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화 〉234화-데이트!
원하는 물건들을 사고 가게를 나온 후 니냐 씨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모험가 길드였다.
"던전에 가게요?"
"아니. 던전이 아니라 훈련장에 갈 거야."
"아, 랜트 님! 니냐 님!"
훈련장에 가기 위해 접수처 근처로 가자 레니 씨가 우리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레니 씨."
"네, 랜트 님. 오크 챔피언 스테이크…… 고맙습니다. 무척이나 맛있었어요,"
"레니 씨가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에요."
"어머, 랜트. 이번에도 레니에게 보낸 거야?"
"네, 켈반 씨랑 레니 씨 길드장님에게 보냈어요. 모두 신세를 졌으니까요."
"흐음, 그렇구나."
니냐 씨가 어쩐지 능글맞은 웃음을 띠며 나와 레니 씨를 번갈아 봤다.
"오늘은 니냐 님하고 둘이서 던전에 가시는 건가요?"
"후훗, 그건 아니야, 레니. 던전은 내일부터 갈 거야. 오늘은 훈련장에 볼일이 있어."
"훈련장 말입니까?"
"응. 그럼 나랑 랜트는 훈련장에 갈게. 레니는 일 열심히 해~."
"수고하세요, 레니 씨."
"네. 랜트 님, 니냐 님."
나와 니냐 씨는 훈련장으로 갔다.
텅 빈 마당이나 다름없는 훈련장.
그래도 훈련장이라서 훈련장의 한쪽 구석에는 나무로 된 무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아마 저걸로 모의 전투를 하고 싶으면 하라는 걸 거다.
"니냐 씨, 훈련장에서 뭘 하시려고요?"
내가 묻자 니냐 씨는 나를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랜트랑 한번 대련하고 싶어서."
"대련이요?"
"응. 랜트가 엄청 강한 건 충분히 알지만…… 랜트랑 승부는 한 적 있어도 대련은 해본 적 없잖아? 나 랜트의 강함을 내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
"그래서 대련인가요?"
"응. 랜트라면 힘 조절도 잘하지?"
힘 조절이라면 자신 있다.
힘 조절을 못 해서는 나는 평범한 딸도 치지 못했을 거다.
게다가 최근 활용하는 존까지 쓰면 더 확실히 힘 조절만이 아니라 속도 조절도 가능할 거다.
"그야…… 네."
"후훗, 그러면 한번 대련해 보자. 나…… 수컷으로서 랜트가 굉장하다는 건 이미 아니까…… 이번에는 모험가로서 랜트가 얼마나 강한지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
"같이 마물을 잡으면서 충분히 알지 않았나요?"
"마물을 잡는 걸 보는 거랑…… 내가 직접 붙는 거랑은 느낌이 달라."
"그런가요?"
"응♡ 랜트, 내 창 꺼내줘."
"네."
요새 모두의 무기는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는 내가 챙기고 있다.
최근에는 범람 때문에 계속 싸워야 해서 각자가 관리하고 있고 지금도 각자의 방에 주무장이 있을 거지만, 예비용 무기는 아직도 내 인벤토리 안에 있다.
나는 니냐 씨의 예비용 창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여기요."
"고마워. 그럼 훈련장 중앙으로 가자."
나와 니냐 씨는 훈련장 중앙에 섰다.
이 자리에서는 주로 쉬는 날에 니냐 씨와 노아가 대련을 했다.
내가 모험가 길드의 술집 코너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노아의 구엑!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열렬히 둘은 대련을 하고 있었다.
대련이라기보다는 거의 니냐 씨에 의한 노아의 전투훈련이었다.
최근에는 그 소리도 빈도가 줄어 노아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공격은 누구부터 할까?"
"저야 얼마나 공격해도 안 다치니까…… 니냐씨부터 하세요."
"응, 알았어. 아, 랜트도 훈련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하자."
니냐 씨는 찡긋 윙크를 하며 나에게 말했다.
"랜트는 몸도 엄청 튼튼하고 힘도 엄청 강하잖아?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랜트에게 이길 가능성은 없고 말이야."
"네."
여기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봤자 거짓말이 될 뿐이다.
"그러니까 랜트는 내 공격을 막는 게 아니라 흘리거나 피하는 거야. 랜트에겐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술도 익혀두면 나쁘지 않을 거야. 어때?"
말하자면 강(强)이 아니라 유(柔)를 단련하자는 것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면이나 만일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건 나쁘지 않다.
"좋아요. 아,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제가 계속 피하거나 흘리면 재미없으니까 반격할 때도 제가 니냐 씨가 피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속도로 공격할게요."
"어머, 랜트는 그런 미세한 조절도 가능해?"
"이것도 한 번 해보려고요."
존을 사용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
"후훗, 좋아. 만약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도 더 긴장돼서 좋은걸. 그럼……."
휘리릭!
니냐 씨는 창을 쥐고 자세를 잡으며…… 나와 승부했을 때 보였던, 그리고 범람 때 주변에 있는수많은 마물들을 해치웠을 때의 진지한 모험가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할게."
탁!
그리고 니냐 씨가 나를 향해 뛰어들며 창을 휘둘렀다.
◈
파지지지직!
니냐 씨와 대련을 시작한 지 30분.
지금 니냐 씨는 라이트닝 인챈트까지 풀로 활용해서 나와 대련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니냐 씨를 창으로 피하기만 했다.
존을 쓰지 않아도 니냐 씨의 창을 피할 만했다.
하지만 점점 니냐 씨의 창이 빨라지면서 눈으로도 쫓을 수도 있고 어찌저찌 피할 수는 있지만 피하는 움직임이 조잡해지는 게 느껴졌다.
역시 평소부터 피하지 않고 공격만위주로 하니 그렇다는걸 깨달을 수 있었다.
"랜트! 피하기만 하면 대련이 안 돼!"
진지한 표정을 하면서도 미소를 보이는 니냐 씨의 말에 나는 본격적으로 존을 쓰기 시작했다.
존을 쓰니 니냐 씨의 창이 무척이나 느리게 보였다.
그 상태에서 나는 니냐 씨의 창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기를 시도했다.
만화나 영화에서도 나오는 절정고수 같은 캐릭터가 하는 종이 한 끗 차이로 피하기다.
어느 정도 피하며 감을 잡은 나는 흘리기도 시험해봤다.
니냐 씨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니냐 씨의 창의 궤도를 살며시 손을 대고 밀면서 다른 곳으로 힘의 방향을 흘렸다.
처음 흘리기를 성공했을 때 니냐 씨의 눈은 크게 떠지고…… 무척이나 호승심이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변했다.
멋있는 니냐 씨가 더욱 멋있고 매력적으로 변해서 억제술을 쓰지 않았으면 곧바로 발기했을 거다.
니냐 씨는 현란한 창놀림과 스텝으로 여러 방향에서 나를 공격했다.
창으로 찌르거나 휘두를 뿐만 아니라 발도 써가면서 공격했다.
특히나 발을 사용할 때 팔랑이는 니냐 씨의 치마 사이로 보이는 하반신의 라인은 정말로 예뻤다.
10분 정도 피하고 흘리기를 하면서 나도 슬슬 반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니냐 씨의 달리는 발차기의 속도에 비해 대충 잡아 좀 느린 정도로 주먹을 내질렀다.
"!?"
니냐 씨는 내가 공격하자 잠시 당황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니냐 씨는 내가 내지른 주먹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피해냈다.
그 이후로는 나와 니냐 씨는 서로 차례대로 공격하며 서로의 공격을 피하거나 흘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니냐 씨의 호승심에 불타는 눈동자는 더욱 뜨거워졌고 움직임도 더 빨라졌다.
나도 왠지 고수들의 싸움이라는 기분이 들어 더욱 흥이 올랐다.
그래서 도중에는 니냐 씨를 놀래킬 겸 지르던 주먹의 속도를 중간에 순간적으로 올리는 등의 공격도 해봤다.
파지지지지직!
빨라진 공격을 니냐 씨는 몸에 전기를 두르며 가까스로 피해냈다.
물론 니냐 씨의 몸에 막기 직전에는 멈출 생각이었지만 니냐 씨는 스킬을 사용하며 피한 것이다.
그 이후 니냐 씨는 전기를 두르며 더욱 빠른 속도로 나를 공격하고 내 공격을 피했다.
물론 나도 니냐 씨에 맞춰서 더욱 속도를 올렸다.
그 상태로 20분을 더 대련할 무렵.
"하아아아아앗! 라이트닝 랜스!"
니냐 씨가 온 힘을 담았다는 게 느껴지는 전격의 찌르기를 내질렀다.
창날이 푸르른 전기에 휩싸여 나를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존을 사용하는 나에게는 그 속도조차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였기에 나는 한 끗 차이로 니냐 씨의 찌르기를 피하고 니냐 씨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부우우웅!
지금 찌르기는 온 힘을 다한 공격이었기에 니냐 씨에게피할 여유는 없었다.
얼굴에 맞기 바로 직전에 주먹을 멈췄다.
권풍이 니냐 씨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만들었다.
"대련은 제 승리네요, 니냐 씨."
"……그러네."
나와 니냐 씨는 천천히 서로의 주먹과 창을 거뒀다.
니냐 씨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어땠나요, 니냐 씨?"
방금 대련은 나도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존을 더욱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니냐 씨의 창놀림에 맞춰 내 몸이 얼마나 빠르고 현란하게 움직이는지도 알 수 있었다.
니냐 씨의 창을 조금 멋 좀 내면서 피하기 위해 옆으로 한 바퀴 공중에서 물레방아처럼 뛰었을 때는 나도 놀랐다.
그리고 서로 대미지는 없지만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공격을 주고받는 게 절정고수의 싸움 같아서 무척이나 기분이 고양됐다.
니냐 씨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두 손으로 창을 끌어안고 고개를 들며 말했다.
"최…… 고야……♡♡♡"
니냐 씨가 무척이나 흥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버렸을 때의 얼굴과 비슷하다.
"설마 이런 대련을 할 수 있을 줄 몰랐어♡ 이렇게 압도적으로랜트의 강함을 체험하다니 너무 행복해♡♡♡"
"그, 그런가요?"
"응♡ 내가 아무리 공격해도 전부 피해버리면서 공격도 완벽하고 흘려내고 나중에는 내가 피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속도로 공격했잖아? 계속되는 긴장감이 장난 아니야.
거기다 도중에 속도를 더 가해서 마치 내 전력을 넘어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공격♡ 아아♡ 짜릿짜릿했어♡ 라이트닝 인챈트까지 써서 겨우 피하고 공격하는 그 아슬아슬함이 정말 최고야♡
내가 전력을 내도 랜트는 완전히 여유로운 느낌이 더 랜트와 내 실력 차이가 압도적이란 느낌이 들어서…… 마치 막강한 수컷에게 마음대로 놀아지고 있는 느낌이…… 하으……♡ 하아♡"
니냐 씨는 몸을 베베꼬며 무척이나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왠지 이대로 계속 두면 눈에도 하트표시가 날 것 같은 기세였다.
"니, 니냐 씨가 기뻐하셔서 다행이에요."
"응♡ 범람 때도 물론 전력을 냈지만…… 아까처럼 내 모든 힘을 다 쏟아내서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야♡ 고마워, 랜트♡"
"니냐 씨의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됐나요?"
"물론이지♡ 하지만 한 번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다음에도 또대련해줄 수 있어?"
나야 물론 대환영이다.
멋진 모습의 니냐 씨를 또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제가 또 부탁하고 싶을 정도예요."
"꺄악! 기뻐♡"
니냐 씨가 활짝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30분간의 격렬한 대련에 의해 니냐 씨의 몸은 지금 땀 범벅이다.
진한 니냐 씨의 땀 냄새가 내 코를 간질여서 더욱 몸에 피를 돌게 했다.
땀범벅인 니냐 씨와의 섹스도 무척 좋을 것 같다!
땀범벅이 되도록 격렬하게 움직이는 두 사람.
서로의 땀 냄새와 함께 페로몬이 서로를 유혹하고 이윽고 운동보다도 더욱 격렬한 폭풍섹스로 돌입하는 것이다!
『여기는 공공장소라 못할 것 같습니다.』
그게 저도 엄청 아쉽습니다, 솔리 씨."
"니냐 씨, 몸 씻고…… 밥 먹어요."
"응, 그러자♡"
시간은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니냐 씨는 모험가 길드의 훈련소 근처에 설치된 샤워실을 향해 가려고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서야 니냐 씨에게만 집중했던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훈련장 주변에 여러 모험가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굉장해……."
"뭐야. 방금 그 대련은."
"저게 고랭크 모험가의 싸움이구나……."
"그 현란한 창을 다 피해내다니, 역시나 던전 크래셔. 그런데 저 몸뚱이에서 어떻게 저런 민첩한 움직임이……."
"뇌창의 니냐도 굉장하잖아. 나 저렇게 매섭고 바람을 가르는 주먹 도저히 못 피하겠는걸. 다가오면 쫄아서 그대로 맞을 것 같아."
"……항상 야한 옷만 입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B랭크구나……."
"대련 수준 실화냐, 완전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단순히 파괴에만 특화한 건 아니었군, 랜트."
잘 둘러보니 제이슨 씨도 있었다.
"아, 제이슨 씨."
"어머, 순속의 제이슨이네."
나는 니냐 씨에게 팔을 끌어안긴 채 제이슨 씨에게 걸어갔다.
"대련은 잘 봤다. 훌륭하더군. 나도 배울 점이 많았다."
"고맙습니다."
"어머, 순속의 제이슨이 겸손하네? 당신 속도에 비하면 아직느리다고 생각하는데."
"속도가 전부가 아니다. 싸우는 도중에 얼마나 적절한 대응을 하는지도 중요하지. 그런 면에서 뇌창의 니냐. 너도 랜트도 매우 훌륭했다. 언젠가 나도 너희와 대련을 해보고 싶군."
"어머, 나도? 순속의 제이슨이 그렇게 말해주다니, 영광이야."
"저도 한 번 제이슨 씨와 대련해 보고 싶어요."
A랭크 모험가와의 대련.
솔직히 매우 기대됩니다.
"그럼 다음에만날때 시간이 나면 해보도록 하지. 지금은 땀을 씻고 싶을 테니."
제이슨 씨가 몸을 옆으로 비틀며 길을 터주자 주변에 있던 다른 모험가들도 제이슨 씨를 보고 그에 맞춰 길을 만들어줬다.
"고맙습니다."
"후훗, 고마워."
그리고 나와 니냐씨는 남녀로 따로 나뉘어 있는 샤워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