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07. 역시 용사파티에는 엘프가 국룰
* * *
“하앗!!”
“........”
“흐음. 뭐, 약하진 않네요.”
지루하다.
너무 지루해애..
테이블에서 만난 엘프의 이야기를 듣고 엘프가 오크에게 능욕당하는 전개를 기대하며 엘프와 파티를 맺었다.
그러나 토벌을 시작한 뒤 돌아오는 것은 엘프의 일방적인 학살.
이게 뭐야.
원한이 있다더니만 진짜로 실력이 제대로라서 재미없잖아.
이럴줄 알았더라면 다른 실력이 낮은 녀석들이 능욕당하는 전개를 찾아다니며 구경할 걸 그랬다.
뭐... 주변을 대충 살펴보니 그리 호락호락한 녀석들이 온 것 같지는 않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것은 모험가들의 일방적인 오크 학살이었다.
보통 무리를 지어다니는 오크의 특성을 파악한 채 광역기를 퍼붓는다던가.
어떻게든 무리에서 오크를 따로 떼어내어 하나씩 죽이는 방법들을 사용했다.
“이거, 이렇게 되면 그냥 나도 레벨업이나 해볼까.”
최면어플이라는 최강의 능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스펙이 높아서 안 좋을건 없다.
그러니 일단은 레벨업에 힘써보도록 할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우선 눈앞의 오크들을 한 번 살펴보았다.
음... 혼자서 이기긴 힘들겠군.
일단 오크들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보였다.
일반 스펙으로 이기긴 힘들어 보인다.
거기에 광역기가 따로 없으니 무리를 짓고 있는 녀석들을 없앨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면 케이트 녀석들을 빈사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어라? 아까전에는 손대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저 엘프가 오크들이랑 싸우다가 능욕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말이야. 그런데 저렇게 학살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나라도 레벨업 해야겠다 싶어서.”
“하늘씨도 차암~ 참을성이 없으시네요.”
“그건 무슨 의미지?”
케이트에게 부탁하자 이런 나의 말에 케이트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한다.
“확실히 지금은 오크들이랑 잘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말이에요.”
“그래. 잘 싸우고 있잖아.”
“오크의 무서움은 장기전으로 갔을 때 드러나는 법이랍니다.”
“응?”
케이트의 말에 나는 조금 더 이 싸움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장기전으로 갔을 때 오크들의 무서움이 드러난다라..
내가 아는 오크는 그리 끈기나 지구력 싸움에 강한 녀석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 일단 케이트가 그리 말하니 지켜보도록 하자.
나야 뭐, 이제 막 이세계에 와서 몇가지 정보를 알아낸 신참이고.
케이트는 이세계를 관리하는 여신이니 나보다 이런 것에 더욱 빠삭할 것이다.
“하아... 하아...”
점점 거칠어지는 엘프의 숨소리.
하긴, 저렇게나 많이 나오는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으려면 엘프 역시 체력이 달린다.
“저기... 제대로 해치우고 계세요?”
“어. 어어! 여긴 잘 없애는 중이야.”
계속해서 엘프가 학살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자 엘프가 이쪽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 엘프의 질문에 나는 케이트를 시켜 허공에 폭발을 일으키며 오크들을 해치운 척 말한다.
이런... 너무 구경만 했나.
조금은 해치우던가 아니면 해치우는 척 연기를 할 필요가 있겠다.
“하아... 하... 왜이렇게 끈질긴 걸까요. 이녀석들..”
“뭐.. 아무래도 토벌작전이니 많이 모여있나보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꽤나 쓰러뜨렸음에도 바글바글거리는 오크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건 그렇고 이건 진짜로 엄청난 양이구나..
무슨, 소떼나, 바퀴벌레들도 아닌게 엄청 득실득실 많이도 뭉쳐 있었다.
“후훗. 이제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나요?”
“어?”
하도 드글드글거리는 오크떼를 바라보자 케이트가 미소를 지은 채 나에게 묻는다.
호오... 그런 뜻인가?
확실히 이 정도로 득실득실 많다면 장기전으로 간다고 하면 모험가쪽에 불리했다.
이쪽은 계속해서 피로를 누적한 채 싸우는 중이고, 저쪽은 계속 새로운 녀석들이 공격해오는 것이니까.
“그건 그렇고 주변은 그래도 숫자가 줄어드는 기분인데 이쪽은 왜이렇게 아직까지 모여드는거야?”
“제 여신의 냄새가 마물들을 모여들게 만들거든요.”
“뭐?”
“보통 여신의 냄새라면 성스러운 것으로 마물들을 기피하게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공격성을 짙게 해서 이쪽으로 더 몰려와요.”
“그래서 이쪽에 수가 많이 몰려들었군.”
“네. 거기에 일부러 이쪽의 상황의 왜곡되어 보이는 결계를 깔아놔서 다른 모험가들은 이제 대부분 잡은 줄 알고 본인들의 토벌이 끝나면 돌아갈거에요.”
“호오... 그렇다는건?”
“느긋하게 저 엘프가 지쳐 쓰러지면 오크들에게 능욕당하는걸 즐길 수 있다는 거죠.”
“나쁘지 않네.”
아까전 저 엘프가 오크들에게 능욕당하는 걸 보고싶다는 내 말을 듣고 그정도까지 설계해놓았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 케이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로구만.
굳이 최면어플이 아니더라도 이쪽이 진짜 치트키잖아.
“저는 주인님이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이뤄드릴 수 있게 노력하니까요.”
“지금 주인님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어.”
“아. 죄송해요 하늘씨.”
에헤헤..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우며 나의 지적에 다시 내 호칭을 정정한다.
그런 케이트의 모습에 나는 케이트에게 잘했다는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누가 이 녀석을 며칠전까지만해도 그리 나에게 반항하던 녀석이라고 생각할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거의 몇 년 몇십년은 같이 다닌 파티원이나 주인과 메이드 정도로 보일 것이다.
“하아... 후우... 아무리 잡아도 끝이나지 않아요.”
그럴 수 밖에 없지...
애초에 우리는 엘프의 오크 토벌에 전혀 도움을 주고 있지 않으니까.
거기에 케이트의 특성으로 인해 다른 파티원들보다 대략 2배정도 많이 모여들고 있다고 보면 됐다.
다시말해 엘프는 혼자서 6인분의 싸움을 하고 있는 중.
그렇다 해도 도와줄 마음은 없다.
애초에 나의 목적은 오크 토벌이 아니라 오크x엘프 능욕 망가를 이 두눈으로 현실에서 직접 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케이트와 함께 엘프가 슬쩍 이쪽을 볼때면 오크들을 잡는 척.
엘프가 전투에 집중할때는 그냥 편안히 쉬면서 엘프의 싸움을 구경하였다.
으음... 이렇게 하니 간부들을 눈을 피해 작업을 하는 척하는 말년병장같은 기분이었다.
뭐, 그런 거랑 거의 다를 바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계속해서 엘프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이제, 언제쯤 지쳐 쓰러지려나..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싸움을 하다 지칠대로 지친 엘프가 드디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작되는 것인가?
엘프가 지친 모습을 본 나는 얼른 케이트와 함께 엘프의 시선에서 몸을 숨겼다.
“하아... 하아....”
지칠대로 지친 엘프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주변을 살핀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사라진 우리의 모습과 계속해서 돌격해오는 오크떼.
“하, 하늘씨! 케이트씨!!”
지친 엘프는 사라진 우리의 모습에 당황하며 얼른 우리를 부른다.
그러나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원하는건 지금 당장 능욕당하는 엘프의 모습.
나갈 리가 없다.
그리고 이런 내 욕망을 아는 케이트 역시 지원을 해줄리 없었다.
“어디계세요!! 조, 조금 도움이 필요해요!!”
필사적으로 우리를 찾으며 지원을 요청한다.
하지만 아무런 말없이 몸을 숨긴 우리는 그런 엘프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늘씨!! 케이트씨!!”
애타게 우리를 울부짖는 엘프의 모습.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그런 엘프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크떼의 습격에 다른 곳을 토벌하러 가셨나..”
엘프의 부름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우리의 반응에 엘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호오.... 보통 우리가 이렇게 사라지면 도망쳤다거나 배신했다거나 그런 말을 할텐데.
꽤나 순수한 엘프였다.
뭐, 솔직히 이런 곳에서 누가 도망치겠냐는 생각을 하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오크 토벌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었으니까.
보통 오크 토벌은 이 초보자 마을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관문같은 느낌의 퀘스트다.
그러니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고 이 퀘스트에 지원할 정도면 그정도로 자신이 있는 녀석들 뿐.
그러나 우리가 일부러 엘프가 이 퀘스트를 깨기 어렵게 난이도를 강제로 올려치기 했을 뿐이었다.
“이 정도로... 물러서지 않아!”
얼마나 오크에 대한 원한이 깊은거야.
보통 이정도가 된다면 도망칠 법도 했다.
벌써 근 2시간동안이나 혼자서 쉬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오크와의 전투를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지칠대로 지쳤고 계속해서 오크떼는 몰려온다.
이쯤되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엘프는 다시 일어나서 오크와 싸울 준비를 한다.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뭐, 저런 식으로 그냥 계속한다면 이쪽에서야 나쁠건 없었다.
어차피 저쪽에서 의심을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이쪽의 목적은 다가온다.
“엘프들의 이미지 파괴범... 내가 전부 박살내 버리겠어!!”
누가보면 오크들이 엘프들 이미지 전부 박살내버린줄 알겠다.
솔직히 말해 오크x엘프 능욕계 만화들은 그린 녀석들 전부 인간들일텐데..
아니, 여긴 이세계니까 엘프거나 수인일 가능성도 있으려나?
확실한건 오크들이 그런 망가를 그리진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
뭔가 원한의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리고 누가보면 거의 부모님의 원수인줄 알겠잖아.
그런게 아닐텐데..
왠지 미움받는 오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엘프를 능욕하기 위한 응원 역시 함께 표한다.
“하아앗...!”
쨍그랑.
장장 2시간동안이나 계속되던 전투에 결국 닳고 닳은 엘프의 검이 결국 박살나고 말았다.
드디어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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