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74화-목욕 서비스 개시
◈
“아, 랜트씨, 어서 오세…… 꺄아아악!”
평소와 같이 티나가 우리를 반겨주려고 했다.
하지만 내 쪽을 돌아보더니 티나가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아아…… 랜트, 머리, 머리.”
노아는 티나가 왜 놀랐나 알았는지 나를 보며 머리를 가리켰다.
“머리?”
머리에 손을 대니 푹신푹신한 레이지팡의 털의 폭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 그러고 보니 레이지팡의 가죽을 계속 쓰고 있는 채로였다.
레이지 팡의 턱 쪽으로 목을 집어넣으니 잘못 보면 레이지팡의 입안에 얼굴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확실히 놀랄 만도 하겠다.
“미안, 티나 놀랐지?”
“래, 랜트 씨! 머, 머리 그거 뭐예요?”
“아, 이건 레이지팡의 가죽이야.”
“레, 레이지팡? 레이지팡이라면 그 13층에 나온다는 울프팡의 특이 마물이요!?”
모험가가 지내는 여관에서 일하는 만큼 티나도 레이지팡은 아나 보다.
“어째서 랜트씨가 레이지팡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거예요?”
“내가 이 레이지팡을 잡아서 모험가 길드의 켈반씨란 분이 선물로 주셨어.”
“그, 그래요……?”
티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레이지팡을 잡았는데가죽을 선물로 주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 거겠지.
하지만 티나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우리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랜트씨!, 엘시씨, 노아씨!”
“다녀왔어, 티나.”
“다녀왔어요.”
“다녀왔어~”
“네, 랜트씨가 레이지팡 가죽을 뒤집어 쓴 건 정말 놀랐어요. 그건 그렇고…….”
티나가 째릿하고 내 팔에 아직도 착 붙어 있는 엘시와 노아를 번갈아 가 보면서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
“아! 이, 이건…….”
엘시가 얼굴을 붉히면서 휙하고 내 팔에서 떨어졌다.
노아는 오른손을v자로 펴고 윙크를 날리며 v자를 눈앞에 대며 말했다.
“염♪장♪”
“노아씨…….”
노아를 바라보는 티나의 눈빛이 무섭습니다!
“히히힛, 미안, 티나~”
노아가 내 팔에서 손을 넣고 티나에게 다가가 자그맣게 속삭였다.
“오늘 밤은 티나가 랜트를 독점하잖아? 그러니까 조금 놀리고 싶었어. 용서해줘. 대신~ 지금 느끼는 이 마음을 원동력으로 격렬~한 밤을 랜트랑 보내면 되잖아?”
“겨, 격렬~한 밤…….”
티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크, 크흠! 하, 하지만 가게 안에서 너무 그, 그런 행동은 자제해주세요…….”
“응, 알았어! 아, 티나! 우리 저녁 추천 메뉴 3인분 부탁해!”
“알겠어요. 빈자리에 앉아주세요.”
우리는 빈자리에 앉아 음식이 오는 걸 기다렸다.
“노아…… 티, 티나를 너무 놀리면 안 돼요.”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가 오늘 밤 티나도 더 의욕이 날걸?”
“하, 하지만…….”
살짝 질투를 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티나…….
무척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도발하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아, 음식이 올 때도 티나를 놀리면 안 돼.”
“알고 있어~ 이 이상 놀리면 티나가 엄청 화낼 거니까 나도 그렇게까진 안 해.”
“그럼 다행이지만…… 아, 지금 5골드 나눠줄게.”
나는 인벤토리에 손을 대 돈주머니를 떠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 큰 돈주머니를 꺼내는 건 눈에 띄고 만다.
혹시 10골드만 떠올리면 따로 나오지 않을까?
한 번 시험 삼아 주머니 안에 있는 10골드를 생각하며 꺼내려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10골드는 무사히 테이블 위에 나타났다.
이 정도로 따로 꺼내는 건 인벤토리에서 가능한 것 같았다.
“자, 여기.”
“고마워요, 랜트. 잘 받을게요.”
“히히히~ 이 돈을 어떻게 쓸지 기대해줘, 랜트.”
야한 속옷을 산다는 거지?
매우 기대됩니다.
물론 남은 돈은 엘시와 노아가 마음대로 써줬으면 한다.
“응, 노아.”
엘시와 노아는 각자의 주머니에 5골드를 넣었다.
아직 음식이 나오려면 시간이 남아 있다.
“엘시, 음식 나오기까지 또 아는 신화나 전설에 대해서 얘기해줘.”
오늘은 티나와…… 특별한 마사지를 하는 날인 데다 엘시의 신성 마법도 던전에 있는 동안 다써버렸다.
던전에서 걸어가는 동안 할 수도 있었겠지만, 엘시와노아는 내 팔에 달라붙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걷는 걸 좋아했다.
참고로 저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좀 더 얘기를 들으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엘시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지금밖에 없다.
“네, 랜트! 그럼…… 이번엔 토끼 묘인족 용사님에 관련된 얘기를…….”
엘시가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얘기하는 건 토끼 묘인족인 용사가 자신의 하렘에 있는 견인족과 고양이 묘인족 부족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려고 하자 아내들의 부탁을 받고 중재를 하러 가는 이야기였다.
중재하는 도중에 강한 마물이 나타나 용사와 견인족, 고양이 묘인족이 함께 힘을 합쳐 마물을 쓰러트려 어찌저찌 서로 화해를 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딱 끝날 무렵티나가 음식을 가지고 왔다.
저녁 식사를하고 난 뒤 노아는 엘시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엘시~ 쇼핑하러 가자!”
“쇼, 쇼핑이요?”
“응. 돈도 생겼으니까~ 조금 몸을 꾸미는데 써보자.”
“하지만 이건 랜트를 위해…….”
“예쁘게 꾸며서 랜트가 우릴 보고 좋아하게 만들면 되잖아?”
“그, 그건…….”
“그리고~ ……랜트를 위한 야한 속옷도 미리 사면 좋잖아?”
화아아아악!
“……네.”
“그럼 랜트! 나랑 엘시는 나갔다 올게~.”
그 말을 남기며 노아는 엘시의 팔을 이끌며 밖으로 나갔다.
……매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내 방에 들어서 레이지팡의 가죽을 벗어 인벤토리에 넣은 순간.
“아.”
오늘이 마침 목욕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날이란 걸 깨달았다.
티나와의 첫날밤이 될지도 모르는…… 아니, 거의 확실히 첫날밤이다.
티나는 땀 냄새가 나는 날 더 좋아할지 모르지만 소중한 날이니 몸을 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금을 내고 안내를 받을 겸 다시 방을 나와 카운터로 향했다.
“응?”
그런데 카운터에는 미란다씨가 아니라 조금 둘레가 두꺼운 처음 보는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티나에게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려고 해도 티나는 지금 음식을 나르느라 바쁘다.
나는 카운터로 가서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응? 무슨 일이신가요?”
“미란다씨는…….”
“미란다씨라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계세요. 아, 저는 오늘부로 여우의 쉼터에서 일하게 된 체르시라고 해요.”
체르시씨는 여우의 쉼터에서 새로 고용된 직원이었다.
“일해도 저녁 시간대부터지만 잘 부탁드려요.”
“아, 네.”
확실히 티나는 서빙을 미란다씨는 주방을 담당해야 하니 저녁 시간에 새로 방을 잡으려는 손님이 왔을 때는 대응하기 어려울 거다.
저녁때뿐이지만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주방에서 미란다씨가 음식이 든 접시를 손에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티나~ 여기 마지막 주문이야.”
“응, 엄마.”
티나가 잽싸게 미란다씨에게서 음식을 건네받고 음식을 옮겼다.
“후우~ 오늘 저녁도 무사히 마쳤어.”
아무래도 방금 그 음식이 마지막이었나보다.
미란다씨가 카운터를 보고 있는 체르시씨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운터 봐줘서 고마워요, 체르시씨.”
“아니에요, 오히려 고용해줘서 저도 고마운걸요. 제가 카운터를 볼 테니까 미란다씨는 이만 쉬세요.”
“후후훗, 역시 사람을 고용하니까 쉴 시간도 나서 좋네요. 아, 랜트.”
미란다씨는 나긋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니?”
“네. 오늘부터 목욕 가능한 거죠?”
짝! 하고 미란다씨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물론이지!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하단다. 아, 요금은준비했니?”
“네.”
나는 돈주머니에있는 1골드 30실버를 꺼내 미란다씨에게 건넸다.
“여기요.”
“후훗, 우리 여관을 이용해줘서정말 고맙단다, 랜트.”
미란다씨는 돈을 카운터 서랍 안에 넣었다.
“목욕은 지금부터 할 거니?”
“네.”
“그럼 이쪽으로 와주렴.”
나는 미란다씨를 따라 안쪽에 있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문으로 들어갔다.
방안을 들어가니 안에는 입구가 천으로 가려진 남녀로 나뉜 탈의실이 있었다.
우선 남자 탈의실로 들어가니 안에는 옷을 넣을 옷장이 있었고 한쪽에는 수건이 쌓여 있었다.
“여기서 옷을 벗고 들어가면 된단다.”
그리고 탈의실을 나오니 목욕탕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목욕탕 중앙에는 둥그렇게 구멍이 파였고 한쪽에 뒤통수 부분에 여러 버튼이 달려 있는 여우 석상이 있었다.
안이 텅텅 빈 걸 보아 아직 물을 넣기 전인가 보다.
“여기가 목욕탕이란다.”
“물이 없네요.”
“후훗, 잠깐만 기다려주렴.”
미란다씨가뒤를 돌아서더니 우리가 들어왔던 곳과 다른 방문으로 들어갔다.
응? 어째서 문이 두 개나 있는 거지?
혹시 탈의실만 나뉘었을 뿐이고 목욕탕은 한 개인 걸까?
미란다씨는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푸른색의 마석을 들고 왔다.
“저기, 미란다씨. 혹시 욕탕은 하나뿐인가요?”
“응? 아아…… 맞단다. 그이가 돈을 들여도 마도구를 살 수 있던 건 하나가 한계라서…… 원래는 남녀 시간을 따로 정해서 운영할 생각이었단다. 뭐, 지금은 이용하는 건 랜트뿐이니까 상관없지?”
“아, 네.”
“후훗, 그럼 우리 가게의 명물…… 이 될 수도 있었던 욕탕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게.”
미란다씨가 여우 석상에 다가갔다.
꾹!
여우 석상 뒤통수에 달린 버튼 중 하나를 누르더니 석상의 등이 벌어졌다.
미란다씨는 그 안으로 마석을 넣으시고 다시 버튼을 누르자 석상의 등은 다시닫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버튼을 누르더니 여우 석상의 입에서 쏴아아아아아하고 거센 기세로 온수가 뿜어졌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욕탕의 물은 다 채워지고 그 후에는 여우 석상은 기세가 팍 줄어들어 줄줄 물을 내뿜고 있었다.
목욕탕 안은 금세 김으로 모락모락해졌다.
“어떠니? 굉장하지?”
“네, 그러네요.”
설마 버튼 한 번으로 욕탕 온수가 이렇게 금방 채워질 줄은 몰랐다.
“지금 내보낸 건 단순한 온수지만 마석과 함께 다른 식물이나 과일 등을 함께 넣으면 향이 나는 온수도 내뿜을 수 있단다.
게다가 목욕을 다 하고 나면온수도 빨리 빨아드리고 그다음에는 자동으로 세척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단다. 정말 대단하지 않니! 그 때문에 이 마도구를 유지하려면 한 사람당 5실버는 받아야 했단다…….”
급속 물보충에 향도 바꿀 수 있고 단숨에 뺄 수도 있고 거기다 자동청소 기능.
확실히 고성능이다.
이용료가 다른 곳보다 비싼 것도 이해가 간다.
“랜트 덕분에 모처럼 주문했지만 좀처럼 쓰지 못하고 있었던 이 마도구를 겨우 쓸 수 있게 돼서 기쁘단다.”
미란다씨는 정말로 기뻐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란다씨가 기뻐해서 나도 기쁘다.
“그건 다행이네요.”
“랜트가 티나의 마사지도 받아주고 정기적으로 이 목욕도이용해준다니까 덕분에 체르시씨도 고용할 수 있게 됐단다. 정말 고마워, 랜트.”
체르시씨를 고용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서비스 이용을 해서 사람을 고용할 여유자금이 생겨서 그런 거였다.
“후훗, 그럼 나도 모처럼 쉴 수 있게 됐으니까…… 전에 말한 대로 랜트에게 특별한 비밀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게 됐어.”
특별한…… 비! 밀! 서! 비! 스!
그러고 보니 이 목욕 서비스를신청한 이유는 비밀 서비스가 무척 궁금해서 한 것도 컸었다.
과연 어떤 비밀 서비스일까?
야한 거면 좋겠습니다!
“비, 비밀 서비스…….”
“후훗, 그럼 나는 비밀 서비스할 준비를 하고 있을게. 랜트는 욕탕에 들어가서 몸을 씻고 있으렴.”
그렇게 말하며 미란다씨는 여자 탈의실 쪽으로 들어갔다.
비밀 서비스가 뭔지 무척이나 미란다씨에게 묻고 싶지만, 그 비밀 서비스의정체는 머지않아 알게 될 거다.
기대감을 품고 나는 남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가족 갑옷을 벗어 인벤토리 넣은 다음 나는 배낭에서 인벤토리로 옮겨둔 여벌 옷을 탈의실 옷장 안에 놓았다.
그러고 보니 여벌 옷도 거의 다 떨어져 간다.
빨래야 나 혼자 도시 밖 숲속의 강가에 가서 빨아도 되지만 하기가 귀찮다.
여우의 쉼터에서 세탁 서비스도 해주는 걸까?
목욕이 끝나면 나중에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