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180화-멜리사의 마음
2층에 올라가고 우리는 노아가 잤었던 방에 모였다.
"저기, 노아."
"응. 왜, 엘시?"
"할 얘기가 있다면 방이 아니더라도 1층에서 했었으면 되지 않나요?"
"히히힛, 엘시의 그런 순진한 점 난 좋다고 생각해."
"네?"
"뭐, 우리도 오늘은 떠나야 하니까 본론부터 말할게."
노아는 히죽 웃으면서 멜리사에게 물었다.
"랜트랑은 했지?"
"읏……! 네, 네……."
"네?"
노아의 물음에 멜리사는 긍정하고 엘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 노아? 방금 그게 무슨 말……"
"정말~ 이렇게 말하면 이제 눈치챌 수 있잖아, 엘시."
"하, 하지만…… 설마…… 래, 랜트?"
엘시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런…… 하으!"
엘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니냐 씨와 이어진 지 일주일도 안 돼서 또 새로운 여성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미안, 엘시…….
"있지있지."
노아가 멜리사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물었다.
"멜리사는 랜트 좋아해?"
"……."
잠시 침묵을 하던 멜리사는 머리카락을 쥐며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좋아…… 해요."
"히히힛, 응응, 그렇겠지. 그렇지 않으면 하지도 않았을 거니까~."
"읏! 죄, 죄송해요……."
멜리사도 엘시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노아도 너무 놀리면 안 되잖아. 어제 봤던 차분했던 애가 완전히 벌벌 떨고 있잖아."
"에헤헤~ 미안미안. 있지, 멜리사."
"네, 네!"
노아의 말에 멜리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런 멜리사를 향해 노아는 손을 뻗었다.
"랜트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잘 부탁해."
"네?"
노아의 말에 멜리사는 넋이 나간 표정을 했다.
"뭐, 멜리사가 랜트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건 전혀 상관없어. 랜트는 착하고 멋지잖아? 거기다 랜트랑 했다는 건…… 뭐, 랜트도 멜리사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뜻이니까.
랜트가 좋다면야 나는상관없어. 니냐도 그렇지?"
"나는 오히려 랜트를 좋아하는 동지가 늘어서 기쁜걸?"
"네?"
"엘시는 어때?"
"저, 저는 지금 어떻게 얘기가 돌아가는 건지…… 으으, 하, 하지만 랜트가 좋다면야 저도…… 하읏! 괘, 괜찮아요……."
"응! 그럼 이걸로 얘기는 하나 끝! 그런데 엘시는 무슨 얘기할 줄 알았어?"
"……노, 노아가 할 얘기가 있다길래 멜리사 씨한테 랜트의 어릴 적 이야기라도 듣는 줄 알았어요. 그…… 랜트의 부모님이 하는 관점과는 다른 랜트의 얘기도 듣고 싶은 줄 알고……."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나중에 듣자!"
예상대로 모두가 멜리사를 받아들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엘시는 당황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으니 나중에 잘 케어하자.
"저, 저기……."
그때 멜리사가 손을 살며시 들며 말했다.
"화, 화내지 않는 건가요? 래, 랜트에게 듣긴 들었는데. 세 명 다 그…… 랜트하고……."
"응, 사귀고 있어~. 장래에는 결혼할 생각만땅!"
노아가 씨익 웃으며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그, 그런데제가 랜트랑 해서 화, 화나거나 그러지 않아요?"
"별로? 아니, 뭐. 좀 샘나거나 그런 건 있어? 엘시는 좀 슬퍼할 거고. 하지만 랜트니까~ 결국 우리 모두 책임져줄 거라는 믿음은 있어."
"하, 하지만 믿음이 있다고 해도 개인적인 생각이……."
"난 괜찮아. 니냐도 괜찮아."
"응, 괜찮아~."
"엘시는…… 랜트, 나중에 잘해줘."
"응."
"하, 하지만……."
"있지, 멜리사. 멜리사는 어떡하고 싶은 거야? 랜트랑 사귀고 싶지? 계속 사랑하고 싶지?"
"읏…… 네."
"혹시 랜트를 독점하거나 빼앗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살짝 노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멜리사는 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했다.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여기 오기 전에도 하렘 인원이 돼서라도 랜트가 날 사랑해줄 수 있다면야라는 생각도 해서……."
"그럼 기뻐하면 되잖아."
"으으…… 랜트."
"응,멜리사."
"내가 이상한 거야? 응? 사실 나 완전히 욕먹을 각오로 왔거든? 왜 이렇게 모두 이해심이 깊은 거야? 약점이라도 잡았어?"
"안 잡았어."
"그런 거 전혀없어~ 오히려우리가 랜트에게 마음을 사로잡혔을 뿐이야~. 그것보다도!"
노아가 덥썩하고 멜리사의 어깨를 잡았다.
"있지, 멜리사. 멜리사는 왜 랜트를 좋아하게 된 거야? 들려줘! 나도 왜 랜트를 좋아하게 됐는지 알려줄 테니까!사랑 이야기하자, 사랑 이야기!"
짝! 하고 니냐 씨가 손뼉을 치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거 좋겠다! 멜리사도 랜트랑 사랑하고 싶다는 건 우린 결국 같은 가족이 될 사이잖아?"
"가, 가족!?"
"응! 멜리사도 랜트랑 결혼할 거잖아? 그럼 우리랑 한 가족이 되잖아?"
"겨, 결혼이라니……! 저, 전 그냥……."
"후후훗, 나중에 들어왔다고 해서 물러날 필요는 없어. 애당초 랜트는 한 번 사랑하면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니까 괜찮아. 그치, 랜트?"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네."
절대로 책임질 생각입니다.
노아가 히죽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 그럼 랜트, 잠시 자리 좀 비워줘. 멜리사랑 사랑 얘기하고 싶으니까. 히힛, 랜트가 있으면 부끄러워서 못 꺼낼 얘기도 있을 거 아니야."
확실히 여자들끼리만 말할 수 있는 얘기도 있을 거다.
게다가 멜리사도 내가 없는 동안 모두와 차분히 대화를 하면서 정말로 괜찮다고 느끼길 바랐다.
"알았어."
내가 방을 나가려고 하자 멜리사가 나를 불러세웠다.
"아! 자, 잠깐 랜트! 같이 얘기해준다고 했잖아!"
"그거야 멜리사가 그…… 내 연인이 되는 걸 받아들이는 얘기를 같이해주는 거였잖아. 모두 괜찮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셋이랑 같이 얘기를 나눠봐."
"아니, 그래도 랜트가 같이 있는 편이……."
"에잇!"
그때 노아가 멜리사의 뒤에 착 달라붙었다.
"꺄앗!"
멜리사의 입에서 귀여운 비명소리가 나왔다.
"히히히힛, 랜트에 관한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안 놔줄 거야~."
노아의 장난에 편승하듯이 니냐 씨도 요염한 웃음을 지었다.
"후훗, 서큐버스식 심문법을 써볼까? 기분 좋아서 금방 말하고 싶어질 거야."
"오오, 그거 좋다!"
"서, 서큐버스?! 랜트! 도와줘!"
멜리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으음, 노아도 니냐 씨도 멜리사의 반응이 재밌다고 너무 놀리는 건 아닐까?
그때엘시가 고개를 들며 노아와 니냐 씨에게 말했다.
"노아, 니냐 씨. 멜리사 씨를 너무 괴롭히면 안 돼요."
"에헤헤."
"후훗, 미안."
엘시는 멜리사의 정면으로 이동해 멜리사의 두 손을 꼬옥 쥐며 말했다.
"죄송해요, 멜리사 씨. 노아랑 니냐 씨가 너무 놀라게 했죠?"
"아, 아니요."
"노아도 니냐 씨도 멜리사 씨가랜트의…… 연인이 되는 건 반대 안 해요. 저도…… 사실 조금 마음이 동요하긴 하지만 받아들일 거예요. 멜리사 씨도 저희도…… 랜트를 사랑하는 건 똑같으니까요."
"네, 네……."
엘시는 멜리사를 향해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저…… 멜리사 씨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같이 랜트를 사랑하는 사이니까…… 랜트도 멜리사 씨를 받아들였으니까 멜리사씨랑 친해지고 싶어요. 그러니까…… 얘기해요.
어째서 멜리사 씨가 랜트를 좋아하는지, 얼마나 랜트를 좋아하는지…… 저희도 점심에 마을 사람들에게는 들려줄 수 없었던…… 랜트와의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좋아하는 얘기를 공유하면 친해진다고 하잖아요?"
엘시의 말에 멜리사는 마치 성스러운 무언가를 보는 것 같은 눈으로 엘시를 쳐다보았다.
"성녀다……"
"네?"
"아, 아니에요! 네, 네!얘기해요. 괜찮아요."
멜리사가 모두와 얘기할 마음이 생겼나 보다.
"그리고 그……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랜트랑 어떻게 했는지들려주실 수 있나요?"
다만 엘시의 다음 말에 멜리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마, 말하기 부끄러우신 건 알아요! 그래도…… 래, 랜트랑 사귀면 그…… 가장 밀접한 거라서…… 저, 저도! 랜트랑 처음 했을 때 얘기를 드, 드려드릴게요!"
"아, 아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오, 좋다 그거! 히히힛, 설마 엘시 입에서 그런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더 재밌어지겠어!"
"뭐야? 야한 토크도 하는 거야? 후훗, 그렇다면 나도 더 많이 얘기하고 싶어. 사실 나 랜트가 처음이라서 여태까지 다른 서큐버스들이랑 섹스에 관한 이야기할 때 잘 끼지 못했거든.
여자들끼리 이런 주제로 얘기 한번 해보고 싶었어!"
"정말이야, 니냐?"
"응. 자지를 빠는 이야기라면 몰라도 직접 넣는다거나 격렬한 섹스를 했을 때의 감상이라든지 그런 건 난 몰랐으니까~."
"자, 자지?!"
"히히힛, 좋아! 그럼 이번에 서슴없이 다 털어놔 보자! 다음에 랜트랑 할 때라든지 ……셋이서 할 때 참고도되잖아?"
"어머, 그거 좋다!"
"자, 잠깐만요. 그래도 그건 너무 나간…… 어? 셋이서?"
멜리사가 좀 대화에 휘둘리는 느낌이들지만 대화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방을 나가고 방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 집에 잠시 가 있을게. 얘기 다 끝나면 우리 집으로 와줘."
""응! 랜트!""
"네."
"아, 잠깐! 랜트! 진짜 기다려!"
"멜리사, 괜찮을 거야. 모두…… 멜리사도 포함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멜리사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야! 지금 그런 말 하면…… 부끄럽잖아!"
"히히힛, 난 좋은걸? 아깐 놀려서 미안해~ 같이 랜트를 좋아하니까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 좀 쳤어."
"후훗, 나도 미안해. 서큐버스식 심문법 같은 건 농담이니까 무서워 마."
"아,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 그럼 얘기 시작하자! 아, 먼저 말 꺼내기 어려우면 나부터 시작할게! 내가 랜트를 좋아하게 된 건~."
노아가 얘기를 시작하려고 해서 나는 살며시 문을 닫았다.
여자끼리의 대화에 내가 계속 있으면 멜리사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가자 시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랜트……. 멜리사는?"
"2층에서 3명이랑 대화하고 있어."
"그, 그래…… 나도 가서 대화에 끼어도 될까? 니냐 언니랑 좀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시마가 얘기하고 싶은 건 분명 데이브와의 연애…… 아니 함락에 관한 이야기일 거다.
하지만 지금 위에서는 3명이랑 멜리사가 나에 관한 사랑 이야기나…… 야한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거다.
그런 얘기를 시마에겐 들려줄 순 없었다.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래? 하지만…… 랜트는 점심쯤에 떠나지 않아?"
"걱정 마. 그렇게 급하게 돌아가진 않아도 되니까 시마가 니냐 씨랑 할 얘기가 있으면 기다릴게."
시마는 내 말에 무척이나 안도했다.
"그래? 응, 알았어. 고마워. 랜트는…… 어디가는 거야?"
"여자들끼리 하는 얘기에 내가 있을 수는 없잖아? 얘기가 끝날 때까지 집에 있으려고."
"그렇구나…… 자, 잘 가."
"응."
그리고 나는 시마네 여관을 나가 우리 집으로 걸어갔다.
도중 데이브를 만나서 동료들은 어디 있냐고 간접적으로 니냐 씨가어디 있는지 물어오길래 시마네 여관에서 여자끼리 대화하고 있다고 말하자 풀이 죽으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데이브는 니냐 씨 같은 어른스러운 여성에게 지금은 관심이 쏠리겠지만 시마가 적극적으로 유혹을 하면넘어올 거란 예상이든다.
힘내, 시마.
그리고 나는 집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다.
"메린다…… 한 입 더 줘~ 아아앙~."
"어머, 당신…… 필립도 참. 그냥 고기 수프인데 그렇게 먹고 싶어요?"
"당연하지. 우리 메린다가 직접 떠서 먹여주는 요리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걸."
"필립……."
"메린다……"
집안에서 아부지하고 어무이가 둘만의 알콩달콩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어…… 돌아왔습니다."
"에구머니나!"
어무이가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두 손을 번쩍 들어버리고.
"앗, 뜨거!"
숟가락에 들어 있던 고기 수프가 아부지의 얼굴에 끼얹어졌다.
"어머, 아들 왔어? 아! 당신 금방 수건 가져올게!"
"응, 여보…… 랜트 왔니?"
"……나중에 올까?"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된단다."
"당신, 얼굴 대요."
어무이가 물을 묻힌 수건으로 아부지의 얼굴을 닦았다.
"괜찮아?"
"괜찮아. 여보가 미리 후후 불어줘서 그렇게 뜨겁지 않았어."
"정말, 랜트 앞에서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어무이가 아부지의 어깨에 싸대기를 내렸다.
짜악!
"아야!"
아파하는 아부지지만 그 표정은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어제는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나 보다.
……어무이의 얼굴이 무척이나 반들반들해진 게 그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