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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어플을 얻었으니 마왕을 따먹으러 가자-9화 (9/44)

〈 9화 〉 08. 역시 용사파티에는 엘프가 국룰

* * *

부러지는 엘프의 검을 보며 나는 흥분에 가득찼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크의 엘프 능욕타임.

“아... 아아..”

자신의 검이 부러지자 엘프는 당황하며 눈앞의 오크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체구의 오크가 엘프를 노려다보고있자니 그것은 마치 오크x엘프의 에로 동인지 도입부.

“아참..! 그런데 하늘씨. 저 방금 막 생각난 사실이 있는데요.”

“응?”

“오크가 굳이 엘프를 따먹으려 할까요?”

“그건 무슨 소리야.”

“아니. 하늘씨가 말씀하신 오크x엘프 능욕계는 오크가 제대로 된 지능이 있는 거의 인간같은 느낌 아니었나요?”

“그렇지.”

“그런 오크가 없는건 아니지만, 보통 그런 지성이 있는 오크같은 경우는 이런 초보자 마을에 잘 없죠.”

“어...?”

“다시말해 지금 저 눈앞에 있는 오크는 파괴와 살육만을 일삼는 이른바 무지성 오크인게...”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케이트의 지적에 나는 오크와 대면하는 엘프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으우우...”

검이 박살난 엘프가 머뭇거리며 오크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자 저벅저벅 걸어오던 오크는 그런 엘프를 향해 그르르... 울음소리를 내더니..

콰앙!

그대로 자신이 들고 있는 도끼를 엘프에게 내려찍었다.

다행히 움직임이 둔한 오크의 공격이었기에 엘프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그런 오크의 공격을 피하였다.

후우... 이건 다행인건가.

그러나 오크의 공격을 피한 엘프가 다시 자세를 취할틈도 없이 옆에 있던 오크 역시 엘프를 도끼로 찍었다.

다행히 이번에도 반응한 엘프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오크들과 거리를 벌렸다.

“후우...”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었는지 엘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앞의 오크들을 노려본다.

아니, 이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면 그냥 도망가라고!

엘프가 도망간다고해서 비겁자, 패배자 등 비아냥거릴 사람은 없었다.

모험가의 가장 기본 소양은 위험 상황이 되면 도망가라였다.

애초에 살지 못하면 이짓거리를 계속 해나갈 수 없다.

일단 살기만 하면 나중에 복수건 뭐건 또 할 수 있기에 우선은 살고 보자는 마인드가 훨씬 강했다.

그런 상황인데도....

“여기서 질 순 없어.”

어째서인지 저 엘프는 이런 상황임에도 오크들에게 전혀 도망가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오크들은 어림잡아도 20마리 이상.

우리는 지금 엘프에게 빠져 있으니 상황은 1 vs 20 이상의 상황으로 보면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엘프에게 광역기가 있어 녀석들을 한번에 날릴 수 있느냐?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까전 싸우는 것을 보니 아직 제대로 마법은 사용할 수 없는 듯 검을 위주로 싸우는 모습.

거기에 지금은 아까 전 전투들도 피로가 누적되고 검은 박살난 상황이다.

녀석들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을 구석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렇게까지 하는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부모님의 원수가 아니잖아.

그냥 저 녀석들은 일반 오크일 뿐이고 이미지 개선이라던가 동인지들을 때문이라면 만든 녀석을 조지러 가야한다.

전혀 이렇게 목숨의 위협을 무릎쓰고 오크들을 물리칠 이유가 없다는 말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이쯤되면 그냥 오기가 아닐까요?”

“오기말이야?”

“네. 이왕 이렇게 쓰러뜨리기로 한거 그냥 끝장을 보자는 생각이겠죠. 좋게 말하면 근성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똥고집인거죠.”

“고지식하단 말이군.”

“그런거죠.”

케이트의 발언에 나는 다시한번 엘프를 바라본다.

일단 오늘 오크 토벌에서 오크들을 쓸어버리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렇게 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정했으니 도망치는건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가.

정말이지 이건 바보를 넘어서서 약간 미쳐버린 수준이다.

“육탄전으로 오크랑 싸우는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오크와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한 엘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싸우는 자세를 취한다.

엘프가 다시 자세를 취하자 한꺼번에 공격해오는 오크떼들.

엘프는 가장 선두에서 공격해오는 오크의 공격을 살짝 피하고는 그대로 엘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한다.

제대로 급소에 맞은 것인지 오크가 주춤하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 기뻐할 새도 없이 다른 오크가 엘프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엘프는 그런 자신을 향해 돌격하는 오크에게 자세가 흐트러진 오크를 발로 차 둘이 맞부딪히게 만들었다.

호오. 단순히 검만 잘 휘두르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투센스도 괜찮은데.

그렇게 오크 두 마리를 쓰러드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엔 오크 세 마리가 한꺼번에 엘프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이번엔 공격을 회피할 틈조차 거의 없었다.

이건 어쩔 속셈이지.

세 마리가 동시에 돌격하는 상황.

엘프는 그런 오크들 중 한 마리의 품으로 오히려 앞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돌진하던 오크 한 마리의 자세가 조금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엘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채 그대로 오크의 복부에 한 방 먹인다.

그대로 복부를 잡으며 쓰러지는 오크 한 마리.

거기에 함께 돌격하던 오크들의 전선도 완전 무너져버렸다.

쓰러진 오크의 도끼를 빼앗은 엘프는 무너진 오크 중 한 마리의 대가리를 그대로 도끼로 찍어내렸다.

엄청 잘 싸우잖아?

이러면 진짜로 이 녀석이 나머지 오크들을 잡아내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엘프는 자신에게 돌격한 나머지 한 마리의 오크를 바라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음.... 제력적으로 이건 안되겠군.

엘프의 상태를 바라본 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1대1 단기전이나 약간의 싸움은 더 할 수 있을 듯 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싸움이 지속되었다간 엘프의 체력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건 도와주러가는게 맞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슬슬 엘프를 도와주러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늘씨.”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옆에 있는 케이트가 내 행동을 막아섰다.

“왜 그러는거야.”

“지금 도와주러가봐야 별로 멋이 없잖아요.”

“응?”

“원래 이런건 극적인 상황에 도와줘야지 의미가 있는거랍니다.”

“그런가?”

“네. 예를 들어 슬슬 지쳐 스러져가는 엘프를 오크가 공격할 때 하늘씨가 마침 나타나서 오크의 공격을 막아주는거에요.”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게 되나?”

“제가 멀리서 오크의 움직임을 막을테니까요.”

“그런것도 가능해?”

“조금 레벨이 있는 마물들에겐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이런 레벨이 낮은 오크정도의 움직임을 막는건 쉽거든요.”

“뭐, 케이트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케이트의 설명에 나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럼 어디 극적으로 엘프의 앞에 나타나보도록 할까.

“그리고 그렇게 나타나시면 제가 멀리서 오크들을 터뜨려 버릴까요?”

“뭐, 그런것도 좋지만 그러면 경험치 낭비가 심하잖아.”

“그러면 무슨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요?”

“최면 어플로 단체 최면을 걸어서 서로가 싸우게 만들건 자살하게 만들건 해서 광역으로 쓸어버리지 뭐.”

“호오~ 드디어 최면어플의 전투 기능을 볼 수 있는건가요?”

“성능은 실험해봤으니까 할 수 있을거야.”

물론 그 실험을 한 대상이 마물토끼라거나 대형 개구리 등의 약한 녀석들이었지만.

어차피 나와 스펙 수준이 다른 케이트에게도 먹힌 최면어플이다.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우리는 다시금 엘프의 모습을 지켜보기로하였다.

“하아... 하아...”

거칠게 내쉬는 숨.

조금이라도 더 움직였다간 이제 슬슬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엘프였다.

아마 이미 체력은 바닥난 상태로 근성으로 움직이고 있는거겠지.

고작 본인의 고집으로 저렇게까지 하는게 신기할 정도지만..

고집이 많은 여자. 싫지 않다.

싫다면 케이트를 이렇게 공략하지 못했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있는 케이트를 한번 스윽 바라보았다.

이녀석도 처음엔 엄청난 고집으로 어떻게든 나에게 공략당하기 싫어했었지.

뭐, 지금은 이렇게 순종적인 여자가 되었지만 말이다.

“계속 와 보라고!!”

근성으로 버티고 있는 주제에 잘도 저런 발언을 한다.

어떻게 되건 난 모른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나머지 한 오크를 상대하기 위해 엘프가 달려나간다.

아까 전 자신의 동료들을 물리친 모습에 당황한 것인지 오크는 주춤하며 한걸음 물러선다.

“하앗!!”

강한 기합과 함께 엘프의 주먹이 오크에게 향한다.

퍼억!

주먹이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엘프가 쓰러진다.

1대 다수의 싸움이란 것을 망각한 엘프가 자신의 뒤에 어느새 나타난 오크에게 뒤통수를 내어준 까닭이었다.

이건, 제대로 위험한 상황이로군.

“크윽...”

제대로 뒤통수를 맞아 쓰러진 엘프가 자신의 통수를 때린 오크를 노려본다.

“크르르...”

그런 엘프의 눈빛에도 불구하고 오크는 여전히 그르릉거리며 자신의 등에 차고 있던 도끼를 꺼내든다.

완전히 끝장을 내버릴 속셈이겠지.

“하늘씨. 지금이에요.”

“안 그래도 갈려고 했어!”

오크가 도끼를 드는 모습에 케이트가 나에게 소리친다.

나 역시 이제는 슬슬 위험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으...”

“크오오!!”

도끼를 치켜든 오크의 모습에 엘프가 신음을 지르며 공포의 표정으로 물든다.

오크는 그저 본능만으로 눈앞의 적을 엎애기 위해 그대로 치켜든 도끼를 내지른다.

“읏...!”

채앵!!

이제 마무리라고 생각한 엘프가 눈을 질끈 감자 들리는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오크의 도끼를 내가 검으로 막아낸 소리였다.

“괜찮아?”

“다, 당신은....”

“그래. 조금 늦었다.”

사실은 딱 이런 타이밍을 노리고 온 것이지만.

그런 속마음은 숨긴 채 나는 바닥에 쓰러진 엘프에게 그리 말하였다.

“.......”

엘프에게 말한 뒤 내가 케이트에게 눈짓을 하자 숨어있는 케이트는 작전 성공이라는 듯 내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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