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198화-재앙
나는 내 사랑스러운 연인들과 함께 구멍 너머로 건너오려는 고블린들을 처치했다.
대부분 내가 마나웨폰으로 썰어버리기에 다른 모험가들은 우리 뒤쪽에 있는 고블린들을 담당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쯤 모험가들은 모두 철수했다.
길드장님의 말에 따르면 아직 사망자는 0명.
범람이 일어났다고 생각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적은 피해라고 한다.
다만 부상을 입은 모험가들은 있기에 신관들은 바쁘게 모험가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이 되고 토벌에 참가한 대부분의 모험가들은 지상에 있는 던전 입구에 모여 있었다.
모험가들의 중앙에 서 있는 길드장님이 모든 모험가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오늘은 이만 끝내도록 하겠네. 자네들의 분투 덕분에 범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조롭게 대처되고 있다네. 이대로 가면 우리 모험가들의 힘만으로 범람을 막아냈다는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게 되겠지.
난 정말 자네들이 자랑스럽네! 자아! 오늘은 이만 편히 쉬고 내일도 힘내보세!"
""오오오오오오!""
"범람도 별거 아니었다고!"
"길드장님~!! 보상은 얼마나 나옵니까!"
"이럴 줄 알았다면 포대기라도 가져와서 소재나 모으는 건데!"
아침의 울적하고 심각했던 분위기는 어디에 갔는지 지금 모험가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이렇게 된 것도 전부 랜트 덕분이지."
"아, 제이슨 씨."
어느새 제이슨씨가 내 옆에 계셨다.
"여러 곳에서 정보를 얻었다. 우리가 빠르게 내려간 1층은 고블린이 많아서 모험가들이 고생했다지. 네가 1층에 간 건 정답이었다.
"아, 네. 하지만 저는 엘시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가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중에서 가장 큰 전력인 네가 가는 건 정답이었다. 2층은 위험도가 낮아 딱히 우리 토벌하지 않아도 됐었고……
3층부터는 네가 지형 채로 마구잡이로 파괴해서 마물들의 출현율이 1층보다 현저히 떨어졌기에 지금 상황을 이룰 수 있었다."
"응? 랜트, 지형 채로파괴했다니 무슨 소리야?"
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아, 그게……."
"너의 파티원이군."
"아, 네. 노아, 이쪽은……."
"히히힛, 알고 있어. A랭크 모험가인 순속의 제이슨이잖아."
제이슨 씨의 별명은 순속.
확실히 니냐 씨보다도 재빠르게 움직였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우선 제이슨 씨에게 내 파티를 소개하자.
"제이슨 씨, 이쪽은……."
"알고 있다. 검은 고양이 노아, 양심 성녀 엘시, 뇌창의 니냐군."
제이슨 씨는 날 개인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 파티 멤버도 조사했었던 걸까?
"어라? 나 별명이 진짜 검은 고양이야?"
"최근에는 그림자 고양이라는 별명도 생기려고 하고 있다."
"어, 정말? 으음 그림자 고양이…… 그쪽이 더 멋지겠는데."
"야, 양심 성녀라니…… 저, 저에겐 과분한 별명이에요."
"후훗, 순속의 제이슨이 알아준다니 영광인걸? 그런데 순속의 제이슨은 우리에게 무슨 볼일이야?"
"아니, 그저 위치가 가까웠기에 말을 건 것뿐이다. 너희는 정말 행운이군. 랜트는 최강의 모험가…… 아니, 이 대륙 어디를 찾아봐도 랜트보다 강한 자는 없을 거다."
"히히힛, 랜트는 강하기만 한 게 아니라 멋지다고!"
"……너는 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나 보군. 거기에 대해서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랜트, 네가 있었기에 지금 이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플단에 사는 한 명의 모험가로서 너에게 감사를 표하지."
꾸벅하고 제이슨 씨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이슨 씨. 게다가 제이슨 씨도 힘내셨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한 활약은 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못 미친다. 거대한 마나웨폰으로 지형 채로 마물들을 처치한다거나 풍압만으로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건 우리로선 도저히 무리지."
"우와, 랜트 그런 거 했어?"
"으, 응……."
"엄청 멋졌을 거 같다! 아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저, 저도 아쉬워요……."
"후훗, 랜트, 혹시 마물들을 처리하면서 신나지 않았어?"
"아, 네……. 마음껏 힘을 쓰니까 좀 신났어요."
"그래? 그럼 정말 아쉽네~ 신나 하는 귀여운 랜트의 모습 보고 싶었는데."
나도 내 모습을 보고 멋지다면서 칭찬하고 응원해주는 사랑스러운 연인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
"랜트는 정말로 대단했다. 그야말로 베인신의 재림이라고 느낄 정도였지."
"제, 제이슨 씨!"
제이슨 씨의 말에 엘시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음?"
"래, 랜트는 베인신의 재림 같은 게 아니에요! 래, 랜트는 용사님이에요!"
엘시는 미샤 씨가 제이슨 씨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 강한 태도로 말했다.
날 언제나 용사로 생각해주는 엘시도 나에게 있어서는 성녀다.
제이슨 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용사? 랜트, 너는 혹시 용사인건가?"
"아니, 그게…… 엘시에게 있어서 전 용사라는 그런 비유예요."
"그렇군……."
제이슨 씨가 엘시를 돌아보며 말했다.
"미안하군.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라 그런 인상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건 실례되는 표현이지. 미샤에게도 주의를 받았지만 좀처럼 이런 인상이 떨어지지 않는군."
"아, 아니요. 괜찮아요. 오히려 저도 갑자기 소리치거나 해서 죄, 죄송해요."
"아니, 파티원을 베인신에 빗대어 표현한 내 잘못이다. 너의 그 불쾌함은 잘못되지 않았다."
말투는 딱딱하지만 제이슨 씨도 무척이나 상냥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랜트, 내일 다시 보지. 내 예상으로 범람은 앞으로 일주일이면 끝날 수 있을 거다."
"네, 제이슨 씨. 내일 다시 봬요."
제이슨 씨는 살며시 손을 흔들며 던전 입구 밖으로 나갔다.
"저게 순속의 제이슨이구나…… 생각한 거랑 많이 달랐어."
"노아는 제이슨 씨를 어떻게 생각했는데?"
"소문을 듣자면 엄청 과묵하고 사람들하고 말하길 싫어한다고 들었거든. 근데 정반대였어. 히히힛, 역시 소문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겠어."
"저, 저기, 랜트…… 역시 저 제이슨 씨에게 실례되지 않았을까요?"
"괜찮아, 엘시. 제이슨 씨도 괜찮다고 하셨잖아."
"네……."
◈
그 후 길드장님의 모험가들을 향한 격려와 찬사의 말을 들은 후 우리는 여우의 쉼터로돌아왔다.
"여러분! 괜찮으셨어요!?"
티나가 우리를 걱정하면서 반겼다.
"히히힛, 괜찮아, 티나! 그치, 랜트!"
"응, 괜찮아, 티나. 이대로 가면 범람도 많은 피해도 나지 않고 끝날 거야."
"다, 다행이에요. 범람도 중요하지만…… 여러분이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에요. 다른 모험가분들은 무척이나 지쳐있으셔서……."
티나의 말대로 여우의 쉼터에 있는 다른 모험가들은 테이블 위에 머리를 대거나 고개를 떨구는 등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으어어…… 지친다……."
"사냥했을 때는 몰랐는데 여기 오니까 온몸에 힘이 빠진다……"
"긴장이 풀려서 그래……."
"앤트라, 앤트라, 앤트라…… 다, 당분간 앤트라는 보기 싫어. 그 녀석들 너무 징그럽단 말이야……."
"내일도 우리 5층에 가야 돼."
"으아아아악……."
길드장님의 말을 들었을 때는 아직 흥분이 남아있던 모험가들도 시간이 지나니 몸에 쌓인피로가 찾아온 것 같다.
나야 완전히 멀쩡해서 상관없지만, 엘시나 노아, 니냐 씨는 어떨까?
나는 뒤를 돌아보며 3명에게 물었다.
"다들 괜찮아?"
"으음~ 뭐 나쁘진 않은데. 지치긴 해."
"저, 저도 방금 전부터 다리에 힘이 살짝 풀렸어요."
"이렇게체력을 많이 소모한 건 오랜만이야."
겉은 괜찮아 보이지만 역시 3명 다 지친 모양이다.
"그럼 밥 먹고 바로 목욕한 다음 쉬자. 오늘은 노아 차례지만…… 당분간은 쉬자."
제이슨 씨의말에 따르면 앞으로 일주일간은 오늘 같은 일을 반복해야 된다.
밤에는 러브러브한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그러다가 전투에 지장이 생기면 큰일이다.
"응…… 엄청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네."
"나는 괜찮은데~."
"만일을 대비해야 하니까요. 만에 하나라도 모두가 위험해질 만한 행동은 삼가고 싶어요."
"랜트……♡ 그런 상냥한 점도 정말 좋아♡"
"그럼 여러분 어서 자리에 앉아주세요! 음식 갖고 올게요!"
그리고 우리는 저녁을 먹고 목욕탕에서 같이 몸을 씻었다.
온수에 몸을 담그며 몸에 긴장이 서서히 풀린 탓일까.
노아와 엘시는 물론 니냐 씨도 꾸벅꾸벅 고개를 저으며 무척 졸려 보였다.
3명이 동시에 고개를 흔드는 모습은 무척 귀여웠습니다.
목욕을 마친 후 우리는 각자의방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엘시도 오늘은 마력을 많이 썼기에 힐을 하지 않아도 됐고 무엇보다 피곤해서 힐을 할 여유는 없어 보였다.
방 안에 혼자 남은 나는 그대로 딸을 치며 티나가 마사지를 하러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순간 레니 씨의 얼굴이 뇌를 스쳤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후에는 모험가 길드에 들르지 않았다.
다들 던전 입구에서 해산했기 때문이다.
던전에 가서 돌아와 레니 씨에게 보고를 하는 건 이제는 일과가 되었다.
티나가 마사지를 하러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그 사이에 잠시 레니 씨에게 얼굴이나 비치자.
나는 1층으로 내려갔다.
"어, 랜트 씨? 나가세요?"
파니 씨와 함께 아직 식사를 하고 있는 모험가들의 서빙을 하고 있던 티나가 물어왔다.
"잠시 모험가 길드에 볼일이 있어서. 금방 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나는 여우의 쉼터를나와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저녁에도 언제나 북적이는 모험가 길드.
하지만 오늘의 모험가 길드는 한적했다.
아마,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돌아온뒤 곧바로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지쳐서 돌아가는 모험가들.
하지만 그중에는 체력이 팔팔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여러 마물을 죽이고 흥분에 가시지 않는 모험가들은 연인들과의 달콤한 밤을 보내거나 창관으로 가서 쑥컹쑥컹 오늘 열심히 마물을 토벌한 자신을 위한 상을 주는 것이다.
창관이라고 하니 결국 나도 니냐 씨의 만남 빼고는 한 번도 창관에 간 적이 없다.
사랑스러운 아내들이 있어서 매일 밤이 정말로 행복하지만 역시 창관이라는 환상적인 전개는 동경하고 마는 것이다.
『오늘은 창관 설정으로 해볼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최근에는 솔리 씨도 나와 대화를 하면서 종종 내가 망상하는 도중에 말을 끼워 넣기도 한다.
솔리 씨왈 좀 더 나랑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한 다음 대면좌위 상태에서 키스를 하는 솔리 씨의 부탁을 내가 거절할 리가 없다.
그리고 나도 솔리 씨하고 대화를 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다.
모험가 길드가 한적해서 아예 모험가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범람에 참가하지 않은 E급 이하 모험가들은 여전히 의뢰를 하고 있고 던전에서 토벌을 하거나 소재를 모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험가 길드에는 그들의 의뢰를 접수할 접수원이 필요하고……
"아, 랜트 님."
레니 씨가 언제나와 같이 모험가 길드에 있는 것이다.
"레니 씨, 안녕하세요."
레니 씨는 나를 보자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으셨다.
"랜트 님, 괜찮으셨나요?"
"네, 괜찮아요."
"다른 분들은……."
"아마 방에서 자고 있을 거예요. 저는…… 평소대로 레니 씨에게보고도 할 겸 들렀어요."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랜트 님도 어서 쉬시는 게……"
"아니요, 정말로 괜찮아요. 레니 씨는 괜찮으셨어요?"
"저야…… 괜찮습니다. 저는 그저여기에서 여러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저도 여러분같이 마물과 싸우면 좋겠다고…… 이렇게 생각한 적은 없네요."
레니 씨는 살짝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싸우는 접수원 레니 씨.
새로운 설정이지만 레니 씨는 평소대로 모험가 길드에 있는 거 더 어울린다.
"전 레니 씨가 평소와 같이 모험가 길드에 있어 주셔서 저는 더 안심이 돼요. 지금은 모험가들이 별로 없지만…… 레니 씨는 언제나 이곳에 계시니까 평소와 다름없는 날처럼 느껴지니까요."
"랜트 님……."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금방 범람을 해결할게요."
"……고맙습니다. 랜트 님 덕분에 조금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레니 씨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에 근심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뭔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때 내 머릿속에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울적해질 때는 흥미진진하거나 재밌는 걸 보면 기분이 풀린다.
애초에 나는 레니 씨에게 오늘 있던일을 보고하러 왔다.
"레니 씨, 지금 한가하시죠?"
"네? 네. 지금 길드에 계시는 모험가분들은 술을 마시러 오거나 내일 할 의뢰를 확인하시는 분들뿐이니까요."
"레니 씨는 언제 길드에서 퇴근하세요?"
"저는…… 앞으로 2시간 후면 퇴근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레니 씨, 그럼 제가 오늘 있었던 일을 재밌게 알려드릴게요."
"재밌…… 게요?"
"네."
나는 레니 씨 앞에 있는 접수탁상 위에 마력을 보냈다.
레니 씨만을 위한 재현쇼를 선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