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109화-쇼핑
모험가 길드에 들러 코볼트들의 검을 건넬 때 켈반 씨가 마침 모험가 길드에 들어왔다.
"오오, 랜트!"
뒤를 돌아보며 켈반 씨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켈반 씨."
"던전에서 돌아오는 길인 겐가?"
"네."
켈반 씨를 같이 우리와 있는 니냐 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흐음, 거기 서 있는 건 뇌창의 니냐 아닌가?설마 같은 파티가 된 겐가, 랜트?"
"네. 오늘부로 니냐 씨도 같은 파티가 됐어요."
"허허, 그거 잘 됐군. 뇌창의 니냐 정도라면 아직 던전에 대해 잘 모를 자네에게 많은 조언을 줄 거라네."
"어머, 켈반 씨 잘 아시네?"
"랜트 잠시 귀를 기울여줄 수 있겠나?"
"네, 켈반 씨."
나는 무릎을 꿇고 켈반 씨를 향해 몸을 숙였다.
켈반 씨는 자그맣게 내 귀에 속삭였다.
"실력은 확실하네만 조심하게나. 특히나 자네는남자 혼자이니…… 남녀 관계는 신경을 써야 한다네. 자네가 누구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네."
이미 세 명 모두 제 연인이라 그럴 걱정은 없습니다.
"네, 조심할게요."
"그건 그렇고…… 그…… 새로운 특이 마물은 잡았나?"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니요. 오늘은 3층에서 코볼트를 사냥하면서 각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흐음, 그렇군. 그럼 내일은 4층에가볼 생각인가?"
"저는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니냐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와 니냐 씨는 걱정 없다. 하지만 후위인 엘시는 몰라도 노아가 4층의 오크를 잘 상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른다.
13층까지 직접 도달한 니냐 씨라면 나보다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거다.
"지금 노아라면 오크 상대로도 문제없어. 코볼트처럼 간단히는 아니겠지만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을 거야."
니냐 씨의 말에 노아가 활짝 웃었다.
"정말? 좋아! 그럼 내일은 4층에 가자!"
"아, 저기…… 내일은 쉬면 안 될까요?"
그때 엘시가 휴식을 청했다.
"응? 어째서 엘시?"
"그…… 슬슬 노아도 저도 옷을 빨 때가 되지 않았나요?"
"아……."
노아가 자신의 옷과 엘시의 옷을 쳐다봤다.
나도 매일 봐서 눈치채지를 못했지만, 엘시와 옷도 노아의 옷도 처음 봤을 때보다 꽤 얼룩이나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러네. 으음, 하지만 4층에도 빨리 가고 싶은데……."
나는 가죽 갑옷에다가 마물을 처치할 때도 피가 안 튀어 그다지 더럽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무이가 10벌은 챙겨주신 잘 때 갈아입는 평상복도 슬슬 예비가 떨어져 가려고 하고 있다.
슬슬 나도 평상복을 빨래해야 했다.
그때 니냐 씨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럼 빨래할건 벗고 새로운 옷을 사면 되지 않아? 돈도 있잖아?"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우리 돈 있잖아! 랜트보다는 훨씬 적지만…… 여유 자금으로 5골드는 있어. 무기 같은 건 추가로 못 사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 정도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어……."
"그러고 보니까 제 신관복도 5실버만 있으면 신전에서 나눠줘요……. 맞아요…… 예비용으로 옷을 사면 되는 거였어요."
"래, 랜트가 들어온 후로 우리끼리 하루에 20실버 이상 버는 것도 빠듯했는데…… 으음~ 금전 감각이 이상해질 것 같아."
살짝 엘시와 노아의 슬픈 금전사정 과거를 들었다.
하지만 보통 모험가면 그게 정상일 거다.
"후훗, 그럼 저녁 먹은 다음에 같이 옷 사러 가자. 이 김에 예비용만이 아니라 다른 평상복도 사는 게 어때?"
"그,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지. 앞으로 돈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벌게 될 건데. 겨우 옷 사는 거 가지고 너무 주춤하면 안 돼."
"맞아맞아. 히힛, 나 전부터 사고 싶은 옷이 있었는데. 좋아! 오늘 사야지!"
새 옷을 살 생각에 노아는 즐거워 보이고 엘시는 아직 고민하는 거 같았다.
"엘시, 노아,니냐 씨. 일단 여우의 쉼터로 돌아가서 밥 먹기로 해요."
평상복을 추가로 사는 거에 대한 건 밥을 먹으면서도 할 수 있다.
"네, 랜트."
"알았어."
"응, 랜트."
"켈반 씨,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그래, 잘 가게나, 랜트. 아, 여자들의 쇼핑에 끌려다닐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게나."
짐꾼이 될 내 미래를 예상하고 충고를 해주시는 켈반 씨.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
기다리는 동안 야한 망상을 하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기다리면서 딸딸 할 때 상상할 솔리신의 지팡이 봉춤의 춤 구상을 생각해두자.
◈
"어서오세요!"
여우의 쉼터에 돌아오고 우리는 티나의 마중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때도 식사가 와서 먹고 있을 때도 엘시, 노아, 니냐는 어떤 옷을 살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고민했던 엘시도 지금은 전부터 사보고 싶었던 옷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쇼핑이라고 하니 침대에 대해 떠올렸다.
"있지. 사는김에 침대도 사는 게 어떨까?"
""침대?""
세 명이 모두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나는 아침에 미란다 씨가 얘기한 안마실이었던 빈방에 대한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방을 바꾸는 김에 큰 침대를 사는 게 어떨까 해서."
가장 먼저 내 의견에 찬성한 건 노아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아, 4층에는 남은 방도 있다고 했지? 그럼 우리도 4층으로 옮기면 되지 않아?"
"나, 침대라면 아주 좋은 걸 파는가게를 알아. 옷을 다 사면 안내해줄게."
"고맙습니다, 니냐 씨."
"커다란 침대…… 또…… 3명이서…… 읏……."
엘시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3명이서라는 말을 유추해보아 분명 커다란 침대를 샀을 때 할 섹스를 생각해버려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엘시도 점점 야한 쪽으로 생각이 쏠리는 것 같아 매우 바람직스럽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미란다 씨에게 안마실을 쓰겠다고 말하고 올게."
나는 주방 앞에 가서 요리 중이신 미란다 씨에게 말했다.
"미란다 씨."
"왜 그러니, 랜트?"
"안마실 쓰기로 할게요.오늘 안마실에서 사용할 침대를 사려고요."
"어머, 그러니! 안마실은 지금도 청소는 잘 되어 있단다. 금방 써도 문제없을 거야. 그럼 랜트가 침대 사 오기 전에 테이블이랑 등불을 준비해놓을게."
"네, 부탁드릴게요."
나는 다시 모두가 있는 자리로 돌아오며 말했다.
"가자."
◈
우선 우린 신전에 들리기로 했다.
엘시의 신관복은 시중에서 파는 게 아닌 신전에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엘시가 신전 안에 들어가고 어느 정도 기다리자 엘시는 새 신관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왼손에는 벗은 신관복과 오른손으로 예비용으로 샀는지 3벌의 신관복이 들려 있었다.
"엘시. 그 신관복 우선 내가 인벤토리에 넣어둘게."
"네, 랜트. 부탁할게요."
엘시의 신관복을 인벤토리에 넣은 다음에는 노아의 옷을 사러 갔다.
노아가 어릴 때부터 이용했다는 단골 옷가게에 앞에서 이번에는 노아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 분후.
"렌트, 이것도 부탁해!"
"응."
디자인은 똑같지만 새 옷을 입은 노아가 나오며 나에게 두 개의 봉투를 건넸다.
아마 한 쪽은 헌 옷, 한쪽은 예비로 산 옷일 거다.
"후훗, 그럼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해볼까."
그 후 우리는 니냐 씨가 추천해준 옷가게로 갔다.
가게 안에 들어가 여성 점원의 간략한 가게 홍보문구를 들은 후 엘시와 노아, 니냐 씨는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각자옷을 고르고 탈의실에 들어가며 옷을 입어봤다.
"짜잔~ 이거 어때? 편해 보이지 않아?"
찡긋 윙크를 날리며 노아는 평소에도 마을에서 자주 본 단순한 디자인의 일명 마을 사람 옷! 이란 느낌의 옷을 입었다.
언제나 노아의 도적 복장을 봐온 나로서는 꽤나 신선했다.
마치 장난꾸러기인 소꿉친구 같은 느낌이 났다.
……실제로 마을에 있는 내 또래 여자애들은 그다지 나와 친하진 않았지만.
소꿉친구 노아와 어릴 때의 장난으로 마구간에서 어른들은 모르는 둘만의 비밀놀이 플레이.
란 망상이 피어납니다.
"응, 잘 어울려, 노아."
"히히힛."
다음에는 엘시가 갈아입었다.
"어, 어떻나요?"
엘시는 하얀 원피스를 입었다.
신관복처럼 허벅지가 트여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노출이 적어졌지만 청순한 엘시의 이미지에 딱 맞았다.
"예뻐, 엘시."
바닷가에서 원피스에 밀짚 챙 모자를 쓰고 해변을 걸어 다니는 엘시가 상상됐다.
바닷가에서 있는 바위 그늘에서 남몰래 하는 스릴 넘치는 야외섹스!
란 망상이 솟아올랐다.
"고, 고마워요, 랜트……."
다음에는 니냐 씨가 갈아입었다.
"어때, 랜트~ 섹시해?"
니냐 씨는 내가 처음 모험가 길드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던 복장.
비키니 아머를 입었다.
"오오~ 대담한데?"
"그, 그건 거의 속옷 아닌가요!?"
"후훗, 다른 여전사도 이거 입는 애도 있는데?"
"매력적이에요, 니냐 씨. 그런데…… 여기 모험가가 무구점이 아니라 일반복 파는 데 아니었나요?"
"이거 실제로 모험할 때 쓸만한 옷은 아니야. 소재도 연약하고. 말하자면~ 밤에 쓸 용♡"
창술사인 니냐 씨의 비키니 아머 여전사 코스프레.
무척 좋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여기사 갑옷 비슷한 건 있을까?
큭, 죽여라! 란 플레이를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니냐 씨라면 신나 하며 응해줄 것 같다.
여러 옷을 갈아입으며 세 명과 하는 망상을 하니 그다지 지루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동시에 솔리신의 야한 지팡이 춤 댄스에 대한 구상도 함께했다.
구상에 참고가된 건 니냐 씨의역동적인 움직임이다.
세 명은 신나 하며 여러 벌의 옷을 샀고 나는 그 옷들이 담긴 봉투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옷을 산 세 명의 표정이 무척이나 만족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뻤다.
가게를 나갈 때 엘시와 노아가 안 보는 틈을 타 니냐 씨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몸을 들어 올려 자그맣게 내 귀에 속삭였다.
"랜트, 다음에 쇼핑할 땐 야한 복장을 파는 가게에도 같이 가보자♡"
무척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엘시랑 노아도 함께 가요."
"후훗, 그러자. 그런데 엘시는 많이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부끄러운 엘시의 귀여운 모습도 좀 보고 싶어요."
"어머,랜트, 의외로 짓궂은 면도 있네♡"
그치만 부끄러워할 때의 엘시는 정말 귀엽단 말이다.
니냐 씨는 내 어깨에서 손을 놓고 땅에 내려온 엘시와 노아를 뒤에서 동시에 껴안았다.
"저기저기, 엘시, 노아~ 다음에 쇼핑할 땐 내가 추천하는 밤용 옷가게 가자~."
"오오, 그거 좋다. 랜트가 좋아할 만한 옷은 뭘까……♪"
"바, 밤용 옷가게……."
"그리고 가는 김에 내가 잘 아는 성인용품점이 있거든?거기도 함께……."
무척 흥미로운 얘기를 하려는 것 같지만 아직 우리에겐 볼일이 있다.
"저기 니냐 씨."
"왜 랜트?"
"침대 가게에 안내해주실래요?"
"아참, 그랬지. 따라와♡"
◈
우리는 니냐 씨를 따라 침대를 살 가게로 갔다.
"저, 저기 니냐 씨……."
"응? 왜, 엘시."
"여기…… 밤거리잖아요."
"응, 맞아."
니냐 씨는 침대를 사기 위해 우리를 밤거리로 안내했다.
이곳저곳에서 창관의 간판 아가씨들이 여러 남성 모험가들에게 추파를던지며 간판 청년들이 여성 모험가들을 유혹했다.
"어, 어째서 침대를 사는데 밤거리로 온 거예요!"
엘시가 꼬옥 내 팔에 매달리며 니냐 씨에게 물었다.
역시 밤거리를 걷는 건 엘시에겐 조금 부담스럽고 부끄럽나 보다.
대신 살짝 떨며 얼굴을 붉히는 엘시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봐서 개인적으론 만족이다.
"후훗, 엘시.뭘 모르는구나. 침대라고 하면 당연히 자는 것만이 아닌 남녀의 사랑을 나누는 데에도 쓰잖아? 거기다 랜트는 정력도 대단하고……
그렇다면 평소에도 편안히 잘 수 있고 그에 더해 몸을 섞을 때도 편안한 침대를 사는 게 당연하잖아! 그렇다면 밤거리에 있는 가게에서 파는 침대 말고 제격인 곳은 없어."
노아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그러네."
"지금 내가 가는 곳은 우리 창관에서도 애용하고 있는 침대 가게야. 가격은 좀 비싸지만, 품질은 절대로 내가 보장할게."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대략 400골드.
아무리 비싸더라도 충분히 침대를 사는 데는 문제 없다.
이왕 살 거 가장 좋은 거로 사자.
가능하다면 나는 정액도 많이 싸니 뒤처리도 간편한 거면 좋겠다.
"도착했어."
그리고 우리는 니냐 씨가 추천한 침대 가게에 도착했다.
니냐 씨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내가 추천하는 가게. 음마의 잠자리야!"
서큐버스 창관이 애용할만한 이름의 가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