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164화-내 고향 방문하기
마나웨폰도 마음껏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 평소보다 근육마차의 돌진 속도를 올려서 그럴까.
생각보다 5층으로 가는 계단에 빨리 도착했다.
노아와 니냐 씨, 그리고 지게에 탄 엘시를 내린 다음 지게를 인벤토리에 회수하고 우리는 5층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차근차근 주변이 어두운 공간을 지나 5층으로 내려가자 우리가 본 것은 쨍쨍한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지대였다.
주변은 온통 사막이었으며 군데군데 4층처럼 바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조한 바람이 피부를 간질이며 그 바람에는 살짝 모래 알갱이가 섞인 것도 있었다.
"여기가…… 5층이군요."
처음 5층의 광경을 본 엘시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감동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먹으로 치고 내려갈 때 모랫바닥인 곳도 있었다.
그곳이 바로 이 5층이었나 보다.
"으으…… 나 이 층 싫어."
모래바람을 맞고 내려가면서 노아가 질색하는 목소리를 냈다.
"왜 그래, 노아?"
"여기 모래 엄청나잖아? 귀랑 꼬리에엄청 모래 알갱이 묻잖아."
"아……."
"특히 귀속 털에 들어갈 때의 모래 느낌이 싫어."
니냐 씨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말했다.
"응응, 보통 수인족 모험가들은 털에 모래 알갱이가 너무 묻어서 5층 같은 데를 싫어하긴 해. 그래도 모래 위에서 싸우는 것도 다 경험이니까 익숙해져야돼, 노아."
"으으, 알겠어, 니냐."
저벅저벅 계단을 내려가며 우리는 워프장치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계단을 다 내려가니 주변에 있는 모험가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던전 크래셔파티잖아."
"벌써 5층에 도달한 거야?"
"게다가 뇌창의 니냐까지 있어. 같은 파티가 됐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이구나."
"저거 완전 하렘 파티잖아. ……치정 싸움이나 나버려라."
마지막에 엄청난 저주의 말을 들은 것 같다.
하렘인 건 사실이지만 내 연인들은 모두 착하고 나는 모두를 책임질 의지가 다분히 있기에 살짝 서로를 놀리긴 해도 치정 싸움까지 갈 일은 없다.
나를 저주한 모험가(남성)에겐 내 하드한망상 속에서 엑스트라 여성을 범하는 부랑자 역할을 주도록 하자.
다른 모험가들의 수군거림을 뒤로 하고 우리는 모랫길을 걸었다.
걷는 순서는 나와 노아가 선두.
니냐 씨가 엘시를 호위하는 형태이다.
내리쬐는 햇볕이 조금 더운 느낌을 주었지만 그다지 불쾌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엘시나노아는 어떨까?"
"엘시, 노아, 괜찮아?"
"좀 덥지만 괜찮아. 털에 모래 알갱이 붙는 거랑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거 빼면."
"저도 괜찮아요."
"어머, 랜트. 내 걱정은 안 해주는 거야?"
"니냐 씨는 이 정도는 괜찮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 파티에서 가장 노출도가 높다.
햇볕이 좀 강해도 많은 승격을 한 니냐 씨의 육체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거다.
"후훗, 그런 말 해주니까 기뻐♡ 하지만 조금이라도 걱정해주길 바랬어."
"만약 니냐 씨가 힘드시면 제가 니냐 씨를 부축할게요."
"정말? 아아, 갑자기 현기증이……."
니냐 씨가 머리에 살짝 손을 대며 쓰러지려는 시늉을 하려고 하자 노아가 니냐 씨에게 물었다.
"니냐, 앤트라의 약점은 뭐야?"
쓰러지려는 시늉을 그만두고 똑바로 걸으며 니냐 씨가 방긋 웃으며 노아에게 설명했다.
"앤트라의약점은 머리와 몸통을 잇는 마디 부분이야. 배랑 몸통을 잇는 부분도 마찬가지고. 거기가 제일 무르거든. 하지만 자신 있다면 옆에 나 있는 다리를 먼저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마디 사이가 의외로 얇으니까 잘 노려야 해. 잘못하다 딱딱한 껍질을 쳐버려서 팔이 찡~한 아픔이 올 수도 있거든."
"그렇구나. 좋아, 엘시! 파워랑 스피드 걸어줘! 배리어도!"
"네, 노아!"
노아의 요청에 따라 엘시가 차례로 버프 마법을 걸었다.
"벌써 거는 거야?"
"응. 미리 쳐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거기다……."
노아가 오른쪽 앞 부근에 있는 바위를 쳐다봤다.
"저쪽에서 뭔가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거든."
지지직.
노아의 말을 듣자마자 내 귀에도 살짝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지직 지지직
3마리의 성인 남성 정도의 크기의 거대한 붉은 개미가 바위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 거대한 개미 같은 건 서바이벌 만화의 그림이나 영화의 CG로도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보면 엄청 징그러웠다.
"지, 징그러워요……."
"응응, 나도 처음엔 엄청 징그러웠어. 하지만 익숙해져야 해, 엘시."
"네, 네! 노력…… 할게요."
"좋아! 그럼 가볼까!"
노아가 앤트라를 향해 돌진하려고 했다.
"잠깐만, 노아."
"응? 왜, 랜트?"
"내가 먼저 나설게. 마나웨폰도 쓰고 싶어서."
마침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응! 그럼 랜트의 멋진 모습 보여줘!"
"알았어."
나는 이쪽을 향해 여러 개의 다리로 빠르게 기어 오고 있는 앤트라를 향해 걸어갔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앤트라의 모습이 더 정확하게 보였다.
간단하게 감상을 말하자면 엄청나게 징그럽다.
특히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커다란 검은색 눈동자가 제일 징그러웠다.
나에게 충간 취향은 없어서 망상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른다면 사막의 얇은 천 복장을 입은 니냐 씨가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나를 유혹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아주 바람직한 땀을 흘리며 쑥컹쑥컹 운동을 하는 망상뿐이다.
내 마나웨폰의 사정거리는 나에게서 떨어져 30미터 정도다.
그렇다면 내가 손에 쥔 상태에서는 30미터 이상이나 늘어날 수 있는 것일까?
그걸 시험하기에는 이미 앤트라는 30미터 이내에 이미 들어오고 말았다.
살짝 아쉽지만 그걸 시험하는 건 앤트라를 다 쓰러트린 다음에 하자.
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만들어낼 마나웨폰을 상상했다.
상상하는 건 커다란 사각의 뿅망치처럼 생간 망치다.
하지만 머리 부분은 면적이 2미터가 될 정도로 거대하고 봉은 탄성과 강도가 좋으며 길이는 10미터 이상이나 되는 망치다.
단숨에 내가 상상한 망치가 만들어졌다.
"우와, 크다."
노아가 생긴 망치를 보며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망치를 오른손에 쥐고 앤트라가 오는 거리를 가늠한 다음.
"흐음!"
앤트라를 향해 망치를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아, 힘조절 잘못했다.
앤트라 한 마리를 완전히 뭉개버린 손맛은 났다.
하지만 힘을 좀 많이 주고 말았다.
내가 망치를 내려친 여파로 양옆에 있던 앤트라 2마리는 풍압 때문에 날아가며완전히 뒤집혔고 망치가 모래에 부딪힌 순간 바람과 함께 대량의 모래가 우리 쪽으로 휘날렸다.
"으악!"
내 뒤에 있던 노아가 비명을 지르고.
휘리리리리리리리리릭!
노아보다 더 뒤에 있던 니냐 씨는 빠르게 창을 회전시키며 엘시의 앞에 서서모래바람을 막고 있었다.
"괜찮아, 엘시?"
"네. 고, 고마워요, 니냐 씨."
"랜트. 멋지긴 했는데…… 힘 조절하자."
귀와 머리카락 그리고 꼬리에 모래 알갱이가 덕지덕지 붙은 노아가 가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미, 미안, 노아."
나는곧바로 마나웨폰으로 만든 망치를 없앴다.
……사막지대 같은 곳에서는 되도록 바람이 휘날리지 않는 무기를 써야겠다.
"으으, 모래가 귀속까지 들어갔어……."
노아는 양손으로 자신의 귓속을 살짝살짝 긁어내며 안에 들어간 모래를 꺼냈다.
"저, 정말 미안……."
"괜찮아, 괜찮아."
노아는 꼬리와 머리를 부르르르르하며 빠르게 회전시키며 모래를 털어냈다.
"으음, 아직 모래가 묻어있네……."
내가 손으로 털어도자그마한 모래 알갱이들이 잘 털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괜한 실험을 하다가 노아에게 피해를 주고 말았다.
뭔가 노아에게 사과할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때 번뜩하고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노아, 잠깐만 있어 봐."
"응?"
나는 노아에게 다가가 오른손에 손잡이가 달린 부채를 마나웨폰으로 만들었다.
"노아, 눈감아줘."
"이렇게?"
나 때문에 모래를 뒤집어쓰게 됐어도 노아는 내 말에 따라줬다.
"응, 그렇게 잠깐만 있어 줘."
나는 오른손에 쥔 부채를 빠르게 휘둘렀다.
파닥파닥파닥파닥파닥파닥!
내 힘으로 실행되는 고속 부채질은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오오오, 시원하다."
나는 오른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왼손으로 노아의 귀와 머리에 붙은 모래 알갱이를 털어냈다.
겉보기에 알갱이를 다 털어낸 거로 보아 다음에는 살짝살짝 노아의 꼬리를 부채질하며 털었다.
"응, 하응……."
내가 꼬리를 털자 노아가 살짝 신음을 내면서 말했다.
"래, 랜트. 꼬리는 내가 할게."
"그래?"
나는 부채질을 계속하고 노아가 자신의 꼬리를 손으로 탈탈 털었다.
"응, 이정도면 돼. 고마워, 랜트."
"뭘,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그렇게 됐는걸."
그때 뒤에서 니냐 씨가 나를 불렀다.
"랜트~ 우리에게도 바람 좀 쐐줘~."
"아, 네."
그 후 나는 니냐 씨와 엘시에게도 파닥파닥 부채질을 했다.
"후우, 시원하다."
"네, 정말 시원해요."
내 부채질은 니냐 씨와 엘시에게도 평판이 좋았다.
어느 정도 부채질을 한 다음 우리는 뒤집혀도 옴짝달싹을 못 하는 앤트라를 향해 다가갔다.
지지지직!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아등바등 다리를 움직이며 어떻게든 몸을 뒤집히려고 하는 앤트라.
여러 개의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징그러웠다.
"우와, 뒤집어서 보니까 더 징그럽다."
노아의 말에는 나도 동의했다.
"응, 그러네. 그래도 약점은 잘 보인다."
뒤집은 상태에서 보니 확실하게 머리와 몸통 사이, 그리고 몸통과 배를 잇는 사이에 얇은 부분이 잘 보였다.
"여기를 베면 되는 거야?"
"응, 맞아. 내가 시범을 보여줄게. 이렇게……."
스윽!
니냐 씨가 빠르게 창을 휘둘러 단숨에 두 개의 마디를 베었다.
지지지직!
기분 나쁜 소리를 조금 크게 내면서 앤트라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자른 부위에서는 녹색의 액체가 흘러나왔다.
아파도 저게 앤트라의 피일 거다.
"마디 부분이 약점이긴 해도 머리랑 몸통을 잇는 부분을 이렇게 완전히 베어버리면 바로 죽어버려.
대신 배랑 몸통 부분을 자르면 엄청 몸부림치니까 이왕이면 머리랑 몸통이 이어진 곳을 베어야 해."
"그렇구나…… 근데 내 단검으로는 양단은 힘들겠다."
"걱정 마, 노아. 양단은 할 수 없더라도 출혈시켜서 죽일 수도 있으니까. 아, 마성은 몸통 부분 중앙에 있어. 자, 그럼 일단 다음 앤트라도 처치하자."
나머지 뒤집힌 앤트라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 내가 망치로 내버린 모래 구덩이를 지나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가 내리친 랜트라는 주변에 녹색의 피가 흩뿌려진 채로 완전히 납작해졌다.
마치 전생에 발로 밟은 개미 같았다.
"우와…… 저래선 마석도 다 박살이겠네."
"……다음부터는 그냥 베는 무기로 할게."
"베는 무기가 아니라도 이렇게 힘만 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랜트."
"……응."
새 아이디어를 상상하는데 너무 들떠서 실수한 자신을 다시 한번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앤트라도 해치운 다음에는 마석 적출과 소재 수집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쇠장갑을 낀 채로 내가 앤트라의 몸통에 손을 넣고 마석을 꺼내고 앤트라의 턱을 뚝하고 부러뜨린 다음 인벤토리에다 넣었다.
"랜트, 쇠장갑을 끼고 있어도…… 덥거나 뜨겁지 않으세요?"
내 쇠장갑을 보고 엘시가 걱정스러워하며 물어봤다.
열은 계속 받고 있는지 앤트라의 몸통에 손을 집어넣었을 때 치이이익하고 수증기가 살짝 난 걸 보아 조금 뜨거운 태양 빛에 계속 노출되어서 달궈진 것 같다.
분명 엘시도 이 현상을 보고 걱정돼서 물어본 것이다.
솔직히 뜨거워지긴 했지만 지금 내 몸에는 그다지 뜨겁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괜찮아, 엘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엘시를 안심시키고 나머지 앤트라의 마석과 턱을 회수했다.
……완전 납작해진 앤트라는 마석도 분명 부서져 있었을 테고 턱도 똑같이 납작하게 산산조각이 회수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걸어가기를 5분.
사막 한복판에서 2마리의 앤트라가 나타났다.
"좋아! 이번에는 내가…… 아니, 랜트랑 각각 한 마리씩 맡자. 랜트, 이번엔 힘 조절 잘 해야 돼?"
"알았어, 노아."
조금 전 들떠 있을 때와는 달리 나는 평소에 힘조절을 아주 미세하게 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두와 섹스를 할 때도 설령 내가 폭주해도 몸을 다치게 할 정도로 강하게 허리를 흔드는 일은 없다.
이것이 전부 어릴 적 미래의 행복한 섹스경험을 위해 적절한 힘으로 딸치기 위해 한 딸딸 힘조절 수련의 성과이다.
"가자."
"응!"
나와 노아는 동시에 앤트라를 향해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