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0화 〉289화-마법소녀 영입!
"니, 니냐, 노아! 여, 여긴……."
"응, 여긴 밤거리야~."
"여기서 꼭 사야 할 게 있거든."
"꼬,꼭 사야 할 거? 그래…… 그럼 난 이만 돌아가지. 모두는 살 거 다 사고 돌아……"
나는뒤로 몸을 돌리고 여우의 쉼터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텁!
니냐와 노아가동시에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디 가는 거야?"
"지금 사야 될 건 티키아에게 필요한 거니까 당연히 티키아도 있어야지."
"아니, 밤거리에서 나에게필요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천재 마법소녀! 마도서라든지 마법소녀 마린의 최신권이 아니라면 그다지 필요한 건 없다.
그런데 밤거리에서 나한테 필요한 게 대체 뭔데!
"자아자아, 우선 들어가자!"
"후회는 안 할 거야."
"에, 엘시, 도와줘!"
나는 같은 마법소녀 마린을 좋아하는 동지인 엘시를 향해 구원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엘시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티키아 씨, 우선 함께 들어가요. 분명 나중에 티키아 씨에게 도움이 되는 건 틀림없을 거예요."
"그, 그럴 수가……!"
동지 엘시! 너마저……!!
"자아, 가자!"
그리고 나는 노아와 니냐에게 끌려 밤거리로 들어갔다.
◈
내가 끌려간 곳은 밤거리에 있는 한 옷가게였다.
가게의 이름은 음마의 옷장…….
가게 이름만 봐도 어떤 용도의 옷을 파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링링 안녕~♪"
"니냐네, 어서 와~. 어라? 오늘은 다른 연인들과도 같이 왔네? 치수는 다 재지 않았어?"
"후훗, 오늘은 다 같이 쇼핑하러 나왔어. 아참, 그리고……."
니냐가 살짝 나를 앞으로 밀며 말했다.
"이쪽은 우리 새로운 가족이 되는 티키아라고 해."
"어머어머! 귀여운 하프…… 아니, 인간이네? 으으응? 너네 마스터 로리콘이었어?"
"후훗, 이래 봬도 어엿한 어른이야."
"어머! 그랬어? 죄송해요.기분 나쁘셨죠?"
"아니…… 괜찮아."
사실을 알아도 여전히 의심을 품고 어린애 취급을 하는 건 열 받지만 이렇게 곧바로 사과를 하는 건 상관없다.
나도 내 몸의 발육이 더디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가게 안을 둘러봤다.
간판만 봐서는 그냥 야시시한 옷만 진열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에 조금 특색이 있지만 평범한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중에는 마법 도시에서도 많이 보는 로브에 고깔모자도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왔어?"
"후훗, 당연히~ 티키아의 옷을 위한 측정을 하러 왔지."
"아하! 하긴 그렇겠네! 그럼 곧바로 시작해볼까요~ 자, 여기러 와 주세요."
"어? 어어?"
나는 니냐에게 등을 떠밀려 링링의 곁으로 가서 몸의 치수를 쟀다.
"으음~ 이 사이즈라면 하프링 여성의 옷이라도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저번에 주문한 옷들은 아직 양산이 안 돼서~ 다시 주문 넣어야겠네. 아, 돈은 나중에 계산할 테니까 나중에 와서 돈 지불해줘."
"후훗, 알았어. 그럼 치수는 쟀으니까…… 링링. 지금 티키아에게 맞는 옷 없어?"
"맞는 옷? 무슨 말 하는 거야? 당연히 있지! 하프링 사이즈 옷이라면 이쪽이야."
가게의 오른쪽 끝으로 다 같이 가자 내 사이즈에 맞을만한…… 하프링 여성용의 옷들이 있었다.
물론 사이즈만 다를 뿐이지 종류는 가게에 전시된 것들하고 똑같았다.
"자아, 아무거나 골라서 한 번 입어보세요!"
가게 점원인 링링이 방긋 웃으며 옷들을 가리켰다.
아니, 골라서 입으라고 해도…….
이것들 전부 밤의…… 남성을 유혹할 때 입는 옷이지?
니냐나 노아가 날 여기로 데려온 건…… 내가 랜트를 유혹할 때 입을 옷을 고르라는 거지!?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아니, 뭐 사귀게됐으니까 당연히 그런 짓을 하긴 하겠지만 다들 너무 적극적이지 않아?
아무리 사이가 좋다고는 하지만 새로 생긴 여자가 랜트를 유혹할 수 있도록 이렇게 옷도 사주고 그러는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
"후훗, 역시 처음이니까 고르기 망설여지지? 그럼 다른 옷가게 때처럼 몇 개 추천해줄게♪"
나는 니냐가 입은 내 옷과도 비슷한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었다.
솔직히 밤에 쓰는 용도라는 걸 모르면 충분히 밖에서도 입고 싶어질 예쁜 옷이었다.
"무척 귀여워."
"다음엔 이거 입어보자 이거!"
노아가 추천한 브리단의 3기사단의 여성복을 입었다.
근데 이거 가슴이살짝 사각으로 트였는데…….
이거 거유 하프링용 아니야?
"히힛, 의외로 어울린데? 예뻐, 티키아."
"어, 저, 정말?"
뭐…… 가슴 좀 트여있으면 뭐어때.
어울린다는데!
"저,저기…… 티키아 씨, 이것도 입어 봐주세요."
"아, 그럼 이것도요!"
그 후 나는 모두가 추천하는 옷을 입고 입고 또 입었다.
도중에 평범한 마법사 복장을 입었을 때는 조금 그리운 기분도 들었고 세일러복이라는 걸 입었을 때는 조금 부끄러웠다.
결국 음마의 옷장에서도 내가 입은 옷은 다 사게 되었다.
그것도 내 돈이 아닌 모두의 돈으로…….
선물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나중에 파티에서 돈을 벌면 내 나름대로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옷을 다 사고…… 드디어 다 샀구나란 안도감과 함께 나는 밤거리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텁!
또 니냐와 노아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이번엔 또 뭘……?"
"옷을 샀으면~.“
"그에 맞는 속옷도 사야지!"
"……응."
나는 거의 해탈한 마음으로 둘에게 끌려가며 새로운 가게로 들어갔다.
아니, 근데 아무리 밤용 속옷이라곤 해도 너무 비쳐 보이는 것만 사는 거 아니야!?
◈
쇼핑을 다 끝내고 나는 녹초가 되며 여우의 쉼터로 돌아왔다.
랜트는 카운터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 마법소녀 마린 6권을 읽고 있었고 양옆에 멜리사와 미란다 씨가 어깨를 기대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보니정말 랜트는 하렘남이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돌아오자 두 명은 랜트에게서 떨어져 주방쪽으로 갔다.
"다들 잘 갔다 왔어?"
"응! 옷 잔뜩 샀어! 그치~."
"후훗, 다양한 옷을 입은 티키아는 정말 귀여웠어. 랜트도봤으면 무척 좋아했을 거야."
"맞아요, 정말티키아 씨는 귀여웠어요. 그렇죠, 티나?"
"네! 사실다른 옷도 좀 더 입혀보고 싶었어요."
다들 사이좋게 나를 귀엽다고 칭찬한다.
드, 등골이 간질간질거려…….
하지만 싫진 않아…….
"아."
그때 랜트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시 시장에 갔다 올게."
"응? 왜?"
"티키아 씨가 주무실 방의 침대는 사둬야지."
랜트의 말에 티나가 손뼉을 짝 치며 호응했다.
"아, 그러네요."
"금방 갔다 올게. 다들 먼저 밥 먹고 있어."
그런 말을 남기며 랜트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 후 여우의 쉼터에서 밤 시간대 일한다는 종업원들이 오고 다른 모험가들도 서서히 여우의 쉼터로 들어왔다.
나는 티나와미란다 씨를 제외한 랜트의 연인들과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으음,다른 멤버는 같은 파티이기도 해서 그나마 나은데 아직 멜리사라는 애는 익숙하지가 않아.
"우물우물…… 꿀꺽! 아, 그치. 있지 티키아."
노아가 식사를 하는 도중 나에게 말했다.
"괜찮다면 내일 하면 안 될까? 오늘은 나랑 니냐 차례여서."
"응? 차례라니 무슨 소리야?"
두서없는 요구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히죽 웃은 니냐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랜트랑 자.는.순.서."
"응?!"
챙!
깜짝 놀라 쥐고 있던 식기를 테이블에 떨치고 말았다.
"자, 자, 자 자……."
기습적인 상황에 얼굴에 열기가 단숨에 올라왔다.
"자는……."
"노, 노아, 니냐 씨…… 여기서 그런 얘기는……."
"히히힛, 미안미안. 하지만 이런 건 빨리 말하는 게 좋잖아."
그때 랜트가 돌아왔다.
랜트는 우리가 있는 테이블의 빈자리에 앉았다.
랜트가 앉은자리에는 미리 준비된 음식들이 있다.
"다녀왔어."
"어서 와~. 아, 랜트. 오늘은 예정대로 나랑 니냐랑 하고 티키아하곤 내일 하면 안 될까?"
노아의 말에 랜트가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 알았어. 하지만 노아, 티키아 씨는 익숙하시지 않을 테니까 좀 더 시간을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얘기는 밥 먹고 나서 하자."
"히히힛, 알았어."
그리고 식사를 다 한 후…… 미란다 씨와 티나를 포함한 모두가 4층으로 올라갔다.
모두와 함께 4층으로 올라가면서 나는 새삼 느꼈다.
진짜 얼마나 여자를 후리는 능력이 대단한 거야?
아니, 나도 그 후려진 사람 중 한 사람이지만…….
그리고 4층에 올라오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문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거대한 침대와 그 옆에 쓰레기통과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커……."
이, 이게 하렘을 차린 남자가 가지는 침대!?
어? 혹시 여기서 다 함께하거나 그런 거야?
그러고 보니 아까 노아도 오늘은 자기랑 니냐 차례라고 했었고…….
어? 그럼 혹시 나도 이 중 누구랑 같이 랜트를 상대할 수 있다는 거지?
어?
어어?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어도 막상 생각하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스승, 어쩌면 난 앞으로 문란한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몰라.
"히히힛, 좋아! 그럼 이제 얘기해도 되는 거지? 티키아한텐 미안하지만, 오늘은 나랑 니냐 차례라서티키아 차례는 내일이면 되지?"
"아니, 미안하고 말 것도 없이…… 그……."
"노아, 너무 그렇게 물으면 안 돼. 티키아 씨는익숙하시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런 것도 빨리 해버리는 게 나은걸? 나도 랜트랑 만난 지 이틀 만에 했잖아."
이틀!?
만난 지 이틀 만에 했다고!?
요새 애들은 원래 그렇게 진도가 빠른 거야?
보통 데, 데이트를 한다거나 그런 게 먼저 아니야!?
아니면 플단만 그렇게 연애의 진도가 빠른 거야!?
"아니, 그건…… 노아가 구해준 보답을 해주겠다는구실로 한 거잖아."
"흐응~ 하지만 그때 랜트는 전혀 싫어하지 않았잖아~♡"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노아는 랜트의 팔뚝을 쿡쿡 찔렀고 랜트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야…… 노아처럼 예쁘고 귀여운 여자랑 하는 걸 싫어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랜트의 말에 노아의 눈이 크게 떠지고…….
"……정말정말정말! 랜트, 사랑해♡♡"
노아가 랜트에게 안겨들었다.
방금 말은 내가 들어도 낯뜨거웠다.
랜트…… 그런 말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게다가 확연히 진심이라는 게느껴져서 내가 대상이 아니라도 엄청 얼굴이 뜨거워져.
"잠깐만 노아. 원래라면 미란다씨가 하는 게 먼저 아니야?"
"으응? 그야 그렇지만…… 우리가 나간 뒤에 어차피 멜리사랑 미란다 씨는 랜트랑 했을 거 아니야."
응?!
순간 멜리사, 미란다 씨, 그리고 랜트를 번갈아 봤다.
어? 했다니?
했다니!?
서, 설마 우리가 나간 뒤에 셋이서 했다는 거야?!
노아의 말이 맞았는지 멜리사가 자신의 머리카락을만지작거렸다.
"아니…… 뭐, 그렇지만……."
"히히힛, 그러니까 내일은 티키아에게 양보해도 되잖아? 모처럼 사귀게 됐는데~ 랜트랑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줘야지~. 미란다 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오늘은 랜트와 아주 뜨겁게 시간을 보냈으니까♡"
우와, 상냥하고 포근한 느낌이 나는 미란다 씨의 얼굴에서 엄청나게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어.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랜트가 미란다 씨와 멜리사랑 우리가 나가는 동안 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대, 대형견 같은순하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그곳은 완전히 늑대였던 거야……!
"……하지만 나, 여기에 처음 왔을 때는 랜트랑 둘이서가 아니라 모두랑 다 함께했는데……."
멜리사의 충격발언이 다시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다, 다 함께?
즉 7명이서 했다는 거지?
이, 이게 S랭크 모험가의 주, 주지육림……!!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헷갈릴 것 같다
"후훗, 하지만 멜리사는 고향에서 우리 몰래 랜트랑 둘이서 했잖아?"
"윽…… 그, 그건 그렇…… 네요."
그때 엘시가 자그맣게 손을 들며 말했다.
"저, 저기…… 가장 중요한 티키아 씨의 의견은 아무도 듣지 않는 건가요?"
에, 엘시……!
역시 나의 동지!
"하긴 그것도 그렇네. 있지, 티키아, 랜트랑 내일 하고 싶어?"
"어?"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래, 랜트하고 하고 싶냐고?
그야…… 여, 연인이 됐다면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역시 너무 진도가 빠르단 말이야.
이런 건 좀 더 서로를 알아가면서 좀 더 달달하고 무르익은 분위기에서…….
아니, 생각해보니 그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랜트가 여기 있는 연인들하고 진한 사랑의 밤을 보낼 거다.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고 나만 안 하는 상황…….
그런 건…… 왠지 싫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불안한 점이 있다.
과연 랜트는…… 이런 몸의 나하고도 하고 싶은 걸까?
꿀꺽…….
랜트를 올려다보며 나는 물었다.
"래, 랜트…… 나, 나랑 하고 싶어?"
내 물음에 랜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티키아 씨, 솔직히……."
하, 하고 싶지 않다는 건가?"
"하고 싶지 않았다면…… 그…… 사귀자고도 안 했어요……."
쑥스러워하면서 나를 향해 말한 그 말은.
"……나 내일 할래!"
내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는 충분했다.
그 쑥스러워하는 얼굴은 반칙이잖아!