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215화-데이트!
1층으로 워프를 한 다음 나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봤다.
끼에에에에엑!
끼게꼐게게에에에에겍!
"죽어라, 고블린!"
"죽어! 죽어!"
"으아아아아아아아!"
평소와 같은 빈도로 있는 고블린과그 고블린을 필사적으로 잡는 모험가들이 보였다.
내가 처음 1층에 발을 들였을 때도 이렇게 필사적인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어째서 그들은 이렇게 필사적인 걸까?
"여태껏 모아둔 돈은 다 떨어졌어! 오늘은 잔뜩 벌어야 해!"
"난 모험가라고! 접시 닦기 따위 두 번다시 안 해!"
"네놈들이 범람한 탓에 난 일주일 동안 하수구에서 시궁쥐 퇴치만 줄창했다고! 옷에 악취가 다 뱄어! 제길! 죽어어어어어어!"
대충 이유는 알 것 같다.
결국 생활고인 것이다.
범람 동안 일주일간 돈 벌 곳이 없는 모험가.
이 소재만으로도 망상이 무럭무럭 솟아납니다.
이제 막 플단에 와서 모험가 등록을 한 F랭크 신인 여성 모험가.
하지만 범람으로 인해 돈 벌 곳이 적은 상태.
약초를 캐오려고 해도 어느 게 약초인지도 분간이 안 가고 시궁쥐를 잡기 위해서는 하수구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하수구는 더러워서 생리적으로 무리무리! 라고 떼를 쓰는 여성.
그때 찾아오는 선배 모험가(금발 테닝)!
벌이가 좋은 일 있는데 해볼래?
말에 넘어가 수락해버린 F랭크 신인 여성 모험가!
그대로 그 F랭크 신인 여성 모험가는 몰래 미약과 마약 성분이 듬~뿍 들어간 주스를 마시게 되고 그대로 쾌락에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자지와 약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돼버린 그녀는 선배 모험가에게 매달리지만 이미 타락해버린 그녀에게 흥미를잃은 선배 모험가는 인맥을 써서 그녀를 하드 플레이 대환영인 매니악한 창관에 넘기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모험가를 포기하고 모험가 랭크가 아닌 가슴 랭크 F랭크!라는 선전문구를 달고 새로운 신인 창부로 전직하게 되는 것이었다!
후우,이런 타락물도 가끔씩은 상상하기 좋은 법이다.
『다음 날 접신몽에서 할플레이가 결정되었군요. 맞이할 때는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세일러복을 입은 다음 안녕하세요~ 신입 창부인 솔리예요~♥ 라고 말하면 될까요?』
완벽합니다, 솔리 씨!
나는 저벅저벅 앞을 향해 걸어갔다.
"더, 던전 크래셔!?"
"범람도 끝났는데 왜1층에 있는 거야?"
"서, 설마 고블린을 사냥하려는 건가? 안 돼! 이놈은 내 사냥감이야!"
"빨리 죽여! 던전 크래셔에게 빼앗기기 전에 빨리 죽여!"
"으아아아아아!"
내가 지나가자 주변 모험가들의 험악함이 더욱 짙어졌다.
그들의 생활고에 대한 고통이 신경을 예민하고 만들고 있는 것이다.
빨리 앞으로 뛰어가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로 하자.
가볍게 뛰어가며 나는 서둘러 앞으로 더 나아갔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곳까지 달려간 나는 좀 더 다리에 힘을 주며 땅을 박찼다.
콰아아아아앙!
근육마차급의 속도를 내며 나는 1층을 질주했다.
지나가는 주변에는 고블린, 고블린, 고블린.
고블린 투성이지만 평소와 같은 평균적인 수였다.
나는 잠시 도중도중에 멈추며 켈반 씨를 위해 고블린을 30마리 정도 사냥하고 시체와 무기째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1시간 후 나는 2층으로 내려갔다.
2층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근육마차의 속도로 달려도 이대로라면 저녁 먹기 전 시간까지 9층까지 내려가는 건 무리다.
게다가 3층 같은 층에는 나무 등의 장애물이 있어 도중도중에 속도를 늦추거나 하며 피해야 한다.
그냥 무시하고 돌파할 수 있지만 그랬다간 나중에 쓰러진 나무 때문에 다른 모험가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때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내가 고향 마을 향해 갔을 때 썼던 비행술이었다.
그 방법이라면 좀 더 빠르게 던전 안을 가로지를 수 있다.
다행히 1층 말고는 던전에 폐쇄적인 장소는 없다.
2층에 도착하고 나는 곧바로 워프장치 결계 밖으로 나왔다.
"어? 던전 크래셔잖아?"
"어째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거지?"
계단으로 내려온 나를 보며 다른 모험가들이 의아해했다.
나는 1층처럼 어느 정도거리를 두고 방법을 쓸까 생각했지만, 어차피 이 방법을 쓰려면 기다란기둥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다른 모험가들의 눈에도 띌 거다.
이왕 띌 거 그냥 빨리 이동하는 걸 선택하자.
나는 곧바로 내 발아래에 기다란 기둥을 마나웨폰으로 만들어냈다.
"뭐, 뭐야!?"
"가, 갑자기 기둥이!?"
범람 때 항상 만들어왔던 높이까지 올라간 후나는 바람막이용 우산을 만든 다음 기둥에서 뛰어내린 다음 바인드와 마나웨폰을 이용한 발판을 만들어 박찼다.
뻐어어어어어어어엉!
그리고 나는 하늘을 나는 근육 제트기가 되는 것이다!
"뭐야 저게에에에에에에에?!?!"
"사람이 하늘을 날고 있어!!
"말도 안 돼!"
"엄마아아아아아아!"
아래에서 커다란 모험가들의 경악 소리가 들리지만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내 귀에서는 그 목소리는 금세 멀어졌다.
하지만 이대로 빠르게 던전을 지나가는 거로 만족하면 안 된다.
내가 던전에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확인을 위해서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망상을 할 때의 초고속 사고회전을 발동했다.
새삼스레 생각해봤는데 이걸 쓰면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주변이 매우 느리게 느껴지며 다른 사람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망상을 전부 구현할 수가 있다.
즉…… 이거 흔히 만화에서 말하는 존(ZONE)에 들어간 상태가 아닐까?
극도의 집중 상태.
사고 속도와 극한의 동체시력으로 인해 모든 공격에 대처하는 바로 그거다.
사실 이 초고속 사고회전도 빠르게 망상하기 위해서랑 초고속 딸딸이를 칠 때 그 속도에 맞춰서 망상하고 싶어서 태어난 기술이다.
결국 내가 딸을 위해 만든 기술은 응용에 따라서는 다른 곳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쾌락의 딸딸라이프를 향한 내 열정과 노력은 이렇게 다른 곳에서도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무척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내 노력은 틀리지 않았어……!!!
그건 그렇고 나는 초고속 사고회전.
방금 막 지어낸 별칭 존을 쓰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딱히 슬라임의 여전히 숫자가 많아지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평소보다 대폭으로 짧아진 시간으로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중에 땅으로 내려가 슬라임도 잡아볼까란 생각을 했지만, 해체를 좋아하는 켈반 씨의 성격을 봤을 때 슬라임은 그다지 해체할 거리도 없을 것 같으니 패스했다.
나는 4층에서 9층까지 근육 제트기를 사용하면서 존을 이용하여 던전을 순찰했다.
중간중간에 다른 모험가들이 없는 곳에 내려서 각층의 마물을 30마리 정도 사냥하며 켈반 씨에게 줄 선물도 챙겼다.
그리고 오늘은 운이 좋았는지 다른 층에서 특이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4층에서 오크 챔피언을 발견했다.
곧바로 내려가 목을부러뜨려 인벤토리에 넣었다.
내일은 멜리사에게 오크 스테이크 고기를 먹여주자!
확인이 전부 끝나고 지상으로 나오니 거의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돼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모험가 길드를향해 걸어갔다.
"오오오오오! 랜트으으으으! 어서 오게나!"
모험가 길드에 들어가자마자 켈반 씨가 짧은 다리로 빠르게 움직이며 나에게 다가오셨다.
"켈반 씨, 다녀왔어요."
"어서 오게나! 자아자아! 빨리 창고로 가세!"
"잠깐만요. 우선 레니 씨에게 보고만 할게요."
"오오, 그렇지! 알겠네! 그럼 난 먼저 창고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켈반 씨는 곧바로 모험가 길드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접수처에 있는 레니 씨에게 다가갔다.
"다녀왔어요, 레니 씨."
레니 씨는 방긋 웃으시며 나를 맞이해줬다.
"어서 오세요, 랜트 님. 던전은 별문제 없었나요?"
"네. 평소랑 다름없었어요."
"그런데상당히 빨리 돌아오셨네요. 아무리 랜트 님이라도 밤까지는 걸리실 줄 알았는데……."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을찾았거든요."
"빠른 방법이요? ……아, 저기, 랜트 님. 혹시 그 방법이 하늘을 나는 방법은 아닌가요?"
"어? 어떻게 하셨어요?"
레니 씨를 깜짝 놀래키려고 했는데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게…… 조금 전에 다른 모험가분들이 대화를 하셨습니다. 근육이 하늘을 지나갔다던가. 거대한 수수께끼의 기둥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든가…… 던전 크래셔가 인지를 초월한 힘을 얻었다든가 라는 말이 오고 갔었습니다."
하긴 그 정도로 눈에 띄었으니 소문이 안 나는 건 오히려 이상했었다.
나는 멋쩍어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하하, 네. 맞아요."
"……랜트 님은 정말 굉장하시네요. 어떻게 하면 하늘을 나실 수 있는 건가요?"
"그냥 높이 올라가서 있는 힘껏 공중에 만든 발판을 찼어요."
"그렇게 해서 나는 게 가능한가요?"
"저는 되더라구요."
레니 씨는 잠시 침묵을 하시더니.
"……후훗,"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셨다.
"확실히 던전을 파괴할 정도의 힘을 가진 랜트 님이라면 가능하겠네요. 랜트 님, 오늘은 확인만 하셨나요?"
"아니요. 도중에 마물들도 잡았어요. 지금 창고에 가서 켈반 씨에게 보여드리려고요."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랜트 님."
"고맙습니다, 레니 씨. 아, 길드장님에게 이상은 없었다고 전해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나는 켈반 씨가기다리는창고로 갔다.
거친 콧김을 뿜으시며 기대에 찬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시는 켈반 씨의 앞에서 나는 차례대로 마물들을 꺼냈다.
"오오! 오오오오! 일주일 만에 보는 마물들! 내 사랑스러운 시체들!"
켈반 씨는 매우 감격스러워하셨다.
각 층마다 대략 30마리 정도지만 2층을 제외하고 총 240마리 정도의 마물들을 꺼냈다.
마물들의 무기는 시체의산 옆에 쌓아놨다.
"오오오오, 고맙네, 랜트! 미안하지만 보수는 내일주겠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즐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잠시만요, 켈반 씨.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게 있어요."
"보여주지 않은 거 말인가? 대체 그건 뭔가?"
"이거예요."
나는 오크 챔피언의 시체를 꺼냈다.
"이, 이건!?!?"
켈반 씨의 눈과 입이 크게 뜨여졌다.
"운 좋게도 4층을 확인하는 도중에 발견했어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릴게요, 켈반 씨."
"아, 아, 아! 아아아아아……!!!"
켈반 씨의 몸이 부르릇하고 떨리며 켈반 씨의 고간이 크기는 작지만 늠름하게 텐트를 치고 있었다.
"켈반 씨?"
"하으으윽! 읏……!"
켈반 씨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참으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켈반 씨의 표정을 보고 알아챌 수 있었다.
이 표정은 거의 절정에 다다르기 직전의 그런 표정이다.
거울을 보면서 하는 플레이를 했을 때 사정하기 직전의 내 표정이 딱 이랬다.
"아, 켈반 씨!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이것도 보수는 내일 주셔도 돼요. 전 이만 가볼테니까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그럼 즐거운 밤되세요!"
나는 흥분한 멜리사처럼 속사포로 켈반 씨에게 전할 말을 전하고 곧바로 창고 밖으로 나가 창고문을 닫았다.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창고문 너머로 켈반 씨의 괴성이 들려왔다.
켈반 씨가 행복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
여우의 쉼터로 돌아오자 평소와 같이 파니 씨와 함께 음식을 나르고 있던 티나가 나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랜트 씨!"
다만 평소에 좀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항상 있던 여우의 쉼터에 숙박하는 모험가들의 안색이 숙취 때문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다녀왔어, 티나. 다들 뭐 하고 있어?"
"니냐 씨는 지금 나가 계시고 노아 씨랑 엘시 씨는 방에 있어요. 아, 멜리사 씨는 엘시 씨의 방에 함께 있어요."
멜리사가 엘시의 방에?
……과연 괜찮은 걸까?
멜리사가 엘시랑 같이 있어서 잘 지낼지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엘시 방에는 바이브가 잔뜩 들어있는 배낭이 있다.
그걸 놔둔 채 엘시는 멜리사를 방으로 들인 걸까?
"아, 랜트!"
"어서 와!"
"어, 어서 와, 랜트."
마침 엘시와 노아, 멜리사가 1층으로 내려왔다.
"응, 다녀왔어."
"다녀왔어~♪"
그리고 때마침 니냐 씨도 여우의 쉼터로 돌아왔다.
"아, 니냐도 왔네."
"어서오세요,니냐 씨."
엘시가 멜리사를 들여보냈을 때 바이브가 든 배낭을 어떻게 했는지는 나중에 묻자.
마침 니냐 씨도 왔다.
우선은 다 같이 즐겁게 식사를 하면서 오늘 들은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전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