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41화-새로운 장비(1)
“켈반 씨?”
“랜트,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부탁이요?”
무슨 부탁인 걸까?
혹시 던전에서 직접 마물의 시체를 조달해달라는 의뢰 같은 걸까?
“자네는 레니와 한 약속이 있으니 앞으로도 특이 마물을 잡으면 길드로 마석을 갖고 올 거지?”
“네.”
“그러면 부탁이네만 특이 마물을 잡으면 마석을 꺼내지 않고 그 시체 채로 갖고 와줄 수 있겠나?”
“켈반 씨!”
내 뒤에서 레니 씨가 켈반 씨에게 소리쳤다.
“방금도 말했잖아요. 그게 던전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리 랜트 님이 실력이 있더라도…….”
“레니, 나도 그건 알아. 아직 얘기는 끝나지 않았어.”
켈반 씨는 허리춤에 찬 주머니를 내 앞에 내밀었다.
“만약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이걸 자네에게 주겠네.”
“이건…… 뭔가요?”
겉보기에는 평범한 주머니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중앙에 별 모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아, 자네는 플단에 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했지? 이건 인벤토리라고 한다네.”
“인벤토리?!”
“그, 그! 마법의 주머니를 말하는 건가요!?”
내 양옆에서 엘시와 노아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라 했다.
인벤토리라면 그걸 말하는걸까? 게임 속에 나오는 저장고…….
설마 공간 수납 주머니를 말하는 걸까?
“엘시, 인벤토리가 뭐야?”
“이, 인벤토리는 공간마법이 부여된 무척 희귀한 주머니예요. 겉으로 보기에는 크기는 작아도 그 안에는 집 한 채 정도의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고 해요.”
“거기 아가씨 말이 맞다네. 게다가 이건 내가 지인을 통해 특별히 함께 만들어서 다른 인벤토리보다 수납공간이 5배나 되지.”
“다, 다섯 배!?”
집 다섯 채 정도나 되는 공간이라면 확실히 엄청나게 크다.
하지만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도시의 물정을 잘 모르는 나라도 이게 무척 중요한 거라는 건 알 수 있다.
하지만 특이 마물의 조달은 의뢰보수로 이걸 넘길 정도로 중요한 걸까?
“저기 켈반 씨, 물어봐도 될까요?”
“뭔가.”
“어째서 저에게 부탁하시는 건가요?”
“자네의 어제 모습을보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라네. 그렇기에 나도 자네의 C랭크 승격을 도왔고 말이네. 돈보다는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네를 나는 꽤 높게 사고 있다네.
물론 레이지팡을 간단하게 잡은 자네의 아직 바닥이 안 보이는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
자네가 만약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마석을 꺼내지 않고 시체를 가져와 줄 거라고 믿고 있다네. 그리고 그 주머니가 있으면 죽인 다음 곧바로 싱싱한 상태의 시체를 보관할 수 있을 거네.”
보수로 이 인벤토리를 줄 테니 이걸 써서 갖고 오라는 뜻이었다.
그건 딱히 상관없었다.
집 다섯 채만 한 공간이라면 특이 마물 한 마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높이 평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하나 더 물을게요. 어째서 이런 부탁을하신 건가요?”
“흐음, 그건……내가 마물을 해부하는 걸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지.”
켈반 씨가 씨익하고 웃었다.
“나는 말이네…… 다른 드워프하고는 조금 달라서 말이네. 물론 대장일을 하는 것도 싫지는 않네만…… 나는 마물을 해체하는 게 너무너무 좋다네!
살을 가를 때마다 나타나는 우리 솔리신의 보살핌을 받는 생명체와는 다른 그 이형의 구조를 가르고 나눌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네!
특히나 특이 마물은 다른 마물들보다도 더욱 강인하고 더욱 색다른 구조와 특징을 가지고 있다네! 난 그걸 조사하는 게 너무나! 흥분되고 쾌감을 느낀다네!”
켈반 씨가 두 손을 위로 높게 뻗었다.
표정이 완전히 HIGH!한 느낌이 되셨다.
“특히나! 특히나! 특히나! 던전의 마물의 가슴을 쪼갤 때 나타나는 마석의 아름다운 자태를 이 두 눈으로 직접 볼 때는 정말이지 환상적이라네!
그게 마치 아름다운 보석같이 색이 섞인 특이 마물의 특징적인 마석이라면…… 아아아, 정말 생각만 해도 발기가 멈추지 않는다네!”
지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기라고 말하셨나요?
“어제는 정말 환상적이었어! 자네가 잡아다 준 레이지팡…… 아아! 마석은 없었지만 최고였다네! 다른 모험가들이 소재 조달 의뢰로 잡아 온 마물들은 모두 너무 상처 입어서 해체보다는 처리에 가까운 작업만이 다였는데……
자네가 가져다준 레이지팡으로 오랜만에 해체다운 해체를 즐길 수 있었다네! 고맙네, 랜트!”
“아, 네…….”
혹시 해체하는 도중에 사정하지 않았나 걱정될 정도로 켈반 씨의 눈이 흥분으로 충혈돼 있었다.
“그러니 나는 나에게 최고의 경험을 하게 해준 자네에게! 그리고 오늘도 특이 마물을 만난 특이 마물과 인연이 있는 자네에게! 이 부탁을 꼭 하고 싶다네! 부디 받아주지 않겠는가!”
켈반 씨가 코를 벌렁벌렁거리고 콧김을 뿜으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
“케, 켈반 씨는 이런 분이셨군요…….”
“하아…….”
양옆에서 엘시와 노아가 켈반 씨에게 질색하고 있었다.
뒤에서 레니 씨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레니 씨는 켈반 씨의 성벽을 알고 있었나 보다.
사람들과는 다른 성벽을 지닌 켈반 씨.
하지만 그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성벽이아니다.
오히려 켈반 씨의 이런 성벽 덕분에 모험가들은더욱 질좋은 소재를 통해 돌고 돌아 질 좋은 소재를 쓴 도구나 무구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언제나 모험가를 위해 힘써주시는 켈반 씨의 성벽에 보탬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취향은 다르지만, 남에게 그다지 말 못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켈반 씨 하고는 왠지 모를 유대감이 느껴진다.
“켈반 씨, 그부탁 받아들일게요.”
“랜트?!”
“랜트?!”
“랜트 님?!”
“오오오오! 정말인가, 랜트!”
“네. 켈반 씨는 저를 C랭크로 추천도 해주셨고…… 결국특이 마물의 소재를 해체하면 모험가 길드에서 그 소재를 파는 거죠? 무기점이나 방어구점이라든지 또는 도구점 같은 곳에요.”
“그렇다네.”
“그럼 돌고 돌아 제가 한 행동도 다른 모험가들의 도움이 되는 거니 저도 나쁜 기분은 안 들어요. 게다가 모험가 길드에 도움이 된다는 건 레니 씨한테도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랜트 님…….”
“오오, 랜트……!!!”
켈반 씨는 내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흘리며 수염을 적셨다.
“정말 고맙다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겐가? 내가 생각해도 방금 내 발언은 좀 깬다고 생각하네.”
자각은 있었나 보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되도록 켈반 씨와 시선을 맞췄다.
“사람의 성벽은 다 가지각색인걸요. 거기다 켈반 씨의 성벽은 다른 사람들에게 폐도 안 끼치고 오히려 더욱 해체 실력을 키우셔서 마물의 질 좋은 소재를 제공해주시니 결국 저희 모험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켈반 씨의 성벽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발기라는 말은 참아주세요.”
발기! 자지! 보지! 섹스! 이런 단어들은 실제로 섹스할 때나 망상에서 마음껏 말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오오오오! 랜트으으으으으!”
너무 감격했는지 켈반 씨가 나를 포옹했다.
눈물에 젖어도 드워프의 수염은 의외로 폭신폭신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네는 정말 참되고 착한 인간이라네!”
“하하하, 고맙습니다, 켈반 씨.”
칭찬은 얼마나 들어도 기분 좋은 법이다.
좋아, 오늘 밤 상딸에는 켈반 씨도 출현시키자.
장르는 레니 씨와 나와 켈반 씨의 3P 섹스!
켈반 씨가 만든 마물 자지 바이브로 즐겁게 레니 씨를 개발하면서 사이좋게 쑥컹쑥컹하는 아름다운 우정극이다.
물론 내가 더욱 즐기는 망상이기에 중간에 켈반씨랑 마물 바이브 그리고 내 자지를 비교하면서 내 자지가 더욱좋다고 선언하는 장면도 추가다.
우정극 설정이라도 인간은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슬픈 생물인 것이다.
대신 만약 인간이랑 흡사한 여성형 마물을보게 된다면 그 마물을 망상할 때는 항상 켈반 씨를 출연시키도록 하자.
인간과 많이 닮았다면 나는 몬무스도 가능한 프로 상딸러인 것이다.
◈
“잘 가게나~.”
켈반 씨의 열렬하며 기쁨에 가득 찬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모험가 길드를 떠났다.
“이야~ 랜트는 참 마음이 넓구나.”
노아가 달관과 감탄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신관으로서 본받을 정도예요. 켈반 씨의 성벽에 겁먹은 저 자신이 부끄러워요…….”
엘시는 고개를 떨구며 자신을 반성하고 있었다.
“그래? 그보다 어서 방어구점에 가자. 나 엘시랑 노아가 어떤 걸 골라줄지 좀 기대되거든.”
이럴 땐 화제를 전환하자.
“아, 네! 맡겨만 주세요! 랜트에게 어울리는 걸로 골라드릴게요!”
“나도~ 짱 멋진 쇠장갑 골라줄게!”
“응, 기대하고 있을게.”
방어구점은 던전 입구의 바로 근처에 있어서 도착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방어구 점에서 점원 아저씨가 우릴 반겼다.
“랜트, 어떤 방어구를 원하세요?”
엘시가 우선 내가 어떤 종류의 방어구를 원하는지 질문해왔다.
멋진 걸 따지자면 풀플레이트의 중장갑을 입고 싶지만 딱딱한 장갑을 껴봤자 내 몸보다 훨씬 방어력이 떨어질 것 같다.
멋으로 입는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중장갑은 갈아입기도 매우 귀찮아 보인다.
거기다 던전을 질주할 때처럼 힘주고 달렸다가 관절 군데군데가 내 힘으로 찌그러지거나 다리 부분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난 되도록 움직이기 편한 걸 입고 싶어.”
“움직이기 편한 방어구……가죽 갑옷 같은 게 좋겠네요. 그럼…… 아! 이건 어떠세요!”
엘시는 가게 안에 전시된 녹색의 가죽 갑옷을 가리켰다.
“랜트의 머리카락하고도 색이 맞아서 어울릴 것 같아요.”
내가 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응, 나도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입기에는 사이즈가 좀 작은 거 같은데?”
그때 카운터에서 점원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그거라면 걱정 마시죠. 손님 체격에 맞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 그걸로 주세요.”
“어, 랜트…… 좀 더 둘러보지 않아도 되나요?”
“응, 이 갑옷이 마음에 들었어. 게다가 엘시가 나랑 맞다고 생각해서골라준 거잖아? 그럼 난 이걸로 괜찮아.”
“랜트……네! 맞아요! 분명 랜트에게 잘 어울릴 거예요!”
“뭐야, 벌써 갑옷 골랐어?”
노아가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며 엘시가 고른 가죽 갑옷을 쳐다봤다.
“오오~ 색이 랜트랑 어울릴 것 같다.”
노아도 이 가죽 갑옷이 마음에 드나 보다.
“히히, 이것 봐. 나도 엘시가 고르는 동안 랜트가 낄 쇠장갑 찾았다!”
노아가 뒤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내 손에 맞을 만한 큼지막한 쇠장갑이 있었다.
크기가 커서 그런지 손에서 팔꿈치 아래의 팔뚝까지 덮을 정도만 있었다.
“어때? 사이즈도 맞을 것 같지?”
확실히 사이즈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직접 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전생에서 한 번 콘돔딸을 쳐보려고 이레 짐작으로 아무거나 사다가 헐렁하거나 너무 꽉 끼는 사이즈를샀을 때 깨달은 사실이다.
그러니 우선 사이즈부터 맞는지 확인하자.
“이거 한 번 껴봐도 되나요?”
“얼마든지요.”
점원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는 쇠장갑을 껴봤다.
내 손에 딱 맞게 들어갔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해봐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오오, 딱 맞는다.”
“어때? 내 눈썰미 대단하지?”
“응, 노아. 대단하다.”
“히히히.”
다른 한쪽의 쇠장갑도 껴보며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해봤다.
왼손도 오른손도 둘 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쇠장갑을 낀 팔을 엘시에게 보이며 의견을 물었다.
“어때, 엘시?”
“잘 어울려요, 랜트.”
“손님, 사이즈가 맞는 갑옷을 가지고 왔습니다. 한 번 입어보십시오.”
때마침 점원 아저씨가 내 사이즈에 맞는 갑옷을 가지고 왔다.
“네.”
쇠장갑을 벗어서 원래 놓여진 곳에 일단 내려두고 배낭도 벗은 다음 난 갑옷을 받아서 탈의실로 들어갔다.
의외로 탈의실이 넓었다. 두 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공간…….
탈의실에서 몰래 하는 야외섹스 시츄에이션에 참고하도록 하자.
탈의실 안에서 갑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어때?”
알통을 만들며 포즈를 취해봤다.
“오오~ 잘 어울리는데, 랜트!”
“네! 무척 멋져요!”
“헤헤헤, 그래?”
역시 엘시와 노아 같은 미소녀에게 칭찬받는 건무척 기분이좋다.
언젠가 엘시와 노아한테 동시에 내 자지를 보고 굉장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바람입니다.
갑옷을 그대로 입은 채 원래 입던 옷과 쇠장갑을 배낭에 넣은 후 나는 가죽 갑옷과 쇠장갑 구입했다.
점원 아저씨가 배낭끈에 묶을 쇠장갑용 걸이를 덤으로 줬다.
가격은 총합 1골드 80실버였다.
역시 생명에 관련된 모험가들의 장비는 비싸다고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