의 선이 가는 몸을 껴안은 팔에 힘을 더 준다.

 어찌나 강한 힘으로 여인의 옷을 끌어당기며 꽈아악.. 온 몸을 이용해 쥐어짜는지,

 선혜는 눈썹을 ‘으흣..’ 절로 찡그린다.

 두 팔과 어깨에 통증까지 느꼈다.

 요 꼬맹이로만 봤던 아이가, 힘이 보통 장사가 아닌 것이다.

 선혜의 입고 있는 은갈치 수트는 완전히 짓눌린 채

 그 내부의 검정빛 울 니트마저 힘을 받아 팽팽하게 늘어난다.

 선혜의 풍만한 젖가슴에 규복의 단단하게 짓누르는 가슴팍이 닿는다.

 그녀가 호흡하기 곤란할 정도로 큰 프레셔를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선혜도 갑갑한 와중에서도

 규복이 격하게 자신의 몸을 애정하고 갈구하는 느낌이 가슴 설레도록 좋았다.

 우악스럽기 그지 없는 소년의 격렬한 포옹에

 한참을 가만히 안겨 있던 그녀, 마지 못해 손을 드는 척..

 이번엔 그의 뜨거운 몸을 부드럽게, 사랑스러운 손짓으로 안아준다.

 곧 이어 규복의 붉어진 귓가에 가만히 속삭였다.

 “후훗, 기운이 넘치네.. 우리 애기 규복이?”

 “훌쩍...

 흑, 흑... 저, 저, 이모님 많이 좋아했다구요.

 진짜, 오래전..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고마워.. 나 그런 줄은 전혀..

 미처 몰랐어..

 지난번에도, 뜬금없이 네가 좋다고 해줘서 너무 놀라~ 답을 제대로 못해줬네.

 보통 아둔한 여자가 아닌가봐, 호호.

 고마워, 규복아.. 그리고, 나두.. 사랑해”

 어린 아이처럼 훌쩍, 훌쩍, 눈물을 터뜨리는 규복.

 격한 감정의 소나기가 넘쳐 흐른다.

 규복은 선혜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묻으며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녀의 따스한 품에 안겨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선혜도 ‘풋~’ 웃으며

 규복의 듬직한 등짝을 토닥, 토닥, 자상하게 두드려준다.

 그리고 그의 단단한 상체의 곳곳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규복의 어깨 위로 얼굴을 묻으며 생각한다.

 이제야 자신도 겨우 솔직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의 진솔한 감정과 마주하기가 지극히 두려웠는데,

 그것을 이런 저돌적인 고백, 주저하지 않는 당돌함으로나마

 자신의 굳게 닫힌 마음과 열리지 않는 입술을 트이게 해준 규복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그렇게 선혜는 주억거리며, 이유 모를 환희에 젖어 들었다.

투두둑, 투둑-

 두 사람의 진한 포옹이 이어지는 시간.

 바깥에는 여전히 빗줄기가 쏟아진다.

 일기예보 그 이상으로 좀처럼 약해질 기미가 없다.

 그 지칠줄 모르는 물줄기가 묘하게..

 선혜의 마음을 얻어낸 규복의 툭 터진 감정을 그려내는 듯하다.

 타닥, 타닥~

 계속해서 차창을 일정한 속도로 두드리는 소리.

 리듬감 있는 그 터치음마저..

 지금 이 순간, 두 남녀의 적극적인 포옹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줌과 함께 축하하는 대자연의 메시지처럼 들렸다.

 선혜와 규복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으스러지게 안으며..

 놓아주기 싫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쭙, 쪼릅.. 쫍.. 쪼즙..”

 “후읍.. 응.. 흐응, 으흣..”

 서로의 입술을 살갑게 더듬는 몸짓에도 한결 여유가 돋보인다.

 축축한 습기와 후끈한 열기가 뒤섞여 오고 가는 두 사람의 입술과 혀.

 더욱 적극적으로, 맛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혹은 캔디와 초콜렛을 고루 탐하듯..

 열정을 불사르는 몸짓으로 입술을 노래하는 규복.

 선혜는 그에 비해 수동적으로 입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아직 덜 익숙하고 수줍어할 뿐이지, 마음만은 매한가지 같다.

 쪽, 쮸줍.. 찰지게 입술과 입술이 맞닿으며 스치는, 기분 좋은 소리.

 선혜는 그녀의 뜨겁고 촉촉한 혀와 점막 세포를 훑으며 들어오는 규복의 몸짓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쿡쿡- 웃으며 그의 혀를 은밀하게 끌어당긴다.

 “간지럽다구.. 후훗, 애기네 정말..”

 “하아, 하아, 이모.. 입술도 달아요, 쭙, 쪼즙..”

 “아이.. 침으로 그렇게 너무 바르지 마.. 히힛”

 이제는 선혜도 자기 깊은 속내까지 꺼낸 마당에

 더는 내숭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규복의 리드에 맞추어 그녀도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대로..

 그의 목덜미를 사랑스럽게 끌어 안으며, 달달한 입맞춤에 빠져든다.

 “쮸옵, 쬬옵, 쪼좁...”

 “하아, 흣.. 푸~ 하..”

 “후우, 하, 잠깐만 쉬도록 하죠..”

 “응.. 힘들다 나두..

 키스만 하는게 이렇게.. 휴우~ 숨이 가쁜 줄은 몰랐어”

 “하하..

 쉬지 않고 했으니까요, 저보다도 나중엔 아주머니가 훨~ 적극적이시던데..”

 “너어~? 거짓말~ 내가 언제~”

 그렇게 말하면서 선혜는 살짝 눈을 흘긴다.

 말없이 웃으며 규복의 어깨만 찰싹, 때렸다.

쏴아아-

 계속 쏟아지는 비.

 주르륵..

 창틀을 타고 미끄러져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는 규복.

 무언가 결심한 듯, 선혜에게 얼굴을 향하며 입을 연다.

 “저 있잖아요, 아주머니, 아까 물어보신..

 오늘 삼촌이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그거요”

 “응.. 그래, 그거, 진짜 어쩔 셈이야?”

 “....

 저, 지금 아주머니랑 키스하면서 생각이 하나 들었는데,

 그것 먼저 물어봐도 되나요?”

 “키스하면서 든 생각? 후훗~

 동시에 멀티도 잘해.. 그래, 얼마든지 물어봐”

 “아주머니는.. 저야 다른데서 잔다고 해도

 오늘 어디서 주무실 예정이었어요?”

 “나..?”

 “예, 아직 한번도 얘길 안하셔서..

 분명히 저한테 어저께, 교수 사은회는 오늘 말고 내일부터라고 하셨죠?”

 그러자 선혜의 웃음기가 더 밝아진다.

 그녀는 규복의 질문에 ‘이제야 물어보니’하는 표정을 지었다.

 “후후, 빠르기도 해라, 여태 안 궁금했고?

 나~ 여기에 너 내려다주면~ 강릉에 내 친동생 집이 있어.

 집이라고 하기는 좀 우습지만, 호호”

 “아, 정말요?”

 “응~ 우리 동생이 가끔 찾아와 묵는 별장이야.

 참, 너한테 내가 아직..

 우리 동생이 누구인지, 소개 안했지?”

 “네..”

 선혜는 짐짓 상큼하게 윙크를 해주었다.

 무어라 입은 열고 싶은데, 경솔히 말하기는 어려운 눈치.

 차라리 규복이 물어봐 주었으면..

 그런 눈빛을 하면서 그녀는 말을 멈춘다.

 “.....”

 규복도 선혜가 뜬금없이 동생 말을 꺼내자,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이 지금 꺼내려는 말의 큰 무게감이..

 훨씬 강하게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절 내려주시고..

 강릉으로 가시려는 예정을 하신 거군요”

 “말하자면 그렇지~

 이제, 시간도 슬슬.. 에고, 벌써 아홉시 반이 되었네..”

 “....”

 규복은 화가 난 표정도 아닌 것이, 애매한 얼굴로 선혜를 쏘아본다.

 굳게 닫힌 입술에 결연함까지 실려 있다.

 “왜 또 그렇게.. 노려보는 거야? 키득~”

 “아.. 아니에요, 헷”

 “얼굴에 힘이 잔뜩 들어갔어.

 자아~ 여기 시원한 물 마시면서, 긴장 좀 풀자, 우리 아기 규복아~”

 “아주머니, 저, 하나만, 진짜 딱 하나만 더 말할게요”

 “웅~ 얼마든지~ 킥~

 여러 개 이야기해도 괜찮아..”

 “저..

 아주머니, 오늘요”

 “응~”

 “어디 가시지 말고..

 오늘 밤에 저하고 같이 있어요”

 “?!”

 선혜는 규복에게 물병을 건네주면서 미소짓다가, 그의 멘트에 놀라

 손에 쥔 물병을 스르르.. 그만 떨어트린다.

 “오늘 밤은 동생분 댁에 가지 마시고,

 저하고 같이...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

 선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말하는 규복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그녀의 반응을 지켜볼 뿐.

 ....

 선혜는 규복의 눈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창밖의 빗줄기 쪽을 향한다.

 “후...”

 “....”

 몇분이나 지나서야 선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민 끝에 입술을 연다.

 “그게 무슨 의미인줄은.. 알고..

 너 지금 말하는 거지?”

 “알죠..”

 “.....”

 “아주머니를 보내기 싫어요, 밤새도록 같이 있고 싶어요, 오늘밤만이라도”

 “....”

 선혜는 깊은 슬픔이 담긴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규복은 그녀가 어떤 반박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친다.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던 그의 갈색 눈이

 이글거리면서 불타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당당하게 꺼낼 수 있는거니?

 너는..’

 여인의 청초한 하얀 얼굴이 잔뜩 긴장해서 굳어 있다.

 얌전하고 숫기 없어 보이던 소년이었는데.. 그의 가공할 뻔뻔스러움에 여인이 혀를 내두른다.

 머릿속을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고민에 빠진 그녀,

 쉽게 말을 못 잇는데..

 불타는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던 규복, 한마디 던진다.

 “가요, 아주머니”

 “.. 가, 가다니, 어디를?”

 “모텔요, 아까 검색해보니까 요 바로 앞에 하나 있어요”

 “.....

 언제 검색까지 했어?”

 규복은 대꾸하지 않고 선혜의 손목을 말아쥔다.

 그리고는 그녀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시동을 켰다.

 끼익...

 쏴아아-

 비는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였다가 다시 회복되길 수차례.

 두 연인을 태운 차가 유유히 미끄러지며, 어딘가의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규복은 시동을 끄고 선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혜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유리창 바깥의 검정색 블록만 바라본다.

 ‘그 와중에 주차장 시설은 왜 이리 좋아?

 백화점 같네..’

 엉뚱한 생각을 하며 시름에 잠겨 있는 선혜.

 한숨짓는 그녀의 옆 얼굴을 보는 규복.

 꿀꺽, 얼마나 긴장을 하는지

 마른 침을 삼키는 규복의 목울대가 크게 울린다.

 “아주머니”

 “....”

 “저 이제 곧 입대한다고 말씀드렸죠?”

 “응..”

 “갈거예요, 아마 이르면 3월 초나 중순에”

 “정말로?”

 “예, 1월달에 신청했으니까, 전화해보니까 빠르면 그때쯤 확정된다고 했어요”

 말하는 규복의 목소리가 메말라 있다.

 물론 거짓말이다.

 병무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상세히 절차는 알아봤지만, 빠른 신청은 하지 않았다.

 선혜가 그쪽 방면에 어두울 것이라 짐작하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둘러댄다.

 여전히 그를 외면하려는 선혜를, 와락- 끌어당긴다.

 선혜도 조금 버티려다

 맥없이.. 규복의 튼튼한 가슴팍에 코를 묻으며 안겼다.

 “이미 여러번 이야기해서, 내가 얼마나 아주머니를 진심으로,

 뜨겁게 좋아하는 줄은 아시죠?”

 “.....”

 “이런 말씀드리기까지, 저도 수도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생각을 반복했어요,

 이래도 되는지.. 꼭 아주머니한테 이런 방식으로 다가가도 되는건지 말예요.

 근데..

 여러번을 고민해도 제가 내린 결론은 같아요.

 어차피 곧 입대하는거~ 후회가 남지 않고 싶어요”

 “기다려봐..”

 “예?”

 “정말, 날짜가 곧 나온다고 그랬어?”

 “.... 네.. 어저께도 전화해서 확인했다니까요”

 “그래..”

 규복의 품에 안겨 있는 선혜의 눈에 초점이 없다.

 반쯤 희미하게 풀린 얼굴로,

 그녀는 의기소침하게 규복을 향해 다시 말을 건다.

 “이제 와서 연기할 수는 없는 거야?”

 “....

 번복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한번 알아보기나 할게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거예요..”

 “응, 한번 꼭 알아봐..”

 선혜가 중도에 ‘연기 못하느냐’라고 말의 맥을 끊자

 규복은 생각해온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길까봐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 ‘내가 무슨 말하려고 했지?’ 기억을 되새긴다.

 “.... 아무튼 그래서, 저 곧 입대하게 됐으니까..

 저, 저 입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혜 이모랑 같이 꼭.. 만들고 싶어요.

 이제 시간도 없고, 더 이상 이런 기회는 없어요..”

 선혜는 규복의 뜨거운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고 ‘하아..’ 숨을 내쉰다.

 규복도 그녀의 은빛 수트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준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진심으로 아주머니랑 같이..

 뜻깊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이 마음이, 어떻게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지금 하는 말도 떨리고, 서투를 수는 있어도, 이 모든 제 마음들 다 진심이에요.

 선혜 아주머니를, 마음 깊이... 정말로 사랑하고 있어요”

 규복은 ‘이 정도로 미사여구를 동원해야하나’하고 숨을 돌린다.

 그러나 모두 규복의 진심이었고 틀린 말도 아니기에..

 느끼하고 닭살스럽긴 해도, 뱉은 말에 후회는 없었다.

 선혜는 또 나름대로

 ‘말주변이 없기는.. 무슨 말을 저렇게 잘해, 암기라도 했나?’하며

 규복에게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돌리고 살짝 웃었다.

 그녀의 눈에 작은 이슬이 맺혀 있다.

 눈만 촉촉히 적실뿐 선혜가 계속 말이 없자 규복도 답답하다.

 기껏 짜온 멘트가 효과 없으면 안되는데, 하는 초조한 마음.

 더 마음을 움직일 고급 멘트는 없을까.. 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부비며 말할 때였다.

 “안된단 말야..”

 “...?”

 “나 우리 남편, 절대 배신할 수 없다고..”

 “아주머니..”

 “안돼.. 정말, 안되는데..”

 남편 이야기를 꺼내면서 살짝 울먹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여지를 남기는 것 같은 말투.

 규복도 긴장해서 선혜를 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잠시 뜸을 들이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

 “훌쩍... 근데 너 같이 못된 애가 나타나서..

 이렇게 사람 맘을.. 들었다 놓고.. 아프게 만드니”

 “죄송해요..”

 “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응?”

 “예..”

 작은 문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선혜는 자기 스스로에게 어떤 식으로든 면죄부를 주려 할 뿐,

 규복 자체를 심하게 나무랄 의도는 아니었다.

 이어서 규복은 숙연한 심경으로, 선혜가 슬프게 내뱉는 말을 들어준다.

 선혜는 자기 방어적인 모습을 취하며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벌려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마지못해 끄덕거리며, 규복은 액정 시계를 들여다본다.

 “.....

 이상한 짓 너무 안 할게요, 아주머니.

 그러니까, 저랑 같이.. 예?

 오늘 하룻밤만 저하고 같이 있어줘요”

 “.....

 오늘 딱 하루만..”

 “예..”

 “정말.. 오늘만이야?”

 미약하게 말을 늘어뜨리며, 선혜가 힘없이 고개를 수그린다.

 됐구나!

 다짐하듯 말하는 선혜의 눈을 쳐다보며, 규복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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