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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어플을 얻었으니 마왕을 따먹으러 가자-17화 (17/44)

〈 17화 〉 16. 수인을 찾으러 떠난다.

* * *

“흐읏... 헤에에..♥”

“형님? 이 녀석 웃는데요?”

“그 드립은 치지마. 죽은 것 같잖아.”

아이리스의 조교가 끝난 후 위험한 드립을 치는 케이트에게 태클을 날렸다.

아니, 그런 드립은 치는게 아니라고 이녀석아.

어쨌거나 어제의 아이리스의 태도에 꽤나 열받은 나는 그날 저녁 최면어플로 아이리스의 감도를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다.

그렇게 안 그래도 경험이 얼마 없는 아아리스는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뭐, 대충 이 정도 알려 줬으면 아이리스도 잘 깨달았겠지.”

“후훗. 우리 주인님 화나면 무서운 사람이라구요~”

“조교에 진심인 편이지.”

실신한 아이리스를 보며 우리는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말장난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럼 다음 여행지로 가보도록 할까.”

“좋아요~!”

“그, 그러도록 해요.”

아이리스를 조교한 뒤 많이 순종적이게 된 아이리스는 슬쩍 슬쩍 눈치를 보며 내 말에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기를 죽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뭐, 나중에는 오히려 좋다고 할거니까 내버려 두도록 하자.

아니지. 케이트는 이런 내 조교를 다 받아들일 만큼 능력치가 높으니까 저렇게 해맑을 수 있는 걸까.

역시 일단은 최면어플 조교는 잠시 봉인하도록 하자.

위험한 싸움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역시 잠자리 조교는 어플의 힘보다는 스스로의 힘을 쓰고 싶다.

“옆 마을까지의 이동은 어떻게 하면 될까.”

“제가 텔레포트로 이동시켜 드릴까요?”

“아니, 그러면 모험의 맛이 안 살잖아.”

“하긴 모험하면서 만나는 인연들이 재미있는 법이니까요.”

“그, 그리고 레벨업도 중요해요..”

“음.. 확실히. 케이트는 몰라도 아이리스 너랑 나는 레벨업이 중요하지.”

아이리스의 지적에 나는 다시 한 번 카드를 꺼내 내 능력치를 확인해보았다.

이름 : 강 하늘

직업 : 모험가

성별 : 남

힘 : 34

민첩 : 45

방어력 : 30

마나 : 20

행운 : 60

음... 역시 아직 레벨 7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능력치 정도가 별로 높진 않았다.

지난번 오크 토벌 때 폭렙을 할 수 있었는데 그걸 전부 아이리스에게 줘버렸으니.

최근 자금을 위해 퀘스트를 한다고 2렙 정도 올린 게 이 정도였다.

그런데 나 힘이나 방어력보다는 확실히 민첩이 좋네.

역시 케이트에게 빈사상태를 맡기기 위해 도망다니는 걸 반복해서 그런가.

그리고 그에 비해 마법은 전혀 익히질 않으니 마나통은 현저히 낮다.

그리고 이 이해할 수 없는 행운 스텟.

행운은 뭐가 이렇게 높은 거야?

“케이트.”

“네. 주인님~”

“여기 행운 스텟은 어디에 좋은거야?”

“어디에 좋냐뇨. 당연히 행운 스텟이 높으면 운이 좋은거죠.”

“아니,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디에... 뭔가 행운이 높아야 스킬의 명중률이 올라가거나 하는 장치라도 있어?”

“음... 기본적으로 스킬보다는 도박이나 몬스터 드랍률 정도? 전투에 특화된 능력은 아니에요.”

“그렇다는건 모험가에서 사기꾼같은걸로 다시 전직해야 하는걸까..”

“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야바위꾼이나 사기직종으로 해서 돈이 다 털린 여자들을 끌고 가는거죠.”

“아니.. 너 나를 뭘로 만들 작정이야.”

“주인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나요? 에로책 같은걸로 따지면 도둑질을 하다니 벌을 주마!! 같은 사람으로...”

“풋...!”

“어이. 아이리스....”

“......아, 아니에요. 우, 웃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진짜로 아, 아니에요오.. 주인니임...”

케이트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아이리스를 차갑게 부르자 아이리스가 울먹이며 말한다.

그렇게까지 조교가 무서운건가.

갑자기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며 조교는 더 이상 안된다는 듯 애원해온다.

아니, 진짜로 화난건 아니고 그냥 이런 전개여서 한 번 차갑게 불러봤더니 저런 반응이라..

얼른 조교에 대한 PTSD를 없애기 위한 조교를 하자.

오늘밤 조교는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조교를 해야겠다.

“아앙~ 반항은 제가 했는데 아이리스에게만 벌을 줄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너는 벌을 주면 기뻐하잖아.”

“평소랑 다르게 난폭해진 주인님... 하아..”

이 녀석에게 벌을 주기는 글러 먹었다.

뭐, 최면어플로 감도든 뭐든 조종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아예 방치하는 식의 형벌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이야기가 좀 샌 것 같은데 우리 그러면 다음 마을은 어떻게 가도록 할까?”

“음... 텔레포트는 쓰지 않기로 했으니까.. 역시 걸어가는 걸까요?”

“걸으면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을까.”

아무리 근처의 마을이라 하더라도 걸어간다고 한다면 일주일은 넘을 시간이었다.

“가다가 화나면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되잖아요.”

“중간에 그런 꼼수는 싫단 말이지.”

이왕 한 번 시작할거라면 중도포기로 끝내긴 싫었다.

“마차를 타면 어떨까요?”

“마차라.”

아이리스의 제안에 나는 눈을 반짝이며 크게 호응해 주었다.

그래. 이세계하면 마차지.

현실 세계에 있을 때 마차라고는 어릴 때 회전목마의 마차밖에 타본 적이 없다.

기와 이세계로 온 거 그렇게 마차라도 즐겨보는건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좋은 판단인데. 아이리스.”

“헤헤...”

내가 칭찬하자 아이리스가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역시나 평범한 녀석답게 훌륭한 제안이었다.

이세계에서 넘어온 나랑 여신이라 현실 감각이 없는 케이트로는 나올 수 없는 방안이었다.

아니, 내가 조금만 더 생각했으면 나올 수도 있는 방안이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금방 마차의 제안이 나오지는 않았겠지.

“그럼 마차를 타도록 할까.”

“그 정도의 군자금은 있으세요.”

“보통 마차가 얼마정도 하는데?”

아직 이세계 금전 감각이 제대로 박혀있지 않은 나는 시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음... 마을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일인당 20G정도 하려나요?”

“20G라...”

숙박이 10G인 것을 생각하면 꽤나 높은 금액이었다.

심지어 왕복도 아니고 편도로 그렇게 간다고 생각한다면...

확실히 마차는 비싼 편에 속하는구나.

뭐, 그래봐야 꿀사과를 잔뜩 따서 이미 돈은 많이 벌어놨지만.

거기에 몬스터 처치나 지난번 오크 토벌 등으로 모아놓은 돈이 꽤 되었으니 돈 걱정은 없었다.

“역시 조금 모아야 할까요?”

“아니, 이미 충분히 모여있어.”

대략 1000G정도.

생각해보니 이거 숙박이 10G에 마차 20G 이런 수준이면 의외로 많이도 모아놨구만.

하긴 어차피 하는 거라곤 항상 퀘스트 달성 후 술집에서 식사. 그리곤 숙박하며 케이트와 밤일.

이게 끝인 생활이었으니 따로 돈 들일이 없었다.

지난번 내 장비를 맞춘다고 조금 돈이 들긴 했지만 그게 들어서 이정도나 남은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모으며 생활한거야.

“꽤 넉넉하게 있는 모양이네요.”

“뭐, 굳이 따로 사용할 일이 없었으니까.”

“.....알 것 같아요.”

요 몇 일간 우리와 함께 생활한 아이리스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의 생활 패턴을 안다면 모이지 않을 리가 없겠지.

어차피 케이트가 먼치킨이니 우리는 무조건 보수가 쎈 걸로만 퀘스트를 받는다.

그리고 나서 쓴다는건 식비에 숙박비가 전부.

나머지 시간은 밤일 쪽에만 힘을 쓰니.

“그러면 바로 마차를 타러 가면 될 것 같아요.”

“마차는 어디 있어?”

“저를 따라오시면 돼요.”

“아이리스가 파티가 되어서 다행이네.”

“저, 저도 쓸모 많아요!”

“알고 있어.”

길안내를 시작하는 아이리스를 칭찬하자 케이트가 곧장 질투한다.

그런 케이트를 진정시키며 나와 케이트는 얼른 아이리스가 안내하는 마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여기에서 마차를 고르시면 돼요. 역시 사용하는 말이나 마차의 안정성, 규모에서 가격차이는 좀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단 말이지...”

아이리스의 설명을 들은 나는 잠시 마차가 줄줄이 있는 곳을 둘러보고는 바로 아이리스에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 가장 비싼걸로.”

크으... 현실에 있을 때 한번 해보고 싶었던 말이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 이세계에서 이루리.

“비, 비싼거요?”

“그래. 어차피 마차비가 비싸봐야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게다가 부족하면 다시 퀘스트를 받으러 가서 돈을 충당해오면 그만이다.

어차피 하루에 퀘스트 하나정도나 받는데 많이 부족하다 싶으면 케이트와 함께 싹쓸이하고 오지 뭐.

“으음.. 그치만 제일 비싼 이 흑마차 가격이 1인당 200G정도 되는데...”

“그거라면 문제 없네.”

인당 200이라면 셋 합쳐봤자 600G.

그렇게 플렉스를 하고도 400이 남는 돈이었다.

“그, 그렇게나 많이 모아두셨어요.”

“응. 어차피 보수는 항상 많은 것으로 받으니까.”

그건 그렇고 아무리 좋은 마차라지만 가격이 꽤 나가네.

아이리스가 말한 일반 마차 가격이 20인 걸 생각했을 때.

이 흑마차라는 건 200이면 무려 10배의 가격차이다.

뭐가 그리 다른걸까.

아이리스의 가격 설명에 나는 이 흑마차의 가격이 나가는 이유를 알기 위해 잠시 흑마차를 둘러보았다.

호오...

검고 윤기나는 흑발을 가진 흑토마.

확실히 검고 쎄보인다.

말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라면 거의 주인공의 라이벌쯤 되는 녀석이지 않을까.

거기에 이렇게 강해보이는 말이 4마리에 뒤에 보이는 마차 역시 견고해보였다.

다른 일반 마차들이 나무로 적당히 때운 것에 지붕이 없는 것들도 있다면 이 흑마차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에 검은 칠. 거대한 바퀴까지.

다른 것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보이는 마차였다.

마치 현대로 따지면 이게 리무진 같은걸까. 아니면 스포츠카?

“좋아. 그러면 이걸로 타도록 하지.”

“엄청난 사치네요.”

“초보자마을에 이게 있다는건 그걸 타주는 사람도 있어야지.”

“알겠어요.”

완전히 FLEX하는 기분으로 조금 들뜬 채 아이리스에게 말하자 아이리스는 마부를 부르러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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