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43. 용사를 만났다.
* * *
“좋아 그러면 오늘은 뭘 해보도록 할까?”
“어젯밤 저와 하지 못한 섹...”
“응. 조용히 해.”
“하으응...♥”
중얼거리는 나의 말에 또 쓸데없는 말을 하는 레나의 감도를 올려버리자 금방 조용해졌다.
물론, 남들이 다 보는 식당에서 신음을 내고 있는 모습은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안 그래도 어제 서큐버스 퀸이랑 케이트를 상대해준다고 허리가 아프다.
오늘은 좀 쉬도록 하자.
“흐훗..”
쉴.... 수 있다면 말이지.
“자. 그러면, 일단은 우리 새로운 파티인 서큐버스 퀸의 이름을 들어보도록 할까.”
“그러고 보니 소개도 제대로 못 들었네요.”
“이름조차 모르는 상대를 그대로 침대에 들여서는...”
“존경스러운 남자지?”
두렵다는 표정을 하며 말하는 아이리스의 말에 뻔뻔하게 나오자 질겁하는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런 반응이지?
그런 아이리스의 반응에 슬쩍 최면어플을 들어올리자 아이리스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처신 잘하라고.
“새언니가 생겼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나는 마냥 새 파티가 생긴 것에 기쁜 모양이었다.
“또 훌륭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
“그쪽인가...”
파티원의 생각보단 그런 쪽의 생각이 먼저라니..
역시 내 하렘 멤버다!
“으음...”
서큐버스 퀸 역시 루나의 발언에 질겁했는지 살짝 두려운 눈빛으로 루나와 나, 케이트를 번갈아 바라본다.
뭐, 같이 다니다보면 슬슬 익숙해질거라고.
“그래서, 자기소개는?”
이야기가 조금 산으로 갔기에, 얼른 화제를 다시 처음으로 돌렸다.
“내, 내 이름 엘리, 전에 말했듯 서큐버스 퀸이다. 마왕군의 사천왕을 맡고 있지.”
“뭐야?”
쾅!
사천왕이라는 엘리의 소개에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쳤다.
“히익..! 뭐, 뭐야?”
이런 나의 반응에 엘리는 깜짝 놀라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너 지금 사천왕이라고 했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묻는 나의 반응에 엘리는 두려운 듯 살짝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그럼 말이지...”
그런 말과 함께 엘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엘리는 살짝 눈물이 맺힌 채 이쪽을 보았다.
“네... 네에...”
“마왕.. 얼마나 예쁜지 좀 설명해봐.”
“네...?”
나의 행동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엘 리가 그런 나의 발언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진짜 중요한 거라고.”
“무슨 그런....”
진지한 표정으로 엘리에게 말하자 엘리는 여전히 당황한 모습으로 대답한다.
“일단 그것만 말해봐. 뿔은? 뿔은 당연히 달린 거겠지?”
“어, 어. 있긴 하신데..”
“좋았어!”
엘리의 말에 주먹을 꽉 쥐며 환호를 지르자 엘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뿔이... 뭐가 중요한 거지?”
“뭐? 하아... 이래서 하수들이란..”
뿔의 중요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의 한심함에 그대로 고개를 저어버릴 뿐이었다.
이걸 모르다니.
서큐버스 퀸이라는 명성에 먹칠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대체 뭔데?!”
이런 나의 반응에 엘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내게 소리친다.
“뿔이야 당연히 중요하잖아.”
“그러니까 어디에?”
“손잡이.”
“......?”
“뿔은 응당 손잡이의 역할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
“그, 그게 무슨...”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나의 말을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였다.
“머리만 잡고 하려면 역시 손이 미끌어질 수도 있잖아. 그러니 역시 제대로 잡고 하려면 그 손잡이 뿔이 있어야...”
“히익...!”
뿔의 용도에 관해 설명하자 엘리는 기겁을 하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며 뒷걸음질 쳤다.
“음?”
그런 엘리의 반응에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엘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뭐, 뭐야?”
이런 나의 뜨거운 시선에 엘리는 당황하며 내게 소리쳤으나,
나는 그런 엘리의 꼬리만 강아지의 울부짖음은 무시한 채 계속 엘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엘리 너 서큐버스지?”
“그, 그게 뭐가 문제지?”
“보통 내가 아는 서큐버스들은 머리에 뿔이든, 날개든 뭔가 달고 있단 말이지..”
그런 말을 하며 엘리와 눈을 맞추자 엘리는 이내 그런 내 시선을 피했다.
“그, 그런 건 너의 서큐버스에 대한 이미지일 뿐 아냐? 서, 서큐버스라고 해도 각자 외견이 다르고... 트, 특히 나는 그런 서큐버스들을 다스리는 서큐버스 퀸이기에..”
“릴리즈.”
엘리가 한창 변명을 늘어놓는 와중 케이트가 손가락을 튕기며 짧은 영창을 외쳤다.
그러자, 퐁 하는 작은 효과음과 함께 엘리의 머리에서 두 개의 뿔이 튀어나왔다.
“아....”
“흐음... 양뿔 형태는 아니군. 뭐, 그래도 손잡이로 쓰기엔 나쁘지 않지만.”
“무, 뭔 소릴 하는 거야!!”
엘리의 뿔 형태를 보며 감상에 빠져있자, 엘리의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내게 소리친다.
“남의 뿔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손잡이.”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하지만, 아까부터 그 손잡이 이론을 말하고 있었는데?”
울컥하는 엘리에게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엘리는 이를 빠득 갈며 내게 소리쳤다.
“역시, 그 노예의 그 주인이 맞아! 네가 지금 저 마조 기사랑 다를게 뭐야!”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제 취급이?! 흐응...♡ 뭐, 뭔가 매도당해서 기쁜 듯하면서, 처절해지는 이 느낌..”
지금 나보고 저런 트롤의 손에 사로잡혀 뼈가 으스러지고 싶어하는 정신나간 년이랑 동급이라고 말했냐?
“너, 지금 너의 입장이 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사,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레나와의 비교에 분노한 내가 말했으나 살짝 놀라면서도 여전히 입장을 고수하는 엘리였다.
엘리... 지금 넌 최후의 기회를 날린거나 마찬가지야..
레나와의 비교에 잔뜩 화가 난 나는 당장 최면어플을 조종해 엘리의 감도를 바람만 스쳐도 느끼는 정도로 만들었다.
“히익!!”
갑작스러운 몸의 감도 조정에 놀라며 이쪽을 바라보는 엘리.
그러나 이미 상황을 파악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자. 그러면 널 이 상태로 어디다 던져버리는게 나을까? 역시 망가뜨리기 전문이라면 오크 둥지에 던져버리는게 좋을까? 아니면, 역시 인간들의 육변기로 만들어?”
“히.. 히이이... 자, 잘못 했어요.”
“이제 와서 그렇게 빈다고 뭐가 될 것 같아?”
울먹이며 내게 말하는 엘리에게 호통치며 나는 다시 최면어플을 조작해 도망치려는 엘리를 멈추게 만들었다.
이걸로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지 엘리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에이. 그러지 마세요. 주인님.”
잔뜩 분노에 흥분한 날 옆에서 지켜보던 케이트가 문득 말리기 시작했다.
음? 케이트가 이런걸 말리는 성격이 아닐텐데.
“아직 제대로 뿔도 사용해보지 않고 그냥 이대로 버리는건 아니잖아요?”
“......”
이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더니.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었구만.
확실히 우리 파티 중 뿔을 체험할 수 있는 녀석들은 엘리를 제외하곤 없었다.
케이트가 외견을 변화시킬 수 있다곤 하지만, 그거랑 실제 있는 거랑은 비교하긴 힘들지.
“그래. 버릴 땐 버리더라도 뿔은 쓰고 버리는게 좋겠지?”
“히익.. 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그런 말을 하며 내 최면어플에 그대로 굳어버린 엘리를 보며 말하자 내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렇게 빌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참... 그리고 아직 마왕에 대한 이야기도 제대로 못들었지.”
“마, 말할게요. 말할테니까..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제, 제 뿔은 별로예요. 마왕님의 뿔을 손잡이로 사용하는게 더 사용감이 좋을테니까..!”
“......”
마왕을 팔아먹는 사천왕이라니.
지금 이 상황을 마왕이 본다면 얼마나 통곡을 할까.
실제로 눈앞에서 이 모습을 보여주고 통곡하는 마왕의 모습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뭔가 두근거릴 것 같아.
“쓰읍...”
그런 엘리의 반응에 머리가 조금 식었다.
그래. 어차피 지금 당장 엘리의 뿔을 사용하려 해도 아직 내 허리가 완전히 낫지 않았다.
괜히 무리할 필요까지 없겠지.
그리고 마왕에 대한 이야기도 좀 듣고 싶고.
“후우... 그래. 일단 지금은 용서해주겠지만. 다음부터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이면 엘리 너를 벽에 끼워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앞이고 뒤고 전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거다.”
끄덕끄덕끄덕.
엘리를 노려보며 말하자 엘리는 이런 내 협박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내게 용서를 구했다.
그래. 저렇게 사과하는데 이번만큼은 봐주도록 하자.
그래도 오늘이나 내일 저녁쯤 이 녀석의 뿔은 손잡이로 사용할 예정이지만.
“그럼 마왕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할까.”
“마, 마왕님에 대한 이야기요?”
“그래. 아까 뿔이 달린 건 들었으니 뿔 이외에 다른 점을 말해봐. 아니면 뿔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는지라던가.”
어느새 호칭이 존대가 된 엘리의 말투를 자연스레 넘기며 묻자 엘리는 마왕의 외견에 대해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 일단, 뿔은 방금 취향이라던 약간 휘어진 양뿔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요.”
“양뿔..!!”
이거, 마왕을 어떡해서든 공략해야만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그리고?”
“그, 그리고... 이, 일단 의외로 마왕이라는 이미지랑은 약간 반대타입이라고 할까요?”
“그게 어떤 타입인데?”
“어... 그, 청초한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위엄하고 근엄한 모습보단 지켜주고 싶은 소녀타입이라고 해야하나.”
“그래... 그런 분위기도 확실히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만... 난 그런 걸 알고 싶은게 아냐.”
“그, 그럼..?”
“그래서 피부는 푸른색?”
“.......”
진지한 나의 질문에 설명을 하던 엘리의 입이 그대로 다물어지고 말았다.
음? 뭘 모르는 모양인데,
이거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