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222화-데이트!
끼에에에에에엑!
"죽어어어어!!!"
끼끼끼께에에에엑!
"내 생활비가 되라아아아!"
"파이어 볼!"
"슬래쉬!"
끼에에에엑!
오늘도 1층은 이틀 전과 같이 초보 모험가와 고블린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3일만으로는 평소의 살짝 여유 있는 모습을 되찾긴 어려웠나 보다.
"사, 살벌하네……."
멜리사는 그 광경을 보고휙하고 내 등 뒤로 숨었다.
"생활비가 걸려 있으니까."
"랜트도…… 저렇게 싸워?"
"아니, 난 좀 더 여유로워."
뭐라 해도 다칠 일이 없으니까.
"여긴 사람들이 많으니까 좀 더 안으로 가자."
나는 멜리사에게 공주님 안기를 했다.
"꺄악! 래, 랜트."
"출발할게."
멜리사를 든 채로 나는 다른 모험가들이 안 보일 때까지 달렸다.
"여기면 되겠다."
5분 정도는 평범하게 달리다가 나머지 5분은 근육마차식으로 달리니 금세 다른 모험가들이 없는 곳까지 도착했다.
"이, 있지. 정말 여기로 괜찮아? 주변에 고블린들이 많은데……."
끼끼끼끽!
끼에에에엑!
멜리사의 말대로 주변에는 고블린 5마리가 멈춘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별문제 없는 정도다.
"괜찮아, 멜리사."
나는 멜리사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멜리사의 주위에 반투명한 원통형의 장벽을 만들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응용하면 엘시의 프로텍션을 딱히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했다.
아니, 장기적으로 생각하자.
엘시의 프로텍션은 공기도 통과할 수 있다.
내 건 거의 마력 덩어리로 만든 거라 공기가 안 통해서 윗부분을 뚫지 않는 이상 오랫동안은 못 쓸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잘 보고 있어."
나는 천천히 고블린을 향해 걸어갔다.
끼에에에에에엑!
그리고 5마리의 고블린들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 돌진해 곤봉을 휘둘렀다.
"랜트!"
멜리사가 내 이름을 소리치는 게 들림과 동시에.
퍽! 퍼퍽! 퍽! 퍽! 퍽!
고블린의 곤봉이 내 몸에 명중했다.
끼엑?
끼긱?
끼게껙?
하지만 고블린의 곤봉 따위로 내 몸을 상처입힐 수는 없다.
끼에에엑!
끼끼끼끽엑!
께꺄게게게겍!
고블린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나를 보고 더욱 분통하며 계속해서 곤봉을 휘둘렀다.
하지만 몇 번을 휘둘러서 내 몸은 꿈쩍도 안 한다.
"봐봐, 멜리사, 괜찮지?"
"……안 아파?"
"전혀. 멜리사도 내가 얼마나 힘 센지 알잖아. 그런 힘을 버티는 내 몸이 이 정도로 다칠 일 없잖아?"
"어……? 생각해 보니 그러네?"
"아마 마물들의 공격은 대부분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럼 이번에는 해치우는 모습을 보여줄게."
나는 마나웨폰으로 고블린들이 든 것보다 커다란 망치를 만들고 차례대로 두더지 잡기 하는 느낌으로 고블린의 두개골을쳐냈다.
퍼퍼퍼퍼퍽!
머리를 맞은 고블린들은 그대로 머리가 깨진채 바닥에 쓰러졌다.
"어때?"
"응, 랜트가 던전에 가도 전혀 걱정은 없다는 건 잘 알았어."
멜리사가 안심해줘서 다행이다.
"멜리사 계속 던전에 있을 거야? 솔직히…… 계속 있어도 기분 좋지는 않을 거야."
멜리사도 나랑 같은 마을에 자라서 고블린 시체를 본 적은 있다.
하지만 마물을 사냥하는 걸 생업으로 삼는 모험가라면 몰라서 일반인인 멜리사가 아무리 마물이라고 해도 잔인한 장면을 계속 보는 건 기분이 좋진 않을 거다.
"……2층까지는 가보고 싶어. 노아가 말했었어. 처음 본 2층의 광경은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아…… 그럼 던전을 보고 싶다고 한 건……."
"2층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 그리고…… 4명이서 가는 던전은 어떤 장소인지도 궁금했고."
"그랬구나."
그렇다면 빨리 멜리사에게 나도 감동했던 2층의 광경을 보여주도록 하자.
"그럼 빨리 가서 보자!"
나는 마나웨폰을 해제하고 멜리사를 다시 안아 올렸다.
"꺄악! 또…… 이렇게 가는 거야?"
"싫어?"
멜리사가 내 목을 껴안았다.
"……좋아."
나는 좀 더 속도를 내며 2층을 향해 달려갔다.
◈
"도착했어, 멜리사. 이게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야."
"……새까맣네?'
"안은 그래 보이지만 계속 걸으며 내려가다 보면 2층이보일 거야."
나는 멜리사를 안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뚜벅뚜벅뚜벅
어두운 공간의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내 목을 껴안은 멜리사의 팔에 더 힘이 들어갔다.
"어두워서 무서운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계속 내려가니 아래에서 살랑이는 2층의 바람이 느껴졌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멜리사."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서 나와 멜리사는 2층의 광경을 보았다.
살랑이는 바람, 푸르른 하늘, 반짝이는 태양,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초원.
내가 플단에 와서 진심으로 모험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그 광경이었다.
"와아……."
나에게 안긴 멜리사가 눈을 크게 뜨며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처음2층에 도달했을 때의 노아와 엘시의 표정과 흡사했다.
"어때, 멜리사?"
"엄청…… 예뻐."
"그치?"
그때의 내 기분을 멜리사도 알아주는 거 같아 기뻤다.
계단을 계속 내려가서 2층의 초원에 나는 멜리사를 내려놨다.
"정말 신기하다. 여기가 그…… 아까까지 동굴이었던 곳이맞아?"
"신기하지?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놀랐어."
"거기다……"
"야! 거기 슬라임 간다!"
"알았어."
"야앗!"
"1층과 다르게 엄청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보여."
2층의 슬라임을 잡는 모험가들은 소풍이라도 나온 듯한 분위기로 슬라임을 잡고 있었다.
"그야 슬라임은 고블린보다 훨씬 약하고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공격 안 해서 위험하진 않아. 거기에 마석은 고블린보다 더 비싸니까."
고블린보다 적은 수를 잡아도 생활비는 확보 가능하니 훨씬 여유로운 것이다.
"그렇구나…… 슬라임이라면…… 나도 잡을 수 있어?"
"있을 거야. 한번 잡아볼래?"
"……응."
"그럼 사람들이 없는곳을 가자."
나는 또 멜리사를 안아 올렸다.
"……이거 이동할 때마다 꼭 해야돼? 지금 사람들도 있어서 부끄러운데……."
"하지만 이동하려면 이게 더 빨라서."
"여긴 위험도 없잖아? 차분히 걷고 싶어."
"그래?"
나는 멜리사를 다시 내려놓은 다음 손을 내밀었다.
"그럼 걸어가자."
"……응."
멜리사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내 손을 잡았다.
저벅저벅 산책하듯이 멜리사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던전 크래셔잖아?"
"또 2층에 왔네?"
"옆에 있는 애는 누구야?"
"처음 보는 애인데?"
주변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몰렸다.
하지만 잠시 시선을 줄 뿐 모험가들은 다시 슬라임을 잡기에 집중했다.
관심이 생긴다 하더라도 아직 아침 시간.
그들도 하루 일당을 다 끝나지 않을 상태니 일당을 채우기 위해 다시 사냥에 집중한 것이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차분히 걸으니 주변의 모험가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바람…… 기분 좋다. 전혀 마물이 잔뜩 있는 던전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
"2층만 특별한 거야. 다른 층은 좀만 걸어도곧바로 마물들이 나와서 계속 전투해야 하거든."
"위험하지 않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전혀 위험한 적은 없었어.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특출나지 않는 이상 다들 파티를 짜고 하니까."
5분 정도 더 걸은 후 나는 자리에 멈춰서 주위를 둘러봤다.
마침 사냥하기 딱 좋은 슬라임이 눈앞에 3마리 정도 보였다.
"멜리사, 여기서 슬라임 사냥해보자. 무기는 내가 만들어줄게. 어떤 무기가 좋아?"
"그럼…… 검으로."
"알았어. 길이는?"
"보통 검이면 돼."
나는 마나웨폰으로 멜리사가 쥐기 쉬운 크기의 검을 만들어 멜리사에게 건넸다.
"자."
"……언제봐도 랜트의 그거 정말 신기해. 이거 만든 후에 계속 있는 거야?"
"아니, 나한테서 30미터 정도 떨어지면 없어지더라."
"그럼 랜트가 옆에 계속 있으면 되는거야?"
"아마, 그러지 않을까?"
30미터 이상 떨어지면 없어지지만 30미터 이상 되는 크기를 만든다고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보다 멜리사, 빨리 잡아봐."
"으, 응."
멜리사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조심스럽게 슬라임을 향해 걸어갔다.
"래, 랜트. 먼저 공격하지 않는 거 진짜지?"
"진짜야. 슬라임 중앙에핵이랑 그 옆에 마석이 보이지? 둘 중 하나를 향해 베거나 찌르면 금방 잡힐 거야."
"핵이나 마석을……."
멜리사는 검을 꼬옥 쥐고 빤히 슬라임을 쳐다볼 뿐 휘두르지 않았다.
역시 슬라임이라도 일반인인 멜리사에겐 많이 긴장되는 것 같았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멜리사를 지켜봤다.
빤히 슬라임을 보고 자신만의 신경전을 벌이는 멜리사도 귀여웠다.
3분 정도지났을까.
"후우…… 야앗!"
멜리사가 눈을 꼭 감고 검을 휘둘렀다.
휘익
하지만 눈을 감고 휘두른 검은 슬라임을 스치지도 못하고 그냥 풀만을 잘랐다.
"아……."
화아아악!
멜리사의 얼굴이 빨개졌다.
귀엽다.
"괜찮아, 멜리사. 이번에는 눈 뜨고 휘두르면 돼.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으, 응……."
한 번 휘둘러서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멜리사는 이번엔 곧바로 자세를 잡고 휘두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후우…… 야앗!"
서걱!
이번에는 제대로 눈을 뜨고멜리사는 슬라임을 향해 휘둘렀다.
멜리사가 휘두른 검이 슬라임을 베며 핵에 명중했다.
내 크리에이트 사운드가 자동으로 튀어나와 멜리사의 성공적인 베기에 효과음을 더했다.
검에 맞이 핵이 부서진 슬라임은 흐물흐물 녹아 마석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짝짝짝
"잘했어, 멜리사."
"어……? 나 해치운 거야?"
"응. 한 방에 잘하던데?"
멜리사는 빤히 검을 쥔 채로 떨고 있는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시, 실감이 잘 안 나. 하, 한 번 더 해봐도 되지?"
"얼마든지. 위험하지는 않지만 위험할 것 같으면 내가 바로 도와줄게."
"응."
멜리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슬라임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긴장하는 모습이 없이 멜리사는 곧바로 다음 슬라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이번에는 마석이 멜리사의 검에 맞고 깨져 슬라임이 핵만을 남기고 흐물흐물 녹아 사라졌다.
"에잇!"
서걱!
멜리사는 곧바로 그 옆에 있던 슬라임도 잡았다.
"후우…… 후우……."
"어때 멜리사?"
"생각보다 쉬워서 조금 놀랐어. 하지만…… 계속하기는 싫다. 역시 난 모험가는 안 맞나 봐."
방금 연속으로 휘두른 걸 보면 꽤 해나갈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분명 내가 모르는 멜리사만의 피로나 성향 같은 게있을 거다.
"그래? 그럼…… 이제 어떡할까? 지상으로 돌아갈까?"
멜리사는 고개를저었다.
"아니, 좀 더 이곳에 있고 싶어. 슬라임은 안 잡아도 여기 경치 엄청 마음에 드니까."
"알았어. 그럼 산책이나 계속할까?"
"응. 그런데 내가 벨 때 이상한 소리가…… 어, 랜트. 어깨 위에 있는 거 뭐야?"
"이건 내 스킬 중 하나인 크리에이트 사운드라고 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에 맞는 멋진 효과음을 내는 스킬이야. 예를 들어."
나는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부우우웅!
"이렇게."
"……이상한 스킬이네."
"멋지지 않아?"
"그다지?"
엘시와 노아는 엄청 좋아했는데…….
멜리사의 반응이 별로라 살짝 아쉽다.
"아, 근데 이 검 어떻게 없어지는 거야?"
"이러면 돼."
딱!
슈우웅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마나웨폰을 없앴다.
물론 사라지는 효과음도 크리에이트 사운드가 냈다.
"왓, 사라졌다…… 손가락 튕기면 사라지는 거야?"
"손가락 튕긴 건멋져 보이니까 그런 거야."
"랜트는 여전히 애 같은 구석이 있네."
"언제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는 건 중요한 거야, 멜리사."
"푸훕, 뭐야 그거. 자, 랜트."
멜리사가 내가 손을 내밀었다.
"산책하자."
"응."
꼬옥 멜리사의 손을 잡고 나는 멜리사와 함께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진 2층을 걸어갔다.
"지쳤어."
하지만 20분 정도 걷더니 멜리사가 걸음을 멈췄다.
"벌써?"
"슬라임 잡은 후로 왠지 기운이 빠졌어."
슬라임을 잡을 때 긴장한 탓에 체력을 소모했나 보다.
"그럼 잠시 쉬자."
걷는 것도 좋지만 초원에서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 낭만적인 전개다.
"응."
멜리사는 초원 위에 다리를 쭉 뻗으며 앉은 다음.
톡톡
"자, 랜트."
멜리사가 허벅지를 두드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이건 미란다 씨가 자주 하던 동작.
무릎베개 OK사인이다.
나는 곧바로 멜리사의 부드러운 허벅지에 머리를 눕혔다.
"멜리사의 허벅지…… 부드러워서 기분 좋아."
"일일이 말하지 마."
3분간 부드러운 멜리사의 허벅지를 만끽하며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휘릭!
"스으읍…… 하아……."
"……랜트. 왜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냄새 맡는 거야?"
"멜리사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싶어서…… 포도향 나지 않을까?"
"변태!"
따악!
멜리사에게 머리를 맞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 맡는 건 정말 좋았다.
오늘 접신몽 플레이는 너로 정했다!
『알몸 무릎베개로 할까요?』
메이드복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