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27. 여기사도 빼먹을 수 없지.
* * *
퀘스트를 받은 우리는 일단 마을을 나와 사냥터로 향하였다.
“어디 그러면 잡아 보도록 할까?”
“레벨업 하는 거 너무 기대 돼. 오빠.”
“그러냐 루나.”
“저는 이번에는 약간 쉬는 타임인가요.”
“저번에 오크 몰아줬으니까.”
“그건 그래요.”
“으음... 고블린이면 힘조절 잘해야 겠네요.”
각자 역할을 할당 받은 뒤 우리는 퀘스트 장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여기가 고블린이 나온다는 장소 아니었던가요.”
“우웅... 아무것도 없어.”
“이상하네요. 퀘스트장소는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퀘스트 장소로 향하자 그곳엔 넓은 들판이 펼쳐있을 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퀘스트 장소가 잘못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카운터 누나가 주었던 퀘스트지를 다시 확인하였다.
으음...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눈앞의 장소와 퀘스트지를 비교하며 나는 장소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맞는 것 같았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니 옆에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고블린 한 마리가 스윽 지나가는 중이었다.
“케륵..”
“저깄다!!”
고블린을 발견한 나는 당장 소리를 지르며 모두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역시 여기가 맞네!
아직 고블린이 숲에서 내려오기 직전의 시간이라 없었던 것 같았다.
“아직 한 마리만 내려온 걸까요.”
“한마리면 루나도 잡을 수 있어!”
“제 도움도 필요 없겠네요.”
고블린을 발견하자 아이리스와 루나는 전투태세를 케이트는 별거 아니라는 듯 휘파람을 불었다.
그래. 뭐, 고블린은 많으면 많을수록 위험한 것이지 고작 한 마리 가지고는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전투 준비를 한 아이리스와 루나를 보며 나 역시 일단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며 전투 준비를 하였다.
“그러면 아이리스가 거의 쓰러뜨리고, 막타는 루나가 넣는걸로 가자.”
“하늘씨는 참가하지 않는 건가요?”
“뭐, 내가 공격해봐야 타격을 얼마나 입겠어.”
일단 내 레벨은 7이다.
보통 고블린들의 레벨이 20인 것을 감안한다면 내 공격이 그렇게 타격이 들어갈 것 같진 않았다.
“그러면 왜 검을 꺼내신 건가요..”
“일단 자기방어는 해야 하지 않겠어.”
“주인님. 그런 걱정은 필요 없는데.”
아이리스의 질문에 내가 답하자 케이트가 내게 말한다.
그래. 뭐, 옆에 케이트가 있으면 알아서 날 잘 지켜줄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기의 몸은 자기가 지키는 게 옳다는 생각이었다.
혹시나의 변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눈앞의 고블린을 마주하자 고블린은 이런 우리의 전투 태세를 보고도 전혀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케륵.. 케르륵!!”
“?”
싸울 생각은커녕 오히려 전투태세의 우리를 보며 깜짝 놀란다.
뭐지? 역시 한 마리 혼자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건가?
확실히 무리를 짓고 몰려다니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혼자 있을 때는 무기력하다.
그런 점 때문인지 고블린은 전혀 싸울 생각도 않은 채 비명을 지르며 숲으로 달려갔다.
“잡아! 혼자 떨어져 있을 때 잡아버리는게 이득이야!”
“그래야죠!”
“케륵!! 케르륵!!”
도망가는 고블린을 향해 소리치는 나와 잡기 위해 달려가려는 아이리스.
그런 나와 아이리스의 행동에 케이트가 우리를 말렸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응?”
“왜 그러세요?”
“뭘 굳이 평범한 모험가 같은 발상을 하세요.”
“무슨....”
“아하...”
케이트의 말에 아이리스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케이트의 그런 말을 듣자마자 곧장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웅? 잡으러 가야 되는거 아니야?”
옆에 있던 루나 역시 케이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귀를 살짝 접으며 우리에게 말한다.
“저 녀석이 지금 가는 곳이 어디겠어.”
“그거야 동료들한테 도망가고 있겠죠.”
“많아지면 잡기 힘들어.”
“글쎄요~”
“그렇겠냐.”
루나의 말에 케이트와 내가 가소롭다는 듯 말한다.
“아. 그렇네요.”
이런 우리의 반응에 아이리스 우리의 반응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까지 루나만이 우리의 이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자. 루나. 폭렙을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할까?”
“강한 녀석들을 마구마구 잡아야지.”
“그래. 그런데 고작 고블린 한 마리 가지고 폭렙을 할 수 있을까?”
“으음... 조금 힘들지도?”
“그래. 그러니까 우리는 저 고블린을 쫓아가서 고블린 둥지를 초토화시켜버리는거야.”
“할 수 있어?”
“못할 것도 없지.”
우리에게는 천하무적 케이트가 있다.
거기에 나 역시 이 최면어플이 있으니 오히려 다인전이 유리하다.
지난번 사용하면서 느낀건데 오히려 하나하나 토너먼트식으로 잡는 것보다는 그냥 대량으로 최면을 걸어 잡는게 훨씬 편했다.
그러니까 어차피 우리는 대량학살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언니, 오빠들 엄청 강한가 보네!”
“그래. 특히 케이트가.”
“존경해도 좋아~”
“언니. 존경해!”
“흐흥~!”
루나의 존경한다는 말에 케이트가 어깨에 힘을 주며 거들먹 거린다.
음... 너무 띄워준건가.
확실히 케이트가 강력한 것은 맞지만 괜히 저런 모습을 보니 약간은 아니꼽게 느껴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질투가 느껴진다.
나도 루나한테 존경받고 싶어.
“그러면 일단 저 녀석을 쫓아가보도록 하죠.”
“그래. 숲속이면 조금 복잡할지도 모르니가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에 얼른 쫓아가자고.”
상황을 정리하는 아이리스의 말에 우리는 얼른 도망간 고블린을 쫓아가기로 한다.
숲속에서 갑자기 나오는 고블린이라면 확실히 순간적으로 최면을 걸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뭐, 그럴때는 케이트가 나를 잘 지켜주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얼른 도망가는 고블린의 뒤를 쫓았다.
“거기 서라~!”
“아니지. 루나. 이럴때는 얼른 둥지로 데려가라! 이렇게 말하는거야.”
“그런가?”
“그래도 나름 퀘스트인데 여러분 너무 긴장감이 없어요.”
우리와 함께 퀘스트를 깨봤으면서 아이리스가 너무 진지한거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뭐랄까.
만렙유저가 초보자 사냥터를 와서 생태계 파괴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
긴장감이 존재할 리가 없잖아.
약간 진지한 모습의 아이리스에게 나는 속으로 그런 태클을 걸며 얼른 고블린의 뒤를 쫓았다.
“케륵.. 케르륵.. 케륵!”
열심히 고블린을 쫓아 달리자 고블린은 계속해서 울음소리를 내며 숲 속 깊은 곳을 향해 달렸다.
“꽤나 달린 것 같은데.”
“역시 숲 속 깊은 곳에 존재하나보군요.”
“보통 이런 전개면 숨어있는 궁병들이 활을 쏘거나 하던데요.”
“그럼 위험한 거 아닌가요?”
“킁킁.. 저기 뭐가 있다!!”
무언가 냄새를 맡은 루나가 나무를 향해 소리쳤다.
그곳에는 아까 전 케이트가 말한 대로 숨어있는 궁병이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어딜 기습을 하나요~”
그런 고블린을 발견하자 케이트는 옅은 미소와 함께 가볍게 손을 흔들어 에너지 볼트를 고블린에게 날렸다.
“케륵!!”
에너지 볼트를 맞은 고블린은 그대로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루나! 지금이야! 막타를 쳐!”
“에잇!”
나의 외침에 루나는 자신이 들고 있던 단검을 이용해 고블린의 복부를 찌른다.
“케르르륵!!”
고블린의 격한 비명과 함께 고블린의 숨통이 그대로 끊어졌다.
“응! 뭔가 강해진 기분이 들어!”
아무래도 한 번에 레벨업을 하니 스펙이 상승해서 그런 것이겠지.
고블린의 숨통을 끊자 강해진 기분이 든다는 루나를 이끌며 우리는 계속해서 안으로 전진했다.
루나의 수인 특성인 후각과 아이리스의 엘트 특성인 청각을 이용해 숨어있는 고블린들을 하나둘씩 물리치며 전진한다.
우선은 나보단 어느정도 레벨이 높은 루나에게 고블린의 막타를 몰아 주었다.
어느정도 루나의 레벨이 차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내 레벨업의 시작이다.
아마 녀석들의 둥지로 이동하면 많은 고블린들이 있겠지.
그때는 이제 내 경험치들이다.
“도착한 것 같아요.”
“그래. 엄청 많이 보이네.”
“그런데 저기 뭔가 있는 것 같은데요?”
“있어! 고블린 중에 인간 냄새가 나!”
숲 속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우르르 몰려 있는 고블린 떼였다.
확실히 여러마리 몰려다닌다더니 이건 꽤나 많아 보였다.
적게는 10마리에서 20마리까지 보인다고 하더니 이건 족히 40~50마리는 되어 보이는데.
예상과 달리 꽤나 많은 양의 고블린.
아마 평지로 내려오는 고블린의 양이 적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이건 완전히 고블린 둥지로 들어온 셈이군.
하지만 그렇게 두려움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우리에게는 케이트가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인간 냄새가 난다니?
고블린 둥지에서 갑자기 인간 냄새가 난다는 건 무슨 의미인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어... 진짜 있네?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것은 고블린 사이에 끼여 쓰러져 있는 한 여기사였다.
고블린 여기사라..
확실히 오크x엘프의 조합도 있지만.
오크x여기사의 조합도 좋지.
하지만 이건 오크가 아니라 고블린인데?
뭐. 어떤게 되었든 괴물x여기사 조합은 정석이니까.
그런데 저 여기사는 어떻게 고블린들에게 납치 당한걸까.
지금 여기 보이는 고블린들의 지능이 에로 동인지에 나오는 상급 고블린들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능욕 전개가 나오는건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사가 납치되어 있다라...”
“이건 어떡하면 좋을까요?”
“에? 지금 여기 고블린들을 물리쳐서 폭렙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얼른 물리쳐서 저 인간도 구하고 레벨업 해야지!”
“아니. 기다려. 이건 저 여기사 정신을 차리고 ‘큿. 죽여라.’ 라는 대사를 내뱉을때까진 중지다!!”
“네에?”
“에~?”
이런 나의 외침에 아이리스와 루나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봐도 소용없다.
이건 중요한 정석적인 장면이거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