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면 어플을 얻었으니 마왕을 따먹으러 가자-20화 (20/44)

〈 20화 〉 19. 수인을 찾으러 떠난다.

* * *

“으우... 뭔가 진짜 악당이 된 기분이에요.”

“그런 생각하지 마. 아이리스. 이런 말도 있잖아. 정의의 반대말은 악이 아니라 또 다른 정의다.”

내가 말하자 아이리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납치한 게 정의란 말인가요..”

“귀여운 건 정의!”

그런 아이리스의 말에 케이트가 끼어들어 드립을 날린다.

“무슨 상관인가요!”

수인을 마차에 태운 뒤 다음 마을을 이어가는 마차 안에서 우리는 그런 농담을 이어갔다.

여전히 수인은 겁을 먹은 듯 몸을 움츠린 채 우리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어디, 그러면 그쪽의 이름을 한 번 들어보도록 할까?”

“.......”

수인의 프로필을 조금 알아보기 위해 나는 이름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겁먹은 채 아무런 말이 없다.

흐음..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나.

케이트를 통해 이름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렇게 알아내면 수인은 더욱 더 겁을 먹지 않을까 싶었다.

“흐음... 이렇게 말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겁에 질린 것부터 풀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일단 육포라도 주면 좋아하려나.”

“그런.. 애완견 다루듯이...”

육포를 어디서 구해야할지 고민하자 곧장 아이리스가 태클을 걸어온다.

“저 여우랑 친해지는 방법 잘 알아요!”

“뭔데?”

너무도 자신만만한 케이트의 모습에 나는 조금 기대하며 케이트의 말을 기다린다.

“우선 이 수인을 풀밭에 앉혀요. 그런뒤 조금 떨어져 앉아서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가 조금씩 가까이 앉는...”

“어린 왕자 아니다.”

이번엔 내가 태클을 걸어버렸다.

그거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 길들이는 방법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의 친해지는 건 어린왕자에서나 통하는 거니까 말이지..

“역시 그냥 주인님의 최면어플로 세뇌시키는게 좋지 않나요?”

“최면 어플로 감도를 조정하거나 무감정하게 만들 순 있어도 역시나 세뇌하는건 힘들지 않을까..”

“아니면 상식 개변 같은거 있지 않아요?”

“어...?”

케이트의 말에 나는 최면어플을 열어 메뉴를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최면물들을 보면 그런 기능들도 있었었지.

여기 이 최면어플에도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메뉴를 조금 둘러보자 오른쪽 구석에 제대로 박혀 있었다.

상식 개변이라 쓰여있는 메뉴가.

“있네. 이번에 또 새로운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있겠네.”

“헤헤. 저 도움이 됐죠?”

“그래. 잘했어.”

상식개변을 발견하자 케이트가 칭찬해달라는 듯 다가왔다.

나는 그런 케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얼른 최면어플을 작동시켰다.

“어이. 수인.”

“.......!!”

수인을 부르자 흠칫 놀라며 내 쪽을 겁에 질린 채 바라본다.

그런 수인의 눈앞에 나는 작동시킨 최면어플을 들이밀었다.

“여기를 제대로 봐라.”

“.........”

최면어플을 들이밀자 수인은 그대로 눈에 빛을 잃으며 서서히 최면에 빠져들어갔다.

“좋아. 그대로 바로 명령한다. 음...”

잠시 어떤 명령을 내릴까 고민하던 나는 이내 생각을 마치고 수인에게 명령한다.

“너는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당연하다. 너는 나를 사랑스러운 오라버니라고 생각한다.”

“여동생 캐릭터가 필요했나요?”

수인에게 요구하는 나의 상식 개변에 케이트가 내게 물어온다.

“아니, 하지만 딱 봐도 귀엽게 생긴게 오빠~ 오빠~ 하면 되게 귀여울 것 같잖아.”

“치사해. 저한테도 언니라고 부르게 만들어 주세요!”

“뭐, 알았어. 어이. 아이리스. 너한테도 어리광 부리게 해줘?”

“저, 저는 그런 비윤리적인...”

“알았어. 그러면 아이리스는 짜증나는 언니로 생각하게...”

“와앗! 저한테도 제대로 어리광부리게 만들어주세요!”

“그러게 왜 튕기냐.”

“죄송합니다아...”

조금 튕기는 아이리스의 반응에 나는 그런 반응을 보이게 만드려다 이내 결국 모두에게 어리광 부리는 것을 상식으로 집어넣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입력은 모두 끝났을테고..

모두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을 상식으로 집어넣은 뒤 우리는 수인의 반응을 기다렸다.

“으웅...”

모두가 수인의 반응을 기다리자 계속해서 입을 다물던 수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아! 오빠~”

내가 먼저 수인에게 말을 걸자 곧장 내 품에 안겨들며 애교를 부린다.

좋네.. 상식개변. 캐릭터가 바로 변해버렸어.

“으웅~ 오빠 냄새~”

“.......”

스윽.. 스윽...

내 품에 안겨 얼굴을 부비거리는 수인의 모습에 나는 바로 수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수인 역시 기분 좋은 듯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그래.. 착하지... 저기 그런데 말이야..”

“응? 왜 오빠~?”

“너.. 이름이 뭐더라?”

귀엽긴 하지만 애초에 목적은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귀여움에 속아서 처음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계속해서 이름을 모르면 나중에 부를 때 불편하기도 하고.

“에? 벌써 잊은거야? 너무해. 루나잖아. 루나. 오빠 벌써 내 이름도 잊은거야?”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며 루나는 삐친 듯 뾰루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하.. 아니, 그냥 순간 생각이 안 나서 그랬어. 순간적으로.”

“히잉... 너무해.. 언니이~”

이런 나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루나는 상처받았는지 곧장 귀와 꼬리를 말고는 아이리스에게 달려갔다.

“어, 으응.. 그래. 정말 못된 오빠지?”

“웅. 오빠 너무해..”

“정말 그렇네~ 이름도 모르고 말이야~ 그렇지 루나.”

어이. 케이트..

은근슬쩍 몰랐으면서 거기에 끼지 마라.

아이리스야 뭐 루나가 안겨들었으니 봐준다고 하지만 너는 틈을 타서 자기는 아닌척 넘기기냐.

이 기회주의자 같으니라고..

자기들끼리 안겨 담소가 시작되는 여자들을 보며 나는 왠지 모를 소외감에 한숨을 쉬었다.

뭐, 그래.. 내가 총대 멨다고 생각하자.

어차피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주인님인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지.

나는 슬..프지 않...다...

그렇게 멍하니 창가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이 하렘 주인인데 어째서 내가 따돌림 당하는 것 같을까..

왠지 슬퍼졌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쉬다가 가도록 하죠.”

역시나 조금 먼 거리다보니 중간에 멈춘 마부가 자리를 잡으며 말하였다.

그래.. 슬슬 날도 어둑어둑해지고 하니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야겠지.

현대시대였다면 그냥 차로 이동해서 하루만에 도착했겠으나.

말의 피로도 생각해야하고, 밤에는 앞을 보기 힘드니 어쩔 수 없다.

“그럼 불을 피우고 임시 숙소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도울 일이 있나요?”

“아뇨. 손님은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훌륭한 서비스였다.

역시 돈이 최고인 것인가.

돈을 많이 내니까 편안한 마차에 편안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세계여도 결국엔 자본주의로 흘러가는구만.

혹여나 케이트를 데려오지 않아 돈이 부족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조금은 두려워졌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확실히 내 스텟의 운이 좋은 건 제대로 내 능력치를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저희는 이제 뭘 하고 있으면 되나요?”

“주변에 구경이라도 할까.”

뭐 주변을 본다고 한들 볼 건 없겠지만.

이세계에서 넘어온 나는 어디건 신기할 뿐이다.

“흐응.. 텔레포트였으면 곧장 넘어가서 숙소에서 편하게 잘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이런 것도 다 운치잖아. 나 만화를 보면서 항상 궁금했단 말이지. 이세계 밤하늘. 그리고 마차를 탔으니 루나를 얻은거잖아.”

“그건 그래요.”

“후에?”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루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러나 내가 쓰다듬어주는 손의 감촉이 좋은지 그대로 기쁜 표정으로 내 손길을 받아들인다.

음. 좋아. 좋아. 이런 애를 얻을 수 있다면 마차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탈 수 있다.

“하아~ 루나 귀여워요~”

내 손길을 만족하는 루나의 모습을 보며 아이리스가 옆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럼 뭐... 주변에 뭔가 할 게 있으려나.”

“아. 손님. 너무 멀리 나가시면 안 됩니다. 일단 여기 길은 닦여서 잘 나오지는 않지만 너무 멀리가시면 몬스터가 나오니까요.”

“그런가요.”

어딜갈지 고민하는 우리에게 불을 지피던 마부가 당부한다.

뭐, 이 근처는 확실히 잘 알지도 못하니.

몬스터는 무섭지 않지만 길을 잃을 위험이 더 크다.

“그냥 밥이나 먹고 잠이나 잘까.”

굳이 뭘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마부가 해주는 서비스를 편안히 받을 생각을 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돈을 많이낸 득이라도 보도록 하자.

어차피 모험은 지금 계속하고 있고, 일단 다음 마을로 넘어가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루나를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았다.

밝은 금발 머리에 조금 쳐져있는 순진한 눈매, 동글동글하니 귀엽고 작은 얼굴에 그렇지 못한 적당히 볼륨있는 가슴.

매끈하게 빠진 다리와 아이리스와 케이트에 비해 작은 키지만 비율이 잘빠졌다.

마지막으로 수인의 가장 큰 특징인 쫑긋 세워진 귀와 복슬복슬해보이는 꼬리.

얼른 다음 마을 숙소로 가서 이 수인의 몸을 즐겨보고 싶다.

하아.. 꼬리가 복슬복슬하니 만지면 무진장 기분 좋겠지?

약속된 전개로 귀랑 꼬리를 민감하다며 느끼는 모습은 어떨까?

배는 쓰다듬어주면 좋아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나는 그렇게 다음 마을에 도착하는 것을 기대하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