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273화-마법소녀 등장!
파티…… 이왕이면 랜트랑 파티를 맺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랜트라면 두 달 이상 모험가 생활을 했기에 새내기라고 해도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
나에게 던전의 길이나 파티 맺는 걸 충고하듯이 말이다.
게다가 마물을 해체해서 마석을 꺼내는 것보다 인벤토리에 직접 넣어 켈반이라는 해체장에게 주는 게 더 좋다는 정보도 얻었다.
아직 2달이라면 내 재능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거다.
랜트 무투가라는 전위직 나하고도 상성이 좋고 무엇보다도 다른 동료들도 있다.
그렇다면 후위직인 나에겐 더욱 좋을 거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계속 나를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는 랜트에게 대단하다고 굉장하다고 칭찬받고 싶다는 이유지만…….
어라? 나 이렇게 승인욕구가 강한 편이었나?
하지만 갑자기 파티를 맺자고 해도 이미 동료가 있으니 안 된다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거기다 파티 구성에 이미 후위직이 있어서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선은 정보부터 얻자.
"랜트."
"네, 티키아 씨. 2층으로 이만 출발할까요?"
"아니, 잠깐만 물어볼 게 있어서……."
"뭔가요?"
"랜트, 너에겐 파티가 있다고 했지? 얼마나 동료가 있는 거야?"
"신관에 도적 그리고 창술사를 포함해 4인 파티예요."
좋아! 신관을 빼면 대부분 전위직이다!
게다가 원거리 공격력이 부족할 것 같으니 마법사인 내가 들어가면 딱 맞을 거다.
하지만…… 물어보자마자 곧바로 파티를 맺자는 건 거절당할 가능성이 클 수도 있다.
어차피 플단에는 실력향상을 위해 왔으니 몇 년은 있을 예정이니 차분히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의 전위직이 많네."
"네, 그러네요. 보통은 교대로 한 명은 신관인 동료를 지키고 두 명이서 사냥을 해요."
"그래…… 그런데 그 동료 중에서 나와 같은 동지는 누구지?"
"동지…… 아, 마법소녀 마린을 읽는 애는 엘시예요. 신관을 하고 있어요."
"흠흠."
역시 같은 후위직이라서 마음이 통하는 동지가 될 가능성도 높았던 걸까.
그래, 랜트와 같은 파티가 되는 것도 좋지만 플단에서 생길 동지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해보고 싶다.
애석하게도 마법도시에서는 마법학원을 졸업한 후로 동지라고불릴 자는 없었다.
뭐, 나도 밖으로 잘 안 나가고 집에서 연구하면서 책을 읽는 탓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모험가라면 적어도 나랑 비슷하거나 조금 어린 나이!
비슷한 나이대의 동지와 이야기꽃을 피우면 어떤지 궁금하기도하다.
"괜찮으면 그…… 엘시라는 동지를 소개해줄 수 있어?"
랜트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엘시도 기뻐할 거예요."
아, 역시 웃으면 왠지 대형견처럼 보여서 귀엽네.
으음, 쓰다듬고 싶다.
나에게 이런 욕구가 생길 줄이야.
플단에 와서 랜트하고 만난 뒤로 이리도 짧은 시간에 다양한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그,그래…… 그건 잘됐네! 아, 그러고 보니 랜트는 어떻게 사냥을 하는 거야?"
"저 말인가요?"
"그래, 나도 마법을 쓰는 걸 보여줬잖아? 그럼 랜트 차례지 않나?"
사실 만약 같은 파티가 됐을 때 상대의 실력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보여드릴게요."
랜트는 인벤토리에서 건틀렛을 꺼내 양손에 끼었다.
그 모습을 보니 무투가란 직업과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조금 걸어가요. 금방 고블린이 보일 거예요."
고블린의 시체를 내 인벤토리에 넣고 나는 랜트와 함께 3분 정도 걸어갔다.
끼에에에에에에엑!!!
끼끼끼끾!
6마리의 고블린의 한꺼번에 나타났다.
"도와줄까?"
트윙클 스타즈를 쓰면 단숨에 4마리는 처리 가능하다.
마력도 아직 여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랜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랜트는 고블린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끼에에에에엑!
끼끼끼끼끾!
끼꺄아아아악!
3마리의 고블린이 한꺼번에 랜트를 향해 돌진하고 그 뒤를 다른 고블린들이 뒤따라 달렸다.
가장 앞에 있는 고블린이 뛰어올라 랜트의 가슴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다른 2명의 고블린이 각자 랜트의 팔이나 다리를 노리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위험……?!"
아무리 고블린의 공격이라도 무방비하게 맞으면 부상을 당한다.
그렇기에 위험하다고 말하려고 할 때.
랜트가 움직였다.
스윽!
퍼퍼퍽!
고블린들의 공격을 한 끗 차이로 피할 거리까지 뒤로 물러난 다음 랜트는 재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가슴과 팔을 공격하던 고블린 2마리는 랜트의 주먹을 맞았고 다리를 공격하려던 고블린은 랜트의 발차기를 맞았다.
3마리의 고블린은 각자 랜트에게 한 방씩 맞고 그대로 죽었다.
타악!
그리고 이번에는 오히려 랜트가 앞으로 돌진했다.
땅에 떨어진 고블린의 곤봉을 줍고 랜트는 아직 달려오고 있는 고블린 중 한 마리를 향해 곤봉을 던졌다.
쐐애애액!
퍼어억!
곤봉에 맞은 고블린의 얼굴이 함몰됐다.
랜트가 달려가면서 공을 차듯이 발을 휘두르자.
뻐어어억!
또 다른 고블린 한 마리가 목을 정통으로 맞고 날아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고블린이 바로 옆으로 온 랜트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빠아아아악!
랜트가 주먹을 쥐고 주먹을 고블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 그 고블린은 곧바로 목숨을 잃었다.
"어……."
마법사인내가 봐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물이 흐르듯이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랜트의 동작.
이게 플단에서 2달 이상 지난 모험가의 평균 움직임인 걸까?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어려웠다.
분명 랜트도 내가 마법의 재능이 있는것처럼 무투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 거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때요, 티키아 씨!"
랜트가 나를 돌아보고 어쩐지 칭찬받고 싶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역시 대형견 같다.
"대단해 보였어. 난 무투에 관해선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랜트가 굉장하다는 건 알겠어."
"헤헤헤, 고맙습니다!"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방긋 웃는 랜트가 더 대형견 같아서 뭔가 마음을 자극했다.
예를 들면 랜트가 머리를 숙이면 마구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그런 충동이 일어난다.
"그럼 2층으로가볼까요."
"그래."
랜트가 다시 나를 들어 올리고…… 나는 이번에는 어깨가 아니라 랜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어깨를 잡았을 때 생각했지만 방금 속도로는 왠지 떨어질 것 같아서 조금 무서웠다.
이왕이면 이렇게 단단히 잡는 게 좋다.
……그런데 랜트는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내가 안겨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일단 나도 여자라고.
좀 더 쑥스러워하는 건 어떠냐.
처음에 들 때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나 짓고…….
그리고 이왕 들 거면 공주님처럼 안아 드는 게 더 좋지 않아?
"출발할게요."
콰아아아아아앙!
랜트가 땅을 박차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
잠깐 처음보다 훨씬 빠르잖아!
◈
랜트와 함께 2층에 도착했다.
솔직히 그렇게 던전의 크기가 클 줄은 몰랐지만, 그보다 놀란 건 그렇게 빠르게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은 랜트다.
대체 몸이 어떻게 돼먹은 걸까?
모험가들은 승격을 하면서 신체능력이 향상된다고 하지만 랜트처럼 무지막지한 체력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아니, 승격은 개인에 따라 상승폭도 그리고 상승하는 부분도 차이가 난다.
마법사인 내가 승격을 하면 마력량이 늘어나는 것처럼 전위직들은 체력이나 근력이 많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랜트의 경우에는 이 체력일 것이다.
그래도…… 이 끝없는 체력은 정말 의문이 들 정도지만…….
랜트는 선천적으로 체력이 무척이나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자.
"티키아 씨, 내려왔을 때의 풍경은 정말 멋졌었죠!"
랜트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함께 2층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을 때 봤던 풍경.
그 풍경은 확실히 나도 감동적이었다.
"아, 응. 확실히 던전은 정말 신비한 곳이라는 생각했어."
대체 어째서 지하인 던전에 태양이 쬐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언젠가 그 비밀을 파헤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나는 랜트와 함께 차분히 2층의 초원을 걷고 있다.
곧바로 3층으로 향해도 되지만 랜트 말로는 우선은 동료를 찾을 때까지 여기서 혼자서 승격을 위한 경험을 조금이라도 쌓거나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확실히 그 말도 일리가 있기에 그럼 차분히 2층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2층에 오자마자 곧바로 지상으로 올라가는 건 아깝고 슬라임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
거기다…… 좀 더 랜트랑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법소녀 마린에서도 나왔다.
만남은 무척이나 중요하고 소중한 거다.
게다가 랜트처럼 대화하기 즐거운 모험가와…… 게다가 동지와 동료인데다가 동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하고는 좀 더 친분을 쌓는 게 좋다.
그렇기에 나는 랜트와 걸어 다니면서 잡담을 했다.
친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다고 알기에 우선 나는 내 이야기를 랜트에게 했다.
나와 스승과의 만남은 설명하기에는 혈연만 부모인 자들의 이야기를 해야 해서 조금 어둡기에 내가 마법학원에 다닐 때의 이야기를 했다.
말하자면 자기자랑이다.
"나는 12살 때 최연소로 마법학원에 들어갔어. 그때는 이미 스승에게서 마법을 배워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을 때였지. 내가 모든 속성을 쓸 수 있다는 걸 알자 학원 교수들은 모두 놀라더군."
"엘리멘탈 마스터는 무척 희귀하나 봐요."
엘리멘탈 마스터.
그건 모든 속성을 자유자재로 일정수준 이상 쓸 수 있는 마법사를 칭하는 말이다.
사실 랜트가 이 단어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뭐 아는 마법사 모험가한테라도 들었겠지.
"뭐, 모든 마법사가 노력하면 적성이 안 맞더라도 기초적인 속성 마법은 다 쓸 수 있어. 하지만 나처럼 모든 속성에 뛰어난 적성을 가진 경우는 드물었지. 게다가 난 아직 12살이었으니까 말이야.
나보다 3살 많은 다른 동급생들하고는 실력과 재능이 전혀 달랐다고 할 수 있지."
"오오, 그럼 티키아 씨는 그때 천재 마법소녀였네요."
천재 마법소녀…….
무척 좋은 울림이다.
"그래! 그때 나는 천재 마법소녀였어! 아니, 지금도 천재인 건 다름없으니 천재마법소녀는 여전히 현역이야!"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흥분을 가라앉히자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뭐 소녀라는 단어가 굳이 나이 어린 여성을 칭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여성들은 언제나 소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요."
"좋은 말을 하는데! 맞아, 나는 여전히 천재 마법소녀야!"
마법소녀 마린처럼 말이야!
마린은 평범한 소녀지만 마법소녀로 뽑힐 재능이면 천재나 다름없어!
"여기서만 말하는 건데. 사실 이 옷은 내가 마법소녀 마린의 복장을 내 나름대로 어레인지해서 만든 복장이야.
안에는 술식도 제대로 짜여있어서 웬만한 갑옷보다도 내구성과 방어력이 뛰어나지. 귀여움과 실용성을 겸비한 완벽한 옷이라는 거야! 어때, 랜트!"
"굉장해요. 그리고 솔직히 귀엽다고도 생각했어요."
"그치? 그치?"
역시 랜트는 뭘 좀 아는 남자다.
"랜트, 네가 보기에는 어디가귀여워 보이지?"
"드레스도 하늘하늘하고 색상도 티키아 씨의 하늘색 머리카락과 잘 어울려요. 게다가 뒤로 묶은 2개의 리본도 커다래서 귀여워요."
"후후훗, 그래그래."
이 노란 리본은 마린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도 큰 리본은 좋아한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그 복장이 잘 어울리는 티키아 씨가 가장 귀엽다고 생각해요."
"읏……!"
놀리는 것도 아닌 순수하게 말하는 귀엽다는 말.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아니, 분명 마린처럼 귀여워지고 싶어서 이 복장을 만들고 입었지만…….
설마 이렇게 당당히 날 귀엽다고 말할 줄이야…….
엄청 쑥스럽다.
"그, 그래~? 내 어디가 그렇게 귀여운데~?"
그래도 궁금한 건 물어보자.
"네. 그……."
랜트가 말을 흐렸다.
"뭐야, 한번 말했으면 끝까지 말해보라고, 랜트."
"그…… 티키아 씨는 그 연령에 비해 무척 젊으신 외모를 하셔서……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아, 그래도 어린애 같다든지 그런 게 아니에요. 티키아 씨는 티키아 씨만의 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랜트는 내가 발육상태가 더딘 걸 신경 쓸 것 같아 말을 흐린 것 같다.
흐음, 확실히 나는 그걸 신경 쓰긴 하지만 그걸 딱히 나쁘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화내는 건 내 발육이 더딘 걸 가지고 놀리거나 욕보이는 것이지 귀엽다고 말해지는 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마법소녀 마린과 비슷한 체형이라서 스스로 마음에 들어 하는 점도 있다.
그러니까 오히려 랜트의 지금의 말은…….
"그래? 그래? ……헤헤헤헷. 그렇게 내가 귀엽고 이 옷에 어울리는구나~?"
무척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