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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4화 - 고블린 퇴치 (5/818)



〈 5화 〉4화 - 고블린 퇴치

망상을 잠시 중단하고 앞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4마리의 고블린들이 각자 곤봉을 들고 내 쪽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태어난 고블린은 곤봉이 기본 무기인 것 같다.
내가 밖에서 본 고블린들은 그냥 헝겊을 허리에만 두르고 빈손인 경우가 많았다.
무기를 들어봤자 녹슨 단검이나 부러진 나뭇가지였다.

‘생긴  던전이나 밖이나 똑같네.’

바닥에 대충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주워 가장 오른쪽에 있는 고블린의 머리를 노리고 던졌다.

부우웅!
퍼엉!

돌멩이가 명중한 고블린의 머리는 벽을 향해 던진 과일처럼 터졌다.

끼에에엑!?

나머지 3마리 고블린들은 갑자기 머리가 터져 쓰러진 고블린을 보며 놀라 했다.

끼끼끼에! 끼에에에에!

하지만 고블린이 날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성을 내며 고블린들은 나를 향해 돌진했다.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 자기가 죽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게 고블린들의 특징이다.
그런 정신 구조를 가졌기에 방심한 모험가가 고블린에게 당해 범해지는 상황의 망상을 더욱 실감 나게  수 있다.
계속 돌을 주워서 던지면 간단하게 쓰러트릴  있지만 그래서는 조금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다양한 방식으로 쓰러트려 보는 것도 좋을 거다.

‘하지만 되도록 피는 튀기지 않는 방식으로 하자.’

끼끼끼끼에!

가장 왼쪽에 있는 고블린이 점프해서 나를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곤봉이 내 몸에 닿기 전에 나는 오른손 검지에 힘을 주고 고블린의 머리를 찔렀다.

푸욱!

고블린의 두개골은 단숨에 관통해 두꺼운  검지는 고블린의 뇌를 손상시켰다.
고블린은 공중에서 내 손가락에 매달린  목숨을 잃었다.

‘으으, 손가락에 이상한 느낌이 나네. 기분 나빠.’

고블린의 머리에서 손가락을 빼자 고블린의 몸은 털썩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고블린의 피와 뇌수가 묻은 손가락을 털었다.

끼에! 끼끼끼에!
퍼억! 퍼억!

내가 고블린 한 마리를 처리하는 사이 다른 두 명의 고블린이 곤봉을 휘둘러 다리와 배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의 공격 정도로는  몸의 생채기조차 낼 수 없을 뿐더러 간지럽지도 않았다.

‘이 두 놈은 어떻게 할까…….’

여러 방법을 시험해보려고 했지만,막상 생각해보니 결국 주먹으로 몸을 뚫거나 잡아서 벽을 향해 강하게 내팽개치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방법  피가 튀거나  안에 있는 마석이 부서질 가능성이 있었다.
한 번 빠르게 움직여 심장 빼내기를 시험해볼까 했지만 잘못하면 옷만 괜히 피범벅이 되니 그냥 평범하게 죽이는 게 낫다고 결론지었다.

“에잇.”

두 주먹을 쥐고 두 마리의 고블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뻐억!

고블린들의 머리고 함몰되고 머리가 턱이 쇄골 부분까지 박히며 두 마리의 고블린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조절만 잘하면 의외로 이 방법이 제일 피가  튀는 방법이다.

‘그럼 이제 마석을 캐야겠지.’

마석을 캐기 위해 배낭에서 단검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배낭을 내려놓으려고 배낭끈을 잡은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손으로 뽑으면 되지 않나?’

애초에 지금 배낭에 있는 단검은 과일깎기용이나 다름없다.
고블린의 가슴팍을 베고  후 씻는다 해도 그 단검으로 과일 깎는 데 쓰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손으로 직접 꺼내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손가락도 한  고블린의 피와 뇌수에 범벅 됐으니 이제 와서 고블린의 가슴팍에 손을 쑤셔 넣는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머리가 뚫린 고블린의 옆구리를 잡고 집어 올려 가슴팍에 손을 찔러 넣었다.

푸욱!

미지근한 고블린의 내부의 감촉이 손가락을 통해 느껴졌다.
이왕 누군가의 몸을 손가락을 넣는다면 못생긴 고블린이 아닌 예쁜 여성의 부드럽고 따뜻한 보지에 넣고 싶다.
깔짝깔짝 손가락을 움직이자 뼈가 아닌 딱딱한 무언가가 고블린의 가슴 중앙에 박혀 있었다.

‘이게 마석인가 보네.’

손가락으로 마석으로 생각되는 물체를 잡고 손을 빼냈다.
연녹색의 자그마한 보석처럼 생긴 광물이 손가락에 쥐어져 있었다.

‘이게 마석이구나. 우선 피부터 털자.’

부웅! 부웅! 부웅!

손을 힘차게 털어 마석과 손에 묻은 고블린의 피를 털어냈다.
고블린의 피가 털어진 마석을 허리춤에 찬 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반복해서 나머지3마리의 고블린들에게서 마석을 꺼내 피를 다음 돈주머니에 넣었다.
돈주머니에는 충분히 여유공간이 있지만, 마석이랑 돈을 함께 넣는 건 조금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마석 넣을 주머니를 따로 챙겨야겠다.’

의뢰 달성까지 남은 고블린은 1마리다.
하지만 던전까지 와서 겨우 고블린 5마리만 잡고 가는  너무 싱겁다.
적어도 돈주머니에 들어갈  없을 때까지 고블린을 사냥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마석이 많으며 많을수록 돈이 쌓인다.
그 말은  빡촌에 갈 여유자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가슴 속에서 의욕이 넘쳐흘렀다.

‘좋았어! 가볼까!’






던전에 들어온 지 20분 정도가 지났다.
처음 발걸음을 내디딜 때는 두근거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지루하다.
애초에 고블린이 날 죽일 가능성은 없으니 위기감도 긴장감도 없다.

빠악!

고블린의 머리를 때리고.

푸욱!

가슴팍에 손을 집어넣어 마석을 꺼내고.

부웅! 부웅!

피를 털어낸 다음 돈주머니에 마석을 넣는다.
이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고블린들이 겁먹어서 날 피하거나하지 않고 오히려 혼자 있으니 신나라 돌진해오기에 마석인 이미 돈주머니가 빵빵해질 정도로 모았다.

작업하듯이 계속 고블린을 사냥하는 것도 지루하니 레니 씨가 나에게 남자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찐~한 안내를 해주는 상황을 망상하며 덤덤히 고블린을 사냥하고 있다.
지금은 레니 씨의 입에 4발 가슴에 5발 손으로 2발 허벅지 사이로 7발의 사정을 했다.
이번 망상 속의 레니 씨는 직접 보지에 넣는 걸 계속 미루면서 날 애태우는 조금 괴롭히는  좋아하는 야한 누님 설정이다.
현실의 나처럼 망상 속의 나도물론 절륜하지만, 너무 지루하고 반복적인 사냥에 망상의 디테일도 서서히 흐릿해지고 있다.

좀 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예를들면 예쁜 여자애와의 만남이라든지.
새로운 망상 소재가 되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이다.
나와 현실로도 찐한 관계가 된다면 더더욱 환영이다.
갑자기 위기에 처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이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운명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형편 좋게 나타날 리 없지.’

아무리 여기가 판타지 세계고 내가 전생한 특수한 상황이라도.
그런 일은 그리 쉽게 벌어질 리가 없다.
애초에 여기는 던전 1층이다.
말하자면 초보자 전용 사냥터다.
그런 장소에서 위기에 빠지는  취향에 맞는 여성 모험가가 있을 리…….

“꺄아아아아아아악!”

희미하게 던전 안쪽에서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엥? 설마? 진짜? 실화로? 이 타이밍에?’

 내가 있을 리 없다고 푸념한 순간 들려오는 여성의 비명 소리.
설마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이야.
하지만 어이없어  시간은 없다.
우렁찬 고함도 아닌 딱 들어도 충격에 빠진 여성의 비명이었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여성은 지금 위험한 위기에 처해 있을 거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구해야만 한다.
발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찼다.

쾅!

내 힘에 지면이 파임과 동시에 나는 앞을 향해 뛰어올랐다.
단  번 땅을 박차는 것만으로도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황당무계한 질주도 지금 내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끼끼끾!?

갑자기 돌진하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나를 보고 놀라는 고블린들.
하지만 지금 상대할 시간은 없다.

쾅!
쾅!
쾅!

차고 차고 또 차며 빠르게 안쪽을 향해가로질렀다.
희미하게 들렸던 비명의 주인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쾅!

다시 땅을 박차며 이동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옅은 어둠 속에서 위기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 보이는 여성이 벽 쪽에 주저앉고 있었다.
그리고 수인족으로 보이는 여성이 왼팔을 축 늘어뜨린 채 오른손으로 단검을 쥐고 주저앉은 여성의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 앞에는 거대한 몸집의 고블린이 큰 몸집에 걸맞은 커다란 곤봉을 쥐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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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위기상황이었다.
예상해보길 아마 고블린만 사냥하고 있다가  거대한 고블린. 아마도 홉고블린이 나타나 기습 받았을 거다.
축 늘어진 수인족 여성의 왼팔은 고블린의 공격에 당한 흔적이다.
주저앉은 여성은 복장을 보아 신관직.
직접 싸울 힘이 없기에 부상을 입어도 그나마 싸울 수 있는 수인족 여성이 그녀를 지키려는 상황일 거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녀들은 홉고블린에게 당하고 말 거다.

만약 이게  망상이라면 홉고블린은 수인족 여성의 반대쪽 팔을 부러뜨리고 무력화시킨 다음 철저하게 신관으로 보이는 여성 앞에서 거대한 자지로 수인족 여성을 범할 거다.
동료가 범해지는 모습을 보고 공포에 벌벌 떨며 오줌을 지린 채 무력하게 신관 여성은 동료가 범해지는  뿐일 거다.
아니면 도망치려고 해도 범해지는 수인족 여성의 비명을 듣고 몰려온 다른 고블린들에게 단체로 윤간당할 것이다.

물론 이건 내 망상이다.
홉고블린이 그녀들을 범할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 증거로 홉고블린은 곤봉을 높이 치켜세우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수인족 여성의 머리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이대로 놔두면 그녀들은 허무하게 홉고블린에게 죽을 것이다.
 더한 자극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야한 쪽으로 불행한 상황이나 비극 망상하며 즐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망상이다.
망상이기에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에 비극도 불행도 즐길  있는 거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좋아하는 정도로 정신파탄자가 아니다.

YES 망상 NO 현실.

애초에 이대로 놔두면 수인족 여성의 두개골은 깨져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다.
난 고어 취향이 아니다.
꿈속에서 머리가 뭉개진 여성의 모습이 나오는 건 절대 사양이다.
그러니까 절대로 상황을 타파할 거다.

다행히도 지금 나에겐 그걸 가능하게  힘이 있다.
덤으로 구해줘서  여성과 친해질 수 있다면 나에겐 더욱 좋은 상황이다.
목숨을 구해준 답례로 몸으로 직접 답례를 받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의욕이 샘솟는다.

쾅!

있는 힘을 다해 땅을 박찼다.
주위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며 홉고블린과의 거리가 좁혀졌고 난 단숨에 홉고블린의 근처까지 날아갔다.

쿠우웅!

발을 땅에 박아 몸을 고정한다.
빠르게 몸이 이동한다고 해도 난 그 속도에 대응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속도가 빠른 적을 상대하기 위해 숲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수련해온 성과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곧바로 많이 힘을 풀었다.
많이 힘주고 때리면  자리에서 홉고블린이 터져버릴 거다.
그러면 마석도 부서질 거고 그녀들에게 터진 홉고블린의 파편과 함께 대량으로 피가 묻을 거다.
첫인상부터 완전 깨는 상황은 만들면 안 된다.
대신 목소리만은 우렁차게 내자.

“으리야아아아아아아앗!!!”

고블린의 어깨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뻐어어어어어억!

고블린이어도 거대한 몸집이기에 의외로 근육질인 홉고블린의 두꺼운 어깨도 내 괴력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찌부러졌다.
근육이 뭉개지는 감촉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밀어내듯이 주먹을 뻗었다.
홉고블린이 바닥에 튕기며 대략 20M 정도 앞으로 날려졌다.

다행히 홉고블린의 몸이 터지진 않았다.
알맞은 딸악력을 찾기 위해 수련한 내 미세한 힘 조절은 내가바란 대로의 위력을 내주었다.

“어?”
“에?”

가냘픈 여자 두 명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고개를 둘려 두 명의 여성을 쳐다보았다.
단검을 쥔 수인족 여성도 주저앉은 신관 여성도 눈을 크게 뜨며 날 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둘  미인이다. 아니, 앳돼 보이는 얼굴을 보아 미소녀라고 말하는 게 더 알맞다.
아마도 나와 같은 나잇대가 아닐까.
좀 더 자세히 얼굴이나 몸매를 보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선 중요한 것 첫인상.
너무 빤히 뚫어져라 쳐다보면 인상이 나빠진다.

“괜찮으십니까?”

신사적으로 대응하자.
잘만 하면 밤의 신사로서도 대응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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