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09. 역시 용사파티에는 엘프가 국룰
* * *
“일단 할 말은 많지만 먼저 저녀석들을 쓰러뜨리고 하기로 할게.”
바닥에 쓰러진 엘프에게 말한 뒤 나는 그대로 최면어플을 꺼냈다.
어차피 저 녀석들에게 내 스펙으로 이길 순 없다.
거기에 이미 엘프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있는 상황.
케이트에게 주변을 쓰러뜨린 뒤 나에게 막타를 치게 해달라고 할수도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바로 최면어플의 힘을 빌린다.
뭐 사실 따지자면 케이트가 녀석들을 쓰러뜨려줘도 괜찮았지만 그건 너무 멋이 없었다.
내가 구해주러 온 것처럼 딱 나타났으면서 주변 정리는 케이트가 모두 하는 상황..
으... 싫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그런 연출은 싫었다.
거기에 그렇게 하면 엘프는 케이트와 나 이렇게 파티에 대한 호감도가 생길 것이다.
파티에 대한 호감도가 아닌, 나 강하늘. 개인 스스로에게 호감도를 올리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해야 나중에 엘프 공략에서도 편할테니까.
“자 어디 한번 나한테 집중해보시지.”
케이트를 구하자 오크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본 나는 손에 든 최면어플을 녀석들에게 보여주었다.
최면어플의 엄청난 점은 상대방이 이 최면어플에 굳이 집중하지 않더라도 슬쩍 보는 것만으로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크르르....”
오크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고, 내가 최면어플을 실행하자 녀석들의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제대로 먹히고 있는 중이군.
오크들의 흔들리는 시선을 본 나는 최면어플의 강도를 올렸다.
보이는 반응으로만 보아서는 이미 제대로 먹혀든 것 같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어디보자 그러면 이제 뭘 명령해보도록 할까.
폭발해라....
같은 명령을 입력한다고 스스로 폭발하진 않을 것 같으니 우선은 잠들어라고 명령해보도록 할까?
거기에 스스로 폭발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에게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잠들어라.’
그렇게 생각한 나는 우선 무난한 잠들어라를 입력하도록 하였다.
“크르.... 크...”
명령어를 입력하자 조금은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하더니 이내 오크가 하나 둘 씩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좋았어. 일단은 잠들게 만들었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으려나?
원래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는 잠든 녀석들 하나씩 찔러서 쓰러뜨리는게 베스트.
그러나 그렇게 하면 멋이 없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원래 남자라는건 그런 것이다.
“흐음...”
“오, 오크떼가 한번에...”
“아냐. 아직 잠시 무기력하게 만들었을 뿐.. 완전히 죽이지 않았어.”
바닥에 쓰러진 오크들을 보며 엘프가 놀라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쓸데없는 폼을 잡았다.
일단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직 생각하지 않았지만 폼은 잡는다.
음... 어떡하면 좋을까.
잠시 그렇게 쓰러진 오크떼를 보며 고민하던 나는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엘프. 너 오크들한테 원한이 많다고 했었지.”
“네..? 네. 그렇긴 했었죠.”
“그래.. 그러면 여기 오크들의 마무리를 너에게 맡겨도 괜찮을까?”
“네?”
나의 제안에 엘프가 놀란 듯 귀를 쫑긋 세우며 나에게 묻는다.
아니,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많은 오크들을 처리하는 것도 귀찮고..
뭔가 이렇다 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마무리용의 폼을 잡을만한 기술이 없었다.
다음에 스킬을 익혀서 생각해두도록 해야지.
어쨌거나, 이렇게 마무리를 엘프에게 맡긴다면, 엘프에겐 나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굳이 내가 마무리 기술을 생각하며 무리해서 폼을 잡지 않아도 괜찮고.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엘프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제, 제가 잡아도 괜찮은건가요?”
“아. 굳이 내가 마무리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경험치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실은 조금 필요하긴 했지만..
엘프를 공략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투자였다.
오크야 나중에도 잡아도 되는 것이고.
나에겐 최강의 파티 케이트가 옆에 있다.
거기에 이 말도 안 되는 치트 능력 최면어플까지 존재하니 굳이 레벨에 목숨을 걸 필욘 없는 것이다.
“확실히... 이 정도의 오크떼를 한꺼번에 무기력화 시킬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건 최면어플의 사기성 때문이다.
결코 나 스스로가 강하다거나 스펙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엘프 스스로가 그렇게 착각해준다고 한다면 이쪽에선 나쁠 것 없었다.
그런 생각에 착각하는 엘프의 반응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그럼 제가 마무리를 해도 괜찮을까요?”
“그래. 마무리를 하고 레벨업을 해서 좀 더 멋진 모험가가 되어서 세상에 알리는거야. 엘프들은 이런 오크따위에게 당하지 않는 강한 종족이라고 말이지.”
“......감사해요.”
엘프의 질문에 나는 쓸데없는 폼을 잡으며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엘프가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음.. 솔직히 이런 엘프들을 토벌한다고 한들 멋진 모험가가 된다거나 엄청난 레벨업이 있는게 아니다.
기껏해야 그냥 이제 슬슬 초보자마을을 떠날 정도 수준의 레벨업이 이루어지겠지.
뭐, 평소보다 수가 많으니 얻는 경험치가 많긴하겠다만.
그래본들 초보자 마을에 나오는 잡몹의 경험치통일 뿐이다.
결국 절대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초보자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
하지만 이미 오크로 인해 머리가 달아아로는 엘프는 그런 생각까지 하진 않겠지.
그리고 나는 이걸로 엄청난 생색을 낼 수 있는데다 이런 경험치를 거저주는 녀석이 약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
다시말해 내가 엄청 고렙이거나 뛰어난 스펙을 가진 녀석이라 생각하겠지.
물론 아니다.
그냥 최면어플과 케이트의 사기성이 결합했을 뿐.
나 시작부터 벌써 다 가진 녀석처럼 되어버렸네.
뭐, 맞긴 하지만.
쿨하게 엘프에게 마무리를 맡기자 당장 쓰러진 오크의 도끼를 주워 바닥에 쓰러진 오크들의 목숨을 하나하나 끊기 시작한다.
그래. 그런 귀찮은 작업은 네가 하도록 해라.
나는 그런 귀찮은 작업보다는... 후훗.
속으로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엘프를 슬쩍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 나중에 뒷풀이라는 명목으로 술집에라도 데려가 진탕 마시게 만들까나.
엘프의 원한이 완전히 풀리는 시점이라 엘프역시 기세를 탄다면 술을 마시는걸 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술에 취한 엘프를 숙소로 데리로 가서...
이런, 벌써부터 그곳이 딱딱해져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엘프의 모습이 너무 매혹적이며 대충 옷 위로 보이는 몸매만을 훑어도 답은 나와있다.
뭐, 그렇게 엘프를 귀여워해주면 케이트가 질투하려나?
이제 완전히 나에게 넘어온 케이트가 엘프만 데리고 있다보면 질투할까라는 생각에 나는 뒤에 있는 케이트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저도 제대로 해주셔야해요!!'
'알았어.'
케이트를 바라보자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잔뜩 볼을 부풀린 채 입모양으로 내게 툴툴 거린다.
그런 케이트의 입모양에 나 역시 소리는 내지 않은 채 입모양으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나 질투해버리네.
이거 엘프를 공략할 때 나중에 케이트도 해준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제대로 최면을 걸어놔야겠다.
지난번 케이트를 공략했을때처럼 절륜에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야.
절륜하지 않은 남자는 하렘을 만들 자격이 없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 나에게 절륜하다라고 최면을 걸고 각인시킨다.
후훗... 오늘밤 기대하라고 케이트.
아니, 물론 가장 먼저 기대해야 하는건 엘프 너지만 말이지..
이런 내 속을 전혀 알지 못하는 엘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후우... 양이 많으니 무기력한 녀석들을 해치우는 것도 힘드네요.”
“확실히 그렇네. 너무 힘들면 말해. 도와줄테니까.”
“아뇨... 이렇게 와주셔서 도와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래?”
힘들어하는 엘프를 위하는 척 나는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호감도를 올리는 파트.
호감도와 안심도가 올라가야 나중에 엘프에게 술을 먹일때도 안심하고 많이 먹겠지.
“그러고보니 다른 분은 어디가셨나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엘프가 이제 생각난 것인지 자리에 없는 케이트에 대해 물었다.
“아. 케이트 말이지. 아무래도 오크떼가 너무 많아서 말이지. 그쪽도 지금 나머지 오크 처리를 맡아서 하고 있을거야.”
“그런가요.”
“응. 아마 거의 끝났을걸?”
그렇게 말하며 나는 슬슬 케이트에게 모습을 보여도 된다는 눈짓을 보낸다.
이제 나와도 괜찮아.
내 눈짓을 읽은 케이트가 이제 숨어있던 곳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하아.. 하.. 오크떼가 엄청 많아서 힘들었네요. 여기는 괜찮은가요?”
우리 쪽으로 달려온 케이트가 힘든 척 연기를 하며 상황을 묻는다.
전혀 힘들지도 않으면서 잘도 연기하는 케이트였다.
뭐,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나도 엘프에게 잘도 연기했지만.
“네. 동료분께서 오크들을 무기력화 시켜주셔서 다행히도 잘 해결했어요.”
“잘됐네요~”
케이트의 연기에 금세 속은 순진한 엘프는 밝은 미소와 함께 나를 칭찬하며 그렇게 말하였다.
음... 제대로 호감도는 오른 것 같네.
그러면 나중 뒤풀이도 제대로 해보도록 할까?
“그러면 이제 퀘스트도 완료했으니 길트로 돌아가도록 해요.”
“그럴까요? 그런데 주변을 보니 사람들이 없네요.”
“이제 다 처리했으니 빨리 보상을 받으러 돌아간 것 아닐까요?”
“이렇게 많았는데 전부 저에게 맡기고 가버린 건가요. 제가 다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나...”
뭐, 케이트의 결계에 의해 보이지 않았으니 다른 모험가들은 진작에 다 처리한 줄 알았겠지.
“그만큼 엘프씨의 싸우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나보죠.”
“헤헤... 그런가요?”
그런 사실을 모르는 엘프에게 나는 슬쩍 엘프를 띄워주며 말하고는 얼른 길드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자, 그러면 돌아가고 나면 메인 이벤트 시작이다...!!
.............
“오늘은 먹고 마시는거에요~!!”
“그래.”
“좋아요.”
토벌 퀘스트를 완료한 후 보상을 얻은 우리는 술집에 모여 건배를 하였다.
엘프 역시 꿈에 이루던 오크 토벌을 완료한 것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들뜬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잔을 기울였다.
“하아~ 염원을 이뤘네요.”
“뭐, 이렇게 토벌해봐야 또 나오겠지만.”
애초에 근방의 오크들을 토벌한 것일 뿐이고.
초보자 마을의 오크들을 없앤 것이라 에로 동인지에 나오는 오크들은 따로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원흉은 그런걸 그리는 작가들이니 인간이 문제인 거지만.
“자자~ 그러지 말고~ 아무튼 토벌을 한거니까 좋은게 좋은거잖아요.”
“그래.”
뭐, 본인이 좋다면야 나는 상관 없었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니었고.
오크x엘프 에로 동인지가 사라지는건 나라의 국보가 없어지는 것과 동급의 중대한 사건이니까.
없어지면 안된다.
응원하고 있다고... 오크x엘프 에로책 작가님들.
“아참. 그러고 보니 이제와서 생각난건데 저희 제대로 통성명도 안했었죠.”
“그렇네.”
“안했었네요.”
어차피 능력으로 상대방의 프로필을 읽을 수 있는 케이트야 논외로 치더라도..
엘프와 나는 제대로 된 통성명을 했어야 했는데.
원래 모험가란 제대로 파티를 맺지 않고 한번 퀘스트로 임시 파티를 맺으면 바로 헤어지는 존재다보니 통성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는 엘프를 공략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왜 제대로 하지 않은걸까.
뭐, 사실 내가 공략하는것보다 오크x엘프의 능욕 구도를 기대하고 있었으니 굳이 필요하진 않았었지만.
그리고 엘프인게 중요하지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뭐, 일단은 지금 구도는 다르니까.
거기에 엘프 스스로 통성명을 제안한 것이니 이건 마음을 열었다고 보는게 맞겠지.
굳이 본인 스스로 통성명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저는 보시는대로 엘프! 나이는 비밀, 이름은 아이리스라고 해요.”
“나이는 왜 비밀?”
“인간들이랑 엘프의 나이 기준은 너무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나이가 먹은걸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지?”
“이, 인간으로 따지자면 저도 엄청 젊은 나이거든요!”
“그렇겠지.”
단순히 외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하는 행동을 보면 청소년기의 아이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다시말해 엘프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제 막 청소년기쯤에 들어간 녀석이라고 보면 되겠지.
그리고 나이야 중요한게 아니다.
물론 같은 인간이었다면 조금은 중요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여기는 이세계에 저쪽은 엘프.
원래 엘프의 나이는 따지는 게 아니다.
“그럼 나는 초보 모험가, 이름은 강하늘. 마찬가지로 나이는 비밀로 해두지.”
“그쪽은 왜 나이를 비밀로 하는건가요?”
“뭐, 굳이 나이를 알든 모르든 상관없잖아?”
“뭐, 그건 그래요.”
솔직히 말해 나도 환생한 것이라 정확한 나이를 말하기는 어려웠다.
이게 원래 내 몸을 그대로 이어준게 아니거든.
은근히 살짝 젊은 몸으로 돌려준거라 보이는 나이와 달리 속은 약간 아재라는 말이지.
“저는 케이트라고 해요. 저도 마찬가지로 나이는 비밀. 하늘씨와 파티를 맺은 초보 모험가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오크를 토벌할 때 보니까 실력이 상당하시던데 왜 두분은 아직 초보 모험가..”
아이리스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본다.
“뭐, 아직 제대로 모험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
모험가 라이센스를 딴지 이제 막 일주일? 조금 넘은 수준이다.
그런 녀석들이 초보 모험가를 벌써 지워버린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뭐, 그렇다고 하기엔 일주일만에 오크 토벌에 나서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그러면 애초부터 스펙이 엄청 높은거군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이리스의 질문에 나는 옆에 있는 케이트를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뭐, 이쪽은 그저 평범한 스텟에 모험가이긴 하다만.
굳이 이러쿵 저러쿵 따질 필요는 없었다.
“그런거였군요. 그러면 그렇게 강력한 사람들이 제가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을동안이나 시간을 낭비한 정도니 오늘 오크 토벌에서 엄청 잡으셨나보네요!”
“어.. 으음...”
솔직히 말해 내가 잡은 오크는 한 마리도 없다.
그래서 오늘 오크토벌을 끝낸후 뭔가 보수를 받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만 뭐 어쩌겠는가.
참가도 했고, 눈앞에 이렇게들 내가 싸움에 관여한 흔적은 있는 증인들이 많은데.
카운터 누나 역시 내가 케이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보구나 이런 생각으로 보수를 줬을 것이다.
뭐, 그러는 케이트 역시 한 두 마리정도나 잡았지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대단해요. 저도 그렇게 스펙이 높아지고 싶어요!”
“뭐, 열심히 레벨업하다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아까부터 말하지만 나는 스텟이 그리 높지 않다.
최면어플이 없다면 아이리스에게 1대1로 무조건 질 자신이 있다.
어째선지 행운 스텟은 평균보다는 높은 것 같지만..
지금까지 있으면서 이 행운 스텟이 평균보다 높은 것의 혜택을 본 경우는 없었다.
“뭐, 그러면 통성명도 끝났고 오늘은 기쁜날이니 얼른 마시자구요!”
아이리스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자 아이리스는 다시 잔을 치켜들며 들뜬 상태로 우리에게 말하였다.
“그래. 일단 얼른 마시자.”
들뜬 모습으로 하는 아이리스의 건배에 나 역시 같이 건배를 하며 술을 들이킨다.
지금은 이렇게 어울려주지만 나중에 적당히 취기가 돌면 슬쩍 슬쩍 물로 바구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케이트에게 알지? 라는 눈짓을 한 번 주었다.
케이트 역시 이런 내 눈짓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와 함께 잔을 기울였다.
“푸하아...”
이런 우리의 계략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리스는 잔뜩 들어있던 술을 그대로 원샷해버리고는 다음 잔을 주문한다.
그래. 계속 그렇게 마시도록 해라.
아이리스의 음주에 케이트와 나는 계획대로 되어가는 상황에 슬쩍 미소를 지으며 아이리스와 함께 술판을 벌였다.
“으...”
“취했어?”
“안 취해써여!!”
“응. 그렇구나.”
취했네..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잔뜩 신이 난 아이리스는 계속해서 술을 들이키다 완전히 붉어진 얼굴을 한 채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럼 더 마실거야?”
“으음...”
이제 완전히 취해버린 아이리스의 모습을 보고서도 나는 전혀 말릴 생각 없이 아이리스에게 한잔 더 권유하였다.
취하면 취할수록 이쪽은 더 괜찮다.
저쪽이 제대로 취해버리면 굳이 최면어플을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이런저런 짓을 할 수 있으니까.
“으우...”
“일단 물부터 마시자.”
조금 괴로운 듯 신음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나는 우선 물을 한 잔 건네주었다.
취하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이성은 있으면 좋달까.
완전 꽐라가 되어 뻗어버리면, 그냥 자고 있을 때 따먹는 것과 다름없지 않는가.
취해서 약간 이성이 없을 때 먹는 것과 잘 때 몰래 먹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반응이 전혀 없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취할땐 취하더라도 약간의 정신은 있었으면 한다.
“그러면 어떡할까. 여기서 끝낼까?”
“으음...”
한 잔 정도는 더 마시게 냅둘까 생각하다 이제 슬슬 정신을 놓을 것 같은 아이리스의 모습을 보곤 나는 그렇게 묻는다.
아이리스 역시 이런 나의 제안에 고민되는 듯 물을 마시며 풀린 눈으로 술잔을 바라본다.
“아직 더 마실쑤...”
“음. 없겠네.”
여기서 더 마시면 정신이 날아가는건 둘째치고 그 자리에서 토할 것 같다.
구토하는 뒤치다꺼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엘프와 구토의 콜라보라니..
그런 장면을 보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친다.
“자자. 얼른 가자구요.”
“으웅... 더 마씰수 잇눈데에..”
어떻게 봐도 더 마시면 절대로 안 될 모습이었다.
왜 술을 많이 마신 녀석들은 더 마실수 있다는 허세를 부리는 것일까.
나는 술을 많이 먹으면 구토가 자주 올라오는 편이라 이해할 수 없는 습관이었다.
아니, 보통 토가 쏠리거나 배가 불러서 더 못 마시겠다 이러지 않나.
뭐, 내가 주로 소주로만 거의 마셔서 그런건가.
여기 술집에서 나오는 술은 맥주나 포도주 등 소주보다 쓰지도 않고 나름 맛있는 술들이었으니..
적당히 술이 마시고 싶지 않아도 음료로서 마시기에 좋긴 했었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꽐라가 될 정도로 마시고 싶은 마음은 아닌데 말이야..
케이트가 부축하는 아이리스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럼 하늘씨. 대충 저희 숙소로 데려가면 되는거겠죠.”
“음, 뭐. 아이리스가 다른 숙소가 있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지.”
어차피 아이리스 역시 모험가.
따로 이 마을에 집을 두고 살 것은 아니기에 여관을 이용하겠지.
거기에 어차피 그런 목적으로 술 파티를 벌인 것이니 데려간다고 문제 될 거야 없었다.
“그러면 얼른 가도록 하죠.”
“그래. 얼른 목적을 이뤄야지.”
“으우우...”
슬쩍슬쩍 미소를 지으며 아이리스를 부축하는 케이트와 나의 모습.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보면 2인 유괴범? 납치범?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어떤 의미로 보면 맞긴 하지만.
“이렇게나 꽐라가 되버리면 제대로 반응이나 하려나요.”
“너무 취한 것 같으면 케이트 네가 숙취를 해소해주는 마법 같은거 사용해주는 거 없어?”
“아무래도 마법중에 숙취해소는 없는데요.”
“그건 좀 아쉽네..”
“뭐, 너무 취해서 제대로 못할 것 같으면 아이리스 대신에 제가 하늘씨를 상대하도록 할게요.”
“어쩔 수 없는 표정이 아니라 조금 기뻐보이는 모습 아니야?”
“그쪽이 기쁘니까요.”
“숨김이 없구만.”
“솔직한건 좋은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케이트는 내게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솔직하지 않았으면서..
그런 태클을 걸며 나는 케이트와 함께 아이리스를 우리가 항상 묵는 숙소로 이끌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