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21. 수인을 찾으러 떠난다.
* * *
“그럼 잠시 산책이라도 나가보도록 할까.”
“에? 바로 숙소로 안들어가고요?”
“쉬고 싶은 사람은 쉬고 있도록 해. 나는 그냥 잠시 마을을 둘러보고 올 생각이니까.”
“왜요?”
“왜냐니.”
그래도 나름 새로 온 마을인데 둘러보고 구경도 좀 하고 할 수 있는거지.
뭐, 그래도 구경하는 것 말고 목적도 확실히 있기는 했지만.
케이트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나는 케이트에게 조용히 그 목적을 알려주기로 하였다.
어차피 구경한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테니, 두 번째 목적을 알려주기로 했다.
“오늘 밤에 만월이 떠서 루나의 발정기가 온다고 했잖아.”
“그랬죠.”
“그러니까 발정할 때 섹스하는게 루나도 그렇고 나 역시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소리지.”
“발정한 여자를 좋아하시는건가요?”
“........그건 아냐.”
케이트 네가 365일 발정해있다고 해도 내가 그걸 좋아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왜죠?”
“왜냐니. 수인의 발정기 보고 싶잖아.”
“정말이지. 주인님은 특이 취향이시네요.”
“수인 여자의 발정을 싫어하는 남자가 어딨어. 스스로 달려와서 배만 쓰담쓰담해도 헤으응 거리는데.”
“저, 저도 잘 할 수 있는데...”
“아니, 나는 지금은 수인을 공략하고 싶은거라고요.”
자꾸 그렇게 본인을 어필한다고 한들 나는 이번 파티에 수인을 영입해서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트 설마 이러다 얀데레로 발전하거나 하는 전개로 가는건 아니겠지.
“약간 질투가 나려고 하네요.”
“아니, 루나를 상대한 다음에는 케이트 너도 착실히 상대해 줄테니까.”
“저를 너무 일일퀘스트처럼 취급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하아... 알았어.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요?”
“아이리스.”
“네. 무슨 일이세요?”
케이트와 이야기를 하던 중 나는 루나를 챙기는 아이리스를 불렀다.
“나. 케이트랑 조금 데이트하고 올테니까, 루나 좀 잘 봐줘.”
“데이트요?”
“그래. 간만에 우리 원년 멤버랑 데이트 좀 하려고 하니까. 루나는 쉬고 싶어하고 루나도 챙겨야하지 않겠어?”
“뭐..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좀 부탁할게.”
“알겠어요.”
이런 나의 말에 아이리스는 흔쾌히 루나의 보살핌 담당을 승낙해주었다.
“이러면 됐지?”
“데, 데이트라니...”
“데이트가 뭐 별거 있나. 같이 시내 나가서 거리 좀 둘러보고 시간 같이 보내는게 데이트인거지.”
“주인님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실줄은 몰랐어요.”
“네가 일일 퀘스트 취급한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러면 뭐 소소한 거라도 해줘야지.”
“헤헤... 주인니임~”
머리를 긁적이며 케이트에게 말하자 케이트는 이런 내 이벤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게 안겨왔다.
그래. 이거 참 힘들구만..
앞으로 더 하렘을 늘려갈 생각이었는데 벌써부터 이런 식이면 나중에 인원이 더 늘었을때를 생각한다면 피곤해지겠어.
저번에도 생각했지만 하렘 멤버는 꼭 최소한으로 꾸리도록 노력하자.
뭐, 그래도 이세계하면 엘프랑 수인은 국룰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거였다.
이건 필수 멤버가 맞았다.
아니, 그리고 애초에 아이리스는 케이트 네가 압박을 넣어서 만들어놓고는 왜 그런 반응이냐고..
새로운 하렘멤버를 넣어도 본인과 가장 먼저 섹스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애초에 케이트가 너무 체력이 강해서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항상 마지막에 하는건데..
이건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럼 가보도록 할까.”
“헤헤.. 네. 주인님~!”
수인은 루나였을텐데...
강아지같은 반응을 보이며 내게 꼭 안기는 케이트를 보며 나는 시내로 나가기로 하였다.
“그럼 어디부터 둘러볼까.”
“역시 데이트하면 시장 아니겠어요?”
“데이트가 시장이라...”
뭐, 현실세계에 있는 영화관이라거나 카페라거나 백화점같은 것이 여긴 없다.
그러니 시내로 나간다는 건 즉 시장으로 나간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겠지.
그래. 어디 한 번 그러면 시장으로 가보도록 하자고.
케이트의 제안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케이트와 함께 시장으로 향하였다.
“어때요? 예뻐보이지 않아요?”
“그런걸 추천한다고 한들...”
무슨 반응을 보이면 좋을지 모르겠다.
케이트가 자신의 목에 대며 자랑하는 것은 목걸이.
이게 다른 목걸이들같이 평범한 목걸이었다면 그냥 예쁘다라고 칭찬해줄 수 있었겠지만...
루나를 의식한 듯 케이트가 자신의 목에 걸며 말한 것은..
푸른색의 개목걸이었다.
그런걸 시장, 남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보이면서 묻지 마라.
그런식이면 칭찬이고 뭐고 해줄수 없다.
“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건가요?”
“아니. 그래도 시장에선 이러지 말자. 케이트.”
“저도 나름대로 목걸이가 어울리는 여자라구요!”
“그래도 개목걸이는 아니지....”
케이트가 손에 들고 있는 개목걸이를 내려놓은 채 나는 상인에게 미안하지만 다른 목걸이는 없냐 물었다.
“개목걸이는 저랑 별로라는 건가요. 역시 개목걸이보다는 고양이 목걸이가 어울리려나..”
이거나 저거나다.
뭐가 그렇게 디자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건 방울이 달린 것 이외에 뭔지 잘 알지도 못하겠다.
“여기 짐승용 목걸이밖에 없다고요?”
“네.. 여긴 그런거 취급하는 곳인데요..”
“죄송합니다. 그냥 갈게요.”
“아..! 주인님! 왜 그냥 가는 건가요! 뭔가 좀 더 좋은게 있을거라구요!”
“없어! 일단 따라와!!”
그렇게 강제로 짐승 목걸이 쇼핑을 마친 나는 케이트의 팔을 이끌어 다른 곳으로 향하였다.
“여기 좋은 목걸이 있나요?”
“예, 예쁜 목걸이들 많이 팔고 있죠.”
“케이트. 여기서 네가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강제로 케이트를 이끈 나는 짐승용 목걸이가 아닌 제대로 된 목걸이 상점으로 케이트를 데려왔다.
사람이면 사람답게 일반 목걸이를 착용하도록.
“으음... 이런 목걸이는 줄의 굵기가 얇아서 티가 안난단 말이죠.”
“아니, 줄을 보지 말고 제대로 보석이 박힌 디자인을 보라고..”
확실히 목걸이의 디자인 중 줄도 중요하긴 했지만 가장 핵심은 가운데 있는 보석이 박힌 것이 중요하다.
어째서 가장 핵심을 떠나서 줄의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는건데.
케이트에게 맡기면 답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내가 직접 골라보기로 하였다.
케이트랑 어울릴만한 목걸이가 뭐가 있으려나..
여러 가지 형형색색 걸려있는 목걸이들의 디자인을 보던 나는 중간에 보이는 한 목걸이를 선택하였다.
“이걸로 주세요.”
“200G입니다.”
“비싸군요.”
“다이아니까요.”
다이아면 어쩔 수 없지.
어쩐지 비싸보이더라.
상인의 설명에 납득한 나는 돈을 건네고 상인에게서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이걸로 수중의 돈 절반이상이 날아갔네.
뭐 어차피 돈이야 다시 벌면 되는거니까.
심지어 그 돈마저 케이트가 거의 벌어준거라...
케이트가 번 돈으로 케이트의 목걸이를 샀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음... 미안하긴 하구만.
“자. 케이트. 선물이야.”
“으음.. 뭔가 임팩트가 부족한데요.”
“다이아 목걸이를 받으면서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목걸이를 받으며 그런 말을 하는 케이트에게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다이아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보통 다이아 반지를 프러포즈용으로 사용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죠.”
케이트의 밋밋한 반응에 상인이 설명을 덧붙이며 말해준다.
나이스 어시스트.
나, 어쩌면 반해버렸을지도?
“그, 그런 건가요?”
“그래. 그러니까 임팩트가 작다고 하지마. 이게 어딜봐서 임팩트가 작은 선물이야.”
“그렇군요. 영원한 사랑이라.. 훌륭한 의미네요.”
상인의 설명을 듣자 다시 헤벌쭉해진 케이트의 반응에 나는 상인에게 감사하다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상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주었다.
진짜 잘하면 여기 단골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장사를 할 줄 아는 장사꾼이었다.
“그럼 뭐 적당히 목걸이도 샀고 다른 곳들도 좀 둘러보도록할까? 케이트.”
“에헤헤.. 네. 좋아요.”
목걸이를 구입한 후 우리는 적당히 주위를 돌며 시장구경에 나섰다.
길거리에서 파는 꼬치도 하나 사먹기도 하고, 거기에 보이는 피에로도 구경하며 꽤 늦은 시간까지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제 슬슬 들어가보도록 할까.”
“그럴까요?”
아직까지도 내가 준 다이아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케이트가 내게 대답하였다.
“다행히도 마음에 들었어?”
“보석 의미가 엄청 마음에 드네요.”
“그래. 다이아를 깠을 때는 엄청 당황했다고.”
“뭐, 저는 보석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
하긴.. 여신이기도 하고 보석이 많아봤자 케이트가 쓸 일도 딱히 없을테니. 그래도 여자들은 주로 보석같은 것에 관심이 꽤 있는 편 아닌가?
“그럼 뭐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음... 글쎄요.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여신은 뭔가 하는 일 없어?”
“음.. 그냥 하계를 둘러보는게 일이죠?”
“뭐 다음에, 관심 있는 거 찾아보도록 하자고.”
“그러죠.”
그렇게 케이트와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하.. 하지아아!!”
“하아... 하아.... 언니이~!”
숙소로 돌아오자 발정이 찾아온 루나가 아이리스를 덮치고 있었다.
“발정기가 시작된 건가!”
“이건 귀하군요.”
“감탄만 하고 있지 말고 얼른 도와주세요오!!”
루나에게 덮쳐지고 있는 아이리스가 우리를 도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케이트와 나, 우리 둘은 전혀 도울 생각 없이 그저 아이리스가 덮쳐지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엘프가 수인에게 덮쳐지는 모습을 놓칠 수야 없는 법.
그리고 이건 훌륭한 전희로써 손색이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