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172화-내 고향 방문하기
"아들~ 엄마, 아빠돌아왔어~."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아부지, 어무이가 장보기에서 돌아왔다.
어무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요리를 시작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듬~뿍 사 왔으니까 기대하렴."
흥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어무이는 이미 만들어둔 고기 수프에 물과 야채 그리고 고기와 조미료를 더 추가했다.
아부지는 어무이가 요리를 하는 동안 내 방으로 와서 톡톡 살며시 내 어깨를 두드렸다.
"랜트야."
"왜요?"
"잠시 이쪽으로 와보렴."
아부지는 나를 거실로 불러내고 내 귓가에 아주 작은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랑 사귀는 거니? 아니면 마음이 있는 애 있니?"
부모로서 매우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하셨다.
"모두 착하고 좋은 아가씨들인데…… 우리 아들은 누가 좋아?"
아부지…… 이미 셋하고 동시에 사귀고 있어.
라고 지금 말할 수는 없었다.
저번에 니냐 씨가 말한 대로 지금은 그럴듯한 분위기만 풍기는 게 제일인 것이다.
나는 아부지의 귓가에 자그맣게 속삭였다.
"아직 소중한 동료들일 뿐이야, 아부지."
"……아직이라는 건 마음은 있다는 거지?"
"저렇게 셋 모두 착하고 예쁜데 한 줌도 마음 없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것도 그렇네…… 그래서우리 아들은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 아빠는 노아라는 애가 마음에 든단다."
노아를?
"어째서?"
"……젊었을 때 엄마처럼 활발해서. 그때 네 엄마도 정말 활발하고…… 무척이나 귀여웠어. 물론 지금은 훨씬 더 사랑스럽지만……."
의도치 않게 아부지의 어무이 사랑을 듣고 말았다.
하지만 어무이가 젊었을 때라면…… 분명 노아처럼 활발하긴 했겠지만…… 방향성이 다르지 않을까?
노아는 장난꾸러기 같은 활발함이지만 어무이라면 좀 더…… 드세고 행동력 넘치는 활발함일 것 같다.
"너네 엄마 젊었을 적에 얼마나 사랑스러웠는데.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말이다…… 특히 평소에는 믿음직스러운데 아빠랑 둘이서 있을 때는 정말이지……."
이대로는 어무이에 대한 아부지의 사랑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아부지."
"어찌나 사랑스…… 응? 왜 아들?"
"정말 고민할때 오면아부지한테 상담할 테니까 지금은 묻지 말아줘."
"그래? 알았어. 그럼 고민할 때 되면언제든지 아부지한테 말하렴."
"응."
아부지는 나랑 얘기를 끝내고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어무이에게로 다가갔다.
"여보~ 내가 뭐 도와줄 거 있어요?"
"아, 당신. 이거 간 좀 봐봐요."
"간? 알았어. 아앙~."
"아이구, 여전히 예전 그대로라니까, 자, 아앙~."
어무이가 키득키득 웃으며 수저를 아부지 입으로 가져간다.
어찌저찌해도 여전히 우리 어무이 아부지는 금실이 아주 좋다.
자식으로서 오글거리는 점도 많지만 무척이나 기쁩니다.
그리고 고기 수프가 다 되자 어무이가 우리를 불렀다.
"아들~ 그리고 동료분들~ 저녁 드세요~."
"어머, 어머님도 말 놓으셔도 된다니까요."
니냐 씨가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어무이에게 재차 말했다.
"아이구, 그랬지?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괜찮아요. 차츰 익숙해지면 되는걸요."
어무이는 우리가 먹을 고기 수프를 식탁에 놓았다.
점심보다도 더욱 많은 고기가들어 있다.
맛있고 진한 고기의 향이 수프에서 피어올랐다.
무척이나맛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먹을 식사는 다 준비됐으니 이제는 내가 아부지 어무이에게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를 드시게 할 차례다.
나는 어무이와 아부지가 앉으실 의자와 식탁을 마나웨폰으로 만들었다.
"아부지, 어무이. 여기 앉아요."
"아들? 왜 새로 만든 거야? 사람이 많아도 6명이면 우리 식탁으로도 먹을 수 있잖니."
내가 식탁과 의자를 따로 만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부지, 내가 아부지 어무이 드시게 하려고 음식 가져왔다 했잖아?"
"그랬지."
"그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마구 먹을 거니까 따로 앉는 게 좋을 거야."
여우의 쉼터테이블은 은근 큰 사이즈라서 괜찮지만, 일반 가정용인 우리 집 식탁에서 6명이 함께 앉았는데 허겁지겁 먹으면 팔이 부딪힐 수도 있다.
"그러니? 얼마나 맛있길래?"
"어머,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손님도 있는데 우리가 허겁지겁 먹을 리 없잖니."
아부지는 고개를 갸웃 거리가 어무이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꺼낼 테니까 아부지 어무이는 일단 앉으세요."
아부지와 어무이가 내가 만든 의자에 앉았다.
"어머, 폭신하네."
"우리 집 의자보다 좋다. 아들, 이거 계속 두게 할 순 없어?"
"나랑 30미터 정도 떨어지면 없어져."
"그래……."
아부지는 매우 아쉬워했다.
그리고 나는 대망의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를 아부지와 어무니의 앞에 꺼냈다.
인벤토리 안에들어 있어서 아직도 노릇노릇한 열기를 띠고 있는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
케빈 씨에게서 받은 식기도 함께 세트로 놔두며 나는 아부지와 어무이에게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어무이와 아부지가 스테이크를 보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꿀꺽."
어무이는 군침을 삼키고.
"어, 엄청 맛있어 보인다……."
아부지는 똘망똘망 스테이크를 쳐다봤다.
"정말로 엄청 맛있으니까 먹어봐요."
"그, 그래……."
아부지와 어무이는 동시에 식기를 들고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고…… 동시에 그대로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
그리고 입에 넣고 몇 번 씹는 순간 아부지와 어무이의 표정이 순간 굳고 아부지와 어무이는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허겁지겁 다음 먹을 스테이크 조각을 썰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가 처음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를 먹었을 때 같았다.
"어무이, 아부지, 맛있어요?"
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
내 물음에어무이와 아부지는 동시에 빠르게 고개를 흔들며 다시 먹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맛있어하는 것 같다 다행입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내 자리에 앉아 엘시, 노아, 니냐 씨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도 먹자."
"네."
"응!"
"그러자."
어무이가 만들어주신 고기 수프를 입에 넣었다.
맛있는 고기의 맛이 진하게 배어들어 무척 맛있었습니다.
평소와 같은 속도로 우리가 고기수프를 3분의 2정도 먹었을 무렵.
빠르게 스테이크를 먹던 아부지와 어무이는 스테이크를 다 먹고 위를 쳐다보며 넋이 나가 있었다.
음식을 먹고 나서 나는 아부지 어무이에게 물었다.
"어땠어요?"
"……맛있어. 내가 지금껏 먹었던 고기는…… 고기가 아니었어."
"아들…… 아빠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 처음이야."
"그치?플단에서도 먹기 힘든 음식이야. 귀족들도 먹고 싶어서 안달인 음식이래."
"귀, 귀족들도 안달인 음식…… 확실히 그러겠네. 이렇게 맛있으니……"
"그런 음식을 우리 먹으라고 가져와 준 거야?"
"당연하지. 나도 엄청 맛있게 먹었으니까 어무이 아부지도 맛봤으면 했으니까."
내 말에 어무이와 아부지는 감동한 듯 눈가에 눈망울이 생겼다.
"아이구, 우리 효자……."
"아빠, 감동이야……."
그 후 다 먹고 남은 식기들을 치웠다.
나도 도우려고 했지만 아부지와 어무이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우리는 편히 쉬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내 방에 다 같이 있었다.
"랜트의 부모님이 기뻐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히히힛,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는 엄청 맛있으니까."
"다음에도 오크 챔피언을 잡을 기회가 오면 다시 드시게 하는 건 어때? 스테이크가 아니라도 케빈에게 다른 음식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서 말이야."
니냐 씨가 무척이나 좋은 제안을 내놓았다.
"그거 좋네요."
어차피 오크는 한 달에 한 번 대량으로 잡기로 했다.
오크 챔피언이 발견되는 건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이라고 하니 운이 좋으면 또 어무이와 아부지에게 맛있는 오크 챔피언 요리를 드시게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인벤토리에는 오크 챔피언의 고기가 몇 덩이 있지만, 이걸 어무이에게 준다고 해도 어무이가케빈 씨처럼 전문 쉐프는 아니니 최고의 맛을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이왕이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드시게 하고 싶다.
그리고 20분 후.
우리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노아가 말했다.
"이제 슬슬 침대 꺼내자. 잘 준비도 해야지."
"그럴까?"
시골 마을의 잠자는 시간은 아이 만드는 시간이 아닌 이상 대부분 빠르다.
그리고 우리도 늦게까지 깨봤자 집에 아부지, 어무이도 있으니까 함부로사랑을 나눌 수 없다.
여우의 쉼터와 다르게 우리 집은 그다지 방음 효과가 좋지 않다.
어릴 때 어무이 아부지가 사랑을 나눌 때의 소리도 작지만 들릴 정도다.
내가 인벤토리에서 침대를 꺼내려고 할 때 아부지가 내 방에 들어왔다.
"아들……."
"응? 아부지, 왜요?"
"잠시 이쪽으로 와볼래?"
"또?"
나는 아부지가 불러 다시 거실로 나왔다.
"왜, 아부지?"
아부지가 다시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
"랜트야…… 오늘 어디서 잘 거야?"
"그야, 우리 집이지."
"저 애들도?"
"응. 침대 하나 인벤토리에 넣어왔으니까 내 방에 하나 놓으면 자리는 충분할 거야."
아부지가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물었다.
"랜트야, 저 애들이랑 같이 자려고?"
원래 같았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난 모포 두르고 바닥에서 자면 돼. 하룻밤 정도 그렇게 자도 나 아무렇지 않은 거 알잖아."
아버지가 손사래를쳤다.
"아, 안 되지, 우리 귀한 아들이 바닥에서 자다니……. 게다가 침대 하나 갖고 왔다고 해도 저 애들이 불편할지도 모르잖아. 래, 랜트야, 시마네 집 알지?"
"그야 알지. 우리 마을에서 유일한 여관이잖아. 여관이라기보다는 아저씨들 술자리잖아."
시골 마을이라 여행객도 별로 없어 이용하는 손님들이 같은 마을 어른들뿐이다.
주로 마을 아저씨들이 여관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술을 다 마시고 피곤해서 잘 때 이용한다.
술주정부리는 남편이 집이 아니라 여관에서 자고 오느라 아침에 돌아올 때는 어느 정도 술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상대하니 훨씬 편하다고 평판은 좋다.
물론 하룻밤 잔 만큼의 돈은 걷는다.
참고로 우리 아부지는 술 마시고 오면 곧바로 집에 와서 어무이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애정행각을 많이 부린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횟수가 10배는 늘어난다.
아들도 사랑해라고 말하는 횟수도 10배가 늘어난다.
"응, 그런데 오늘은 술자리도 없는 날이고…… 각자 각 방이니까 자기도 편하지 않을까?"
아부지가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리며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뭔가 수상하다.
"아부지."
"응, 아들."
"진짜 이유는 뭐예요?"
"……그게 실은 우리 아들이 갖다준 음식이 있잖아."
"응."
"엄청 맛있는 데다가 몸에도 정말 좋은가 봐. 먹고 나니까 몸에서 기운이 마구마구 솟아 하나. 심장도 평소보다 크게 뛰는 거 같고."
"아, 나도 그런 느낌 받았어."
엄청 맛있는 걸 먹으면 기운이 펄펄 넘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데…… 우리 아들 만나서 정말 기쁘기도 하고 오랜만에 같이 집에서 자고 싶기고 한데 그…… 오늘은 엄마랑 둘이서만 있고 싶다고 할까……."
……아항~.
이해했습니다.
오늘은 내 동생이 생기려고 하는 날일지도 모르겠다.
"아부지, 알았어. 오늘은 모두랑 시마네 여관에서 잘게"
"어, 그래? 어허허허…… 고, 고마워, 아들."
아부지 어무이가 맛있는 것 먹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자식으로서 어찌 방해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모두에게 말했다.
"미안, 오늘은 우리 마을에 있는 여관에서 자자."
"응? 어째서?"
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나는 살며시 양 손바닥을 맞대며 말했다.
"아부지, 어무이끼리의 소중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아아~."
"아…….
"후훗……."
내 말에 노아뿐만이 아니라 엘시와 니냐 씨도 말뜻을 이해한 것 같다.
"그,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응응,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정말 어머님 아버님은 사이가 좋으시네."
"하하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니냐 씨에게 들으니 좀 부끄럽다.
나는 거실로 나와 큰방에 있는 어무이에게 말했다.
"어무이, 우리는 시마네 여관에 가서 잘게."
"어머, 그러려고? 이왕에 온 거 집에서 자고 가지 그러니? 아아, 하지만 다른 애들은 우리 집에서 자기 불편할 수도 있겠네. 그럼 어쩔 수 없지."
어무이는 속사포로 우리의 변명을 만들어내며 손사래를 쳤다.
어무이, 홍조 띄우면서 방긋 웃는 거 얼굴에 다 티나.
우리는 문 앞에서 아부지 어무이에게 하룻밤 동안의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우린 가볼게, 어무이."
"그래, 우리 아들~ 내일 만나~ 너희도 잘 자렴~."
"잘 자, 아들! 너희도 그…… 잘 자렴!"
"네, 잘 주무세요."
"잘 자세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찡긋하고 니냐 씨가 윙크를 날리자 어무이랑 아부지가 시선을 돌리며 뻘쭘해 했다.
"어머, 어머머……."
"하, 하하……."
그리고 우리는 시마네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