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17. 수인을 찾으러 떠난다.
* * *
“편안하네.”
“그러네요.”
“여기서 한 판 해도 편안하겠어요.”
“그런 건 생각도 하지 마라.”
아이리스가 마부를 데려온 뒤 마차에 탄 우리는 가죽으로 된 시트의 편안함을 느꼈다.
역시 돈이 비싸니까 그 값을 한다.
“야외노출엔 흥미 없으세요?”
“있는게 이상한거 아니냐.”
“역시 그건 좀...”
케이트의 아쉽다는 발언에 나와 아이리스가 반박한다.
아니, 야외노출이 왜 이상성욕이겠어.
정상적인 것과는 다르니까 이상성욕인 것이다.
뭐 다들 하나쯤 그런 이상성욕을 가슴에 품고 살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야외노출엔 흥미가 없었다.
“두근두근해서 기분 좋을 것 같은데...”
“두근두근한건 몬스터와 싸우는 것 만으로 충분해요.”
“그러면 케이트에게는 해당이 안되겠지.”
이미 먼치킨 능력자가 몬스터와 싸우는 것에 두근거리겠는가.
확실히 그런 의미에서 케이트가 두근두근할 것은 야외노출정도겠네.
“최면어플로 감도라도 조정해줄까?”
“네?”
“덜컹거릴때마다 느끼면 그것도 오싹오싹하지 않겠어.”
“호오...! 멋진 아이디어인데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케이트의 무감각해진 상황에 해답을 생각하다 말하자 케이트는 흥미가 돋는지 눈을 반짝인다.
옆에 있는 아이리스는 바로 태클을 걸어오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본인이 좋다는데 아이리스가 왜 태클을 거는가.
케이트의 반응에 나는 당장 최면어플을 실행시켜 케이트의 몸 감도를 10배로 올린다.
“아...♡ 이건..”
“좋아?”
“너무 좋아요~♡ 더, 좀 더 올려주실 수 있나요?”
“역시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케이트의 감도를 올리자 별로 느껴지지 않는 덜컹거림에도 민감해졌는지 케이트가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반응을 보며 아이리스는 다시 태클을 걸었지만 역시나 무시한 채 케이트의 감도를 30배로 올린다.
“흐으으...♡ 이, 이거언...♡”
“흐음... 너무 올렸나?”
“역시 아닌 것 같다고 했잖아요.”
“아이리스. 자꾸 그렇게 태클을 걸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을텐데?”
“히잇...!”
옆에서 쫑알쫑알 시끄러운 아이리스 역시 어플을 통해 감도를 30배로 올려주었다.
“흐아아앙..♡”
“자꾸 반항하면 어떻게 된다고?”
“죄, 죄송해요... 제, 제가 잘못했으니까아... 흐읏♡ 머, 멈춰주세요..”
아이리스의 감도를 올리자 역시나 케이트보다 약한 아이리스는 그대로 쓰러져 나에게 원래대로 돌려달라 애원한다.
흐음... 조금은 낮춰주도록 할까.
내게 애원하는 아이리스의 반응을 보며 약간 동정심을 느낀 나는 감도를 10배로 낮춰 주었다.
“흐으..♡ 조, 조금 낮춰지긴 했는데.. 역시.. 조금 강한 것 같은데요..”
“자꾸 옆에서 태클을 건 벌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있어.”
“그런....”
나의 말에 아이리스가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런 반응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이건 모두 본인이 자초한 것.
주인님이 노예에게 내리는 벌 같은 것이다.
경치가 좋구나.
옆에서 느끼는 두 여자를 뒤로 한 채 나는 창밖의 경치를 느긋이 구경하였다.
“여, 역시 멈춰주시면 안될까요오...”
“하앙..♡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높아진 몸의 감도에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아이리스와 케이트.
개인적으로 어느쪽이 취향이라고 묻느냐면 애원하는 아이리스쪽이 좀 더 취향에 가까웠다.
뭔가 여자애가 내게 애원하는 모습은 좀 더 괴롭히고 싶은 가학심이 발동하니까 재밌다.
뭐, 그렇다고 저렇게 즐기고 있는 케이트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파티에 야한 캐릭터 한 명 정도는 있어주는게 국룰이니까.
“이, 이러다간... 나중에 몬스터를 만났을 때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버리겠어요.”
“괜찮아. 케이트에게 맡기면 돼.”
“케, 케이트씨도 저런 상태인데 뭘 믿고 맡긴다는거죠..?”
“하아앙♡”
“........”
그것도 확실히 그랬다.
슬슬 그만두도록 할까.
잠시 생각을 하다 나는 역시 그래도 이렇게 비싸게 돈을 준 마차가 그리 쉽게 습격 당할까라는 생각이었다.
“음... 뭐, 나중에 습격을 당하면 그때가서 중단해도 괜찮으니까.”
“너, 너무해요.. 여, 여자는 민감한 감각이 오래 지속된다구요...”
“그런걸 이겨내면서 싸우는 모습.. 꼴리지 않아?”
“주인님만 그런... 히잇!! 아, 알았어요. 조용히 있을게요오..”
또 말대답 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내가 잠시 노려보자 분위기를 읽고 바로 입을 다문다.
그래. 잘 생각했어. 나도 모르게 감도를 조정해서 감도 10배에서 20배로 올려버릴 뻔했지 뭐야.
“그건 그렇고 이렇게 그냥 멍하니 있는 것도 의외로 지루하긴 하네.”
뭔가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려나.
보통 소설에서 보는 마차 장면들을 보면 이럴 때 도적이 습격한다거나 몬스터의 습격을 받거나 한다.
몬스터를 만나면 경험치를 얻으니 좋은거고.
도적을 만나면 거기에서 또 도적 중 예쁜 여자아이가 끼여있던가 하지 않을까.
남자들만 있는 도적떼들도 있지만, 그런건 낭만이 없다.
역시 도적떼들 중 끼여있는 여자를 공략하는 그런 낭만정도는 있어야 하는게...
덜컹
“흐야아아앗♡♡”
“하아아아앙♡”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갑작스러운 마차의 덜컹거림과 함께 흑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히이이잉!!”
“갑자기 무슨 일이죠?”
“도, 도적떼가 나타났어요!!”
“아자!!”
“??”
도적떼가 나타났다는 마부의 외침에 내가 기뻐하니 마부가 이상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건 내가 원했던 전개이기에 오히려 좋았다.
어디 그러면 이제 슬슬 여자들의 감도를 정상으로 만들어주도록 할까.
아니지. 오히려 빨리 원 상태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감도를 아예 정상보다 낮춰 버린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최면어플을 조작해 두 여자들의 감도를 10배 낮춰버렸다.
“아... 엄청 편해졌어요.”
“으웅... 아쉽네요.”
낮아진 감도에 역시나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아이리스와 케이트였다.
“그러면 뭐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도적떼가 나타났다고 들었어요.”
느끼느라 듣지 못한 케이트가 묻자 엘프 특유의 뛰어난 청력으로 상황을 들은 아이리스가 대답해주었다.
아니, 이건 청력이랑은 상관 없는거려나.
어차피 마부가 큰 소리로 외쳤으니 느끼는거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케이트 이 녀석 오로지 높아진 감도에 느끼는 것만 집중하고 있었네.
“적은 대략 다섯 정도 되는 것 같네요.”
“호오. 그런 것도 알 수 있는거냐?”
“아무래도 청각이 좋으니까요.”
청각이 좋으면 그런 것까지 느낄 수 있는건가.
나도 다음에 최면어플로 내 청력을 좀 조정해봐야겠다.
생각해보니 이거 청력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엄청난 치트능력이잖아.
다시금 최면어플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쿠헤헤! 우리가 나타난거면 뭔지 잘 알고 있겠지? 가진 것 다 내놓으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우리쪽으로 다가온 리더처럼 보이는 녀석이 삼류악당의 대사를 말한다.
진짜 약해보인단 말이지..
“어...!”
도적답게 단검들을 꺼낸 무리가 이쪽으로 다가오자 케이트가 무언가 눈치챈 듯 큰 소리를 내었다.
“뭐야? 케이트. 뭐가 있어?”
“주인님이 좋아하는 수인이 있는데요?”
“호오라?”
“이런 상황에서 기뻐하는 건가요?!”
케이트가 말하자 반색하는 내 모습에 아이리스는 태클을 건다.
“하지만 수인이라고? 역시 수인이라면 도적인건가. 어떤 수인이냐? 고양이귀? 강아지귀?”
개인적으로 도적 수인이라고 하면 고양이귀가 먼저 떠오르지만.
강아지귀를 가진 수인도 나쁘지 않다.
고양이귀도 복슬복슬 하지만 강아지 귀 역시 복슬복슬한데다 특히 그 꼬리가..
“전혀 위기감이 없으시네요.”
“있을 필요가 있냐?”
“제가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
수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역시나 또 한번 태클을 거는 아이리스.
그런 아이리스에게 케이트가 말하자 케이트는 분하지만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뭐, 굳이 케이트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 최면어플로 쟤네들 전부 쓰러뜨릴 수도 있지만.
일단 최면 어플을 실행시켜서 녀석들한테 보여주기도 해야되고 귀찮다.
어차피 옆에 케이트가 눈짓만으로도 전부 쓸어버릴 수 있는걸.
“그래서 수인은 어떤 녀석이냐?”
“음... 그게 말이죠~”
우리가 이렇게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는 도적들이었다.
친절하셔라.
잠시 도적떼를 바라보던 케이트는 수인을 찾은 듯 맨 오른쪽 후드를 쓴 녀석을 가리켰다.
“쟤가 수인이네요.”
“종류는?”
“여우네요.”
“여우라니..”
강아지랑 고양이 중 하나를 생각했는데 갑자기 여기서 여우가 나온다고?
뭐, 확실히 여우라고 한다면 도적이랑 은근히 맞는 부분도 존재하니까.
거기에 여우는 왠지 고양이 이미지인데 알고보면 개과니까 말이지.
여우는 사실 고양이와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최적화 된 짬짜면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래. 그러면 명령을 내려도 괜찮을까.”
“네. 언제든 말씀만 해주세요.”
“저기 수인 빼고는 전부 쓸어버려.”
“분부대로.”
여우 수인을 기대하며 옆에 있는 케이트에게 명령하자 케이트는 내 명령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이제 끝났어.
“뭘 그렇게 여유롭게 있는거냐? 하. 설마 너무 무서워서 굳어버린...”
콰앙!
우리의 모습을 보며 리더가 말하는 중.
내 명령을 받아들인 케이트는 리더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그대로 리더가 있는 바닥을 폭발시켜버렸다.
“뭐, 뭐야!”
“초보자 마을 녀석 중에 이런 녀석들이 있어?!”
“말도 안 돼! 캐스팅도 안 하고 마법을 쓰는 건 이상하잖아!!”
케이트의 마법에 바로 혼비백산이 되어버린 도적떼.
그러나 이제와서 후회하는건 이미 늦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