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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화 〉120화-영감 (121/818)



〈 121화 〉120화-영감


신전 안에 있는 예배당 여전히 엄숙하고 신성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으며 창문 유리는 예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거대한 알몸의 솔리신 석상이다.

전에 올 때는 솔리신 석상에서 다른 신도들이 야함을 느끼지 않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작 나는 이 생생한 알몸의 솔리신 석상을 봐도 여전히 꼴린다.

언제나 상딸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솔리신을 향해 나는 마음속으로 감사를 올렸다.

우리는 차례대로 나, 엘시, 니냐 씨, 노아, 티나 순으로 의자에 앉았다.

티나가 두리번두리번 예배당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굉장하네요……."

"티나는 예배당에 오신 적이 없나요?"

"아니요. 있어요. 하지만 온  오랜만이라서……. 예배당은 정말 예쁘고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노아가 티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나도 온 건 오랜만이야. 이야, 저기 유리천장에 있는 그림도 정말 오랜만에 봐. 엘시, 저거 분명 창세 신화…… 였나?"

엘시는 신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네. 솔리신이  세상을 만드셨을 때의 모습과 베인신과의 대립을 나타내고 있어요. 그 옆에는 초대 용사님과 성녀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타낸 그림이에요."

"있지, 엘시."

"네, 니냐 씨. 니냐 씨도 궁금한 게 있으세요?"

니냐 씨는 솔리신의 석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어째서 솔리신의 석상은 알몸이야?"

"그, 그건…… 에, 엘프족 성녀님이 꿈에서 보았던 솔리신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거라서 그래요……."

"헤에, 그렇구나……. 그런데 솔리신의 스타일 엄청 좋다~."

"니, 니냐 씨! 솔리신을 그런 눈으로보시면 안 돼요!"

"아니, 하지만 솔리신은 생명과 창조의 여신이잖아? 오히려 남성을 유혹하는데 최적의 몸이라서 칭찬하는 거야. 생명을 낳으려면…… 섹스도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저런 남성이 보고 곧바로  것 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무척이나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소, 솔리신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생명을 낳으신 분이에요! 그, 그런  하지 말아주세요!"

엘시가 볼을 부풀리며 니냐 씨를 노려봤다.

"아하하, 미안미안, 엘시. 너무 화내지 마."

니냐 씨가 사과를 하며 엘시를 껴안았다.

"다, 다음부터 그런 말씀 하면  돼요?"

"응응, 알았어. 엘시는 착하고 신앙심도 깊구나~."

미안, 엘시.

나도 니냐 씨의 생각에 동의해버렸어.

그리고 지금까지도 솔리신을 상대로 야한 망상을 하며 상딸을 해왔어.

하지만 솔리신을 상대로 상딸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그만두기에는 너무나도 꼴릿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이란 말이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 야한 망상을 해버리고 만다.

슬픈 상딸러의 본능인 것이다.

"엘시. 기도하자."

"아, 네! 랜트! 모두 함께…… 저희 행복을 솔리신이 축복해주시도록 기도해요."

우리는 모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며 기도를 했다.

나도 이번에는 야한 망상이 아닌 마음을 담아 솔리신에게 우리의 행복을 빌었다.

물론  때는 솔리신의 생생한 야한 알몸을 떠올리면서이다.

야한 망상을 안 할 뿐.

빌 때는 솔리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솔리신의 야한 몸을 상상하며 빌었다.

우리의 앞날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주세요.

앞으로도 상딸로 신세를 많이 지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은 봉춤을 추는 도중 마물들에게 덮쳐지는 상상을…….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머릿속에서이명이 들림과 동시에 무언가를 얻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내가 얻은 무언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접신몽(接神夢)

효과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신과 만날  있는 스킬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영감을 얻은 것일까.

하지만 어째서 이 타이밍에?

의문이 머릿속에서 끝이질 않았다.

혹시 계속야한 망상을 해서 솔리신이 나에게 설교를 하려고 영감을 내린 걸까?

게다가 느낌상…… 이거 패시브 스킬이다.

확실히 지금까지 솔리신의 망상을 하면서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일어난 적이 있었다.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웃는다거나……

여우 꼬리랑 귀를 달려서 신기해한다거나……

트롤에게 박히는 망상에서 생소해한다거나……

혹시 망상 속의 솔리신을 통해 진짜 솔리신이 내가 무슨 망상을 하는지 알고 있었던 걸까?

……오늘 밤 자기가 무서워졌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오늘은 솔리신으로 야한 망상을 하는  그만두자.

상상 속의 솔리신은 방긋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무척 불안합니다.

"랜트?"

그때 엘시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응? 왜 그래, 엘시?"

눈을 뜨고 옆을 돌아봤다.

엘시 말고도 노아, 니냐 씨, 티나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 안 좋으세요?"

"응? 아니. 왜?"

"무척 심각한 표정을 짓고 계셔서……."

아무래도 고민하던  얼굴에 드러났나 보다.

"아아, 솔리신에게 부디 우리를 행복해질  있도록 축복해달라고 간절히 빌어서 그런 건데……."

"아, 그런 거였군요.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저희의 행복을 빌다니…… 무척 기뻐요."

"뭐야, 그런 거였어? 랜트가 심각한 표정을 하길래 놀랬잖아."

"후훗, 그만큼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아니겠어?"

"랜트 씨…… 저, 저도 좀 더 솔리신께 기도할래요!"

티나가 다시 눈을 감고 솔리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솔리신에게 진심을 담아 우리를 축복해달라고 한  진짜다.

하지만 설마 이럴  영감을 얻다니…….

정말로 오늘 꿈에서 난 어떻게 되는 걸까?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에 나와 우리는 여우의 쉼터로 돌아갔다.

여우의 쉼터에 돌아가자 체르시 씨가 카운터에서 있었고 우리가 돌아온 걸 본 미란다 씨가 다가와서 환영해주셨다.

"어서 오렴. 우리 티나, 예배당은 어땠니?"

"응, 엄마. 오랜만에 가봤는데 정말 근사했어."

"후훗, 그건 잘 됐구나. 아참, 랜트. 잠시 나랑 같이 와줄래?"

"네?"

"엄마, 랜트 씨는 왜?"

"장 보는 걸 도와줬으면 해서. 어제 다들 방을 옮기느라 침대나 테이블이나 쓰레기통을 전부 4층으로 옮겼잖니? 그러니까 2층을 다시 채울 걸 사야 하잖니. 어제 랜트가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는 걸 알았으니까 도와줬으면 해서."

생각해보니 4층으로 침대나 짐을  옮겼으니 지금 2층의  방이었던 곳의 침대를 빼면 엘시의 방도 노아의 방도 그리고 니냐 씨의 방도 지금은 텅텅 비었을 거다.

다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였다.

"알았어요. 따라갈게요. 모두는 여관에서 쉬어줘."

장을 보는 데 따라가는 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할 거다.

"에에~ 나도 따라갈래."

노아가 손을 흔들며 따라오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노아는 오늘 많이 지쳤잖아. 노아는 쉬고 있어. 그리고 미란다 씨를 따라가는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으응~ 알았어. 엘시, 쉴 때 심심하니까 뭔가 얘기 좀 해줘."

"네, 노아. 어떤 이야기를 원하세요? 신화, 전설, 아니면 용사님이나 성녀님들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사랑 이야긴 없어?"

"물론 있어요!"

"그럼 난 내 방에서 창이나 손보고 있을래. 아, 엘시, 노아, 티나. 나중에 잠깐  방에 와줄래?"

티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어째서요?"

"후훗, 랜트의  당번을 정하기 위해서야."

"밤 당번이요?"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니냐, 언제 모이면 돼?"

"1시간 후에 모여줘."

"응! 엘시, 올라가자."

"네, 노아."

엘시와 노아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럼 전 주방 청소하러 갈게요. 엄마, 아직 주방 청소 안 했지?"

"응, 부탁해, 우리 티나."

티나는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우리 앞에 남은 니냐 씨는 찡긋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밤 당번 정할 때 빈자리 있으면 거길 미란다 씨의 차례로 메꿀게요."

"어머, 나까지 신경 써주는 거니?"

"물론이죠. 모처럼 제가 음문도 새겼는데…… 제대로 쓰지도 않고 놔두면 안 되잖아요?"

"후훗, 고맙단다. 니냐."

"그럼 나도 올라가 볼게. 랜트, 미란다 씨랑 장보기 잘해."

"네, 니냐 씨."

니냐 씨도 계단을 올라갔다.

"우리도 가보자꾸나, 랜트."

"네, 미란다 씨."

나는 미란다 씨와 함께 장을 보러 갔다.



미란다 씨와 시장을 돌며 산 물건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예비 쓰레기통에 테이블 그리고 침대.

침대를 곧바로 수납했을 때는 점원의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을 보고 미란다 씨가 웃음을 무척이나 웃으셨다.

이왕 장을 보는 김에 미란다 씨는 식료품도 함께 사기로 하셨다.

시장의 식료품들을 이리저리 둘러보시며 미란다 씨는 무척이나 방긋방긋 미소를 지으셨다.

"후훗, 랜트 덕분에 침대 사는 것도 편하게 끝났어. 원래라면 사고 나서 이틀 후에나 왔을 텐데."

"그렇게나 걸리나요?"

"물건을 운송하는 건 상인 길드에서 맡고 있단다. 하지만이 아니라 여러 물건을 배달하니까. 게다가 침대처럼 무겁고 부피가 있으면 시간이 걸린단다.

아, 그거 아니? 은퇴한 모험가가 상인 길드의 배달원이나 경호원이 되는 경우도 있단다."

확실히 승격을 해서 신체능력이 뛰어난 모험가라면 짐을 옮기는 것도 수월할 거다.

그러고 보니 엘시와 노아의 안내로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시장을 자세히 둘러본 적은 없다.

여태껏 이 세상에 살아오면서 보지 못한 고기나 과일 야채들을 팔고 있었다.

"아……."

"왜 그러니, 랜트?"

한 곳에 오크 고기 전문점이라는 가게가 있었다.

역시 정말로 파는구나, 오크 고기…….

"아니요, 오크 고기를 팔아서요."

"그러고 보니 랜트는 다른 곳에서 왔다고 했지?"

"네. 오크를 고기로 먹을 줄은 몰랐어요."

"후훗, 확실히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라면 드물 거야. 오크 고기는 플단의 명물이기도 하니까."

"플단의 명물이요?"

"응. 밖에도 오크는 있지만, 던전처럼 무한히 나오는 곳은 없잖니? 오크 고기는 보통 돼지고기보다 맛있어서 인기 있단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도 팔고 있어.

최근에는 무척이나 마물에 대해엄격했던 신성국가에서도 오크 고기를 받아들이게 됐단다."

"신성국가요?"

"응. 솔리신을 모시는 최대의 신성국가, 솔라리오. 랜트는 들어본 적 없니?"

"……죄송해요. 시골뜨기라서."

어릴 때는 수련과 딸딸로 세월을 보낸 생활을 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지금 있는 나라의 이름은 뭔지 아니?"

그건 알고 있다.

"에스칼이요."

"맞아, 에스칼. 대륙 동쪽에 위치한 에스칼과 서쪽의 기사국가 브리단, 남쪽의 신성국가 솔라리오, 그리고 북쪽의 마인들의 영토 어비스.  외에도 다른 국가들이 많지만 에스칼과 근접한 나라라는 이렇게 3개가 있단다.

그리고플단은 4개의 나라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단다. 던전이 있기에 수많은 실력 있는 모험가들이 많아서…… 정식으로는 에스칼의 영토지만 거의 하나의 개별 지역이라고 생각되어지고 있어."

"그렇군요."

솔직히 신전이 있는 시점에서 신성국가 같은 것도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는데 정말로 신성국가가 있었다.

……던전에만 도전하지 않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사는 김에 오크 고기도 사야겠다."

미란다 씨는 오크 고기를 파는 곳으로 걸어갔다.

미란다 씨는 오크 고기를 팔고 있는 나이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페이린 씨."

"어서 오렴, 미란다. 오늘도 싱싱한 고기가 들어왔어."

"후훗, 그럼 평소처럼 3덩이 주세요."

"그래. 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니?"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페이린 씨라고 불린 아줌마가 미란다 씨에게 말했다."

"혹시…… 이제야 새 남편감을 찾은 거야?"

미란다 씨는 얼굴을 붉히며 한쪽 볼에 손을 대며 손사래를 쳤다.

"어머, 아니에요. 이 애는…… 티나의 남편이 될 아이인걸요."

하지만 몸은 섞었습니다.

"어머어머어머, 그럼사위랑 같이 장 보러 오는 거야?"

"후훗, 네."

"티나도 언제 이런 참한 청년을 잡았대? 호호호, 좋아, 그럼 한 덩이 서비스로 더 줄게. 아직젊을 텐데 많이 먹고 힘내야지."

"고마워요, 페이린 씨."

오크 고기를 마지막으로 사고 나와 미란다 씨는 여관으로 돌아갔다.

침대는 인벤토리에 넣었지만, 식재료는 미란다 씨가 챙겨온 시장 주머니에 넣었다.

드는  물론 내 역할이다.

여관에 도착하자 티나가 우리를 반겼다.

"다녀오셨어요!"

"다녀왔어, 티나."

"티나, 청소는 잘했니?"

"물론이지! 아, 그리고……."

티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잠시 숨을 들이켜고 조용히 우리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밤 당번 정했는데…… 오늘 엄마 차례야."

"어머."

아무래도 페이린 씨가 주신 고기를 먹고 힘쓰는 상대는 티나가 아니라 미란다 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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