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프롤로그
야한 게 좋다.
무지하게 좋다.
야동도 좋고 빨간책도 좋고, 야설도 좋고 그걸 보면서 딸치면 더더욱 좋다.
내 나이 23살. 모쏠이지만 성욕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난 야한 게 좋다.
하루 일딸은 기본이고 한가할 때마다 하는 건 야한 망상의 가지가지들.
직접 야한 매체를 접해도 가끔은 상딸의 오묘함을 즐길 줄 아는 프로 딸쟁이는 바로 나다.
하지만 사람은 자극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게 인지상정.
점점 자극적인 걸 추구하게 된 나는 점점 보는 장르도 점점 과격해졌다.
능욕물, ntr, ntl, ,sm, 수간, 윤간, 강간, 조교 외 기타 등등.
피가 낭자하거나 더러운 것만 아니라면야 보는 장르도 하는 망상도 사람 앞에서 대놓고 터놓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만약 내 머릿속을 누가 들여다본다면 당장 내 손목은 철컹철컹 수갑이 채워질 게 틀림없겠지.
물론생각만 할 뿐이지. 망상을 행동으로 바꿀 정도로 정신머리가 나가진 않았다.
머릿속은 성욕에 쩔어 있어도 일상생활은 제대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듯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대학 수업을 마치고 룰루랄라 집에 귀가했다.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성욕이폭발했었다.
바이오 리듬이 성욕에 집중했던 날이었을까.
나의 보물고 하드 디스크에 담겨 있는 예쁜 바다 넘어 누나들과 한 차원 낮은 외국산 아가씨들에게 신세를 지면서 기분 좋게 하루 8연딸 도전을 이루어내고 지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내가 본 건 언제나 봐온 내 방 천장이 아니었다.
“모르는 천…… 아니, 어디야, 여기?”
애초에 천장조차 없는 새하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는 지금이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각몽? 아니, 그래도 내 꿈이라면 다 19금인데?’
직접 경험한 적이 없어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깨버려 짜증이 치밀어 올라 폭딸을 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있는 꿈은 처음이었다.
[원하는 능력을 두 가지 말하라.]
갑자기 허공에서 무기질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원하는 능력을 두 가지 말하라.]
너무나 맥락이 없고 뜬금없는 말이었다.
좋아하는 여자를 고르라고 하면 신나하며 곧바로 골랐겠지만, 갑자기 능력을 선택하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난 지금 꾸고 있는 게 개꿈이라는 결론을 냈다.
‘나도 야한 꿈 말고도 이런 꿈 꿀 때도 있네.’
이왕 개꿈 꾼 거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능력이라…….’
이게 평소 같은 야한 여자들이 즐비한 꿈이라면 무한의 정력! 존나 큰 좆! 최면능력! 여자를 한방에 발정시키는 페로몬! 등등 야한 거에 관련된 능력을 말했을 거다.
이러한 상황이라도 아니, 내 꿈이라면 쭉쭉빵빵한 알몸인 여신이라고 말하는 여자가 나와서 안내라도 해야지! 라고 불만을 토했을 거다.
하지만 8연딸을 마치고 나서일까. 아니면 너무나도 성욕을 들끓게 하는 게 없는 꿈이어서일까. 나는 웬일로 불평도 안 하고 진지하게 유용할 것 같은능력을 생각했다.
‘이런 전개의 꿈이라면 보나 마나 이세계 어쩌구라고 펼쳐질 것 같은데…… 그렇다면…….’
문득 머릿속을 지나간 건 저번 주에 dvd방에서 본 히어로 영화에서 본 영웅 중 한 명이었다.
최신 작품에는 너무 강한 적이 나와서 그렇지 예전 작품에서는 힘이 너무 세서 아군 영웅조차 경계하는 괴력을 가진 영웅이었다.
처음 그 영웅을 봤을 때는 한 번쯤 그런 괴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괴력.”
[수락됐다. 다음 원하는 능력을 말하라.]
‘일 처리 빠르네.’
점점 흥이 돋은 나는 다음 능력을 뭐로 할지 생각했다.
‘힘을 얻었다면 다음에는 생존력이지.’
최강의 힘을 얻었다면 다음에는 그에 힘을 받쳐줄 몸을 얻어야 한다.
강함 힘을 가지고 있어도 몸이 못 버틴다든지.
막강한 힘을 가진 캐릭터가 파워 밸런스를 위해 독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만화 같은 데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꿈이라지만 그냥 봐도 짜증 나는 전개를 내가 직접 겪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두 번째는 완벽한 몸. 내 괴력에도 얼마든지견딜 수 있고 어떠한 독도 안 듣고 병도 안 걸리는 초인적인 완벽한 몸이 되게 해줘.”
[수락됐다. 이제부터 대상자의 정신은 다음에 태어날 몸이 원하는 능력에 완전히 적용될 때의 연령. 만 5세가 될 때 깨어나도록 설정된다.]
‘개꿈이라도 이상하게 구체적이네.’
[대상의 요구를 실행한다.]
갑자기 내 눈앞이 깜깜해졌다.
◈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기분 좋게 지나가고 흔들리는 잔디가 몸을 간질였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누운 나무 그늘에서 나는 깨어났다.
깨어난 순간 나는 방금까지 일이 꿈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정신이 깨어난 순간 이 몸으로 태어난 5년간의 생생한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나는 정말로 창작물에서나 나오는 전생을 하고 만 것이다.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개꿈이라고 생각하고 안일한 선택을 해버린 게 너무나도 후회됐다.
“아씨…… 최면능력 고를걸…….”
세상을 아주 편하고 하반신도 아주 흐뭇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성욕이 항상 충만했던 내가 성욕이 부족하여 제외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