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200화-재앙
일주일 후
마물들의 범람은 기세를 잃고 던전은 평소대로 돌아왔다는 소실이 아침. 모험가 길드에서 모든 모험가들에게 전해졌다.
그 소식을 알린 건 물론 길드장님이었다.
""…….""
범람의 종식.
그 소식을 들은 순간 모든 모험가들 그리고 마법도시의 마법사들과 에스칼의 왕국군은 잠시간 침묵을 하다가.
""아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야호오오오오오!"
"드디어 끝났어! 드디어 끝났다고!"
"쉴 거야! 나 일주일간은 던전 절대 안 가!"
"꺄아아아아악! 우리가 해냈어!"
"술! 술 가져와! 오늘은 아침부터 마신다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 소식을 듣기까지 6일 동안 거의 하루종일 매일매일 모험가들은 넘쳐나는 마물들과 사투를 벌였다.
3일째에는 마법도시의 마법사들과 에스칼의왕국군이 지원을 와서 함께 싸웠지만 그럼에도 마물들이 나타나는 속도가 빠르고 양도 많아서 여유가 생기지는 않았다.
제이슨 씨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그나마 플단과 마법도시가 에스칼에 속해 있어서 지원군이 3일 만에 온 거라고 한다.
솔라리오나 어비스 그리고 브리단에서 지원군이 보내진다고 해도 거리상의 문제로 일주일 이상은 걸린다고 한다.
5일까지는 조금씩만 생산되는 기세가 줄어들었지 여전히 많은 마물들을 해치우면서 과연 언제 끝날까라고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기세는 어제를 기세로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결국 오늘 던전이 정상화가 된 것이다.
"드, 드디어 끝났다."
"이제 편히 잘수 있겠어요."
"이번은 정말 힘들었다.
노아도 엘시도 니냐씨도 던전의 정상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안도했다.
3명 모두 이틀째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3일째를 넘어가자 피로가 점점 겉으로 보이기 시작했었다.
"랜트…… 우리도 당분간은 던전에는 가지 말자…… 나 쉬고 싶어."
"저, 저도요"
"나도 찬성이야."
3명 모두 지금은 던전에 진저리가 난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마음껏 기술을 쓸 수 있어서 살짝 만족감을 느꼈다.
"응, 그러자."
모두들 정말로 힘냈다.
그러니까 조금 긴 휴식이 있어도괜찮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범람을 대처하느라 고향에 가는 날이 늦춰져 버렸다.
휴식 기간에 마을에 들러 멜리사랑…….
"어~~~~이! 랜트!"
그때 크라이그 씨가 아만다 씨와 함께 내 쪽으로 다가왔다.
크라이그 씨는 나에게 가까이 오자 곧바로 내 어깨에 손을 걸치며 호쾌하게 웃었다.
"크하하하하하하! 드디어 지겨운 범람이 끝났다고! 이렇게 빨리 끝난 것도 전부 네 덕분이지! 하하하하하하!"
얼굴이 빨갛고 술냄새가 나는 걸 보니 이미 술을 드신 것 같다.
"아니에요, 모든 모험가들이 힘을 합쳐서 그런 거예요."
"그래그래! 모든 모험가! 공헌도를 따지면네가 거의 다 차지하지만 말이야! 뭐! 그런 건 지금은 됐어! 같이 이 경사스러운 날을 축하하자고! 술은 마실 수 있지?"
"네."
취하진 않지만.
"크하하하하!좋아! 그럼 오늘은 마시자고!"
"야, 크라이그. 너무 밀어붙이진 마. 랜트한텐 원래 파티원도 있잖아."
"응? 아아, 그랬지! 하지만 이런 날에는 마셔주는 게 좋다고! 이봐 너희! 같이 마시자고! 술값은 내가 낸다!"
크라이그 씨의 말에 노아가 눈을 반짝였다.
"오! 공짜술! 마실래! 마실래!"
"후훗, 이런 날에는 모험가답게 술로 피로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 저, 저는……."
노아와 니냐 씨는 크라이그 씨의 제안에 찬성하고 엘시는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래, 랜트, 랜트는 어떡하실 거예요?"
"나는……."
"이봐, 랜트! 마시자고! 제이슨도 미샤도 젠도 같이 있으니까! 범람의 선발대로서 같이 축배를 올리자 이거야!"
솔직히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쓰기만 해서 그다지 마시고 싶진 않지만…… 같이 고생한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한 거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엘시, 같이 가자. 가도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진 않을 거야. 그렇죠, 크라이그 씨?"
"그거야 물론이지! 술을 못 마시면 과일 주스도 있다고! 크하하하하하!"
엘시는 크라이그 씨의 말을 듣자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도 같이 참석할게요. 미샤 신관님도 있으시고…… 래, 랜트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요."
"오? 뭐야? 거기 신관이 네 여친이냐? 좋을 때구만! 크하하하하!"
"나도 여친이야~!"
"나도♡"
"응?"
"뭐?"
크라이그 씨와 아만다 씨가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셋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 사랑스러운 연인들이에요."
"……거 힘도 강하면서 여자 후리는 능력도 쩌는데?"
"고맙습니다. 하지만 모두 책임지고 행복하게 만들 거니까 후린 건 아니에요."
"크하하하하하! 남자 중의 남자야! 좋아! 그럼 저쪽으로 가자!"
◈
모험가 길드는 완전히 연회장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크라이그 씨와 아만다 씨를 따라 제이슨 씨, 미샤 씨, 젠 씨가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우선 모두 건배를 하며 축배를 들며 범람의 종식을 축하했다.
엘시는 주로 미샤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젠 씨가 내 활약상을자랑하면서 얘기하자 노아와 함께 흥분하며 내가 얼마나 멋진지에 대한 얘기를 피로했다.
흥분하며 나를 칭찬하는 엘시의 모습을 보고 미샤 씨는 눈을 크게 뜨며 놀라 하고 나를 보고 정말 사이가 좋아 보여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으셨다.
니냐 씨는 아만다 씨와 복장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크라이그 씨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일주일 동안 내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느껴졌냐는 얘기를 크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대부분 내 칭찬이라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제이슨 씨는 조용히 마시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크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의 차분한 목소리를 내던 제이슨 씨가 이때만큼은 활기찬 목소리로 가수와도 같은 가창실력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고로 노래는 모험가의 하루라는 모험가들 사이에선 유명한 노래라고 한다.
그 노래를 듣고 모험가 길드에 있었던 대부분의 모험가들과 마법도시의 마법사들, 그리고 에스칼의 왕국군도 제이슨 씨를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4시간이 지나자 축제장 같던 모험가 길드는 아비규환이됐다.
"우웨에에에엑!"
급히 모험가 길드 밖으로 나가 토를 하는 모험가.
"으햐햐햐햐햐햐햐햐! 신난다, 신나!"
팬티 한 장만 입고 춤을 추는 모험가.
"한 잔 더 가져와! 한 잔…… 우읍!"
한계를 넘어 마시려는 모험가.
"그땐 내가 더 많이 잡았다고!"
"아니, 나거든!"
서로 시비가 붙은 모험가들.
"어이, 왕국 병사님 그 정도로 뒈꼣쪄! 나는 뗘 마찔쮸 있는뒈!"
"가라, 펙토! 모험가의 의지를 보여라!"
"모험가가 우리 와쿸군을 야뽀지 마롸! 한잔 둬!"
"대장님, 잘한다! 모험가 놈들 콧대를 꺾어 주세요!"
왕국군과 혀에힘이 풀린 채로 많이 마시기 승부를 하는 모험가.
"거기 지적인 마법사 누님~ 남친 있어~?"
"어머, 꺄하핫, 나한테 작업 거는 거야?"
마법도시의 마법사에게 작업 거는 모험가.
"내가 너 좋아한다고! 좋아한다고 이 둔탱이 새끼야~~!"
"어? 어? 어어어어?!"
술김에 고백을 하는 모험가.
그야말로 다양한 술주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게 아직 대낮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내가 있는 테이블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20곡 정도를 뽑은 제이슨 씨는지쳐서 잠이 드셨고.
니냐 씨와 아만다 씨는 빨리 먹기 승부를 벌이다가 동시에 넉다운이 되고.
둘을 따라 재미 삼아 빨리 먹던 노아는 도중에 기절.
젠 씨도 흥에 겨워 도수가 센 술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잠에 빠지셨다.
엘시와 미샤 씨는 술을 홀짝홀짝 마시다가 동시에 고개를 꾸벅꾸벅 흔들다가 서로 어깨를 기대며 잠에 빠졌다.
그리고크라이그 씨는…….
"어, 으…… 래, 랜트…… 너…… 너무 술이강한 거 아니…… 냐."
"그러게요."
니냐 씨와 아만다 씨가 빨리 마시기 대결을 하자 남자도 질 수 없다면서 나와 술마시기 대결을 걸어왔다.
그것도 젠 씨가 마신 것보다 도수가 강한 술이다.
물론 나는 몇 잔을 마셔도 전혀 취하지도 않으니 50잔 이상을 마셔도 멀쩡했다.
도수가 센 술이 과일향이 나서 그나마 마시기 쉬웠다.
크라이그 씨는 나만큼 강하지 않아서 58잔을 마신 지금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으어어어…… 드르러어어엉……"
결국 크라이그 씨도 잠에 들고 말았고 지금 모험가 길드에서 서빙을 나르던 분하고 평소처럼 접수처에 있는 레니 씨를 제외하면 멀쩡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니 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레니 씨."
"아, 랜트 님."
내가 다가오자 레니 씨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셨다.
무척 예쁘십니다.
"괜찮으세요? 무척…… 술을 마시셨는데."
"술엔 강하거든요. 그런데 레니 씨는 연회에 참가 안 하시나요?"
"네. 저는 여기서…… 모험가분들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세고 있어야 하니까요."
자세히 보니 레니 씨는 접수처 탁상에서 어느 테이블의누가 얼마나 어떤 술을 마셨는지 적고 있었다.
오우, 지금 꼴을 보아 다음날 마신 술값 영수증 같은 걸 받은 모험가들의 안색이 새파래지는 게 상상됩니다.
"이런 날에 그런 수고를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범람 때문에 길드에 대부분의 모험가분들이 없어서 불안한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가까이서 모험가분들이 무사하신 걸 보니 안심이 되는걸요."
레니 씨는 자상한 미소를 하고 있지만 지금 기절한 모험가들에게는 무척이나 무서운 서류를작성하고 있었다.
"레니 씨."
"네, 랜트 님."
"저희가 마실 술은 크라이그 씨가 내주신다고 했어요."
중요한 건 미리 말해두자.
"네, 참고하겠습니다. 랜트 님은 이제 뭘 하실 건가요?"
"저는 이만 엘시랑 노아랑 니냐 씨를 데리고 여관에 돌아갈 생각입니다. 이런 곳에서 자는 것보다 여관 침대에서 자는 게 더좋으니까요."
"그러시군요. 그럼……."
레니 씨는 서류를 작성하던 펜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향해 말했다.
"범람이일어나는 동안 플단을 위해 행동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랜트 님이 무사히 돌아온 걸 정말로…… 정말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레니 씨.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레니 씨는 환하게 꽃과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네, 랜트 님."
이번에는 틀림없는 진심이 담긴 미소라고 생각됐다.
◈
나는 우선 니냐 씨의 창과 엘시의 지팡이를 인벤토리에 넣은 다음 니냐 씨를 들고 여우의 쉼터로 들어갔다.
"오우……."
그리고 나는 여우의 쉼터에서 모험가 길드와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모험가들이 기절을 하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거나 벌컥벌컥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 랜트 씨! 어서 오세요!"
파니 씨와 함께 술을 나르던 티나가 나를 반겼다.
티나는 내가 안아 들고 있는 니냐 씨를 보고 말했다.
"랜트 씨 말고 모두 뻗으신 거예요?"
"응, 그래서 내가 방에 데려다주려고. 티나, 일 열심히 해."
"네! 랜트 씨는 푹쉬어주세요!"
그때 한 테이블에 앉은 모험가가 티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티나~ 여기 술 한잔~ 더 줘~"
"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으니까 마음껏 드셔주세요!"
티나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술을 나르러 갔다.
티나도 레니 씨처럼 모험가들이 무사히 있는 게 기쁜 것 같았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 니냐 씨의 방 침대에 니냐 씨를 눕혔다.
술에 취해 얼굴을 붉힌 채 새근새근 자는 니냐 씨는 매우 요염했다.
이대로 만취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생겨났지만, 오늘은 그동안 힘내서 쌓인 피로를 푸는 날이다.
나는 내 마음의 욕구를 자제하고 살포시 니냐 씨의 위에 이불을 덮어주고 노아를 옮기러 갔다.
◈
노아를 옮긴 다음 나는 엘시를 들고 4층으로 올라가 엘시의 방으로 들어갔다.
엘시를 침대에 눕히고 니냐 씨와 노아에게 했던 것처럼 살포시 이불을 덮고 그대로 방을 나가려고 했다.
"어라?"
방을 나가려고 몸을 돌린 순간 엘시의 방 한구석에 조금 큰 사이즈의 배낭이 있었다.
"엘시가 이런 배낭을 갖고 있었나?"
기억을 뒤져봐도 엘시가 이렇게 큰 배낭을 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침대를 옮길 때도 옷이 담긴 보따리 같은 건 있어도 저런 배낭은 없었다.
게다가 옷이 담긴 보따리는 엘시의 침대 뒤에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솔직히 엘시가 자는 사이에 엘시의 짐을 엿보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호기심이 이기고말았다.
딱히 확신하는 건 아니지만 니냐 씨의 조언이라도 얻어 야한 코스프레 의상이라도 있는 게 아니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엘시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니 정작 사도 나랑 할때 쓰지 못하고 이렇게 배낭에 넣어둔 게 아닐까? 라는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배낭에 다가가 안을 들여다봤다.
"……오우."
배낭 안에는 내 예상하고는 전혀 다른 물건이 들어 있었다.
……배낭 안에는 대량의 바이브들이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