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28. 여기사도 빼먹을 수 없지.
* *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하지만 중요하다고. ‘큿.. 죽여라’”
이건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나는 굴하지 않아! 와 같은 대사도 괜찮다.
일단 반항하는 여기사의 모습이 보고싶다.
오크에게 능욕당하는 엘프를 보고싶었을 때의 그 끓어오름이 내 몸을 감싸고 있다.
“뭔진 모르겠지만 하늘씨가 이상한 걸로 흥분한 건 알겠어요.”
“너도 흥분 시켜줄까.”
“잘못했어요!!”
“?”
여기사가 능욕당하는 전개를 상상하고 있으려니 아이리스가 태클을 걸어온다.
그런 아이리스에게 최면어플을 보여주며 말하자 아이리스가 곧장 나에게 사과한다.
그래. 이 녀석.. 저번부터 느끼는 거지만 은근히 건방지단 말이지..
어째서 그 건방진 성격이 고쳐지지 않을까.
아니면 그나마 우리 중 아이리스 네가 정상인이 포지션이라 이거냐?
우리 팀에 정상인은 필요없다.
아이리스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옆에 있던 루나는 전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래. 루나는 그냥 그렇게 순수하게만 있어라.
“저도 은근히 기대되네요. 아직 초보자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비키니 아머는 아니지만.”
“아직 방어력 높은 방어구가 나오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가면 나오려나 비키니 아머.
노출도가 높아질수록 방어력이 오르는 것은 상식이니까.
아직 그렇게 방어력이 높지 않은 것 같았다.
플레이트 아머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여기사를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그러면, 여기서는 숨어서 여기사의 모습을 지켜보도록 할까.
“오빠. 저 여자. 안 구해도 괜찮아.”
“응.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그래. 아직은 괜찮다. 뭔가 저 고블린 녀석들이 능욕할 마음이 없거나, 너무 위험해진다 싶으면 구하도록 하자.
“일단 케이트. 저 여기사를 깨워줄 수 있을까?”
“깨어 있어요.”
“응?”
“저. 여기사도 지금 고블린한테 어서 덮쳐지지 않을까 흥분하는 중이에요.”
“그런거야?”
“야한 여자네요~”
그걸 케이트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이런 고블린 둥지로 들어와서 저렇게 기절한 척을 하고 있는 여기사도 제정신은 아니어보이긴 했다.
그래... 일부러 능욕을 당하고 싶어서 굳이 이 고블린 둥지까지 왔다는 이야기란 말이지..
그것참 미친년이네. 마음에 들었어.
그런 성욕을 위한 정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더더욱 구해줄 이유는 없겠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어디 그러면 고블린들을 뭘 어떻게 하려나...
“케륵.. 케르륵.”
“케르르륵.. 케륵.”
“케륵.”
무언가 여기사를 놓고 본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나는 일단 몬스터의 언어를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알아들을 순 없었다.
“구워먹을지 삶아먹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알아들을 수 있는거냐.”
고블린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자 옆에 있던 케이트가 고블린들의 말을 해석해 주었다.
“자, 잡아 먹는건가요...”
“고블린.. 무서워.”
여기사를 잡아먹는다는 케이트의 말에 아이리스와 루나가 조금 떨며 말하였다.
“뭐, 우리가 멧돼지를 잡아먹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겠죠.”
그런 아이리스와 루나의 반응에 케이트가 답한다.
녀석들한텐 우리가 멧돼지급으로 보이는 건가..
뭐, 각자의 시선이라는게 있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케르르르륵.”
“케륵.”
“구워먹는걸로 정했네요.”
“구워먹는거군.”
“구워먹는게 맛있으니까요.”
고블린들의 언어를 여기사는 역시 해석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기절한 척 누워있는 상황이었다.
어이. 너 지금 구워먹히게 생겼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여기사를 바라보고 있자, 쓰러진 여기사를 꽃으려는 듯 고블린 녀석들이 거대한 꼬챙이를 가져왔다.
저건 어디서 나온 걸까.
“케륵. 케르륵.”
“케르르르륵!”
“간만의 고기파티라고 기뻐하네요.”
“기쁜거구나.”
옆에서 해석해주는 케이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개그가 따로 없었다.
쓰러진 여기사를 보며 꼬챙이로 꽃아 구워먹으려는 고블린들.
이거 은근한 웃음벨이다.
“케르르륵!”
“케륵.”
드디어 이야기를 마친 고블린들은 그 여기사를 들어올려 거대한 꼬챙이를 여기사에게 향했다.
이거 슬슬 저러고 있으면 도와줘야 하는게...
“그렇게 먹으면 안되잖아! 미친 놈들아!”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여기사 역시 이상함을 느꼈는지 태클을 걸며 눈앞의 고블린을 날려버렸다.
“이 자식들이.. 성적으로 먹어주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진짜로 구워쳐먹으려고 생각할 줄이야..”
그런 대사를 읊으며 여기사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꺼낸다.
“이 작전은 아무래도 실패인 것 같네. 하아... 누군가 날 성적으로 먹어줄 사람 어디 나타나지 않으려나.”
애절한 눈빛을 보이며 여기사는 눈앞의 고블린들을 차례차례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상당한 고렙이였나.
하긴. 그런게 아니고서야 여차하면 탈출하기는 힘들테니까.
꽤나 고렙이 아닌 이상 굳이 이런 고블린 둥지로 들어오진 않을테지.
여차하면 도망치기 힘들테니까.
그건 그렇고 성적으로 먹어줄 남자를 찾다 결국 고블린 둥지까지 오는 여자라니.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미쳐도 단단히 미친 여자였다.
“가만히 있어도 괜찮으세요?”
“응?”
“저희 경험치가 다 털리고 있는데.”
“아....!!”
그런 여기사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케이트가 나에게 지적한다.
그러고보니 오늘 우리는 폭렙과 퀘스트를 위해 온 것이다.
목적이 여기사가 아니었으니 눈앞에 여기사가 저 고블린들을 다 쓸어버린다면 조금 곤란하다.
“아이리스. 루나.”
그렇기에 나는 당장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이리스와 루나를 불렀다.
“네.”
“응. 오빠.”
이런 나의 부름에 아이리스와 루나 역시 답한다.
“어떻게 해도 괜찮으니 가세해서 오늘 할당량치 고블린은 잡도록 해.”
“알겠어요!”
“간다~!”
내 지시에 아이리스와 루나는 얼른 출격해 고블린을 쓰러뜨리고 있던 여기사에게 가세한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우리의 모습에 여기사가 당황하며 우리 쪽을 바라본다.
“다, 당신들은 누구..?!”
“오늘 퀘스트 하러 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치태를 본 사람이죠~”
여기사의 말에 나와 케이트가 대답했다.
어이. 케이트. 초면부터 갑자기 그런 말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치, 치태를 보다니. 저는 치태를 보여준 기억이 없습니다.”
“자신을 따먹어줄 남자어디 없나. 하면서 고블린에게 먹히려는 모습이요?”
“큿...”
케이트의 지적에 여기사가 당황하였다.
호오... 좋은데. 여기서 우리가 능욕하는 전개로 가자 이건가.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케이트.
그런 케이트의 의도를 읽은 나는 턱을 슬쩍 만지고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거라면 여기 좋은 남자가 있는데 말이죠.”
케이트의 의도를 읽은 나는 눈앞의 여기사에게 일부러 껄렁껄렁한 태도를 보이며 말하였다.
“좋기는.. 아무리 봐도 당신은 약해보이는데.”
여기사에게 말하자 여기사는 슬쩍 내 모습을 훑어보고는 말했다.
확실히.. 내가 지금 레벨이 약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약한 녀석에게 능욕당하는게 좋은거 아니겠어요?”
“으... 응...?”
오히려 약하기 때문에 이런 능욕전개는 더욱 써먹기 좋은 특징이 된다.
“당신 어차피 고블린보다 강하면서 일부러 고블린에게 따먹히려고 한거잖아. 그런 말은 일부러 약한 녀석에게 먹히는 그 배덕감을 즐기려 그런거 아니야?”
“그... 그런건...”
정곡을 찔렸는지 여기사가 내 시선을 피하며 말을 흐렸다.
이미 다 들통이 났거든요.
이미 고블린에게 능욕을 당하고 싶어하는 시점에서 이 여기사의 성벽은 다 파악이 되었다.
오크든, 고블린이든 무언가에 능욕당하고 싶은 마조 여기사라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이딴 미친 짓거리를 벌이진 않겠지.
그리고 그런 마조라면.. 나름대로 꽤 즐길거리가 많다.
“숨기려해도 소용 없거든요. 이미 당신이 하는 행동은 저 멀리서부터 다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 그럴 수가..”
“어때? 그러니까 한 번 저에게 능욕당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
이런 내 말에 여기사는 내 쪽을 흘깃 흘깃 바라보며 눈치를 보았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건 어떨까요?”
“어떤?”
“당신은 그냥 약점을 잡혀서. 어쩔 수 없이 저에게 능욕당하는 여기사.”
제안하듯 여기사의 귓가에 그런 설정을 속삭이자 여기사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 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마조 맞잖아.
그런 설정을 말하자 금방 흥분하며 흥미로운 듯 나를 바라본다.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그.. 그런가... 나, 나는.. 어쩔 수 없이 너에게 그런 부끄러운 치태를 보여.. 약점이 잡혀 강제로 능욕당하는 애처로운 여기사 인건가.”
뭔가 이것저것 말이 많아진 것 같지만 어쨌든 오케이.
나의 제안에 여기사는 제대로 넘어온 것 같았다.
“그런거죠. 약점을 잡힌 겁니다.”
“야.. 약점을 잡혔다면 어쩔 수 없는 법이지.”
“그렇죠.”
“그... 그래.. 어쩔 수 없이...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런겁니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도록 할까요??”
“큭... 그런 약점을 잡혔으니 어쩔 수 없군.”
약점을 잡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든 여기사 같았다.
본인이 좋다면야 뭐. 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